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21화

검은코트의사내 2016-06-09 0

나는 왠지 불안했다. 일단 코피를 막고 양호실로 갔지만 슬비는 아마 날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나는 혼자가도 괜찮다고 했지만 슬비는 처음부터 구경만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기만 했다. 확실히 슬비는 처음부터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내가 맞는 것을 그대로 보고있었던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슬비는 아마 나를 의심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나는 혼자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아마 슬비는 이번 일로 나를 더욱 의심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얼버부릴 것은 얼마든지 있다. 아직은 내가 라이칸 토스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준우에게 그냥 맞고만 있었는데 의심할 리가 없다.

 

"부탁이니까 나 혼자 내버려 줄래? 나도 남자잖아. 이 정도는 나 혼자서도 가능해."

"그래. 석봉이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게 할게. 미안해 석봉아. 그리고... 고마웠어. 하지만 다음에는 관여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슬비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게 보였다. 아마 부끄러운 거겠지. 평소에는 다른 사람들과 별로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 검은양 팀 맴버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아마 그들 말고도 타인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건 처음일 것이다. 그리고 슬비는 자존심이 강하다고 알고 있다. 분명히 나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준우가 접근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 기분이 좋았지만 내 덕분에 생긴 일이라서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아무런 힘이 없는 약골로 알고 있는데 그런 내게 도움을 받으니 놀랄 만도 했다. 오늘은 슬비가 나를 추궁하려할 거 같지 않다. 하지만 언제 의심당할 지 모른다. 아마 내일이 되면 또 나를 불러내서 추궁하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입은 상처는 누가봐도 맞은 거 같아 보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양호실에 들어가자 이번에는 코피를 흘렸다고 말했다. 양호선생님은 코피가 하루에 한번꼴로 자주나냐고 물어보자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양호선생님은 당분간 코에 자극이 심하게 작용되는 행동을 삼가하라고 했고, 나는 그렇게 끝나고 다시 나왔다.

 

솔직히 치료는 별로 받을 것도 없다. 코피도 그냥 내가 낸 것이다. 나는 현실적으로 다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하지만 아픈 척해야된다는 게 너무나 힘들고 어려웠다. 연기연습을 했다지만 전문가 수준은 아니라서 배우들에게 있어서 쉽게 들키고도 남을 정도다. 슬비는 아마 의심했었던 게 틀림없다. 그러니 나에 대해서 초조하게 걱정하고 그랬을 거다. 내가 설마 라이칸 토스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아마 아니길 빌었을 거 같았다. 슬비는 왜냐하면 상냥하니까 말이다.

 

지금이라도 가서 고백을 할까 생각했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안심할 수 없다. 내가 라이칸 토스라는 사실을 완벽하게 숨기기 전까지는 절대로 말할 수 없었다. 나는 강재호 교수님이 말씀하신 선택지에 대한 악영향에 휘둘리지 않았다. 이번에야 말로 피해갔다. 이걸로 슬비는 편안해졌고, 나 또한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는 이대로 기분좋은 얼굴을 하면서 교실로 들어가자 준우패거리들이 나에게 다가와서 다짜고짜 내 멱살을 잡았다.

 

"너 이**... 준우에게 무슨 짓을 한거야? 엉!? 말해. 말해 이**야!"

 

준우 일행 중 한명이 내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 준우는 말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떻게 말하겠는가? 나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라도 자존심 상해서 말 안했을 것이다. 내가 준우를 불러낸 것을 목격한 애들이다. 그러니 준우가 말을 안하면 나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준우가 왜 갑자기 가방을 싸고 집에가는 지 설명해봐. 너 무슨 짓을 한거야? 설마 협박이라도 했어?"

"안했어. 나는 준우와 정당한 싸움을 했어. 그리고 내기에서 내가 이겼고 말이야. 그것 뿐이야."

"헛소리 마!! 준우가 너같은 **에게 질 리가 없어."

 

나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밟고 있었다. 그래 기분이 풀릴 때까지 밟아라. 나는 아무리 밟혀도 전혀 아프지 않으니까 말이다. 다만 연기하는 게 힘들다. 내가 그렇다고 이들을 심판하면 난 바로 클로저들에게 정체를 까발릴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나는 준우에게 내기를 했던 것이다. 그것도 준우에게는 쉬울 거 같은 내기 말이다. 내가 어제 라이칸 그룹에서 테이블 모서리에 박았을 때 딱 생각해 냈던 것이다. 나는 맷집도 강해졌다. 그러니 준우의 공격을 버텨내는 쪽을 선택하면 평소의 내가 준우와의 싸움에서 못 이긴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니까 말이다. 그러면 준우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내가 라이칸 토스라면 1대1 정면 승부로 내가 이길 게 뻔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면 들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싸움연습도 안하고 게임에만 푹 빠진 내가 갑자기 싸움 잘하게 되면 누구나 의심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것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겼다. 준우가 나에게 칼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슬비가 나타나서 난 살았다고 생각했다. 칼을 피하려면 그만큼 빠르게 움직여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바로 의심받게 된다. 신체능력이 어느 날 갑자기 향상되는 걸 보여주면 라이칸 토스로 의심하고 날 조사하러 Union이 오게 된다. 어찌해야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슬비가 와준 게 천만 다행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아마 준우는 오늘 일 때문에 집에 간 모양이다. 아마 내일와서 나에게 어떻게든 보복하려고 할 것이다. 아마 내가 가는 길에 몰래 숨어서 나를 죽이려고 할 수도 있고 말이다. 자기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 했으니 그 사건을 은폐하려고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준우가 그러더라도 나는 예상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큰길을 통해서만 가면 그만이다. 그러면 준우도 함부로 날 죽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어떻게 죽이겠는가?

 

당분간은 행동을 조심해야 된다. 내가 죽을 수도 있는 게 아니라 의심당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의심을 피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말이다. 나는 학교다니는 게 좋다. 친구들과의 시간을 없애고 싶지 않다. 그러니 나는 선택을 해야했다. 들키지 않고 평화롭게 학교생활 보내고 내가 좋아하는 여자도 괴롭지 않도록 말이다. 준우가 이대로 전학을 간다면 완벽하게 내가 바라는 데로 이루어지게 된다. 나는 내가 생각했지만 완벽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제대로 이루어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슬비는 동영상을 그대로 저장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준우가 허튼 짓을 하려고 하면 바로 퍼트리고도 남겠지.

 

"똑바로 말해! 너 준우에게 무슨 약점 잡았지?"

 

약점은 내가 아니라 슬비에게 잡혔다. 나는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아픈 척 연기만 하면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들은 더욱 열받은 표정으로 의자를 들어 나를 내려찍으려고 했지만 구경하는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뭐하는 짓이냐!?"

 

담임 선생님이 마침 들어오셔서 상황은 마무리 되었다. 나는 아프다는 시늉을 했고, 담임 선생님은 화를 내면서 전원 따라오라고 하자 준우 패거리들은 이제 죽었다는 표정으로 그를 따라갔다. 나는 아픈척하면서 겨우 일어서는 연기를 했고, 학생들은 내 몸을 보면서 고개를 돌렸다. 누구하나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다. 유리와 세하는 임무수행중이어서 오늘 학교 안나왔으니 나는 아무도 말리지 않는 학생들을 보며 이들도 처단해버릴까 내심 생각했다. 아, 내가 뭔 생각하는 거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애들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말이다. 하지만 구경만 하는 것도 좋게 볼 수 없는 행동이다. 누구는 이렇게 맞고만 있는데 지켜만 보다니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들은 죽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으윽."

 

머리가 지끈거렸다. 나는 죽여야겠다는 충동과 그래서는 안 된다는 충동이 서로 충돌하는 게 느껴졌다. 이러다가 내가 수업이나 제대로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준우일행도 죽어야 마땅하지만 나는 죽이는 충동을 억제하고 다른 방법으로 상대했다. 왜냐고? 괜히 죽여봤자 내 기분이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불량배들을 죽였을 때도 나에게 돌아오는 건 두려움 뿐이었다. 하는 도중에는 쾌락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하고 나서 밀려오는 후회감, 그리고 꿈자리에서 나타나는 그들의 망령들... 나는 이렇게 시달려야 했다. 나는 잠잘 때 라이칸 토스인 상태가 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10번 수면을 취하고 9번정도 라이칸 토스로 변한다. 아무래도 낮은 확률로 변하지 않은 채로 잠드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낮은 확률이 아니라 높은 확률이 되길 원했다. 왜냐하면 가족들에게 들켜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02:1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