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티나]자기희생=Sacrifice - 4 -
내갈길은내가정해 2016-09-11 0
( 티나 시점 )
칼바크 턱스.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사고를 제대로 붙잡을 수 없었다.
나를 관리하고 있는 검은양 팀의 이세하 요원.
그의 입에서 왜 칼바크 턱스의 이름이 나온건진 모르겠지만,
그의 손에 들려있는 기계로 다가가서 그에게 분노를 내뿜었다.
분노 ? 내게 이런 감정이 있었을까 ?
사람을 해치는 무익한 감정이라고, 지금 내 교관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분노는, 나의 전우를. 지금 나의 팀인 늑대개들을 마음대로 다루려고 한 그에 대한 징벌이다.
' 그에 대한 분노도 허용되지 않는건가, 교관 ? '
아니, 라고 교관은 답해준다.
나에게 모든 지식을 전해주고, 지금 인간의 감정을 모두 전해주고자 하는 나의 교관.
고맙다는 대답을 건네면서. 눈 앞에 있는 그에게 집중한다.
조금 당황해하던 옆의 소년은 이내 다시 제 화면을 보기 시작했고,
칼바크 턱스는 곧 말을 꺼냈다.
[ 후후후. 갈 길을 잃은 어린 양과, 양치기 개에게 내가 복음을 전파해주지. ]
[ 나는, 지금부터 너희들을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인공지능을 만들 것이다. ]
" 인공지능이라면 ... 13세대의 그 ? "
옆에서 이세하가 이상한 말을 한다.
13세대의 인공지능. 검색해본다.
인간의 말을 듣지 않는, 어떻게 보면 꿈의 인공지능이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적이 없는데, 눈 앞에 있는 칼바크 턱스는 만들어내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있는 것이다.
" 그건 말이 안된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전례가 없다. 더군다나 기술자도 아닌 너에게 그런 ... "
[ 후후후. 내가 예전엔 인간. 그것도 연구원이었다는 사실을 잊었나 ? 내 친구 최고의 역작이여. ]
" 친구의 역작 ? "
" 난 어느 과학자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내 개발자는, 저 칼바크 턱스와 친구였다고 하나보군. "
간단하게 그의 말에 대답해주고는, 칼바크 턱스와 말을 이어간다.
" 그래서, 만들어냈다는 것인가. 칼바크. "
[ 크흐흐. 그렇다. 너희들의 안식처를 만들어주기 위해, 내가 도래했다. 때를 기다려라 어린 양이여. 양치기 개여. 너희들에게 복음을 전파해주겠다 ! ]
뚜둑.
화면이 잠시 지지직거리더니 이내 통신이 끊겨버렸다.
이를 꾹 물고는, 옆에 앉아있는 이세하를 바라본다.
그 또한 심란해보이는 표정이다.
내 기억, 교관의 기억 속에 있는 단편.
멀리서 바라보던 푸른 위상력.
그 엄청난 폭발력과 파괴력에 모든 차원종들이 몸을 펴지 못하고, 진입을 막아냈다.
그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인간들에게는 따듯하게 느껴지는 푸른 위상력.
그 위상력의 주인의 아들이, 지금 내 눈 앞에 있었다.
" ... 우리가 막자. "
" 응 ? 지금 뭐라고 했지 ? "
" 칼바크의 작전을, 우리가 막자고 했어. "
몸을 벌떡 일으킨 그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위에서 내밀어지는 손, 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교관의 기억에서가 아닌, 나의 기억 속에서.
그저 클로저에게, 유니온에게. 감정 없이 암살만 당하며 살아가던 나날을 구원해주었던,
그 따뜻한 손.
그 손은 지금까지도 나를 이끌어주고 있었고,
지금은 이제. 나의 손으로 자립해보고자 한다.
그러나 지금 이 눈 앞에 드리워진 손은 ...
잡아도 되는 것이겠지, 교관 ? 트레이너 ?
" 목표는, 폐쇄구역 ! "
" 작전은, 칼바크 턱스의 저지. "
" 티나, 작전을 개시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