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피X제이] 여러분 하피X제이 팝시다! - 2화
언니저를밟아주세요 2016-09-27 2
생글생글 능글맞게 웃는 얼굴로는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자신있던 내 의지를 기어코 끊어버리고만 그 사람이 지금 내 앞에 있었다.
"어머나, 하피. 역시나 여기에 있었군요."
"절 찾으셨나요, 감시관님?"
"당연하죠. 그림자가 안보이니 찾으러 나올 수 밖에요. 제가 잠든 사이에 당신이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역시나 이런 유흥가였네요."
"죄송해요, 감시관님. 가끔은 이런 시끌벅적한 동네에서도 놀아보고싶어져서 말이에요. 감시관님이 싫으시다면 다시는 오지 않을께요."
"괜찮아요, 하피. 가끔은 당신도 즐길거리가 있어햐하니까요. 이정도는 눈감아줄께요."
"감사합니다, 감시관님."
"내가 이렇게 당신을 찾아온건 다름이 아니라 급히 당신에게 부탁할 임무가 있기 때문이에요."
"무슨 임무인가요?"
"후훗. 감히 겁도 없이 벌처스의 기밀을 훔쳐 달아난 사원을 잡아와 주셔야겠어요."
!
"아아, 생각나네요. 당신도 그 시절에 벌처스의 기밀을 훔친적이 있었죠. 그리고 그 댓가를 지금도 처절하게 치르고 있고요. 자, 어서가서 그 어리석은 사원에게도 벌처스를 거스른 댓가를 치르게 해주세요!"
*
위상력을 다리에 집중시켜 힘껏 도약해 느끼는 밤의 공기는 언제나 차갑다. 한때 괴도가 되어 밤하늘을 누비고 다닐때는 이 차가운 밤바람 조차 땀을 식혀주는 미풍으로 느끼며 마치 온 하늘이 제것인양 철없이 날아다녔다. 하지만 지금 홍시영 감시관님의 그림자가 되어 누비는 밤하늘의 공기는 칼바람이 되어 시리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제 발톱에 찢기세요!"
도망치던 사원은 결국 얼마가지 못해 내 구두굽아래에 밟히게 되었다.
"크억!"
"그러게 왜 이런 발직한 짓을 벌이셨어요?"
사원이 들고 있던 기밀문서를 빼앗아 갈무리하며 물었다. 사실 궁금해서 물어봤다기 보다는 비꼬는 의도로 물은 것이었지만...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원은 입안에 피가 고여 제대로 말하기 어려울텐데도 내 물음에 대답했다.
"회사에 들어 올때 양심같은건 다 버리고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던 모양입니다. 너무 늦어버렸지만... 그래도 긍지를 찾고 죽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정말 기쁜듯 한 미소를 지으며 사원은 눈을 감았다.
"하하핫! 정말이지 멍청한 사원이었군요. 이제와서 그깟 긍지를 찾아봤자 결국 죽어버리면 모든게 다 소용없는데 말이에요."
내 발 아래에 깔린 피투성이의 사원을 보며 감시관님이 크게 비웃었다.
"시신 처리는 뒤에 맡기고 우린 이만 돌아가도록 하죠."
"네, 감시관님."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사원을 싸늘하게 바라보며 나는 감시관님의 뒤를 따랐다.
*
"상태는 어떻습니까?"
"겨우 목숨만은 건졌습니다."
의료지원팀 요원의 말에 나는 겨우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다급한 유정씨의 부름을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줄로만 알았다. 피칠갑을 하고 바닥에 널부러진 그에게 희미하게나 맥박이 남아있었던건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우리쪽에 넘기기로했던 자료는 빼앗긴 모양이지만 그래도 목숨이라도 건져서 다행이군요."
"도대체 어떻게 된일이야, 유정씨?"
"벌처스의 사원이었던 그는 벌처스에서 벌어지는 말도안돼는 일을 막아야된다며 데이비드 국장님에게 연락을 취해왔다고 해요. 원래 만나기로 했던 장소에 오지않아 무슨일이 생김을 직감한 국장님이 제게 연락해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에있던 요원인 제이씨를 출동시킨 겁니다."
"정말이지 유니온은 여전하군. 미리 요원을 보내 그 사원을 보호하도록 했다면 일이 이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그 사원이 하는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으니 국장님도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겠죠."
"에휴, 일단은 그 사원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 했으니 이번에야말로 술이나 마시러가야겠어. 밤새 수술실 앞을 지키고있었더니 삭신이 쑤시는군."
"고생하셨어요, 제이씨. 저 사원이 깨어나게되면 알려드릴께요."
"알았어, 유정씨. 나중에 보자고."
*
딸랑~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이번에도 그 여자는 먼저와서 술을 마시고 있.. 어?
"제, 제이군. 나 좀 도와주세요. 하피씨가 너무 취해서..."
이미 술을 떡이 되도록 마신건지 인사불성의 여자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와인잔을 빙글빙글 돌리고있엇다.
"어머, 딸꾹. 또 보네요."
실실 웃어보이던 여자는 비틀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이봐, 조심하라고."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여자를 어쩔 수 없이 부축했다.
"형님, 어쩌자고 이지경이 될때까지 놔둔겁니까."
"여기 왔을 땐 이미 만취한 상태였습니다. 술을 안내어주니까 잠깐 한눈판사이에 멋대로 가져가서 마셔버렸어요."
"정말이지 못말리는 아가씨로군."
이내 잠든 여자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