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제이 <S2> 21화

검은코트의사내 2016-06-08 0

"플레인 게이트라고? 어쩐지 안보인다 했더니 지하에 지금까지 숨어있었던 거였나?"

"거기 외부차원으로 들어가면 몸이 버티지 못할텐데?"

"일단 가보도록 하지."

 

차원종들의 잔해들을 뒤로한 추재국과 박정수 요원이 곧바로 목적지로 향했다. 그들 뿐만아니라 전국에서 소탕을 벌이는 S급 클로저들이 이제 막 소탕작전을 끝낸 뒤에 플레인 게이트로 모이는 중이었다. 상부의 지시에 의하면 어떻게 해서든 김기태를 죽이라는 명령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클로저를 살해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전력도 슬슬 부족해져가는 중이었고, 위상력 능력자들을 모집하느라 바쁜상황이었다.

 

강남에 나타난 차원종들은 모두 제거되었다. Union 과학자들은 DNA를 자세히 검사해야 알겠지만 실종된 A급 클로저라고 말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행방불명된 A급 클로저들이 차원종이 되어서 전국에서 활동하니 전력이 분산되는 불편을 겪어야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해냈다. S급 이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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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on을 바꾼다라...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쉽지 않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애초에 왜 그런 짓을 해왔을까? 대체 무슨 이유로 말인가? 뻔하지...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얻기 위해서 그런 거다. 분명히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런 짓을 하고도 남았다는 것이다.

 

나는 공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았다. 저 아이들이 나중에 차원종따위에 싸우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위상력 능력자가 아니면 다행이겠지만 평범한 민간인이면 항상 공포에 떨고 도망쳐야되는 입장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건강음료를 하나 꺼내어서 마신다. 데이비드라는 사람은 내가 보기에는 대단한 사람인 거 같다. 승진을 하려는 건 이익이 아니라 Union을 바꾸기 위해서라니 말이다. 상부에서 아직 눈치채지 못해서인지 그를 견제하는 건 아닌 듯 했다. 지부장까지 자리에 올랐는데 아마 상부의 눈치를 보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어머, 제이씨. 여기서 뭐하세요!?"

"푸우웁!!!"

 

나는 깜짝놀란 나머지 입에 넣은 건강음료를 그대로 분수처럼 뿜어냈다. 언제부터인지 공원 벤치에 하피가 내 옆에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깜짝놀라서 멀찌감치 떨어졌다.

 

"아잉, 제이씨, 왜 저를 피하세요? 이 하피는 슬퍼요."

 

으윽, 또 애교공격이다. 아, 뭐 이제는 지쳤다. 도망치는 것도 이제는 질린다.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가 옆에 다가오던지 말던지 맘대로 하라는 식으로 그대로 있었다. 하피는 내게 몸을 밀착하더니 내 표정을 보고 진지하게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별 거 아니야. 그런데 왜 자꾸 날 따라다니는 거지? 나같은 남자는 하피씨에게 절대 어울리지 않을 텐데?"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어디까지나 목표달성을 위해서 제이씨를 따라다니는 거라고요."

"뭐?"

 

목표달성이라니? 설마 '너는 내거' 라는 식으로 차지하려고 노력한다는 건가? 하하... 그러고보니 내가 재산이 좀 많다. 어떻게 보면 내가 부잣집사람이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일 것이다. 부잣집 사람이라... 내가 지금까지 돈을 그렇게 많이 안쓰고 모아두기만 했는데 말이다. 하피는 우리집에 거의 자주왔으니 내가 범죄자들을 잡아넣어서 현상금을 받은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돈많다고 생각해서 접근한 거겠지.

 

"제가 한 때 괴도 프롬퀸이라는 거 아시죠?"

"모른다니까. 프롬퀸이 뭔지도 몰라. 그리고 도둑이었다며? 나쁜짓했고만. 경찰에 넘겨줄까?"

"아니... 제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세요. 저는 물론 도둑인 건 맞아요. 하지만 대부호나 대기업만 노렸어요.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해주었죠."

 

허허, 어이가 없다. 자기가 무슨 홍길동인가? 무슨 권리가 있다고 부잣집을 털어서 가난한 사람에게 제공하는 건지 모르겠다. 홍길동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긍정과 부정으로 나뉘었다. 가난한 사람을 돕는 건 옳다고 하는 반면에, 그래도 법과 질서를 지켜야된다면서 그의 행동은 부정행위라고 보고 있다. 다른사람의 소유를 강탈할 정당한 이유는 없다는 것이었다.

 

"홍길동 전을 너무 읽은 거 아냐?"

"하지만 벌쳐스 기업에서 고가의 차원종 잔해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그것을 훔쳐서 팔면 상당히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훔치는 데는 성공했지만 처리부대의 추격을 받아서 결국에는 잡혔고, 초커를 다는 신세가 되었던 거죠."

"아, 그래서 개처럼 일하셨다는 거군."

"처음에는 반항했어요. 하지만 목에 초커가 달린 이상, 따를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저는 프롬퀸에 대한 자신을 부정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났죠. 벌쳐스 감시관 홍시영의 그림자로써 말이죠."

"홍시영? 그게 누구더라? 혹시 저번에 봤던 여자인가? 내 목에 목걸이를 걸었던..."

"네. 맞아요. 그 사람이에요."

"전 그 사람에게 의해서 꿈을 잃었어요. 가난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려는 제 꿈이 거기서 끊겼던 거죠. 그리고 전 꿈도 희망이 없는 채 그저 명령대로 따라왔죠. 반항할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말이에요. 어차피 괴도 프롬퀸은 죽었으니 더 이상 내가 저항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벌쳐스에게 한마디로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빼앗겼다는 얘기였다. 듣고보니 왠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잘 나가는 괴도께서 순식간에 인생이 망쳐지고 아무의미없이 개처럼 살아오기만 했으니 말이다. 삶의 희망도 없는 개로써 일해왔다는 것이다. 확실히 초커가 어느정도 고통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제 3의 위상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런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하게 넘겨짚고 가야될 거 같다. 지금까지 개처럼 살았던 게 좋았냐고 묻자 하피는 내게 답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좋았는지 싫었는지 말이죠. 그저 주어진 명령에만 따랐을 뿐이죠. 감시관에게 충성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왔어요. 하지만 그 이후에는 모든 게 허탈할 정도죠."

"하피씨는 그 때 시절이 좋은거야? 아니면 지금이 좋은거야?"

"지금이 더 좋죠. 제가 원하는 건 자유, 저는 그분에게 잘 보이면 머지않아 초커에서 해방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제이씨 덕분에 이렇게 자유를 찾은 거에요. 과정이 조금 허무하긴 했지만요. 그리고 전 다시 목표를 잡았죠. 저는 도둑이에요. 제이씨의 마음을 훔치는 게 지금의 제 목표에요."

"그런 다음에는?"

"제이씨와 결혼한다는 거?"

"...... 꿈 깨."

"후후훗. 전 포기하지 않아요. 전 반드시 제이씨의 마음을 훔칠거니까요. 어떤 어려움이 와도 전 반드시 해낼 거에요. 저는 이제 괴도 프롬퀸으로 다시 활약할 생각이에요. 복귀하는 거죠. 사람들을 위협하는 모든 존재의 희망을 훔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나누어줄 생각이니까요. 이만 가볼게요. 준비해야될 게 많아서요. 그럼 바이바이."

 

허허, 멀어져가는 하피를 보며 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여자가 저렇게 적극적인지 모르겠다. 내가 좋은사람 같아보이는가? 절대 아니다. 나는 유정씨와 아이들의 부탁을 거부했다. 그리고 심한소리까지 했다. 사람들이 피해입든 말든 내가 알바아니라고 말이다. 그런데 저 여자는 뭐야? 대체 왜 그토록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려고 하는거지? 그리고 내 마음을 훔친다고? 풉, 웃겼다. 말이 안 되는 소리하고 있다. 난 누군가와 사귈 생각은 전혀 없다. 나는 압도적인 파워를 얻은 대신에 연애감정을 잃어버렸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신사적인 모습이 강해서 밀착하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거부했다.

 

데이비드라는 사람의 말과 유정씨의 말, 그리고 좀 전에 하피가 했던 말... 하아... 이제는 나도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다. 일단 집으로 가서 머리좀 식혀야될 거 같다.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홀로 발걸음을 옮겼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02:1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