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CuSO4 2016-08-14 0
1.
"모두들 수고 많았다. 내일은 최종 작전이 있을 예정이니 푹 쉬어 두도록."
"옛, 교관님!"
"...베로니카. 부상자는 열외다. 화이트팽에 남아서 기체를 잘 지키도록 해라."
"예, 교관님."
베로니카, 17세. 실력을 인정받아 클로저 팀 '울프팩'에 들어온 이후로부터는 단 하루도 몸이 성한 날이 없었다.
최종 작전의 전날이었던 그 날도 그녀는 깊은 상처를 입어 돌아왔다.
"으, 으윽.."
의무병의 빠른 대처로 베로니카는 살아났으나, 팔과 다리의 뼈가 58군데 부러지는 중상을 당하여 그녀는 화이트팽에 남아 최종 작전 모습을 모니터링하고 있어야 했다. 울프팩 팀은 차원전쟁 당시 클로저 팀들 중 최고에 달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결과가 뻔하게 눈에 보였던 그녀는 모니터를 잠시 끄고 잠을 청했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쾅!!!"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시끄럽게 울려대는 비상 버저 소리. 화이트팽의 울부짖음에 베로니카는 깨어나게 된다.
"으, 으음.. 도대체 왜 자게 놔두질 않는 거니.."
그러나 가까스로 눈을 뜬 그녀의 눈앞에 바로 보이는 것은, 기다리고 있던 전우들의 모습이 아닌 차원종들의 모습이었다.
"으허억?! 이것들이 감히 어디라고.."
그러나 뼈가 부러진 사람이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는 법. 극심한 통증에 베로니카는 일어나다 다시 쓰러지게 된다.
"으아아아악!! 아아악!!"
사지가 마디마디 부서지는 듯한 통증. 머리가 넷으로 쪼개지는 듯한 통증. 그녀는 쌓인 피로와 통증으로 인해 의식의 일부를 놓아버리게 되었고, 그것은 "어떤 차원종"이 베로니카의 정신을 지배하는 데 일조하게 된다.
베로니카가 화이트팽에서 사라졌던 때, 울프팩 팀들은 인류의 미래와 직면된 무언가를 보게 된다.
2.
"...없어."
"엔진실부터 함장실까지 웬만한 곳은 샅샅이 **봤는데, 없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교관님..."
"**..."이라고 교관은 생각했다. 몸이 다친 고등학생을 혼자 두는게 아니었는데.
"그녀는, 죽었다."
"예?"
"잘..듣도록.. 우리에게는..그녀의 행방을..알 수 있는..증거가 없다."
"..."
"이 상황 속에서 그녀가 살아있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야.."
화이트팽은 큼지막한 구멍이 천장에 뚫려있었고, 모든 기체는 그을려져서 아직도 타는 냄새가 났다.
"지금부터.. 울프팩 팀 베로니카는, 사망자로..처리한다."
교관에 그 어떤 말에 반박조차 할 수 없던 울프팩 팀은 조용히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짐했다. 베로니카와 화이트팽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차원종 놈들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그 날 이후로 울프팩 팀의 훈련은 더 거세졌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에도 불구하고 베로니카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받으며 살아있었다.
3.
"쾅! 쾅!"
베로니카는 철창을 계속 어깨로 두들겨팼다.
"쾅! 쾅!"
철창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베로니카는 이 행동을 12시간 넘게 반복하고 있다.
그녀는"철창이 부딪히는 소리가 밖에 들리지 않을까?"등의 갖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이곳에 갇힌 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그녀의 '생존 의지'는 그녀를 하여금 철창에 부딪히게 만들고 있다.
'딱' 하는 소리가 나며 어깨뼈에 금이 가는 소리가 나자 베로니카는 부딪히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녀는 바닥에 누워서 바닥을 기어가는 작은 애벌레형 차원종의 머릿수를 세기 시작했다. 매우 배가 고팠던 베로니카는 한 마리를 집어먹었다. 맛은 굉장히 시었다.
이윽고 철창의 문이 열렸다. 금빛 스캐빈저가 베로니카의 아픈 다리를 끌고 밖으로 나간다. 구속복에 묶여있던 베로니카는 굶주림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얌전히 끌려간다.
차원종들은 베로니카를 사람 한명 들어갈 만한, 관처럼 생긴 철제 상자에 집어넣고 문을 닫았다. 베로니카는 이것이 고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차원종들은 베로니카의 몸에다 1위상력을 강제로 주입해버렸다.
1위상력이 2위상력과 만나자 먼저 베로니카의 몸에서는 엄청난 양의 차원압력이 발생했다. 그것은 늑대개 팀의 초커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베로니카의 몸이 클로저였기에 망정이지, 아니하였으면 그녀는 죽었을 것이다.
"커, 커억! 으어어어어억! 아아악!"
생성된 차원압력은 "어떤 차원종"의 의식을 불타오르게 만들었고, 베로니카는 간신히 이성을 유지한 채 철제 상자를 위상력으로 부수고 나오게 된다. 그녀가 2위상력을 쓰자 1위상력과 차원압력이 또다시 폭주하기 시작했다.
베로니카는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누워서 고통스러워했다. "어떤 차원종"의 의식이 베로니카를 장악하려 애쓴다. 베로니카는 입술을 물어뜯어 가며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정신을 차렸을 땐 주변의 차원종들이 모두 도망쳐 없었다.
4.
"여기는 알파 팀, 이상한 형체를 발견했다."
"차원종인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즉시 형체의 정체를 파악하겠...으헉?!"
"무슨 일이지?"
"혀..형체가 움직였다..발목을 잡고 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은데.."
5.
유니온은 아자젤에게 의식을 45% 빼앗겨버린 베로니카를 위해 위상력 흡수 장치를 지원해 주었다.
6.
"으, 으으... 으으으아아아아아악!!!"
천장 위쪽에서 폭음과 함께 베로니카가 20년만의 긴 잠에서 깨어난다. 불행스럽게도 위쪽의 "어떤 사람들"과 차원종들이 위상력 흡수 장치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에, 아자젤은 이전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베로니카의 정신을 침식한다.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베로니카의 울음소리는 더 이상 사람의 울음소리가 아닌, 차원종의 울음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두 개의 거대한 팔은 사정없이 주변을 휘두르며 무엇이든 파괴할 목적으로 주먹을 쥐고 있다,
7.
"별빛에 잠겨!....으응?"
세하는 배신자 데이비드와 두 거대한 팔이 달린 이상한 차원종과의 대치 후 전투를 치르게 된다. 그것과의 전투력에서 밀린 세하가 유성검을 쓰려던 찰나, 그 인간형 차원종은 세하를 쳐다봤다. 그 눈동자. 세하를 쳐다본 눈동자는 틀림없는 사람의 눈동자였다. 베로니카는 머리 속에 박혀 있는 차원종 아자젤의 의식을 잠시 밀어내고 세하에게 외친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도망쳐.. 빨리!"
베로니카는 남은 힘을 쥐어짜내 포탈의 문을 열었다.
"날 다시 가두고, 다시는 날 찾지 말아줘, 부탁이야.."
17살의 클로저였던 베로니카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