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제이 9화

검은코트의사내 2016-02-22 3

세하는 수업시간 때 집중이 안되었는지 졸음이 저절로 쏟아지는 듯 했다. 말렉에게 당한 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A급 차원종이 그렇게 강력한 존재였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하지만 이 평화로운 시간은 얼마가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남에도 C급 차원종부터 A급까지 출현했으니 말이다.

"전유미, 나와서 이 문제 풀어봐."

선생님이 지목한 학생은 반에서 상위권인 학생이다. 공부잘하든 말든 그에게는 상관없었다. 어차피 학교 졸업하면 바로 Union에서 이것저것 시킬 게 뻔한데 공부잘해봐야 뭐하겠는가?


종례시간, 담임선생님은 학교가 당분간 휴교한다고 했다. 강남에 A급 차원종이 출현했기에 학생들의 안전을 우선시해서 교육부가 내린 지침이었다. 학생들은 학교 쉰다고 좋아라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해 하는 것으로 보였다. A급 차원종이 자기 집앞에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나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피해가 더 컸던 건 Union의 어른들이 멋대로 한 거라고 판단했다. 지원요청도 안받아주고 우리에게 떠넘기는 거 보면 마음에 안든다. 정말이지 왜 어른들은 자기 멋대로 하는 걸까?

"세하야. 같이가."

소꿉친구 서유리다. 내가 Union 클로저가 되기 전부터 절친한 사이다. 검은양 팀이 되기 전까지는 검도소녀였는데 위상력이 뒤늦게 각성되어 검도를 두번다시 못하게 되었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불쌍하다고 생각이 들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나에게 밝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왠지 부럽다. 나는 인생이 허탈하게 느껴지기만 하는데 유리는 항상 밝아서 부러웠다. 클로저가 되기전이나 지금이나 밝은 건 여전했다. 오늘도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수다를 떤다.

"있잖아. 오늘은 신제품 아이스크림이 나왔는데 먹으러 갈래?"

항상 다가온 건 내가 아니라 유리였다. 이런식으로 권하는 건 지겨웠지만 그래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렇게 단둘이 가는 거라면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슬비야. 여기야. 여기."

으윽, 또다. 다 좋은데 잔소리여왕을 부르다니...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 슬비는 마침 교실밖으로 나온 뒤였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와서 반갑게 맞이했다.

"집에 가는길이야?"

"응. 있지 있지. 슬비야. 오늘 신제품 아이스크림나왔는데 먹으러 가자."

"어? 으응. 그런데 이세하. 너 어제도 밤새 게임했지?"

으윽, 어떻게 알았지? 그 날은 레어아이템 드랍확률이 90%이벤트라서 난 미치도록 아이템 싹쓸이에 도전했었다. 덕분에 최고레벨을 가진 레어아이템을 많이 얻었고, 캐릭터를 각성했지만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5시였다. 그날, 다크써클인 채로 학교에 와서 수업시간에 잠이나 잤지만 말이다.

"이세하! 내가 하지 말랬지? 수면부족은 작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내가 말했잖아."

으윽, 또 잔소리다. 검은양 팀에 들어오는 게 아니었다. 이렇게 잔소리만 들어야되다니...

"자, 자. 슬비야. 어서가자. 아이스크림 다 팔릴거야."

"으응. 그래."


TV에서 또 차원종이 출현했다고 보도했다. 충분히 쉰 거 같으니 이제 가볼까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테이블 위에 엎드려 자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아직도 안가고 있다. 하루가 지났어도 저러고 있다니... 저여자는 내가 무슨 제갈공명이라도 되는 줄 아나보다. 나는 어찌되었건 Union과 관련될 생각없으니까 백번부탁해도 거절한다고 했다. 확실히 이여자가 이러는 이유는 내가 그만큼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관련될 생각이 없었다.

나는 슬금슬금 집밖을 나서려고 했지만 그 여자가 눈을 뜨면서 일어났다.

"어디가는 거에요? 제이씨?"

들켰다. 몰래나가려고 했는데... 무심코 뒤를 돌아보고 그녀의 얼굴을 보자 나도 모르게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푸하하하하, 입가에 침묻은 거 봐."

"에?"

그녀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세면대로 가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헝클어진 머리에 침이 주르륵 흘린 자국, 그리고 테이블에 묻어있는 다량의 침, 보기 민망했는지 쭈그리고 앉아서 풀이 죽은 표정을 지었다.

"크윽... 민간인에게 못볼 걸 보여줬어."

"아가씨, 난 갔다올거니까 문단속 잘해줘."

나는 이렇게 문을 닫고 나갔지만 곧 다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그녀가 대충 정리한 머리로 따라오고 있었다.

"어디가는 거에요?"

"차원종 없애러."

"제 제안을 받아주시는 거에요?"

"아니."

이 여자는 차원종 없애러 간다고 하면 내가 무조건 검은양 팀 보호자가 된다고 말하는 줄 아나보다. 그리고 내가 가는 데 뒤를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따돌리는 건 어렵지 않지만 혼자 내버려뒀다가 또 A급 차원종따위가 나타나서 습격하지 않을까 불안했다. 솔직히 저여자가 죽던말던 상관없다. 하지만 Union에서 귀찮게 나에 대해서 추궁할까봐 그러는 것이다. 난 Union과 관련되기 싫었다. 빨리 차원종과 붙어보고 싶은데 저 여자때문에 빠르게 갈 수가 없었다. 귀찮은 여자다. 집에서 기다리라니깐 굳이 왜 따라오는 거야? 솔직히 상관이 없다고 말했지만 집에서 기다리라고 말한 나 자신도 웃겼다.

뉴스에 보도된 곳은 구로역이다. 구로역에 차원종이 출현했다고 했다. 김유정 요원은 전화로 어딘가에 연락하고 있었다. 아마 지원요청같은 거겠지.


"아이, 집에가려고 했는데 또 차원종이라니."

"불평하지마. 이세하. 어차피 우리가 해야될 일이야."

슬비의 말에 세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구로역, 차원종이 출현했다는 이유로 출동명령이 검은양팀에게 내려졌다. 불평한 건 세하뿐이다. 차원종과 상대하는 걸 귀찮아 하는 편, A급 차원종인 말렉에게 당한 후유증이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며 다른 클로저에게 맡기는 게 낫다고 판단했지만 슬비가 단호하게 그의 말을 잘랐다.

"어? 세하야?"

편의점에서 알바하고 있는 학생이 세하에게 아는 척을 했다.

"석봉아? 여기서 알바하고 있었어?"

"응. 여기에 클로저가 온다고 들었는데 세하 너였어? 유리와 슬비까지... 헉."

"응. 그런데 여기 있으면 위험할텐데 왜 여기있어?"

"그게 특경대 대장님이 우리 가게의 단골손님이거든. 그래서 갈 수가 없었어. 점장님은 이미 피난가셨고, 가게를 지킬사람이 나밖에 없었거든."

석봉이라고 불린 학생은 눈밑에 다크써클이 있었고, 앞머리가 이마를 가릴정도로 길었다. 세하와 잠시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본 유리와 슬비는 그저 구경만했다.

"아무튼, 반가워. 너희가 와주니까 안심이 될 거 같아."

"응. 석봉아. 앞으로 잘 부탁해. 우리가 여기를 해결해줄게."

슬비가 미소를 띄며 악수를 청하자 석봉은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건물 옥상에서 구로역에 있는 검은양 팀과 특경대들을 내려다보는 칼바크 턱스는 웃음을 지으며 가방을 꺼내들었다.

"가련한 자들이여. 주인님의 복음을 막으려고 해도 소용없다. 위대한 계획을 너희따위가 방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설마 그런 우연이 일어나진 않겠지?"

칼바크 턱스는 한편으로는 불안해했다. 신논현역에서 말렉을 한방에 쓰러뜨린 남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 주인의 계획된 운명의 수레바퀴를 단숨에 부숴버린 그 남자, 설마 여기에서도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지만 그럴 일은 절대 없을거라고 스스로 부정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2:59:1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