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제이 28화
검은코트의사내 2016-03-03 1
원숭이들을 상대하는 것도 지겹다. 하나같이 느릿한 말투에 말만 많은 녀석들이니 말이다. 이런 것들의 말을 들어봤자 별로 내키지도 않는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용? 무슨 판타지에서 나오는 드래곤을 말하는건가? 애들이나 차원종이나 만화를 너무 많이 봤나?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건지... 하나같이 판타지에 빠져야지고는... 이래서 TV는 바보상자다. 차원종들에게도 TV가 있나?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 뒤로 말투가 느린 원숭이들을 상대로 쓰러뜨렸다. 형제들? 그딴 거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냥 눈앞에 걸리적거리면 그대로 날려버릴 뿐이었다.
그나저나 용이라니... 그녀석은 강할까? 내심 그런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학교안에 있는 차원종은 전부 처리한 거 같다. 내가 일부로 그곳을 벗어난 이유가 있다. 그 여자는 그냥 만약을 위해 숨겨둔 비장의 카드를 쓰는거였다. 검은양 팀이 어려울 정도면 내가 전선에 투입... 하지만 난 따분하게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그냥 내가 나서서 다 쓸어버린 것이다. 그 애들과 만나기도 싫고 귀찮은 일도 빨리 끝내야되니까 말이다.
"흐아암."
하품이 저절로 나올정도였다. 나는 그대로 학교를 나갔다. 학교안에 있는 차원종 다 처리했으니 이제 날 부를 이유도 없겠지. 집에가서 드라마나 봐야겠다.
"학교 내에 있는 차원종들이 전부 죽어있었습니다. 크리자리드 계열 차원종들도 말이에요."
특경대의 보고에 Union 감찰부 요원 박심현은 김유정 요원을 도끼눈으로 보았다.
"김유정씨, 결과는 아무리 좋다고 하지만 제 허락없이 출동한 것에는 대가를 치르게 될 거에요. 저는 이번에 검은양 팀을 감찰하러 나왔어요. 그런데 제 지시도 없이 출동하시다뇨? 이건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에요."
"박심현 요원님. 만약에 사람이 벼랑끝에 매달린 채 도움을 요청하는데 지나가는 사람은 어떻게 할 거 같아요?"
"당연히 바로 구해주겠죠."
"이것도 마찬가지에요. 박심현요원님의 허락을 맡을 틈도 없이 급박한 상황이었어요. 그런식으로 자꾸 절차를 따르다가 만약에 우정미 학생과 유하나 학생이 죽기라도 했으면 어쩔뻔했어요?"
"무... 무슨 말을 그렇게... 지금 제가 그들을 죽게 내버려둔다고 한단 말이에요?"
"그럼 아니라고 설명해줄 수 있어요?"
"그... 그건... 에잇! 좋아요. 이번에는 넘어가죠. 하지만 다음에는 없어요."
박심현은 그녀의 주장에 할말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홱 돌리면서 궁시렁거리면서 가버렸다.
"어떻게 된 거에요? 학교내에 있던 크리자리드들이 전부 죽었다고요?"
홍시영은 믿을 수 없는 보고를 받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늑대개 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그들이 죽고 난 뒤였기 때문이다. 크리자리드 뿐만아니라 학교내에 있는 모든 차원종들이 죽어버린 상황, 검은양 팀이 이렇게 빨리 처리했다는 건지 그녀는 생각했지만 그럴 일은 없다고 단정지었다. 검은양 팀의 전력은 크리자리드를 간단히 쓰러뜨릴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기에 분명히 교전을 벌였다면 늑대개 팀과 마주할 가능성이 컸었다.
"으윽.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죠? 검은양 팀이 그럴 일은 없고... 대체 누가 그런 짓을..."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
"내가 뻐꾸기로 알아보았다."
트레이너의 역할을 대신한 통신장비인 '뻐꾸기' 호가 다가와서 말을 했다.
"어머, 알아내셨다고요? 대체 누구죠?"
"이녀석이다. 보기에는 Union녀석이 아닌 듯 하더군."
뻐꾸기의 모니터에 제이의 사진이 드러났다. 크리자리드와 차원종들을 한방에 쓰러뜨리는 모습이었다. 홍시영은 그것을 보고 입을 딱 벌리더니 뻐꾸기를 꽉 잡으면서 트레이너에게 항의하듯이 소리쳤다.
"대체 저남자는 뭐에요!? 뭐냐고요!!?"
"그건 나도 모르겠소. 아마 Union의 비밀병기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만..."
"그럴 리 없어요. Union에 이런 비밀병기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요.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홍시영은 뻐꾸기를 놓아주고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나타는 제이의 사진을 보다가 크게 놀란 채로 비명을 질렀다.
"아앗!! 이... 이자식!! 한기남 아니야!?"
그들은 한기남을 데려오지 못했고, 그 뒤로도 차원종 잔해수집에 바빠서 그 임무는 포기한 상황이었다.
"네? 정말이요?"
레비아와 하피도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홍시영은 나타가 무슨 엉뚱한 소리하는지 몰라 연락하려다가 취소버튼을 눌렀다.
"무슨 엉뚱한 소리하는 거지요? 이자는 한기남이 아니에요."
"에? 한기남이 아니라고?"
"그래요."
"어? 그럼 내가 전에 봤던 이녀석이 한기남이 아니었단 말이야?"
"나타, 혹시 전에 당했다고 하던 한기남이라는 자가 이 남자였단 말인가요?"
"응. 그래. 나 이녀석에게 한방 먹었었거든. 그자식... 언젠가는 썰어버리려고 했는데... 지금 당장 가서 썰어주겠어!!"
나타는 그 때의 굴욕을 잊지 않고 있었다. 하긴 당연하다. 남자의 중요한 부위를 그렇게 당했는데 그 때부터 제이를 만나기만을 기다리면서 칼을 갈아왔다.
"이자... 식..."
"어머... 그래도 얼굴은 제법 괜찮아보이는데요?"
하피가 관심있다는 표정으로 보자 홍시영은 미간을 꿈틀대면서 헛기침 했다.
"하피, 임무수행중에 사적인 감정을 개입하지 말아요. Union소속 클로저인 거 같으니 제가 처리하겠어요."
홍시영은 방금 걸려고 했던 번호를 선택하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김유정 요원은 일단 학생들을 집에 돌려보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학교내에 차원종이 갑자기 소탕되었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부터 제이가 한 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럴 때는 고맙게 생각했다. 멋대로 나갔지만 결과가 좋으니 돌아오면 보답을 해줘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가 원하는 대로는 아니지만 말이다. 일단 학생들은 특경대들이 집까지 모신다고 했다. 검은양 팀은 차원종이 언제 나타날 지 모르니 대기하는 상황, 본부에 지원요청도 했지만 지원보낼 병력이 없다고 했다. 지금 현재 신강고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차원종들이 나타나서 전력을 다 분산시켰다고 대답이 들어왔던 것이다. 그녀는 한숨을 내쉰다. 언제까지 이렇게 검은양 팀이 이런 짓을 해야되는지 말이다. 하지만 이상했다. 뉴스에는 그렇게 보고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답은 하나다. 숨기고 있다는 것, 지부장의 말투는 어째서인지 뭔가 위화감이 느낄 정도였다. 데이비드 국장에게도 연락하자 그도 지부장이 뭔가 꾸미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몰래 뒷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통화를 종료하고 한숨을 내쉬었지만 다시 전화벨이 울리자 받았더니 지부장이 성내는 소리로 그녀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학교내에 투입된 다른 클로저가 있냐면서 말이다. 클로저는 없다고 보고했지만 학교 내에 외부인이 개입하여 난장판을 만들었다면서 따지고 있었다. 누가 멋대로 민간인을 차원종경계구역으로 들여보내라고 했냐면서 책임을 물을 거라며 말했다.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애초에 그는 클로저도 아니고 민간인이지만 확실히 민간인 단속을 못한 것도 잘못이라해도 결과가 이렇게 좋은 걸 오히려 화내는 게 이상했다. 마치 일이 안풀리는 사람처럼 보일 뿐이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