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들의 만남

CuSO4 2016-09-11 0

-세하&나타


"...곤란하게 됐네..."
어쩌다 실수를 하게 된 것인지, 세하는 신강고의 깊숙한 미궁에 빠져버렸다. 가면 갈수록 길은 꼬여지고, 게임기의 배터리마저 "배터리 부족으로 기기를 종료합니다." 라는 메시지로 세하를 괴롭혔다.
"하다못해 유리나 슬비를 같이 데려왔다면 좋았을텐데."
머리를 긁적이던 세하는 경비대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통신이 원활하지 못해 이내 신호는 끊기고 말았다. 할 수 없이 세하는 무전기에 내장되어있던 긴급주파수를 발산시켜서 누군가 자신의 위치를 알기를 원했다.
"아~ 할 거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배터리 충전 좀 해둘걸."
이때, 신강고 2학년 12반(이라고 써진 공간)에서 수백 마리의 인형 차원종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하가 특경대 일대에게 보낸 긴급주파수를 이들도 들어버린 것이다. 깜짝 놀란 세하는 바로 전투를 개시했다. 인형 차원종 무리들은 세하의 공격에 금세금세 쓰러졌지만, 문제는 그들 무리의 우두머리, '슬픔의 인형'이 세하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쳇..이거 반칙 아냐? 어서 빨리 덤비고 나 좀 가자고! 배터리 충전이나 하게."
세하의 맹공이 이어서 반복되었지만 슬픔의 인형의 폭주를 막을 수는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저 멀리서 또 인형 차원종들이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것이 아닌가.
"헐. 큰일 났네. 역시 여기선 도망치는 선택지 밖엔 없을 것.."
이라고 세하가 생각을 끝내려는 찰나, 두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챠아아아아아아아아!!"
첫 번째는 교내가 어두워지면서 엄청난 크기의 보라색 불기둥이 나타난 점. 두 번째는 화염 속에서 차원종들을 향해 소리를 치는 파란색 머리의 등장이었다.
"겨우 이딴 졸병들을 가지고 쩔쩔매고 있었단 말이야? 어이 없는데. 이딴 것들은 이 나타 님께서 전부 쓸어버리겠다!"
자신을 "나타"라고 칭하는 파란색 머리는 그 일대의 인형 차원종을 모두 불태워버릴 것 같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맨 뒤에 있던 차원종들은 2차원으로 도주를 해버리고, 슬픔의 인형은 무시무시한 기세에 눌려 쩔쩔매다 인형의 주인 퍼펫 마스터에게 돌아가 버렸다.
세하는 무척 놀라긴 했지만 나타라는 파란색 머리에게 흥미를 가진다.
"이봐, 넌 누구길래 날 도와준거지?"
"아앙? 난 널 도와준 적 없어! 그저 이곳에 썰어버릴 고기들이 잔뜩 있으니까 그런 거라고! 겨우 이런 차원종들을 가지고 쩔쩔 맬 정도면, 넌 얼마나 약한 거야!"
"여기서 입씨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난 세하야. 이세하. 너는?
"나는 나타 님이시다! 약해빠진 너에게 인사할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야. 이런.."
나타가 세하에게 뭐라고 하려는 순간 그가 성질을 내기 시작했다.
"뭐, 꼰대,... 알았어! 돌아가면 되잖아!"
세하가 인사를 할 틈도 없이 나타가 어디론가 사라진다. 뒤늦게 세하를 찾아낸 경비대원이 세하를 부른다. 세하는 파란색 머리, 나타가 말했던 대사를 곰씹어보면서 피로에 힘들어 한다.
그 시각, 나타도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 사실 나타는 느꼈다. 자신이 약해 빠졌다고 칭한 소년의 눈에서 '강함'의 기운이 느껴졌다는 것을, 그에게서 엄청난 잠재력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앉아 있었음을.
"이세하.."
나타는 소년의 기운을 떠올리며 소년의 이름을 계속 생각했다.
"계속 생각하면 머리 아프다."
티나가 그에게 귀찮은 참견을 걸어온다.
"놀랬잖아! 제발 내 눈 앞에서 사라져."
"머리가 아프면 작전의 실행에 불가피한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그럼 내가 생각하는 걸 멈추게 해 봐! 이를테면 마취총을 쏜다던가."
"작전 실행."
"잠깐, 이건 농담이었ㄷ.."
티나가 그에게 코끼리용 마취총을 쏜 덕분에, 결국 나타는 생각할 틈 없이 오랜만에 깊게 잠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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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아&미스틸테인+서유리

일기장에게
안녕하세요. 일기장 님. 저는 레비아에요.
실은 저, 얼마 전 강남역에서 엄청난 걸 보고 말았어요. 제가 본 상황을 묘사하자면 이렇게 돼요.
어떤 조그마한 꼬마 아이가 커다란 우산을 들고 있었고, 그 옆엔 가슴이 엄청 큰 어떤 누나가 꼬마아이에게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처음엔 민간인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그 사람들 앞에 차원종들이 나타났어요.
당연히 구해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글쎄 꼬마 아이의 우산이 차원종들을 공격하고 누님은 칼과 총으로 차원종들과 힘껏 싸우고 계시지 뭐에요? 도대체 이 둘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레비아는 알고 싶어요. 참, 그리고 제가 자동차 뒤에 숨어서 지켜보는 곳을 꼬마 아이의 우산이 정확히 노려보는 것 같았어요. 우산에는 눈이 달려 있지 않았지만 역시 제가 모자라서 그런 것일까요? 
레비아는 알고 싶었어요. 오늘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일기장 님.

"누나, 저, 포장마차에서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소영이 누나가 멋져요! 저도 이 다음에 소영이 누나처럼 멋진 클로저가 될래요."
"테인아, 나는?"
"우웅.. 유리 누나도 멋져요!"
유리는 '역시 테인이는 귀엽다' 고 생각했다. 둘은 산책 도중에 갑자기 나타난 차원종들을 처치하고 김유정에게 보고하러 강남 GGV로 향하는 중이다.
"누나,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어요."
"뭔데 뭔데?"
"아까 싸웠을 때 제 창이 자꾸 엉뚱한 데를 가려고 했어요. 어떤 자동차 뒷편을 자꾸 가려고 해서, 제가 가면 안된다고 했어요."
확실히, 싸웠던 때 미스틸테인은 조준이 상당히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그건 말야, 사실 네 창이 싸우기 싫어하는 녀석은 아닐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우리 생각도 좀 할 겸 포장마차에 가서 떡볶이나 먹자! 유정 누나한테 부탁하면 다 되니까."
"우웅..."
'유정 누나도 힘들겠다.'라는 생각과 '창이 겨눈 상대는 누구지?' 라는 생각 2개에 사로잡힌 미스틸테인이었다.




-제이&하피


"으핳핳ㅎㅎㅎㅎ핳핳"
"유정 씨, 술을 너무 많이 마신거 아니야?"
"맞아요, 유정 씨는 과음하는 거 정말 줄여야 해요."
"앟ㅎㅎㅎ낞ㅎㅎ늖ㅎㅎㅎ 괜찮ㅎㅎ아용ㅎㅎㅎ"
제이와 특경대 대장 송은이, 검은양 팀장 김유정. 셋은 칼바크 턱스 체포 이후 뒷풀이로 술집에 가서 스트레스를 나눈다. 그러나 김유정이 칠칠치 못하게 과음을 한 나머지 뻗어버리자, 제이와 송은이는 김유정을 부축하고 거처로 발걸음을 옮긴다.
"우웨엑."
"그러게 많이 마시지 말라니까."
제이가 토하는 김유정을 보조하는 찰나, 제이와 송은이는 어떤 여성이 순식간에 유정의 뒷주머니에 있던 지갑을 낚아채가는 모습을 보았다.
"이, 이봐! 거기 서!"
"거기 누구야!"
여성은 뒤를 한번 쓱 돌아보더니 오히려 도망치기는 커녕 당당히 뒤를 돌아보며 서 있다. 금발에 아름다운 미모. 제이는 저 사람이 도둑만 아니었다면 한눈에 반했을 것 같다며 이후에 평했다.
"(쿨럭.)저기, 지금 눈 앞에서 뭐하시는 겁니까?"
"뭐 말이죠?"
"시치미 떼지 마시죠. 저기 있는 유정 씨 지갑을 훔친 걸 똑똑히 봤다고요!"
"오호라, 그럼 저기서 토하고 있는 안쓰러운 분의 동료 분? 이거 죄송하게 되었군요. 댁들도 저와 같은 처지인 도둑인 줄로만 알아서 말이죠."
여자는 이렇게 말하곤 대뜸 화해의 악수를 처한다. 그렇지만 또 송은이 경정의 지갑을 훔치려다 놀라운 동체시력을 가진 송은이 경정에게 제지당한다.
"저기요, 손 떼시지."
"푸훗."
여자는 비웃음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웃음을 흘리고 김유정의 지갑을 돌려준다. 제이와 악수를 나눈 뒤 여자는 
"나중에 만날 날이 있다면 또 보시죠."
라는 말만 남긴 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제이와 송은이 경정은 김유정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김유정은 못 토해낸 알코올이 정신을 어지럽게 하는지 제이를 보고 '만나서 반갑다,' '보고 싶었다' 는 둥 어린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린다. 제이는 한숨을 쉬며 자신의 허리 쪽을 만졌다. 그런데 이럴 수가. 제이의 지갑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헛..!"
이미 도망친 여자를 다시 데려다 여기 놓을 수는 없는 일. 제이는 황급히 빼앗겼던 김유정의 지갑을 확인한다. 다행히도 지갑에 돈은 그대로 들어있었다.
다음날, 김유정은 황급히 지갑을 뒤지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어라? 내가 분명히 어제 만났던 사람들 번호를 적어 놓은 종이를 여기 넣었었는데.."
"유정 씨, 무언가 잃어버린 거라도?"
"전화번호 적은 종이요. 거기에 적힌 번호는 국장님의 번호란 말이에요. 임시 전화번호긴 하지만. 그래도 보안상 문제가 되서..휴. 이번에도 시말서 쓸 각오는 해야겠네."
그리고 얼마 뒤 김유정의 쓰디쓴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으으악! 열심히 모아 둔 중국집 쿠폰 45개가 없어졌잖아! 흐흑, 내가 그거 모으느라 얼마나 열심히 먹고 뺐는데.."
즉, 어제 그 여자는 김유정의 전화번호 적힌 메모와 쿠폰 45개를 싸그리 훔쳐 달아난 것이다.
그 여자, 하피는 그 시간 쿠폰 45개를 이용해 자장면과 탕수육 세트를 시켜 먹고 있었다. 무언가 있을 만한 종이를 훔쳐 왔더니 쓸데없는 전화번호였고, 자장면이나 먹고 있는 자신의 한심한 모습에 하피는 입맛이 싹 달아나 탕수육은 먹지도 못하고 중국집을 빠져나왔다. 그 여자 이후로 완벽히 변해버린 자신에 대해 한탄하던 추락한 괴도는 쓸쓸히 늑대개 팀으로 돌아간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하피."
트레이너(의 뻐꾸기)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 온다.
"그냥.. 먹었던 음식이 체해서 말이에요."
"다음부턴 조심하도록."




-슬비&티나


"현재 기온 36도. 덥다."
지속적인 임무 실행으로 몸이 매우 뜨거워진 티나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 휴식을 청했다.
따뜻, 아니 차갑고 시원한 냉장고 안에서 그녀는 1년 365일 아이스크림만 먹는 행복한 꿈을 꾸며 잠에 빠져든다.
티나가 안전 모드 상태로 잠든 무렵, 밖에서는 왠 차원종 무리들이 티나를 호시탐탐 공격할 틈을 노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를 전부 모니터링하고 있던 티나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냉장고는 최강이니까. 설령 냉장고 문을 뜯고 나오더라도 그녀는 시원해져서 컨디션이 최강이 된 몸과 총을 이끌고 놈들을 전부 저격해버릴 심산이었다. 
그런데 이때 왠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티나와 냉장고가 전부 하늘 위 10m로 올라가 버렸다. 매우 당황한 티나는 안전 모드를 해제하고 부팅을 시도했으나 '중력장'이라는 소리와 함께 티나와 냉장고는 그대로 차원종에게 추락했다. 차원종은 전부 전멸. 티나는 주위를 둘러보다 분홍색 머리를 한, 나이프와 기타 철제부품을 머리 위로 둥둥 띄운 한 소녀와 박살이 난 자신의 냉장고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어라.. 사람이 있었네? 미안해. 난 그처 근처에 적당한 물건을 띄웠을 뿐인데.."
"자폭 시퀀스 발동.."
"그렇게까지 화낼 건 없잖아! 고쳐줄게, 그 냉장고.. 고칠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어."
"정말인가?"
소녀와 티나는 냉장고를 고쳐줄 벌쳐스 소속의 기술자를 만나기 위해 구로역으로 향한다.
"네 이름은 뭐야?"
"내 이름은 티나. 내 몸의 일부는.."
"..?"
"됐다. 네 이름은 무엇인가?"
"나는, 슬비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슬비는 티나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았으나, 탄생과 부모님 등의 질문에 대해 티나가 묵비권을 행사하였기 때문에 결국 그녀는 티나의 이름과 냉장고를 중요시하는 이유 밖에 알 수 없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그녀들은 티나의 냉장고를 고치기 위한 벌쳐스 소속의 기술자를 만났다.
"문짝이 부서지고 파워 서플라이도 날아갔지만 크게 상관하실 필요는 없어요."
3시간 뒤 티나의 냉장고가 전부 고쳐지자, 티나는 무의식적으로 냉장고를 그녀의 허수공간 안에 집어넣는다.
"어머, 너 위상능력자였니?"
"..."
자신의 비밀이 들통날까 두려워하던 티나는 몸체가 과열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시스템 오류로 급작스럽게 쓰러진다.
"뭐, 뭐야? 티나야, 괜찮니?"
"..얼음."
"뭐?"
"얼음을 가져다 달라."
슬비는 편의점까지 달려서 얼음을 가져왔지만, 이미 소녀는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다.
"정말 이상한 아이야. 위상력의 파동이 전해져 왔지만 설마 티나에게서 나는 것일 줄이야."
슬비는 도주해버린 소녀의 뒤를 쫒지는 않았지만, 티나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진 점이 생겼다. 그러나 슬비는 티나는 사실 죽어버린 위상능력자의 시신 조각을 통해 새로 태어난 존재, 기계인간이었음을 모르고 있었다. 티나는 다시금 냉장고 안에 들어가 숙면을 취하고 있었으나, 아이스크림의 행복한 꿈이 아닌 끔찍한 과거에 대한 악몽을 꾸곤 다시 일어났다.
여름이 가시고 가을이 찾아 왔는지, 냉장고 밖의 온도는 어느새 27도로 줄어 있었다. 그녀는 얼음을 한 개 집어먹곤 자신을 '공격'했던 슬비의 모습을 모니터링했다. 의상과 그녀의 팔에 달린 장식의 모습을 보아 그녀는 유니온 소속인 듯 했다.
"..."
티나는 얼음을 다시금 집어먹고 냉장고 안에 반쯤 몸을 걸친 채 슬비의 모습과 자신의 과거의 모습을 대조해 보기 시작했다.
2024-10-24 23:11:1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