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유리] 암광

루이벨라 2017-01-22 8

※ '귀여운' 업화님의 썰을 제공으로 보내드립니다.
※ 암광에 오염된 세하가 제정신을 유지 못할 때 큐브세하의 환각을 보는 썰입니다.
※ 이번 건 세하유리(세유) 버전, 세하 독백 버전도 있습니다.(세유 버전은 유리가 조금 더 많이 출연할 뿐이지만요...)
※ 세하 독백 버전을 보면 좀 겹치는 부분과 이해가 되는 부분이 보이실 겁니다.
※ 세하 1인칭 시점과 검은양 팀원들 시점이 번갈아서 나옵니다.
※ [세하독백] 암광(세하 독백 버전) : http://closers.nexon.com/board/16777337/11052/





 힘을 받아들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힘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남은 쑥대밭이 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장소가 위험에 처해진다는 사실에 난 망설임 없이 힘을 받아들였다. 뒤에서 나를 애타게 부르는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난 일부러 안 들리는 척 무시했다. 뒤를 돌아봐서 동료들의 얼굴을 보면, 내 이 결심이 흔들릴 거 같았기 때문에.

 -자, 이세하 군. 새로운 '군단장' 이 된 소감은?
 -꺄하, 역시 내가 점찍은 남자!
 -...

 애쉬와 더스트의 질문에 잠시 곱씹었다. 기분? 그런 건 아무런 느낌 없었다. 믿어지지 않았다. 아니, 현실감이 없다고 하는 게 더 정확했다. 내가...차원종이 되었다? 애쉬와 더스트가 말하는 군단장이 되었다? 그 말이, 이제는 내가 <검은양> 의 일원이었던 이세하, 그 이세하로 되돌아갈 수 없다, 라고 못을 박는 소리 같았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저 위에 군림하고 있는 '용' 을 쓰러뜨리기만 한다면, 그런 건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난...지금까지 '혼자' 였으니까.

 ...혼자였다는 부분에서 왜 이리 목이 바짝 마르는 걸까.

 -저것 봐! 데미플레인이 무너지고 있어!
 -이세하!
 -세하 형!

 데미플레인이 무너질 때 들었던 그 소리는...환청이었을까. 그래, 데미플레인이 무너지고 있는 건 거기서도 보일게 분명했다. 눈앞에서 다시는 ** 못할, 평화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환각, 일까. 뭐 이런 것도 나쁘진 않았다. 자그맣게, 짧은 작별 인사를 건넸다.

 -안녕.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겠지...? 잘 지내, 모두들...

 -...너도.

 특히, 서유리, 너도...



* * *



 "..."
 "..."

 침묵, 계속되는 침묵. <검은양> 임시본부, 라는 팻말이 달랑거리는 좁은 방에는 북적일 만큼의 사람이 있었음에도 어색한 침묵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바깥의 창문으로는 맑은 하늘이 보였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저 푸른 하늘 위로 차원종의 본거지, 일명 '데미플레인' 이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 일을 누구보다도 축하해야할 상황인데, 전혀 축하할 기분이 아니었다.

 '세하야...'

 데미플레인이 무너지던 날, 똑똑히 기억난다. 이제는 다시는 못 볼 듯이, 자신들을 대했던 세하의 그 슬픈 얼굴이. 그런 세하의 얼굴이 뇌리에 강하게 박히며, 데미플레인이 무너지고 차원문이 닫히는 걸 망연히 바라보았더랬다.

 그리고 데미플레인이 떠있던 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거리에서 세하를 발견했다. 다만 <검은양> 팀원들이 알던 세하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들이 기억하는 이세하의 모습은 검은머리에, 자신들과 같은 요원복을 입고 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발견된 세하의 모습은...백발에 검은 중갑을 입고 있는 낯선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정신을 차린 세하는 다짜고짜 <검은양> 팀원들을 공격했다. 제1위상력과 제2위상력이 섞인 제3위상력을 사용하는, 게다가 아스타로트의 용의 위광까지 사용하는 세하에게 전면으로 당할 방법은 없었다.

 다행인 점은 크나큰 부상자는 없었다, 라는 점이었다. 아니, 그게 다행인걸까. 결국 세하는 돌아오지 못했다. 이미 차원종의 힘을 받아들인 시점에서 세하는 예전의 세하가 아니었다.

 하지만 유리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 세하는 돌아올 수 없다, 라는 생각을 거의 확신했을 무렵에 마지막 희망이라도 담아 부른 세하의 이름 때문이었다.

 -세하야...!
 -...!?

 멈칫, 거렸다. 그러더니 <검은양> 팀원들에게 벌이고 있던 '학살' 을 멈추었다. 멍하니, 착각일수도 있겠지만 세하의 멍했던 눈동자가 조금은 빛이 돌아온 거 같았다.

 -...세하야...?
 -...

 다시 한 번 마음을 담아, 세하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그러자 세하는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몇 발짝 뒷걸음치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가버리는 세하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세하는 가버렸다.

 그때서야 알았다. 아, 세하는 이제...가버렸구나.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기억하고 있구나, 라고. 유리는 저 혼자서 그렇게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 * *



 "..."

 밝은 햇살에 눈을 떴다. 밝은 햇살...? 분명 내부차원에서는 햇빛이 들 일이 없을 텐데, 어째서 햇빛이 눈에 들어오는 걸까.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누워있는 이곳은...내부차원이 아니었다.

 밝은 햇살이 들어오는 곳, 푸른 하늘이 있는 이 곳, 신서울이었다. 신서울의 어느 버려진 폐건물 안이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걸까...?

 갑자기 들어버린 제정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찬찬히 곱씹었다. 기억은 깨져버린 유리 조각처럼 잘잘하고, 잘 모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날카로웠다. 자칫 모으다가는 내 손에 상처가 날 수 있을 정도로.

 -쿡...

 ...어디서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렸다. 분명 이 건물에는 나밖에 없던 거 같았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 목소리,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아니, 계속 들었던 목소리였다. 그야 이 목소리는...

 '내' 목소리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녀석은...

 -안녕, 이세하.
 "...넌?"

 내가 결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던 그 녀석이었다.



* * *



 "세하를 찾아야 해요...!"

 유리의 결심 어린 말에 다른 팀원들은 수긍하는 표정이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 모두, 세하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어떻게?"

 슬비의 냉담한 말에 유리는 말을 이어서 할 수 없었다. 냉정하게 보면 슬비의 말이 맞았다. 그리고 슬비가 일부러 냉담하게 그런 말을 꺼냈지만, 슬비도 세하를 되찾고 싶어 한다, 라는 건, 다 알았다. 아니, 슬비와 유리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이 동아리방에 있는 사람 모두가, 세하를 찾아내고 싶어 했다.

 "만약에 찾으면, 세하를 어떻게 할 생각이니?"
 "...그건...!"
 "그 때처럼, 우리를 또 공격할 수 있는데 말이야."

 크나큰 피해가 없다고 했지, 피해가 전혀 없다라는 건 아니었다. 멤버들은 저마다 몸 한 두 곳에는 반창고며 붕대가 붙여져 있었다. 그리고 유정의 그 다음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세하는, 운이 좋아서 잠시 제정신을 차린 걸 수도 있어, 그런데 이제는 그렇지...않다면?"

 유정은 뒷말을 일부러 흐렸다. 아마도 유정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가설인 듯 했다. 그때의 세하도, 온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안에 있는 '무언가' 와 싸우고 있는 것처럼, 공포에 어린 표정이었다.

 유정이 세하가 애쉬와 더스트의 힘을 받아들인다고 했을 때, 말린 부분도 이런 부분이었다.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을지도 몰라, 라고. 그 말에 세하가 유정에게 했던 말은 이러했다.

 -하지만 우리들 중,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아닌가요? 제가 하면 되잖아요.

 혼자인 건, 익숙하니까요. 그렇게 마저 말을 덧붙이는 세하의 뒷모습은 유독 쓸쓸해보였다. 세하는 분명 ‘혼자인 건 익숙하다.’ 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익숙하다고 했을 뿐이지,

 ‘좋아한다.’ 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유리는 세하의 과거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했다. 하지만 처음 말을 걸어주었을 때의 들떠있던 목소리와 발갛게 타오른 뺨. 같이 하교하자고 하면 어딘지 모르게 귀찮아하는 듯하면서도, 쑥쓰러워 하는 그 행동들...

 ...자신이 좋아서 혼자인 게 익숙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는 뜻이었다. 세하가 곧장 데미플레인으로 떠나자, 유리는 곧장 유정에게 쫓아가게 해달라고 했다. 유정은 그런 유리를 착잡한 표정으로 막을 뿐이었다. 일단 세하를 믿어보자, 라는 의미였겠지만...유리는 그것이 원망스러웠다.

 어째서 저 아이 혼자 해결하게 하라고 놔두라는 건가요...저렇게...금방이라도 쓰러질 거 같이 위태위태한 아이를...어떻게 혼자 두게 하라는 건가요...



* * *



 왜 하필 저 녀석일까, 난 그렇게 생각했다. 저 녀석과 같이 했던 기억은, 내 생애 중에서 가장 최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똑같은 건 겉모습뿐이야.
 -...나는, 너와는 달라. 너처럼...어른들에게 끌려다니지 않거든.
 -나는...이세하야.



 안 좋았던 그 기억이 내 머릿속을 헤집어 다니기 시작했다. 이세하, 또 하나의 가능성을 가진 이세하, 라고 했던가. 나와는 달리 소름끼치는 붉은색의 눈을 가진 기분 나쁜 녀석이었다.

 -오랜만이지?
 "..."
 -꽤나 무정하군. 오랜만인데 반갑게 인사 정도는 해줘야...
 "왜 또 여기 온거야?"

 나의 외침에, 녀석은 한순간 멈칫거렸다. 그것도 잠시, 녀석은 기분 나쁜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마치, 내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뭐, 실제로 거기까지 간 건 아니야. 차원종의 힘은 네 몸과 융합되려고 하고 있고, 넌 그걸 계속 거부하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지금 네 눈에 보이는 나도 일종의 환각이랄까?
 "..."
 -정말, 웃기지...? 미쳐가는 도중에도 보이는 게 결국 '나' 라니...역시 넌 차원종이 되고 싶...

 아니야...난 차원종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어. 그때도, 물론 지금도...!

 혼란스러워하는 나에게 녀석은 조소를 지었다. '나' 를 비웃는, 그리고 자기 자신도 비웃는 듯한 그런 류의 미소를.

 그 뒤로 '녀석' 과 함께 보내는 나날은, 고통 그 자체였다.



* * *



 “...저 혼자라도 찾아가겠어요...!”

 유리의 폭탄 발언에 침울하게 앉아만 있던 <검은양> 팀원들은 놀란 기색이었다.

 “유리야...세하가 어디에 있는지 알겠다는 거니?”
 “...몰라요.”

 하지만 이렇게 지나간 걸로 계속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유리는 미안했다. 그 날, 데미플레인으로 혼자서 가는 세하를 잡아두지 못 한 게, 하물며 ‘잘 다녀와!’ 라는 흔한 인사말도 하지 못한 것이...그런 것들이 미안하고, 후회스러웠다.

 그리고 세하가 그렇게 간단하게 차원종의 힘에 먹혔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자신이 부른 이름으로 곧장 정신을 차리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뒤로도 필사적으로 ‘힘’ 에 저항하려고 하는 기색이었다. 아직 세하가 제정신을 차리고 있을 거라는 가능성에 희망이 더 생기는 증거였다.

 “...저도 같이 갈래요. 리더로써, 같은 팀원을 잘 보살피지 않는 건 문제에요.”
 “저도 갈래요!”

 유리에 이어 테인, 심지어 슬비도 나선다고 하자 제이는 한숨 아닌 한숨으로 유정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떡할거야, 유정 씨?”
 “...난...”

 세 아이의 결단력 있는 눈빛을 보며 유정을 졌다, 라는 표정을 지었다. 항복한다는 듯 두 손도 살짝 올려보였다.

 “나도 너희처럼 포기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그와는 반대로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어쩔까...두렵기도 해. 그리고 그로 인해 너희들이 상처를 받을까봐...”
 “그래도 언니도, 저희처럼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서요.”

 그거면 된거에요, 언니. 슬비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미소에 유정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이제 다 결정된 거군, 이라며 제이가 늘어지게 기지개를 폈다. 오랜만에 브리핑을 하는 유정의 목소리는 살짝 웃음기마저 배어있었다.

 “자, 그럼 세하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찾아봐야겠지?”



* * *



 그 뒤로도 녀석은 가끔씩 내 앞에 모습을 보이곤 했다. 실컷 내 처지를 비웃고,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난 내가 지금 엄청 위험한 상황에 처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심한 두통이 있을 때마다 난 보이지도 않는 그 '녀석' 과의 싸움을 계속 진행 중이었다.

 "...윽..."
 -받아들여...

 나처럼 받아들여, 처음부터 받아들였으면 좋았잖아? 영웅의 아들 이세하, 이것도 지겹지 않아? 그까짓 것, 깨부숴버려. 그딴 게 뭐가 소중하다고? 차원종의 군단장 이세하, 이것도 꽤 좋지 않겠어?

 그리고 난 언제나 그 제안을 거절한다. 그게, 내가 이 녀석과 힘에게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멍청한 녀석.

 너무 괴로워서 머리를 벽에다가 내리찍은 적도 많았다. 그렇게라도 안하면, 녀석의 달콤한 제안에 나약해지는 내가, 넘어갈 거 같아서.

 정말로, 돌아올 수 없을 거 같아서.

 항상 이런 반항을 하고 나면 몸은 지쳐버린다. 잠시 바닥에 널부러지는데, 맨 밑층에서부터 사람 여럿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구일까, 이런 폐건물에 찾아오고.

 하지만 그런 의문도 잠시. 그 뒤로 들린 목소리에 몸이 전율했다. 그 목소리들은 다시는 못 들을 줄 알았던, 그리운 목소리였기 때문에.



* * *



 "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요?"

 테인의 질문에 모두들 숨을 죽여 무슨 소리가 나는지 다시 살펴듣기 시작했다. 그 뒤로 목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다.

 유정이 세하의 위상력을 감지한 곳은 신서울 안에 오래전에 공사가 중지된 한 폐건물 안이었다. 처음 이곳을 가리켰을 때 <검은양> 모두는 놀란 표정이었지만 몇 번을 다시 살펴보아도 세하는 그 건물 안에 있다고 탐지기는 계속 가리켰다.

 "분명히 세하 목소리였는데..."

 유리는 자신이 무슨 확신을 가지고 그것이 ‘세하의 목소리’ 라고 가늠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단순히 믿고 싶었던 거 같았다. 세하는 여기에 있고, 그리고 우리가 아는 세하의 모습처럼 우리를 반겨줄 거라고.

 빨리 가지 않으면 세하가 도망갈 거 같아, 유리는 위로 이어진 계단으로 서둘러 뛰어갔다. 그리고 계단을 거의 다 오르자, 보이는 한 인영의 뒷모습에 눈시울이 시큰했다.

 그 때 잠깐 보았지만, 잊을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세하가, 분명했다.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찾았다, 세하!"
 "..."

 상대방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은 게 보였다. 세하...맞지? 우리가 알고 있는 세하가...맞는 거지? 유리가 천천히 세하의 곁으로 다가갔다. 뒤를 돌아본 세하의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맺혀져 있었다.

 "아아..."
 “...”

 그런 세하를 보자 유리도 이상하게 눈가가 시큰해졌다. 이상하다. 왜 갑자기 눈물은 나오는 걸까, 바보 같이. 그리고 그건 세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왜 우는 거야, 이런 상황에서, 바보 같이...

 서로 말문이 막혀버린 듯, 아무도 먼저 단어다운 말을 내뱉지 않았다. 유리가 조심히 세하의 옆으로 다가가, 살며시 세하를 안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세하가 자신의 품 안에서...

 ...울고 있는 거 같았다. 다시 한 번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돌아가자, 세하야.”
 “...”
 “여긴, 세하가 있을 곳이 아니잖아...?”

 세하가 고개를 끄덕이는 게 느껴졌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미안하다, 그 때 잡아두지 못해서, 너 혼자 모든 걸 해결하게 하려고 하다니 등등...말은 많았지만, 정작 입 밖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그저 돌아가자, 라는 말만 계속 반복할 뿐이었다.

 돌아간다. 세하와 함께. <검은양> 이라고 하는 곳으로.





[작가의 말]
다시 한번 ‘귀여운’ 업화 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오랜만에 좋은 썰을 잘 풀 수 있었어요.(글 실력은 내세우지 못하지만...)
2024-10-24 23:13:2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