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시간 - After time
파란트렁크 2016-02-22 0
강대한 적. 너무나도 강대한 적이었다.
지금까지 상대한 적들은 그저 연습 상대였다는 듯 몰아치는 '그것'의 힘에, 우리들은 꺾여버렸다. 떨리는 손에 쥐어진 두 동강난 건블레이드가 흔들린다. 이젠 다 끝이라고 생각하던 그때, 옆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세어 나왔다. 제이 아저씨였다.
"난.. 정말로 얇고 길게 살고싶었는데."
비틀거리며 무릎을 짚고 일어나는 아저씨의 양 손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건틀렛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몸은 손보다 더 심한 상처로 뒤덮혀 있어, 움직일 때마다 피가 흐르는 것이 보일 지경이었다.
"아저씨.."
"형이라니까. 지금 힘드니까 말 걸지 마라."
걱정되는 마음에 작게 그를 불렀지만, 항상 걸던 태클과 함께 무시당하고 말았다.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 그는, 품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며 말했다.
"애쉬, 더스트.. 아니. 이젠 다른 이름인가."
그의 손에 들려있는 약병은 그가 항상 복용하던 건강 보조제가 아니었다. 처음 보는 무광택의 검은색 약병에는 아무런 표식도 붙어있지 않았다. 제이 아저씨는 약병의 뚜껑을 비틀며 계속 말을 이었다.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아쉽군. 이제야 인생의 재미를 알게 됐는데 말이야."
아저씨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무표정했지만, 노란 선글라스 뒤에 가려진 눈이 어째서인지 울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나를 바라보던 아저씨가 조금씩 시선을 옮기기 시작했다.
슬비, 유리, 테인이.
모두의 얼굴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들여다보던 아저씨는 또 다시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다려줘서 고맙다. 리벤지 매치, 시작하자고."
아무런 대답도, 미동도 하지 않는 '그것'을 바라보며, 아저씨가 손에 든 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순간 아저씨의 기세가 바뀌었다. 분명 남아있지 않은 위상력이, 그것도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서도 느껴본 적이 없는 강한 위상력이 아저씨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 힘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실체를 갖추어 몸 밖으로 넘실거리며, 마치 '용의 위광'과 비슷한 오오라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후, 개운하구만."
아저씨는 정말로 개운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저런 힘을 아무런 조건도 없이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방금 먹은 그 약은 뭔지 묻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굳어버린 입 때문에, 쉼 없이 떨려오는 몸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희들은 한숨 자라. 형이 다 처리할 테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이상하게도 아저씨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눈꺼풀이 감겨오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끝까지 함께 싸워야 하는데. 내 말을 듣지 않고 무거워지는 눈꺼풀만큼 내 정신도 조금씩 흐릿해지는 게 느껴졌다.
"얘들아,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하지."
노랗게 피어나는 위상력 오오라를 뚫고, 작지만 힘찬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몸을 지탱하던 건블레이드를 놓치고 쓰러지던 와중에도, 그 목소리는 내 귀에 확실하게 들려왔다.
".........■■■■■■■■■■■■■!!!
"..아."
엄청난 굉음 때문에 잠에서 깼다.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무너지는 건물과 먼지 사이로 비죽 튀어나온 거대한 창 날이 보였다.
"쟤는 적당히를 모른다니까.. 도시 복구 비용이 얼마인지는 아는지.."
뒤에서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뾰로통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자기는 항상 운석으로 땅을 아예 증발시키는 주제에..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뭐야. 왜 웃어!"
"ㅋㅋㅋㅋㅋㅋ"
나이를 먹어도 성격도 몸도 그대로라, 여전히 작고 귀여워서 놀리는 맛이 있다. 하지만 힘은 무시무시하게 강해져서, 더 웃었다가는 살해당할지도 몰라 슬며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미안 미안. 안 그럴게. 그것보다, 슬슬 도착이니까 준비하자고."
"흥, 니가 자는 동안 벌써 준비 다 했거든요? 나 먼저 간다!"
정말로 준비를 다 끝마쳤는지, 슬비는 말을 마치자마자 험비에서 뛰어내려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샌가 가까워진 도시에서는 폭음이 간헐적으로 들려오고 있었다. 전투가 한창인 것 같은데, 다른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늦으면 안 되겠지. 건블레이드를 움켜쥐고 빠르게 험비에서 뛰어내렸다.
"야."
앞서 달려가는 슬비를 불렀다. 야라고 불러서인지 뒤돌아서며 발끈하려던 그녀는, 이젠 익숙해졌는지 작게 한숨을 쉬고는 날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 순간에도 폭음은 조금씩 커져갔다. 언뜻 비치는 보라빛 선들을 보니 아무래도 나타가 참전한 모양이다. 빨리 가서 말리지 않으면 저 도시는 가루도 안 남게 되겠지.
오른손에 든 건블레이드를 꽉 쥐고, 비어있는 왼손으로 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꼈다. 시야가 노랗게 물들고, 어째서인지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날 바라보는 노란빛 슬비가 보였다.
그는 항상 이런 세상을 봤겠지.
예전에 들었던 그의 목소리가, 다시 귀에 들려오는 것 같다.
그를 떠올리며, 그때 그가 했던 것처럼 힘을 실어 말했다.
"건강이 제일이다. 무리하지 마라."
*
제저씨 안티 아닙니다. 죽였지만 사랑합니다.
제목 정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대충 미래의 이야기니까.. 싶은 마음에 저렇게 정했습니다.
뭔가 멋진 제목으로 하고싶었는데!! 으아아!!
솔직히 말씀드리면 스토리 다 스킵하고 게임만 겁나 한 즐겜러(...)라 캐릭터 성격을 잘 모릅니다.. 대충 상상해서 적었으니 양해 부탁드리여.. 으앙
세하는 세저씨라고 불리기 직전의 나이입니다. 검은양이건 늑대개건 나이를 먹은 만큼 열심히 굴러서 겁나 SSEEEEEE졌다는 설정!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상황을 어떻게든 끼워맞춘 티가 너무 나기는 한데, 그래도 어떻게 적고싶던 이야기를 잘 적은 것 같아 만족스럽네요
요약
1. 제저씨는 죽었어! 하지만 내 **에 붙어 하나가 되어 살아가!
2. 세하슬비 애껴욧
3. 제저씨는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