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20화

검은코트의사내 2016-06-08 0

D - 96일.

 

"뭐야? 내게 무슨 볼일이지? 나를 불러내다니 말이야."

 

준우는 내가 지난번에 구타당했던 장소로 불러내서 혼자왔다. 이대로 두고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오늘 아침에도 슬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고, 포옹하려는 자세까지 취했으니 말이다. 아마 내가 없는 동안 더 심한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이제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어제 라이칸 그룹에서 일어난 일을 계기로 방법이 떠오른 것이다. 나는 바로 본론부터 말했다.

 

"준우야. 너 슬비랑 사귀는 대가로 날 건들지 않는 거지?"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너에게는 잘 된일 아니야? 이제 더이상 내가 괴롭히지 않아도 되고 말이야."

"준우야. 이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 슬비는 너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지 않아. 그걸 알면서도 상처주는 이유가 뭐야?"

"뭐? 이거 완전 웃긴놈이네. 야, 여기는 현실이야. 만화나 영화가 아니라고. 내가 좋아하는 여자면 무조건 내걸로 만드면 그만이야. 알았어?'

 

준우가 헛웃음을 지으면서 말하자 나는 순간 폭발할 뻔 했다. 지금 당장 수면제를 마셔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날 정도였다. 준우는 선을 넘고 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기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어쭈? 주먹을 쥐어? 왜? 너도 역시 슬비에게 빠졌었냐? 하하하하... 어쩐지 그럴 거 같더만. 하지만 그 애는 이제 내꺼야. 그러니까 건드리지 마. 좋은말로 할 때 손 떼라. 앙?"

"한가지 제안할 게 있어."

"뭐?"

"내가 1시간 동안 네 공격에 버티면 슬비와 헤어져."

"뭐라고? 어디서 건방지게!!"

"겁나는 거야? 너 정도면 나같은 건 금방 밟을 수 있잖아."

 

준우가 내게 주먹을 휘두르려고 할 때 내가 말하자 그는 멈칫했다. 확실히 그에게는 어려운 제안도 아니다. 지금까지 나를 얼마나 많이 팼는가? 내가 언제까지 버티는지도 그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자 준우는 광소를 터뜨리면서 한동안 웃어댔다.

 

"그래 좋아. 근데 1시간 가지고 되겠어? 10분, 10분으로 하자. 수업은 들어야지. 안그래? 내가 사나이로써 약속하지. 10분간 내 공격에 버틴다면 슬비와 헤어지고 너도 두번다시 건들지 않겠다. 어차피 너 정도는 2분내에 끝날 거 같으니까 말이야."

 

준우가 두 주먹을 쥐면서 격투자세를 취했다. 어차피 예상한 바다. 나는 그대로 가만히 눈을 감았다. 승부는 안 봐도 뻔했지만 그래도 맞을 생각을 하니 긴장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준우의 펀치가 내 얼굴을 때리자 나는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하지만 아프지 않았다. 그래도 아픈 티는 내**다. 의심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집에서 틈난나면 연기연습을 했다. 그 연기실력이 이제 발휘할 때가 왔다. 준우의 기합이 들어오면서 주먹과 연속 발차기가 계속해서 내 몸을 때리고 있었다. 나는 비틀거린 척 하고 다시 일어난다.

 

"이**, 맷집이 좀 좋아졌네."

 

2분이 지나도 안쓰러지자 준우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고, 소매를 걷어 목을 까딱했다. 그리고는 내게 무차별 공격을 실행한다. 하지만 나는 계속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만화주인공처럼 말이다. 그런식으로 계속 일어나니 준우의 얼굴표정이 날카롭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 곧 있으면 10분인데 이제 초조해지고 있을 만도 했다.

 

나는 미리 스탑워치를 작동시킨 상태였고, 준우에게 그것을 보여주었다. 9분 38초, 그런데도 내가 쓰러지지 않자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나를 눕히고 얼굴을 중심으로 때렸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버텨냈다. 맞는 걸 버티는 게 아니라 연기를 유지하는 걸 버티는 거였다. 아픈 티를 내야지만이 의심받지 않으니까 말이다. 내가 밤새 생각날 때마다 연습한 연기실력이다. 준우는 다 죽어가는 놈이 어째서 이런힘이 나오냐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10분이 되자 나는 스탑워치를 껐다.

 

"돼... 됐어... 약속... 이야... 어서... 지켜..."

"응? 무슨 약속? 그런 거 모르겠는데? 뭔 일 있었냐? 앙!?"

 

준우는 나에게 주먹을 날리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도 이제 이상하다고 느낄 때 되었다. 내가 맞은 부위에는 먼지만 쌓였지 상처난 곳은 하나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간신히 버텨내는 척 했지만 상처가 안나는 건 숨기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다행히 준우는 내가 현기증을 일으킨 척 하는 걸 봐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하아... 하아... 넌 아무래도 여기서 죽어줘야겠다. 이 박준우님을 너무 얕봤어."

 

준우가 품에서 칼을 꺼냈다.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군용 단검, 어떻게 준우가 저런걸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준우는 내가 사나이 자존심을 망치게 했다면서 체면구긴 죄로 죽으라고 했다. 어차피 뒷일은 국회의원인 아버지가 있으니 상관없다면서 나에게 다가오자 나는 무서운 나머지 뒷걸음을 쳤다.

 

"어차피 여기는 아무도 없으니까 말이야. 얼마 전에 여기서 한명 죽었고 말이지. 라이칸 토스의 소행이라고 보면 돼. 한석봉, 너는 기회를 저버렸어. 그냥 조용히 찌그러지면 좋을 것이지. 감히 나와 슬비사이를 방해하려고 들어? 그 건방진 짓을 두번다시 못하도록 해주지."

 

이거 어떻게 해야되나? 이러다가 내 정체가 들킬 수도 있다. 찔려서 죽은 척해야되나? 안 된다. 그러면 내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내가 라이칸 토스라는 걸 들킬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되는 데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다.

 

"거기까지야. 박준우. 너야말로 이제 끝이야."

"뭣?"

 

준우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깜짝 놀란 표정으로 칼을 떨어뜨렸다. 언제부터인지 슬비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촬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예상하지도 못했다. 그럼 슬비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지켜보고 있었단 말인가? 이거, 꼼짝없이 의심받게 생겼다. 준우에게 그렇게 맞았는데도 상처하나 없으니 말이다. 어떻게든 상처를 만들어야했다. 가장 잘 날 수 상처가 뭘까? 아, 코피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몰래 손으로 코를 강하게 자극해서 코피가 흘러나오게 했다. 준우는 슬비가 보인 동영상 촬영 때문에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약속은 지켜. 박준우. 안 그러면 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전부 퍼트릴 거야. 아무리 국회의원이 아버지라고 해도 아들의 한 짓 때문에 아버지 명예가 실추되는 걸 원하지 않겠지?"

"이... 이슬비... 네가 어떻게... 나에게 이럴수가 있어!? 우리는 사귀는 사이잖아!!"

"이제는 아니야. 우린 끝났어."

"크윽... 으아아아아아아아!!!"

 

준우는 비명을 지르면서 슬비를 지나쳐 어딘가로 뛰어갔다. 나는 코피가 흘린 얼굴을 하며 슬비를 보았다. 슬비가 내게 다가와서 손을 내밀었다. 언제봐도 부드러운 손이다. 떨리는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았다.

 

"어서 양호실로 가자."

"응."

 

To Be Continued......

2024-10-24 23:02:1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