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신서울...우리들은..(1)
지나가는행인A 2016-09-11 2
--------------------------
"....다녀 오겠습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겼다.
물끄러미 문을 쳐다보았지만
아무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뭐, 평소대로라면 평소대로겠지."
적당히 큰 도로로 나가 게임기를 붙잡고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변함없는 일상.
변함없는 습관.
그리고...
"세ㅡ하야!"
"윽, 너무 세게 붙잡지마 서유리..."
"또 게임기나 붙잡고...허약해서 어째 우리세하?"
"윽, 냅두셔 내 유일한 위안이라고 이건"
"또, 또 그런말 하구....그래서 오늘은 무슨 게임인데?"
"....fps 라고해도 넌 모르겠지..."
"뭐야? 먹는거야?"
"아무것도 아냐...."
변함없는 서유리의 돌진.
비틀비틀 걸어가는 나의 모습을 안쓰럽게 쳐다보는 여자.
참고로 소꿉친구...라고 해도 중간에 몇년 공백이 있었으니
그냥 친구에 가깝다.
활발하고 머리에 먹는걸로 가득찬 소녀
먹는건 그렇게 많은데 살도 안찌고 솔직히 내가 봐도 이쁘다고 생각되는 외모.
음침하고 말주변이 없으며 게임에 인생을 건 나와는 정 반대처럼 빛나는 소녀.
서유리.
유리와 날 비교하자니 더 비참해지는 내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쉴틈없이 질문을 해오는 그녀에게 적당히 대답하며 학교에 도착했다.
"얘들아 안녕~"
"아, 유리야 안녕~"
"...하아암..."
"넌 또 게임이냐 이세하?"
"냅두셔..."
적당히 가방을 책상에 걸고 의자를 빼며 자연스럽게 팔을 베고 잠을...
"...야, 이세하. 벌써 자는거야? 자기엔 너무 이른거 아냐?"
못잤다.
내 꿀같은 단잠을 방해하는 눈앞의 여성은 우정미.
그녀 특유의 톡톡튀는 성격때문에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듯 하다.
그런 그녀는 어머나 놀라워라 저 활발한 서유리의 소꿉친구.
그 덕에 앞에서 까이는 일은 없는듯 하지만 본인은 뒤에서 까이는 것보다 앞에서 까는게 더 편한듯 하다.
뭐, 지금은 내 꿀잠을 방해하는 요인에 불과하지만
"....게임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잤으니까 냅둬."
"후우...그래 알겠어....그래도 잠은 제대로 자두는 편이 좋아. 알겠어? 이세하?"
"네이~네이~ 알겠습니다아~"
솔직히 내 엄마도 아니면서 잔소리를 따박따박 하는걸 보면 오지랖이 넓어 보인달까 정말 넓다.
우정미가 아쉬운듯 나에게서 발을 떼고 서유리를 찾아갔다.
드디어 맞이하는 혼자만의 시간
의식은 점점 멀어진다.
--------------------------
유리side
"유리야, 여기 도시락. 아줌마가 너 깜박하고 갔다더라."
"어?...앗?! 정말이다! 고..고마워 정미정미! 너 없었으면 하마터면 쫄딱 굶을뻔했어.."
"...어차피 이세하를 부려서 얻어 먹을꺼잖아?"
"윽...아하하하...누..누가 그런 짓을 한다구..."
"너말이야 너"
"으윽..."
잠시 반친구들과 얘기하고 있자 정미정미가 불러왔다.
뭔일인가 했더니 도시락을 두고 갔다고 한다.
아핫, 내 정신도 참...어쩐지 오늘 가방이 가볍더라....
나중에 들은 소리이지만 엄마가 도시락을 전해주러 오다가 정미를 발견, 그대로 떠넘겼다고 한다.
미안해 정미정미....
"하아...알겠으면 똑바로 다녀...괜히 피곤한건 나란말이야."
"아하하...미안미안 다음에 쏠테니까 화좀 풀어~ 응?"
"니가 쏜다고 하면 별 좋지않은 예감밖에 안들어.."
"윽..."
아냐, 고기뷔페를 가서 정미정미가 사과를 하는 일이 일어나거나...
삼겹살집에 갔다가 세하가 지갑을 열었다던가...
미안..충분히 좋지않은 예감이 들 것 같아..
그..그렇다면..
"세하도 데려갈테니까! 응? 화좀 풀어 정미정미~"
"읏?!....누, 누가 걔랑 같이 가는걸 조, 좋아한다고..."
"싫어?"
"....크읏..약속은 꼭 지켜 서유리! 알겠어?!"
"오케이~"
이미 정미정미가 세하를 좋아하는건 알고있지!
물론 마음같아선 내 정미정미를 채가는 놈은 죽일마음 가득이지만!
그게 세하라면야...뭐...「그 일」도 있었고 말야.
둘이 서로 마음만 통한다면 이어주고 싶달까..
"....흥, 점심시간에 또봐 유리야"
"도시락 고마워~"
정미정미가 나가기 전에 세하를 힐끔 처다봤지만...세하는 이미 꿈나라 여행중이다.
저런 철벽남을 좋아하다니...정미정미..
"휴...겨우 갔네"
"음? 왜그래?"
"아, 아냐...아 그보다 유리야 오늘 전학생이 온다는데 들었어?"
"아~ 그...어니언? 거기서 오는 위상력...아니 이상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정돈 나도 안다구"
"어니언은 양파고 유리야..."
"양파? 맛있지...잘게 썰어서 삼겹살이랑..."
"또 시작이네..."
--------------------------
세하side
"......"
"......."
"....ㅎ.."
으음? 무슨 소리지?
아, 서유리인가?
잠을 잔지 얼마나 지났지?
점심시간이라도 된건가?
조금씩 시끄러워져 오는 소음에 정신이 현실로 돌아온다.
"뭐야...서유리, 시끄러워서 잠을 잘수가 없잖아.."
"......."
".....뭐야 서유리 사람을 깨웠으면 미안하다는 말 정도는 해달ㄹ..누구?"
"...니가 이세하니?"
졸리는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에 있는건 익숙한 유리가 아니라 분홍머리 여자아이였다.
서유리는 뒤에서 안절부절 못하고있고....
반애들은 싸움구경이라도 난 것 처럼 일정 거릴 유지하며 우리를 둘러싸고있다.
"그래, 내가 이세하인데 왜?"
"만나서 반가워 2학년E반으로 전학온 이슬비라고해"
"어....그래서 니가 무슨 용건....아니 알것같은데 맞춰볼까?"
"...."
"일단 한국어를 이렇게 잘 하는걸 보면 외국인 같지는 않은데 그 머리와 눈 색을 보면 넌 위상 능력자겠지."
"맞아."
"하아...설마 유니온 소속?"
"그래."
"그렇다면 하나밖에 없네"
"음, 니가 예상하는 대로 클로져가 되어줬으면 해."
"....."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었다.
「그 일」을 저질러 놓고 나보고 클로저가 되라고?
심지어 자신들이 직접오면 반응이 안좋을껄 예상하고 나에 대해서 1도 모르는 이녀석을 보냈다고?
아니 아직 날 1도 모른다는건 아닌가?
"음, 이슬비라고 했던가?"
"왜그래 이세하?"
"너 그 위대하고 잘나신 윗분들에게서 들은거라도 있어?"
"무슨 소리지?"
"그러니까 니가 나에대해서 아는게 뭐냐고"
"프로필을 말하는거야? 이름은 이세하, 혈액형 A형, 생일은 2003년 6월 3일, 취미는 게임, 특기는 가사 전반..."
"미치겠네...그런 것 까지 아는거야? 스토커가 따로 없네..."
조금 질린 목소리로 말하자
눈앞의 분홍머리 소녀는 말했다.
"팀원을 정확하게 아는건 리더로써 반드시 필요한 일이야."
"....이봐 누구 마음대로 날 클로져로 만드는거야? 난 안할꺼야."
"......"
이것봐, 아무것도 모르면서.
내 말이 충격이였는지 멍하게 있는 분홍머리에게 추가사격을 넣었다.
"너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기껏해야 문서에 쓰여져 있는 것들뿐이야. 니가 정말로 나에 대해서 알고 유니온에서 보낸거라면 넌 처음부터 유니온에서 왔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테니까. 유감이네 잘가. 난 잘꺼니까 방해하지마."
"....아니 잠깐...넌 알파퀸의 아들이잖아. 그런 위대한 분의 아들인데 클로져를 안하겠다고?"
".......넌 역시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니가 어떤 말을 하던지 난 클로져를 안할꺼고 더이상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알겠지?"
"아니, 하나도 모르겠어! 지금 대한민국이 어떤 상황인지 알기나 해? 너같은 위상 능력자들의 힘이 절실하다구! 그중에서도 넌 특별해!"
"아니, 특별하지 않아. 너희들의 눈에는 내가 어떤 위대한 업적을 해내던 그저 당연한 일인거고 정말로 특별한건 내 엄마지 날 특별하다고 말하지 않아. 너도 똑같아. 내 엄마를 보고 잠시 환상에 싸여서 현실을 못보는거야."
"....."
"뭐야 더 할말이라도 있어? 얼마든지 해봐 내가 다 반박해줄테니"
".....사람을 잘못본거같아."
"잘못 예상한거지. 봐봐 너도 똑같지않아? 멋대로 기대하고...멋대로 실망하지....한번 더 물어볼까? 니가 나에대해서 뭘 알아? 아무것도 모르잖아."
"...."
눈앞의 소녀는 많이 분한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교실 밖으로 나갔다.
문득 시계를 확인해보니 1교시도 시작하지 안았다.
정말이지...아침부터 기분을 더럽게 만들어 주는군..
날 가만히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는 헛된 희망은 깨져버렸다.
그래 그 잘나신 윗분들이 날 가만히 냅둘리가 없지.
언제부터 헛된 희망을 가진거야 난?
.....언제부터 이곳에서 난...
"....세하야."
"...왜그래 서유리?"
"응?...아, 아무것도 아냐..."
뭔가 할 말이 있어보이는 유리였지만 선생님이 들어오자 재빨리 자리에 앉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뭔가 석연잖은 느낌도 받았지만 가볍게 넘기며 난 다시 잠에 빠졌다.
--------------------------
좋아.
여러분 준비 됐나요?
전 세하를 가차없이 굴릴 준비가 완료 되었습니다.
다음편에서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