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의 기사(Knight of Janus)-11편

에피메테이아 2016-06-09 0

 


 

 

 

 

 

부, 분명 쌓아둔 원고는 많은데 연재는 갈수록 느려지는군요.(이거 왜 이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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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휴식하는 일요일이 지나고, 다시 일주일의 시작인 월요일이 돌아왔다.

 

“졸려…….”
“넌 원래도 항상 졸려했잖아. 수업시간만 골라서.”
“그리고 너도 수업시간마다 게임기를 꺼내고. 기기를 분리하기 전에 얼른 집어넣는 게 좋을 걸?”
“학교에서 위상력 사용은 반칙이거든?”
“게임기 꺼내는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유리 너도 그만 졸려하고. 학교서는 공부해야 하잖아.”

 

월요병이라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일컫는 말이 있다. 교실 한구석에서 축 늘어져 있는 두 명의 어린 클로저들도 그 무서운 병(?)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주말에 차원종 출현이 없던 일은 처음이라, 월요일에 대한 거부반응은 여느 월요일 때보다도 심했다. 둘을 향한 슬비의 잔소리가 더 심해졌음은 물론이었다.

 

“싫어어~ 좀 더 잘래.”
“어차피 지금은 점심시간이잖아. 우리 좀 내버려둬라.”
“하아! 너희들 진짜…….”

 

원래는 같이 모여서 밥을 먹자고 부른 것이었다. 그녀치고는 익숙지 않은 제안, 많이 어색했지만 슬비는 팀의 리더로서 용기를 내보았었다. 그런데 막상 만난 그 팀원들은 이렇게 비협조적이니… 오늘도 검은양 팀의 리더께서는 한숨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세하 네 말대로 점심시간이잖아. 밥이라도 같이 먹자고 찾아온 거야.”

 

이대로는 시간낭비였다. 슬비는 용기를 조금 더 내보기로 했다. 직접적으로 용건을 말하고서야, 두 게으름뱅이(?)들은 그녀를 쳐다보았다. 밥이라는 말은 백 마디 잔소리보다도 효과가 좋았다.

 

“아, 그래? 진작 말하지 그랬어. 세이브만 하고 바로 나올 테니까 기다려봐.”
“맞다. 밥 먹어야지! 깜빡했네, 헤헤헤…….”

 

아까와 확 다른 반응에 슬비는 얼떨떨해했다. 누구랑 팀을 짜본지도 어언 몇 달. 그동안은 혼자로서만 임무에 충실해온 그녀였다. 이런 소통은 여전히 익숙지 않은 영역이었고 한없는 블루 오션이었다. 겨우 밥에 넘어오는 두 사람이 조금 한심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말에 따라줬다는 점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 아주머니 말이야. 한동안은 우리들 수련할 때 도와주시는 건가?”

 

식사 중. 세하나 슬비와 달리 유리는 식사 중에도 결코 조용한 법이 없었다. 방금 막 밥을 한 덩이 삼킨 그녀가, 제일 먼저 수다의 포문을 열었다. 화제는 최근에 그들과 합류한 외국의 어르신, 소피아에 대해서였다.

 

“아주머니가 아니라 어르신이라고 불러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 젊어보이셔도 차원전쟁 때의 영웅이시라는데.”
“으으, 그건 그러네. 어쨌든! 그 어르신이 우리들 교관이 되는 거지? 며칠만 계시는 게 아니라?”

 

유리가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소피아의 거취 여부였다. 호승심으로 활활 타오르는 그녀에게, 소피아는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난관이었다. 뭔가 먹을 것으로 비유해서 저렴한 느낌이었지만, 그걸 대하는 유리 자신은 한없이 진지하고 적극적이었다. 묘한 열기에 슬비는 조금 망설이는 투로 답해주었다.

 

“듣기로는. 그분이 오신 것부터가 데이비드 국장님의 요청이었다고 들었어. 먼 곳에서 어렵게 모셔온 거니까 잠깐 있다 가시진 않을 거야.”
“좋았어! 올해 이내로 그 아주머니, 아니, 어르신한테 이겨보는 게 목적이었거든. 일찍 가버리시면 어쩌나 걱정했다고.”

 

자신이 염려하던 게 사라지자 유리가 환호했다. 어찌나 그 열의가 강력했는지, 반찬을 공략하던 젓가락이 죽도를 쥐는 자세로 그녀의 손에 쥐어졌다. 휘두르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세하 너는 알고 있었나보네?”
“응. 엄마랑 그분이랑 서로 잘 아시니까. 미리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들으신 모양이더라고.”

 

세하는 이미 들은 것이 있다 보니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수저를 안 든 손이 근질거리는 것을 보면, 아마 지금도 게임 생각에 반쯤 빠져있으리라. 대화에 아예 빠지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도 몰랐다. 어느 면에선 자신만큼 겉도는 세하를 보며, 슬비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산 넘어 산이네.’

 

여기에 제이랑 미스틸테인도 있었다면 두통이 2배로 뻥튀기 되었을 듯했다. 다양한 것도 이 정도 되면 중증이었다. 아저씨, 초등학생, 게임 폐인에… 슬비 자신도 따지자면 범상한 사람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그나마 유리가 가장 평범한 축에 속했다. 이런 무지막지한 조합으로 팀이 잘 꾸려질지, 슬비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뭘 그렇게 걱정해?”

 

세하가 슬비를 보고는 태연하게 말을 걸어왔다. 한창 클 시기의 사내아이라서 그런지, 그는 도시락을 벌써 다 먹고서 후식인 우유까지 마시는 중이었다. 자신의 심란한 마음을 모르는 그의 태도에, 슬비가 퉁명스레 답했다.

 

“어떻게 하면 네 게임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어.”

“미리 충고하는데, 포기하는 게 나아. 우리 엄마 말고는 다들 그러려다 손 놨더라.”

 

세하가 놀리듯 자신만만한 미소를 보였다.
어쩌면 저렇게도 약 올리는 모습이 잘 어울릴까. 슬비는 묘한 부분에서 호기심이 일었다. 물론 그 호기심에는 세하에 대한 불만과 짜증도 듬뿍 첨부되어있었다. 뭐라고 더 쏘아붙이려던 그녀는, 이윽고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리더로서 모범을 보이기로 한 것이었다. 대놓고 팀원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금물. 불평을 직접 말하는 대신, 슬비가 택한 것은 맞불이었다.

 

“그러니? 그럼 나도 할 수 있겠네. 알파퀸님이 내 목표니까. 목표를 이루면 그런 일도 할 수 있지 않겠어?”
“어, 그런 부분까지 우리 엄마를 닮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거야 목표를 가진 내 마음이지. 네가 참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세하가 약간 찔끔했다. 저 고고하고 콧대 높은 모습이, 흡사 어머니를 떠오르게 만들어서였다. 그는 귓가에서 호통이 들리는 것 같은 착각에 슬쩍 떨었다. 떨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는 걸까. 세하는 괜히 목소리를 높였다. 높인 목소리가 떨린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아니지! 사람은 그 개개인마다 전부 성향이나 특징이 다르다고! 그… 그러니까 우리 엄마가 목표라고 우리 엄마를 닮아야할 이유는 없는 거야. 그렇게 생각해.”
“갑자기 목청은 왜 높이니?”
“내, 내 맘이거든?!”
“흐음.”
“아무튼, 알아서 적당히 줄일 테니까 잔소리는 가급적 줄여주라. 안 그래도 스트레스 받을 일은 쌔고 쌨으니까.”

 

‘흥!’

 

슬비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벌써부터 취미를 제한당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마음이 구구절절 전해져왔다. 그녀가 사람을 아는데 서툴러도, 이렇게 뻔히 드러나는 것까지 모르진 않았다. 조금은 기분이 가벼워졌다.

 

“알았으니까 먼저 내려가려고 하는 건 참아. 우리 아직 도시락 안 비웠다고?”
“도대체가 여자 애들은… 밥 먹는 속도가 느린 이유를 모르겠네.”
“빨리 먹는 남자애들이 이상한 거거든? 우린 남자애들 위장이랑 입이 어떻게 생겼는지가 궁금하다고.”

 

남자와 여자 사이의 식사량 차이에 대한 진지하고도 쓸데없는 고찰이 오고가는 사이, 어느새 점심시간은 막바지로 향하고 있었다.

 

“어, 슬비야. 전화 왔다.”
“전화? 유정 언니인가보네…….”

 

전화를 받으면서도 슬비의 표정은 침착했다. 이 시간에 전화가 온다면 용건은 하나. 아마 차원종 출현일 가능성이 높았다. 재빨리 통화버튼을 누른 슬비가 낭랑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예, 수습요원 이슬비입니다.”
[어 슬비야, 점심시간에 미안한데, 애들 모아서 시간의 광장으로 가줄래? 위상 변곡률이 갑자기 이상하게 치솟고 있다는 연락이 와서 말이야. 이대로라면 아마 차원종들이 출현할 것 같아.]

 

그녀가 생각한 대로 차원종 출몰 예고였다. 세하와 유리에게 눈짓으로 신호하고서, 슬비는 신속하게 제반사항과 챙겨야할 일들을 이야기했다.

 

“알겠습니다. 학교니까 빠르게 가면 5분 이내로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제이와 테인이는요?”
[그쪽도 곧 연락을 취할 거야. 미안하게 되었네. 오후 수업은 빠지게 생겨서… 아, 잠시만.]

 

슬비에게 사과를 하던 유정이 말을 멈췄다. 약간의 소음과 말소리가 들려오더니, 그 다음에는 통화 대상이 바뀌어있었다. 자신들 또래 쯤 되는 여자아이의 목소리… 소피아 린도스였다.

 

[슬비 양? 과인이니라.]
“충성! 무슨 일이십니까, 이사님?”
[격식은 되었고… 물어볼 것이 있어서 잠깐 바꿔달라고 하였다. 잠깐 괜찮겠느냐?]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이 시간에도 위상 변곡률은 차근차근 높아지고 있을 텐데, 그걸 무시할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란 말인가? 대꾸를 하는 슬비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어렸다.

 

“예, 말씀하십시오.”

 

허락을 받고도 소피아는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슬비는 물론, 전화를 엿듣고 있던 세하와 유리는 무척 중요한 일일 거라고 지레짐작을 했다. 하지만 침묵을 깨고 나온 질문은 무척이나, 지나칠 정도로 평범한 내용이었다.

 

[이곳 대한민국 말이다. 학교가 혹시 오후에도 수업을 하는 것이더냐? 과인은 유럽 출신이라서 잘 모르고 있었느니라.]
“…네?”

 

‘엥?’
‘갑자기 저건 왜…….’

 

셋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비틀거렸다. 당장 출동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질문을? 슬비는 순간적으로 전화기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상대가 까마득하게 높으신 분만 아니라면, 당장 유정 정도만 되었어도 잔소리나 항의를 했을 그녀였다. 그래도 대답은 해야 하니, 가까스로 열불을 가라앉히고 대답했다. 당연하지만, 목소리에는 묘하게 날이 서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 한국 학교는 오후까지 수업을 진행합니다.”
[아아… 그랬었구먼. 알았다. 그럼 출동은 잠시 대기하여라.]
“예? 하지만 차원종이 언제 나타날지 모릅니다!”

 

소피아가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을 내렸다. 옆에서 ‘이, 이사님! 잠깐만요!’라고 유정이 놀라는 것을 듣자하니, 미리 합의된 것도 아니었다. 유정처럼 당황한 슬비가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출동하지 말란 말은 아니니라. 뭐라고 해야 하나, 위상 변곡률이 조금 이상해서 말이다. 정말로 출동해야 하면 제 시간에 맞출 수 있게 이동수단을 마련해두마.]
“소피아 이사님…….”
[과인을 믿어다오. 시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없을 게다.]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걸 듣는 사람들도 진정시키는 무형의 힘이 전화기 너머로 선명하게 느껴졌다. 적어도 어쭙잖은 가능성이나 기적을 믿고서 하는 말은 아닌 듯했다. 믿어야 할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 볼까?

 

“알겠습니다. 그러면 언제든 출동할 수 있게 준비만 해두겠습니다.”
[알았느니라. 믿어줘서 고맙구나. 연락할 일이 있으면 즉시 하도록 하마. 그럼 이만 끊겠다.]

 

슬비는 믿는 쪽을 택했다. 통화가 끊기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폐부에서 깊숙이 숨을 몰아쉬었다. 일단 선택은 했다만, 불안한 마음만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사님!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요?”
“괜찮다니까 그러네. 무슨 일이 생기면 과인이 책임을 지도록 하마. 되었느냐?”
“책임 소재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이건…….”

 

한편, 불안해하는 것은 유정도 마찬가지였다. 전화를 끊어버린 소피아를 향해 그녀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정작 말은 나오지 않았다. 괜히 얼굴만 시뻘게지고 있는 유정을 보면서, 소피아는 피식거렸다.

 

“슬비 양처럼 많이 불안한 모양이구나.”
“언제 차원종이 나올지 모르니까요.”

 

혹시나 해서 특경대도 급파된 상황이었다. 특경대가 처리할 수 있는 D급이나 E급만 나온다면 상관없겠지만, C급 이상이 출현한다면 지금 검은양 팀을 보내지 않은 것이 어마어마한 피해로 돌아올 수 있었다. 위에서나 특경대에서 날아올 잔소리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그걸 소피아가 모르지는 않을 터인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걱정이 없는 편안한 표정이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지금은’ 차원종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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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응? 갑자기 웬 영어?)

 

 

 

 

 

 

 

2024-10-24 23:02:1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