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슬단편/스압,발퀄주의] 세 사람
Berniti 2016-02-22 3
+ 브금 달아놓기 실패했습니다 ㅠㅠ
토이의 - 세 사람 - 을 들으시면서 봐주시면 괜찮을지도?
"그 머저리는 어디있냐? 이 나타 님이 축하해주러 왔는데 얼굴도 안 보이고 쯧."
"나... 나타 님! 이런 곳에서 그러시면 안돼요!"
"저기.. 죄송한데 조금만 조용히 해주시면..."
"죄송해요! 죄송해요!"
"A급 하객의 행차시다, 알아 모시라고."
"우으... 선배님, 밖에 나와서까지 이러셔야 하나요....?"
"어머, 시환오빠 아니세요? 오랜만이네요!"
"하핫, 어쩌다보니 오게 됐군요.."
"...... 시환이형에게서..... 떨어져... 줬으면... 좋겠어.... 걸..."
"어머 란 씨, 란 씨는 여전하네요 호호호."
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 웃는 얼굴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분주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익숙한 검은 장발의 한 남자를 찾아냈다.
"석봉아!"
그러자 이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곧바로 나를 찾아낸 석봉이가 손을 들어 답해온다.
"아, 왔어? 오랜만이네."
"그러게.. 우리 얼굴 본지 반 년은 넘었지? 다크써클은 여전하네."
그의 눈 밑에는 자신의 머리만큼이나 시커먼 다크써클이 자리잡고 있었다.
저건 어째 없어지질 않는다니... 이젠 아예 당당하게 자리잡아버렸네.
새삼스럽지만 들고있던 휴대폰으로 얼굴을 찍어 보여주자 멋쩍게 웃는다.
"요즘 그래도 관리하고 있다 뭐... 근데 잘 없어지는 것 같다가도 다시 생기고 그러더라... 그보다 저쪽엔 안 가봤지? 가봐."
석봉이가 가리킨 곳은 홀의 맞은편, 거기서는 정미가 부지런히 하객들을 맞고 있었다.
석봉이 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오랜만에 보는지라 반가운 건 매한가지였다.
"정미정미야!"
라고 그녀를 부르며 곧장 달려가 끌어안아버렸다.
"앗, 서유리! 갑자기 안기지 마, 그리고 여기서까지 정미정미라고 불러야겠니?"
"헤헤... 정미정미는 역시 귀여워."
그대로 그녀의 뺨에 내 뺨을 부비부비했다.
히- 부드러워서 기분좋다.
"꺄... 꺄앗..! 뭐하는거야! 그만해!"
물론 정미는 얼굴이 새빨게지며 내게서 벗어나려고 바둥거리지만...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풀 수 있을 정도로 안고 있는데도 그러지 않는 걸 보면 정미도 싫지는 않은가보다.
솔직하지 못하긴.. 히히.
"그... 그건 그렇고.. 왜 이렇게 늦었어?!"
"그게.. 아침에 배가... 한 번만 봐줘잉~"
새초롬한 눈으로 팔짱을 끼고 지각한 이유를 물어보기에 적당한 애교를 섞어 답해준다.
사실 제일 먼저 오려고 했는데 어제 뭘 잘못먹었는지 아침부터 장이 격렬한 운동을 해대는 바람에...
내 말에 정미는 예상했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휴... 알았으니까 애들한테 가봐, 여긴 내가 있을테니까."
"응!"
정미를 뒤로하고 신부 대기실로 걸음을 옮긴다.
"짜쟌! 서유리님 등자앙! 헤헤헷."
"아... 유... 유리야... 왔어...?"
밖과 달리 조용한 신부 대기실에는 이미 메이크업을 마친 슬비가 혼자 앉아있었다.
아름다운 순백의 드레스가 슬비의 벚꽃색 머리카락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 지금의 그녀는 평소보다 몇 배는 아름다워 보였다.
뿐만 아니라 학생때와는 달리 지금은 머리도 길렀으니까, 풍성하게 올려묶은 머리가 여성미를 부각시킨.... 크흡... 뭔가 세
하한텐 아깝잖아?!
슬비는 나늘 보자 기다렸다는 듯 몸을 일으켜 반겨주었다.
계속 손가락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게 많이 긴장되나보다.
하긴... 무리도 아니지.. 일생에 딱 한번 있는 날인데.
또 슬비가 그토록 바래왔던 일이기도 하고...
"히잉... 역시나 준비 다 끝났네... 도와주고 싶었는데."
"괜찮아, 와 준 것만으로 고마우니까."
그렇게 말하는 슬비의 입술이 예쁘게 호선을 그린다.
"에에! 그건 당연한거고! 슬비 화장 내가 해주고 싶었단말야!"
애들처럼 두 볼에 바람을 잔뜩 넣어 빵빵하게 부풀리자 슬비가 풉하고 작게 웃으며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진짠데...
"아참, 혹시 나중에 세하가 못살게 굴거나 하면 언제라도 나한테 얘기해! 이 언니가 교육시켜줄테니까!"
"후훗.. 너만 믿을게 유리야, 덕분에 긴장이 좀 풀리는 것 같아."
"그래? 그렇담 다행이구..."
"...고마워..."
"너 오늘 나한테 너무 고마워하는거 아냐?"
그렇게 잠시동안 슬비와 대화를 나누고 세하가 딴짓 안하는지 보고온다며 대기실을 나섰다.
신부 대기실로 향할 때보다는 느린 걸음으로 도착한 신랑 대기실 앞.
이 너머엔 내 오랜 친구이자 오늘부로 슬비의 남편이 될 사람이 멋진 모습으로 단장을 마치고 있을테지.
조금, 아주 조금 씁쓸함이 감돌긴 하지만.. 괜찮아.
두사람을 응원하기로 마음먹었잖아?
괜히 이상한 소리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작게 헛기침을 하고 문을 두드린다.
"세하야 난데."
그러자 문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 들어와."
조심스럽게 문을 살짝 열고 얼굴만 빼꼼히 들이밀었다.
내 시선이 닿은 곳에는 평소와 달리 깔끔하게 턱시도를 차려입은 세하가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평소의 그 더벅머리도 오늘만큼은 적당히 왁스를 발라 정리한 게 완전 다른사람 같네.
"이제 왔냐?"
슬비와는 달리 시큰둥하게 맞아주는 세하녀석, 뭐야.. 늦었다고 삐지기라도 한 거야? 쫌생이.
"오올~ 이세하~~~~ 오늘 쫌 생겼는데~~~~~ 역시 옷이 날갠가?"
"왠열... 니가 그런 말도 할 줄 알았었냐?"
이게...?!
"야! 이게... 너 평소에 날 얼마나 바보로 보는거야?!"
"그럼 서유리, 점심 인사가 영어로 뭐게?"
앗.
영어는 약한데!
뜻밖의 기습 질문에 당황해버렸다.
그... 그치만 이 서유리님을 얕** 마시라! 그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다구!
어디.. 지금은 점심때지? 점심... 점심... 아!
"굿 런치!"
"......"
"......"
순간 대기실 안에 정적이 흘렀다.
훗.. 맞았나보구나! 아하하핫!
"훗 봤지? 이제 더이상은 이 서유리님을 무시하지 말거라!"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할지 몰라서 그랬을 뿐이야, 답은 굿애프터눈이라고..."
"에에? 거짓말!"
"후.. 정말 넌 어디까지 바보인거냐."
"우씨! 바보취급하지마!"
"......바보를 바보로 안 보면 뭘로 보냐...?"
뭐야.
그렇게 안쓰럽다는듯한 눈으로 쳐다** 말라구!
세하는 고개를 젓고는 다시 눈을 맞춰왔다.
읏..
"슬비한테는 가봤냐?"
"그럼."
"잘 있어?"
"조금 긴장하고 있길래 풀어주고 왔어."
"...많이 긴장했어?"
순간 녀석의 낮빛이 변했다.
"오구오구.. 그렇게 걱정 안해도 되그든요?"
괜시리 세하녀석의 한쪽 볼을 꼬집어본다.
쓸데없는 투정이란 건 물론 알고 있다.
그래도..
"아야야... 알았으니까 이거 놔."
"후훗... 아직 앤 거 같은데 말이지."
"너한테 들을 말은 아닌 거 같단 말이지."
"뭐야, 라임 맞춘 거야?"
"마음대로 생각해."
"어쨌든..."
나를 끝으로 우리 사이엔 정적이 흘렀다.
잠시뿐이었지만.
침묵을 깬 건 세하 쪽이었다.
"너한테 많이 고마워."
"뭐? 왜...?"
오늘 고맙다는 말 많이 듣네.
"생각해보면 슬비랑 처음 만난것도 네 덕분이잖아."
그러고보니 그러네.
그때가 아마... 고등학교때였지.
-
같은 반에 슬비랑 내가 짝이 되면서 우리 세사람은 처음 뭉쳤었다.
되짚어 보면 세하를 처음 만났을 때 슬비가 보여준 반응이 참 재밌었는데.
홍당무가 되서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입을 세모꼴로 만들고, 두 팔을 휘적거리며 안절부절 못하는 게 좀 우스운 게 아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그때부터 슬비는 꽂혔었던 것 같다.
첫눈에 반한다는 건 소설이나 드라마같은 픽션에서나 일어나는 건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우리 사이는 깊어져갔고, 다른 친구들도 있었지만 셋만큼은 언제나 함께였다.
함께 등교하고 밥을 먹는것 뿐 아니라 교내 활동으로 조를 짜거나 동아리를 들어갈 때도 우리는 붙어다녔다.
엄청나게 망설이는 슬비를 끝끝내 꼬드겨 야자를 째기도 했었지...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그때의 슬비는 학교생활같은 나름대로 공적인 일에는 엄청나게 칼같은 아이여서 가끔 사람이 너
무 재미가 없다는 말도 듣곤 했었다.
처음 야자를 째고 시내를 쏘다닐 때도 안 간다고 뻗대던 걸 어떻게 시내로 데리고 나와서 "이제 너도 공범인거다?"라고 하니
얼마간 입을 꾹 닫고 부들부들 떨더니 이후 노래방에 가서 우리가 다 녹초가 될 때까지도 혼자 살아남아 열창했었다.
"스... 슬비야... 힘든데 이제 그만 집에 가면 안될까...?"
"그.. 그래 이슬비... 많이 놀았잖아..."
"무슨소릴 하는거야? 놀 때는 확실하게 놀아야지!"
때마침 서비스가 들어오는 바람에 나올때는 셋 모두 반 시체가 되어있었던 기억이 난다.
또...
"슬비야아~ 숙제 했어?"
"유리야... 너 설마..."
"설마는 무슨 설마냐... 뻔하잖아."
"헤헤헤... 보여줘!"
"서유리.. 숙제는 원래 합동 과제가 아니라면 혼자서..."
"이이이잉~~ 한번마안! 딱 한번만!"
"너 그 한번만이 벌써..."
"제바아아알! 응?"
"하아... 진짜 마지막이야..?"
"고마워!"
"꺗...! 껴..껴안을것까진..."
완강하게 버티다가도 애교 한번에 무너져내리고, 고마움을 표시하면 아닌 척 쑥쓰러워하는 슬비는 정말 귀여웠다.
...이런 쪽에 둔하디 둔한 세하는 모르는 것 같았지만.
내가 세하를 마음에 두게 된 것도 비슷한 시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런 모습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됐다.
"......자."
"응..? 이게 뭐야?"
"보면 모르냐..? 화이트데이라길래 한 번 사봤다.. 쑥쓰러워 죽겠구만 꼭 본인 입으로 말하게 해요..."
"오올~~~~ 이세하아~~~~~~"
"아오 쪽팔려.... 우정으로라도 주지 말 걸....야 이슬비, 이건 니꺼."
"아.. 고.. 고... 고마워..."
"뭐야 왜이렇게 얼굴이 빨게? 너 아프냐?"
"아... 아니야... 아우우...."
세하가 준 선물을 받아들고서 툭 건드리면 그대로 터져버릴 것 같은 홍시처럼 얼굴을 붉히던 슬비는.
"안 되겠다, 이리 와 봐."
"우웃...! 자.. 잠깐만 ㅁ.. ㅁ.. 뭐 하는 ㄱ....흐엣!"
불쑥 다가선 세하가 열이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자신의 이마를 마주대자 그대로 기절해버렸었다.
-
"이제 조금 있으면 시작이네."
"그러네..."
"난 슬비한테 갔다가 홀에 갈게."
"그래..."
"잘해! 세하야!"
"고맙다."
식 시작 시간이 가까워오자 난 다시 신부 대기실로 걸음을 옮겼다.
세하에게서 돌아설 때 코끝이 시큰했다.
자자, 정신 차리고 슬비한테 가서 긴장 풀어줘야지.. 아마 또 긴장되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을테니까.
"유유유유... 유리야아아아...."
"어휴... 울면 화장 지워져 얘... 세하도 잘 있으니까 정신 차리고! 자!"
신부 대기실 문을 열자마자 완전 울상인 슬비가 터지기 일보직전 달려나와 드레스 차림으로 내게 안겼다.
"이럴땐 완전 어린애라니까..."
아무 말 없이 슬비를 안고 등을 토닥여준다.
"이제 진정했어? 울지 말고.. 잘해야 돼?"
"....응.... 노력해볼게... 고마워...."
"나참, 고맙단 말은 이제 됐데두."
대기실을 나와 홀로 걸어가면서 멋진 턱시도를 쫙 빼입은 세하와 아름다운 웨딩드레스와 함께 수줍어하는 슬비를 떠올린다.
얼마나 멋질까.... 또 얼마나 예쁠까...
푸힛.. 워낙 선남선녀들이라 눈이나 제대로 뜰 수 있을런지 모르겠네.
이제 곧...
-
이후 세하와 슬비는 사이좋게 대학교로 진학했지만 나는 집안 사정으로 진학을 포기했다.
동생들이 많다보니 들어가는 돈도 많아서 돈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바로 취직을 하게 되었다.
애초에 대학을 갔다고 해도 둘과 같은학교를 가지는 못했겠지만 데헷...
물론 그 후에도 함께 보내는 시간은 여전했지만 세하와 같은 학교인 슬비와 비교하면 나는 뒤떨어질 수 밖에 없었고,
어느날.. 그날 역시 셋이서 모이기로 한 날이었다.
슬비에게서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을 것 같다고 문자를 받고, 먼저 나와있던 세하와 카페에서 막 만났다.
"슬비 늦는데."
"그래? 그럼 그동안 게임이나 해야.."
"야!"
맨날 게임이야?
"깜짝이야.. 이젠 너까지 뭐라고 하는거냐?"
"그러지 말구 그동안 뭐 재밌는 일 없었어? 얘기좀 해봐~"
평소라면 게임하는 세하를 저지하는 건 슬비 몫이고 나는 웃으며 가만히 놔뒀을 것이다, 다만 오늘은 다르다.
슬비는 세하와 같은학교를 다니니까 세하랑 보내는 시간이 많겠지만 난 이렇게 세하와 둘이서 보내는 시간이 꽤나 오랜만이다
보니 모처럼인데 녀석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알게 모르게 나나 슬비에 대한 세하의 속마음을 알고 싶었던 호기심이 깔려 있었다.
볼때마다 세하를 좋아한다는 티를 팍팍 내고다니는 슬비를 보고 마음을 정리할까도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진전이 없는 걸 보면
혹시 내게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해서.
만에 하나 세하가 둔해서가 아니라 슬비를 여자로 보고있지 않아서 진전이 없는거라면 나라는 존재도 널 좋아하고 있다는 걸
어필하고 싶어서.
"휴... 그럼... 무슨 얘기 할까? 뭐가 듣고싶냐?"
"음... 슬비 얘기?"
"니들 맨날 전화하고 톡하고 그러잖냐."
"흐-응.. 이번엔 너를 통해서 듣고 싶은데... 넌 슬비를 어떻게 생각해?"
그러자 세하가 쭈뻣쭈뻣 망설인다.
"이거 잘못 말했다간 당사자한테 새어나가는 거 아니냐?"
후훗, 이 서유리님을 뭘로 보고? 나 이래뵈도 입 꽤 무거운 여자랍니다~
"결!단!코! 지금까지 우리의 우정을 걸고 그런 일은 없을거라고 맹세할게!"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믿어볼까? 믿는다 서유리."
"옛써!"
"흠흠... 슬비 말이지? 그녀석은... 뭐랄까.. 완벽하면서도 허점이 은근히 많아서 허둥대는 모습을 볼때마다 귀엽고... 냉정
해 보이면서도 감성이 풍부해서 곧잘 울고 웃는 그런녀석이잖아?"
여기까진 나랑 생각이 거의 같았다.
그래, 슬비는 그런 아이지.. 그치만 내가 알고 싶은건 슬비를 향한 네 마음인데...
"아.. 얼마 전엔 미팅한다고 하길래 깜짝 놀랬지 뭐냐? 다행히 말렸.... 아차!"
"오올... 이세하씨? 왜 말렸을까요....? 풋풋한 대학생이 그깟 미팅 한 번 나갈수도 있는거지이-"
"......"
"언제부터야?"
세하는 입을 꾹 다물었지만 말해주기 전엔 내가 절대 물러설 것 같지 않자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저번 슬비네 아저씨 제사때... 펑펑 우는거 보니까 옆에 있고 싶더라... 그리고..."
".....그리고?"
"지난달엔 지나가다 만났는데 헌팅 당하고 있길래 나랑 만나기로 했으니까 꺼지라고 하고 데려왔거든... 눈 살짝 치켜뜨고 있
는대로 부끄러워하면서 고맙다고 하는데 하...."
그렇게 말하는 세하녀석 얼굴에 저절로 초승달이 만들어진다.
가슴이 아려오는 걸 꾹 참고 씨익 웃으면서 녀석의 이마에 딱밤을 먹인다.
"정신 차려라 헤벌쭉해가지곤.... 지켜주고 싶었다 뭐 그런 거야?"
"그래."
"....한낱 게임 폐인인줄 알았는데 남자 다 됐네."
"칭찬으로 받아들이마... 고맙다."
그 날 슬비가 오기 전까지 세하에게 슬비가 어떤 존재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슬비가 온 걸 뒤늦게 알고서 허둥지둥 수습하고 입을 꾹 다물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그리고... 친구가 아닌 '여자 서유리'는 이미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속으로 준비했던 고백 멘트는 가슴 속에 묻어두고 낮은 가능성을 위해 괜히 끼어들어 관계를 헤집어놓기보단 셋의 돈
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둘 사이를 밀어주는 것을 택했다.
셋이 약속을 잡아놓고 야근을 핑계로 빠지기도 하고 동생이 영화표를 줬는데 이미 본 거라고 떠넘기기도 했다.
또 서로가 서로를 좋아한다는 걸 모르고 망설이고만 있는 둘 사이에서 고민상담도 해주며 알게 모르게 가교 역할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마침내.
세하에게서 문자가 왔다.
[ ......고백받았다 슬비한테 ]
훗날 이야기를 들어보니 과제를 끝내고 가볍게 한 잔 하던 중, 술에 약한 슬비가 술기운이 오르자 세하와 평소 친분이 있던
조교에 대해서 이야기했단다.
그 언니가 그렇게 좋냐고, 물론 세하는 그저 같은 과니까 어쩌다 가까워졌을 뿐 그 이상의 관계는 절대 아니라고 손사례를 쳤
지만 취기가 오른 슬비가 들을 리 만무했고 결국 눈물을 보이더니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 줄 아냐'며 갑작스럽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렇게 내가 가슴에 품었던 그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의 연인이 되었다.
그 다음 만난 자리에선 얄궃게도...
"자! 그럼 우리들의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위하여!!!!!""
그날 밤, 집에 돌아온 나는 이미 많이 마셨음에도 또 술을 들이부으며 펑펑 울었다.
그 날은 주말이었는데 정말로 눈물이 마를 때까지 울기만 했다.
울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울어야만 세하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울어야지 슬비를 웃으며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주, 출근했더니 직원들이 모두 얼굴을 보고 놀랐다.
무슨 일 있었냐는 질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밖에는 하지 못했다.
그렇게 울었어도 역시 당사자들을 만나는 건 힘들었다.
세하나 슬비나 내가 세하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몰랐으니까.
둘은 언제나처럼 늘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기에, 나도 속마음을 숨기기 위해 애도 많이 썼다.
이 일로 힘들 때마다 술을 마시며 몇 번이고 세하를 가슴 속에서 떠나보냈다.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데.
이 가슴에 전부 담지 못해 넘쳐 흐르는데도 할 수 있는 거라곤 가만히 있는 것 뿐이었다.
그 노력을 했는데도 여전히 세하를 보면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런뒤엔 언제나 쓰라림만이 찾아왔다.
견디고 또 견뎠다.
버티고 또 버텼다.
두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면서...
-
"그럼, 지금부터(쿨럭) 신랑 이세하군과 신부 이슬비양의 결혼식을(쿨럭) 시작하겠습니다."
...저 아저씨 왜저러시지? 어디 안좋으신가?
세하네 아주머니가 부탁해서 사회를 맡으셨다고 들었는데... 뭔가 웃기잖아 푸흡...
그렇게 생각한게 나 뿐이 아닌듯 여기저기서 크고작은 웃음이 새어나온다.
주례를 맡으신 남자분도 역시 세하네 아주머니가 부탁하셨다는데.. 와.. 얼굴에 상처가...
조금 무섭게 생기신 분이지만 아주머니 인맥이니까 뭐... 문제는 없을거라 생각한다.
이어진 절차에 따라 세하가 앞으로 걸어나와 단상 앞에 섰다.
아... 눈물날거같아...
이세하... 이렇게 멋져도 되는거야...?
이제 슬비만 나오면...
"그럼 이어서, 식의 하이라이트(쿨럭!)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쿨럭)."
"신부 입장!"
아저씨의 말이 떨어지자 홀 입구의 문이 열리고 슬비가 서서히, 그 황홀한 자태를 하객들에게, 그리고 이 행사의 상대방에게
선사했다.
한손에 든 부캐를 꼭 쥐고, 다른 손은 아저씨 대신으로 참석해주신 데이비드 아저씨의 손을 잡고, 고개를 살짝 숙인채 수줍게
단상 앞으로 향하는 슬비에게 웨딩마치의 선율이, 하객들의 박수갈채가 꽃가루와 함께 어울려 수놓아졌다.
세하야... 니 마누라 예쁜거 아니까 입 닫아...
지켜보고 있자니 점점 머리가 무거워져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왜.... 왜.... 모든게 완벽하잖아...? 날씨도 이렇게 화창한데... 저 두 사람의 앞날만큼 밝은데... 어째서 고개를 들 수가
없는거야... 자꾸 눈물이 고이는 이유가 뭐냐구...
데이비드 아저씨가 잡고 있던 슬비의 손을 세하에게 건넬 때, 결국 내 눈에선 주르륵,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말았다.
그래... 이제 된거야... 서유리의 첫사랑은 이제 끝이야... 응... 이걸로 됐어...
그러니까... 잘 부탁해 얘들아... 너희들이 그토록 원했던 오늘이야...
잘 부탁해 세하야... 슬비와 함께 만들어갈 내일을....
잘 부탁해 슬비야... 세하와 함께 그려갈 내일을...
행복해야 해... 내 오랜 친구들아...
『 Fin 』
아.... 얼마만에 쓰는건지 모르겠네요 겜은 안한지 한참됬는데 이상하게 공홈은 계속 오게 되더라구요 ㅋㅋㅋ
네.. 일단은 세슬 소재입니다 ( 세유도 좋아한다! 유리야 미안하다아아아앜!!! )
사실 전혀 생각 안하고 있었는데 토이의 세 사람을 듣고 얼떨결에 꽂혀서 그냥 휘갈겨버렸네요.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 덤으로 추댓을 해주신다면... ㅅ3ㅅ )
그럼 이만 줄이면서... 팬소게의 모든 자까님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