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18화

검은코트의사내 2016-06-06 0

-사람은 살아가면서 선택을 해야됩니다. 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아무도 예상할 수가 없습니다. 사건과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아무일 없이 지나갈 때도 있는 법입니다.

 

나는 강재호 교수님이 올린 동영상 강연을 들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선택을 해야된다. 나는 학교에서 들키지 않기 위해서 그들을 처단하는 것보다는 당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래야 검은양 팀 애들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잘한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이렇게 넘어갔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까? 나도 모르겠다. 나는 왜 선택의 순간이 짧아진 것일까? 정말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의심도 당하지 않고 평범하게 학교생활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준우일행이 나를 건드리지 않을까? 나는 강재호 교수님의 강의 하나를 보며 심장이 덜컹거렸다.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보십시요. 만약에 이 선택으로 인해 자기가 목숨을 잃고 소중한 사람을 구할 것인지 아니면... 소중한 사람을 희생해서 자신의 목숨을 구하는 상황이 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오늘 선택을 했다. 내가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지만 그 결과로 인해 다른사람이 피해입을 일은 없었다. 절대 그런 일 없다. 나에게는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판단했다. 아마 괜찮을 것이다. 준우일행이 언제든지 날 때려도 나는 상관없다. 내가 살 수만 있다면 그런 장난감 수준의 무기는 얼마든지 맞아도 된다. 준우와 그 친구들은 어떻게 보면 죽어 마땅할 거 같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은 사람을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이제 그 쯤 하자. 이대로 가면 나는 정말로 살인귀가 될 거 같았다. 살인을 하면 할 수록 쾌락에 빠져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이러다간 내 친구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싸이코 패스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전화가 왔다. 슬비였다. 나는 받지 않았다. 받아봤자 뭐하겠는가? 혹시나 내가 수상한 행동에 대해서 추궁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리더님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는 상태였다. 어째서일까? 오늘은 할 일이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오늘 하루는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까지 잠들 때면 항상 나는 본래모습으로 되돌아가곤 했다. 하지만 그것도 별로 상관없었다. 어차피 밤중에 다 자고 있을 때고 라이칸 토스로 변해도 그저 눈을 감으면 그만이었다. 지금까지 알아낸 거에 따르면 라이칸 토스가 된 나는 잡아먹을 수록 더 강해지고 그리고 수면을 하면 반드시 괴물로 변한다. 이 두가지 뿐이었다. 맘 같으면 힘으로 눌러버릴 수 있지만 그건 옳지 않는 짓이다. 그런 힘을 사용했다간 오히려 의구심만 더해져 들키는 것도 시간문제니까 말이다. 절대로 힘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나약한 학생처럼 보여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라이칸 토스가 되어서도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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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97일.

 

나는 하품을 하면서 일어났다. 그러고 보면 나는 부모님이 깨우시기 전에 항상 먼저일어난다. 그러니 부모님은 내가 라이칸 토스라는 걸 알 리가 없다. 잠옷은 다 벌어져 있는 상태지만 말이다. 저번에 불량배 상대로 라이칸 토스로 변했을 때 교복이 찢어진 거에 대해서 친구들이 물어본다면 나는 어떻게 답해야될 지 몰랐다.

 

아침을 먹고 다시 학교로 등교한다. 오늘은 세하가 좀 늦게 오는 모양이었다. 별로 상관도 없으니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자리에 앉으면서 준우일행이 얘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무엇때문인지 아주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준우 일행은 나를 보고도 이제 그냥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니 말이다. 평소 같았으면 내 자리에 와서 이상한 걸로 트집잡아서 때릴 텐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조용했다. 세하가 없는데도 말이다. 어제 슬비가 준우와 무슨 얘기를 했길래 저런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슬비가 클로저라고 하지만 준우같은 민간인을 상대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처지였다. 나중에 슬비에게 물어봐야될까 하고 생각이 들었지만 관두기로 했다. 지금 슬비에게 가다가 추궁당할까봐다. 난 들키고 싶지 않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3교시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어도 그들은 얌전히 굴었다. 도대체 어째서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남학생들은 준우를 보며 부러워하는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였다. 도대체 뭐지? 아무래도 뭔가 불안하다. 이상할 정도로 너무 조용한 게 불안했다.

 

점심 시간이 되었다. 나는 혼자서 도시락을 먹는 신세가 되었다. 내 자리에서 반찬뚜껑을 열었다. 평소랑 똑같은 밥과 반찬, 하지만 뭐 부모님이 싸주신 건데 하나도 남길 수는 없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맛이 없어지는 게 느껴졌다. 밥 맛이 갑자기 없어진 게 너무나도 이상하게 느껴진다. 왜일까? 그나마 고기반찬은 지금까지 반찬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고 말이다. 설마, 라이칸 토스는 고기를 주로 먹는 특성을 가진 셈인 걸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 육식체질로 완전히 변해버렸다는 얘기였다. 나는 결국 밥을 다 먹지 못했지만 고기반찬만은 말끔하게 비웠다. 이걸로 배가 부르지도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매점에 가서 소시지나 사먹어야될 거 같았다. 소시지도 고기종류로 만들어진 거니까 말이다. 그거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매점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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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점에는 사람이 붐비고 있었다. 나는 밥을 덜 먹어서 아직도 배가 고팠다. 수중에 돈이 남아있나 살펴봤는데 거의 없었다. 작은 소시지 하나 사먹을 돈이었다. 한숨을 내쉬면서 매점으로 들어가려는데 지나가는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야, 그거 들었어?"

"맞아. C반의 박준우와 E반의 이슬비와 사귄다는 거? 대박인데?"

"슬비가 누군가와 사귄다는 게 놀라운 일인데? 얼음처럼 차가운 성격을 가진 애였는데 준우랑 왜 사귀려고 했지?"

 

아니 뭐라고? 내 귀를 의심했다. 슬비와 준우와 사귄다니... 그럼 설마 어제 슬비가 준우에게 한 말은 고백이었다는 것일까? 그래서 준우는 그 기분이 좋아서 나를 건드리지 않았던 걸까? 아니, 하지만 어제 슬비가 나에게 전화한 게 맘에 걸렸다. 준우일행이 날 건드리지 않는 것과 사귄다는 얘기, 그리고 어제 전화한 일, 이것을 종합해보면 답은 하나였다. 슬비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어줄 사람이 아니다. 특히 준우에게 호감을 가졌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건 나 때문이라는 거다. 아마 나를 건드리지 않는 대가로 사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어제 선택한 순간을 떠올렸다. 그리고 강재호 교수님의 강연목소리로 떠올렸다. 사람이 선택을 함으로써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타인을 희생했다는 거 말이다. 슬비는 결국 내 선택에 의해 원하지 않는 짓을 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야, 저거봐. 슬비와 준우야."

 

누군가가 가리키면서 나는 둘이서 같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준우는 슬비의 손을 잡으면서 기분좋은 표정을 지었지만 슬비의 표정은 아니었다. 누가봐도 싫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다른 애들은 슬비가 지금까지 무표정한 모습만을 보여줘서인지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내게 보인 슬비의 모습은 싫은 표정을 최대한 안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스... 슬비야."

 

슬비와 나는 눈이 마주쳤지만 그녀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이제 괜찮을 거라면서 말이다. 준우는 나를 경멸하게 내려다보면서 씨익 웃었다. 네 주제에 감히 누굴 넘보냐는 듯이 말이다. 나는 세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알아야겠다면서 통화버튼을 누르고 어딘가로 뛰어갔다.

 

"슬비야. 뭐해? 어서 들어가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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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착각이길 바랬다. 내 선택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세하와 다행히 통화가 연결되었고, 나는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부탁했다. 정말로 준우와 슬비가 왜 저렇게 되었는지 말이다. 혹시 나 때문이 아니냐고 말하자 세하는 잠시 주저하는 듯 말을 하지 않았다.

 

"대답해줘. 세하야... 슬비가 저러는 거 나 때문이지?"

 

- 너 때문이 아니야. 슬비가 스스로 선택한 거야. 석봉이 너를 보호하기 위해서 선택한 일이었어. 노리는 게 차원종이든 인간이든 임무에 충실해야 된다면서 말이야. 오늘은 내가 차원종 섬멸임무때문에 학교에 못나왔어. 미안해.

 

"대체 왜 나를 보호하려는 거야? 나 같은 민간인이 뭐가 중요하다고 그러는 건데?"

 

-석봉이 너는 우리 친구잖아. 클로저로서 주어진 공통된 임무는 항상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사명을 가졌지. 그건 석봉이 너도

포함된다고 슬비가 그랬어. 단지 그것 뿐이야. 우리 학교에서 왕따당하는 애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준우가 노리는 대상이

너 말고 더있지만 슬비는 준우와 사귀는 대가로 이제 학교에서 누구도 괴롭히지 않기로 약속받아낸 상태야. 석봉아? 듣고있어?"

 

나는 휴대폰을 조용히 통화종료버튼을 누르고 이를 악물었다. 나는 겁쟁이였다. 슬비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자기가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해도 상관이 없었는데 나는 뭐란 말인가? 나는 단지 정체를 들키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선택을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가 그녀의 희생, 만약 내가 힘으로 준우일행을 쓰러뜨렸다면 슬비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식으로 죄책감이 들자 나는 마음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폭발시켰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To Be Continued......

2024-10-24 23:02:1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