감염자 28화
검은코트의사내 2016-06-19 0
나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준우와 통화하는 중에 나는 똑똑히 들었다. 슬비의 목소리를 말이다. 분명히 라이칸이라고 한 거 같은데... 그렇다면 라이칸 토스란 말인가? 확실히 준우가 며칠간 학교에 안나오고 현장체험학습간 사람도 사라진 거면 모두 그녀석 짓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분명히 어떤 사고에 휘말려서 그도 라이칸 토스가 된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리더에게 알릴까 생각했지만 슬비가 죽게 될 수도 있으니 일단 내 손에서 해결해야될 거 같았다. 준우가 슬비앞에서 정체를 밝혔을 게 뻔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슬비가 그가 라이칸 토스라는 사실을 알아낼 리가 없으니 말이다. 슬비를 납치한 거 봐서 아마 정체를 알아낸 건 그녀가 먼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두가지 가능성을 생각했다. 하나는 슬비가 알아낸 것, 또 하나는 준우가 스스로 밝힌 것, 하지만 후자라면 우리 입장에서는 곤란하게 된다. 준우가 스스로 정체를 밝혔다는 건 슬비를 살려두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방법을 찾아야된다. 준우가 라이칸 토스라면 나 역시 본래모습으로 변해서 그와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슬비에게 정체를 들키게 된다.
혼란스러웠지만 어디까지나 냉정해야된다. 그런 감정으로는 슬비를 구해낼 수 없다. 그거 하나는 나는 알고 있었다. 전투게임에서 NPC교관이 한 말이 있었다.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냉정한 판단력이라고 말이다. 나는 이 말을 떠올리면서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미스터리 군상극 게임에서 분명히 이것과 비슷한 상황이 있을 것이다. 나는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면서 준우가 말한 장소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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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비는 학교에서 일어났던 실종사건이 혹시나 한석봉이 아닌가 의심했었다. 그렇기에 그를 미행하기도 했지만 진범은 박준우였던 것이다. 괜히 석봉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지만 지금은 여기서 빠져나가야 할 때였다. 준우가 채운 수갑으로 인해 위상력을 쓸 수가 없어서 그의 손길조차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자, 슬비야. 다시한번 기회를 줄 수도 있어. 나와 다시 사귀어서 두번다시 날 거역하지 않겠다고 해. 그럼 앞으로 편안해질거야."
준우가 방긋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지만 슬비는 역겹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어떤 여자가 자신을 납치한 사람에게 그런 소리를 하겠는가? 튕기는 게 정상이다. 목숨을 구걸하는 겁쟁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너는 최악이야. 내가 만난 친구들 중에서 가장 최악이야."
"최악? 그럴 수도 있겠네. 하지만 어쩌겠어? 너는 내 거인걸. 우리집은 부자야. 그러니까 네가 가지고 싶은 걸 뭐든지 가지게 해줄 수도 있어. 난 가지고 싶은 건 한 가지밖에 없거든. 바로 너야. 너만 있으면 돼."
슬비는 이를 뿌득 갈기만 할 뿐이었다. 마음같아서는 한방 날려주고 싶지만 위상력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보다 한석봉이 이곳에 온다면 그는 분명히 죽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그 만은 이번일에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평범하고 순수한 남학생이고, 위험한 일에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아,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할까? 슬비, 네가 내 것이 되어준다면 한석봉도 건들지 않도록 하지. 그냥 돌려보내줄 수도 있어. 어때?"
"정말이야? 그 애는 손대지 않겠다고?"
"맞아. 어때? 받아들일거지?"
슬비는 그렇다고 대답하려고 했지만 석봉이가 전에 했던 행동이 생각났다. 분명이 그는 자신때문에 슬비가 억지로 사귀는 거라고 생각했기에 상대가 안 되어도 용기있게 나섰던 게 떠올랐다. 아마 이렇게 되면 한석봉은 또 다시 준우에게 도전할 지도 모른다. 한석봉은 싸움도 못하는 약한 남자였지만 그래도 자신을 위해 용기있게 나서준 남자였다. 그걸 생각해서라도 이 제안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어느쪽을 선택하든 한석봉은 준우와 반드시 충돌하게 되어있으니 말이다.
"어서 대답해. 슬비야... 내 것이 되겠다고 해."
쿵!
뭔가 무너져내리는 소리에 준우는 벌떡 일어나서 씨익 웃어보았다. 아마 한석봉이 왔다고 생각했는지 소리나는 쪽으로 걸어갔지만 슬비는 기다리라고 외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수면제를 꺼내 당장이라도 마실 준비를 하고 있자, 슬비는 그가 석봉이를 죽일 거라는 것을 확신하고 몸을 세차게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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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가 말한 건물로 왔다. 나는 그 건물의 지붕에 올라가서 준우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다른 곳에서 벽돌들을 무너뜨려서 내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수작이었다. 그리고 나서 나는 점프로 올라왔다. 이곳은 사람이 오지 않는 폐건물이기 때문에 분명히 뭔가 소리가 들리면 내가 왔다는 것을 그는 알아챌 것이다. 준우는 예상대로 문을 열고 소리가 났던 곳으로 달려간다. 좋아. 지금이다. 나는 그대로 준우가 열고 나온 문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슬비가 추욱 늘어진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얼마나 심한 짓을 했단 말인가? 마음 같았으면 지금이라도 쫓아가서 찢어죽이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일단 슬비를 묶고 있던 것을 풀어야될 거 같았다.
"슬비야."
"석봉이? 여긴 어떻게?"
"얘기는 나중에."
나는 슬비를 묶은 것의 정체를 보았다. 수갑, 이 수갑 때문에 슬비가 당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미스터리 군상극에서 봤다. 락픽같은 걸로 수갑을 푸는 게 떠올랐다. 심심할 때 그거 연습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 빛을 발할 때가 왔다.
"금방 풀어줄게."
실전으로 하는 건 너무나 몸이 떨려서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특수한 구조로 되어있는지 락픽으로도 풀어지지가 않았다. 이런, 이렇게 된 이상 부수는 수밖에 없을 거 같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서 수갑이 끊어졌다. 슬비를 묶고 있던 수갑을 만져서 힘만 줬을 뿐인데 뚝 끊어진 것, 원래 이렇게 약했던가? 헉, 이거 실수했다. 이걸 슬비가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
"석봉아, 고마워."
"아, 슬비야. 이건..."
"이상하게 생각안해도 돼. 그 수갑은 원래 위상력능력자 체포용으로 쓰이는 거야. 그렇게 단단한 재질이 아니라서 일반사람도 쉽게 끊을 수 있을 정도거든."
엥? 수갑 내구도가 약한 거였나? 아무튼 다행이었다. 이대로 들키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말이다. 일단 우리는 여기서 빠져나가기로 하고 곧바로 입구쪽으로 달려나갔다.
"여어, 둘이 사이좋게 나오네."
이런, 조금만 더 가면 도망칠 수 있었는데 바로 앞에서 준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슬비는 내 앞으로 나서서 위상력을 드러내며 염동력으로 측면에 있는 담을 무너뜨렸다.
"석봉아. 넌 저기로 도망가. 어서. 준우는 라이칸 토스야."
"하지만 너는 어쩌려고?"
"시간없으니까 빨리!!!"
슬비가 고함을 지르자 나는 천천히 준우 눈치를 보면서 이동했지만 준우는 갑자기 수면제를 마시고 말했다.
"너희 둘다... 오늘 죽었어. 크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준우가 라이칸 토스로 변하는 모습을 보자 그대로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쳤다. 슬비는 등 뒤에 뭔가를 생성하는 게 보였지만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일단 위험에서 벗어나는 척 도망가**다. 슬비에게만은 절대로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슬비가 준우를 쓰러뜨린다면 좋겠지만 만약 그러지 못할 경우에는 분명히 그녀가 죽게 될 거 같다고 확신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