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유리 소설
Elluween 2016-04-22 6
"저기...세하야"
임무를 마치고 소영의 포장마차에서 배를 채우던 유리는 조심스레 세하를 불렀다.
"엉. 애 울어?"
입안에 가득 음식을 넣고 있던 세하는 음식과 같이 씹고 있는 것 같은 발음으로 대답하며 유리를 돌아봤다.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뻔한 유리는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하고자 했던 말을 꺼냈다
"우리 사귀고 있는거 맞지?"
3일 전에 사귀기 시작한 커플에서 나올 말은 아니지만, 유리는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물어봤다.
그러자 세하는 입에 있던 음식을 삼키고 의문이 담긴 목소리로 반문했다.
"무슨 소리야? 당연히 사귀고 있으니깐 임무 끝나고 둘이서 이렇게 뭐 먹으러도 오고 하는거지."
'그게 문제라는거지......'
유리는 세하의 태연한 모습에 차마 하려던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세하가 말한 '사귀고 있으니까 하는 일'은 유리와만 하는것이 아니라 다른 여성진들과도 자주 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슬비야 같은 팀원이니깐 이러저러 할 말이 많을 수 있다 쳐도, 요즘 들어 같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늑대개 팀의
하피라던가, 심지어 차원종이라고 알고 있는 레비아와도 같이 다니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하는 유리는 마음
한켠이 불안해졌다.
아직 고등학생들의 연애라지만, 유리는 자신의 남자친구라는 녀석이 다른 여자들과 둘이 다니는 모습에 복잡한 감
정이 피어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서유리 너 오늘 약간 이상하다? 무슨 일 있어?"
"으으...... 그게...."
유리가 자신의 속도 모르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세하에게 꿍쳐뒀던 말을 꺼내볼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였다.
"세하야? 세하야, 지금 있니?"
세하의 허리춤에 달려있던 무전기에서 김유정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니아 바아아(니가 받아봐)"
그 사이에 또 음식을 입안에 가득 넣고 있던 세하는 무전기를 유리에게 건네줬다.
"유정언니? 무슨 일이에요?"
유리의 목소리를 들은 김유정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유리니? 세하랑 같이 있는거야?"
"네 지금 요기좀 하고 있었.."
김유정은 정말 다급한 일인지 유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말을 시작했다.
"다른 팀들은 어디 있는지 모르니? 슬비도 제이씨도 무전을 받지 않아!!"
"아니아니;; 무슨 일인지 설명 좀 해주실래요 언니?"
휘몰아치는 김유정의 말에 유리와 세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김유정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둘의 집 나갔던 정신을
단박에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었다.
"신서울 한복판에 초대형 차원문이 열렸어! 지금 특경대와 유니온 요원들이 최대한 출동해서 막아보고는 있지만 요원들은 수
가 적고 특경대는 시간도 못 끌 정도의 차원종들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그 말을 들은 세하는 먹고 있던 음식이 체 했는지 연달아 기침을 하고 있었고, 유리 또한 낯빛이 새파래졌다.
"너희가 당장 연락이 닿는 가장 가까운 요원이야. 나는 다른 팀원들에게 계속 연락해볼테니 너희는 빨리 현장으로 가주렴! 좌
표는 NS-47.13이야!"
"콜록,콜록..빨리 가자. NS-47.13이면 도심 한복판이야!"
"응! 소영 언니 저희 갔다 올게요!!"
배웅해주는 소영을 뒤로 하고 세하와 유리는 주변에 있던 건물 위로 뛰어 올라갔다.
"으윽... 역시 뭐 먹고 바로 사이킥 무브는 좀 쏠리네..."
"저기봐!......."
유리가 바라본 곳엔 꽤 떨어져 있는데도 육안으로도 충분히 확인 가능할 정도의 거대한 구멍이 하늘에 뚫려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에선 차원종들이 끝없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특경대로는 시간도 끌 수 없다는 말이 헛것이 아닌게, 차원종 하나하나가 최
소 B급의 기운이 느껴졌다.
"말도 안돼.... 이건 엄마한테나 들었던 수준인데...."
세하는 자기의 어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중, 차원전쟁 막바지에 저런 차원문의 등장으로 인해 3일 밤낮을 싸우고나서야 겨우
차원종을 패퇴시켰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때도 피해가 엄청났다고 했는데... 심지어 지금은 도시 한복판이라고...."
"뭘 멍하니 있어 세하야! 얼른 가자!"
소리치는 유리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세하와 유리가 이동하려는 찰나, 무전기가 울렸다.
"세하야! 유리야! 지금 다른 팀원들과 연락이 닿았는데, 아무리 빨라도 앞으로 15분은 걸린다고 해! 너희는 어디니?"
"저희는 1분정도면 도착해요! 도착하면 바로 교전 시작하겠습니다!"
"아니, 교전보다 먼저 민간인의 구출과 대피를 먼저 시작해야해! 아직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수백명은 될거야!"
"그렇다고 차원종을 그냥 놔두고 구출작전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럼 한명은 차원종을 상대하고 한명은 민간인 대피
팀을 보조할게요."
그 말에 김유정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안 돼. 최대한 빠르게 민간인들부터 구출해야해. 클로저들의 임무는 차원종을 없애는것에 우선하여 차원종들에게서부터 사람
들을 지키는거야. 거기다가 혼자서는 너무 위험해!"
"언니, 이젠 저희도 충분히 강하다구요. 거기다가 우리 둘이 전부 대피 작업 지원에 들어가면 그만큼 앞에서 싸우는 특경대 아
저씨들의 피해는 더 커질거에요."
"끄응.... 알았어. 대신 위험해 질것 같으면 바로 뒤쪽으로 빠져**다."
"네 알았어요. 세하야.빨리 가자.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한거 같아"
"알았어. 내가 차원종들을 상대할테니까..."
"아니야, 내가 차원종을 맡을게. 넌 민간인들의 대피를 도와줘"
유리의 말에 세하는 인상을 찡그렸다.
"무슨 소리야? 지금 저기 상황 안보여? 엄청나게 위험하다고!"
"그래서 내가 가겠다는거야. 너랑 나중에 누가 일대 다수 전투에 유리한진 잘 알텐데? 이 서유리 님을 얕** 말라구!"
"....알았어. 대신 절대 무리하지마!"
세하는 방향을 바꿔 사람들이 대피중인 장소로 달려갔고, 그 뒷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유리도 본격적으로 전장으로 뛰기 시작
했다.
"대장님! 이젠 버틸 수가 없습니다! 물러나야합니다!"
"그런 말 지껄일 힘 있으면 한발이라도 더 쏴! 지금 우리가 물러나면 어쩌자고 그런 말을 지껄여?!!"
"하지만 총알도 통하지 않습니다. 지원이 오지 않으면...."
"유리~~~~~"
그 때, 특경대의 말을 끊듯이 어떤 목소리가 공중에서 들려왔다.
"스타!!!!"
콰과과과과과광!!!!!!!!!!
그리고 특경대가 세워놓은 방어벽 앞쪽에 몰려있는 차원종들의 발 아래로 거대한 오망성이 그려지는가 싶더니 화려하게 폭발
하기 시작했다.
"뭐,뭐야?!"
놀라는 특경대원들 앞에 한 여자아이가 신분증을 내밀었다.
"유니온의 정식요원 서유리입니다. 이 곳은 제가 맡을 테니 대원분들은 다른 곳을 지원해주세요."
"정식요원? 너같은 학생이?"
"뭐랄까... 입사가 빨랐다고 해야... 우와앗!!"
잠시 주변 상황을 망각하고 대화를 나누던 유리의 머리 위로 거대한 차원종의 앞발이 떨어졌다.
하지만 재빠르게 차원종의 뒤로 돌아간 유리는 가볍게 차원종의 목을 베고 말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그 말과 함께 유리의 신형은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유니온에 사람이 없나... 저런 여학생이 요원이라니..."
"하지만 실력은 확실한것 같습니다. 저런 차원종을 저리도 쉽게 제거하다니...."
"아무튼 노닥거리고 있을틈이 없다! 빠르게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쿠에엑!!! 쿠오오오오!!!
"치잇... 왜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거야?"
이미 300마리가 넘는 차원종을 없애버렸지만 아직도 눈에 보이는곳까지 가득 차 있는 풍경에 유리는 혀를 찼다.
지금까지 수많은 작전에 투입되어왔지만 이정도의 차원종을 한번에 보는건 처음이었다.
"혼자 할 수 있다고 큰소리 뻥뻥 치고 왔지만....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한 마리 한 마리는 큰 위협이 되진 않았지만 워낙 수가 많았다. 총알은 밀려드는 차원종 앞에 이미 바닥난지 오래였고, 지금은
검으로만 차원종들을 상대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싸우다 보니 너무 깊숙히 들어와서 지원도 못 올...."
"호오, 이 몸의 부하들을 수백이나 죽여버린 존재가 겨우 이런 어린 인간이라니. 놀랍군."
그 때, 유리의 등 뒤에서 칠판을 긁는듯한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왓?!"
빠르게 앞으로 뛰쳐나가며 등 뒤로 검을 휘둘렀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너무도 가볍게 그 검을 피했다.
'내 뒤에서 기척도 없이 서있었다니? 도대체 무슨 놈이지?'
"성급하군. 죽이려면 한참 전부터 죽일 수 있었다고. 대화를 해** 그러나?"
그곳엔 묘하게 태평하게 보이면서도 온몸에서 위험하다는 느낌의 오라를 내뿜고 있는 인간형 차원종이 서있었다.
"이런 대군을 끌고 신서울을 침공한 녀석과 대화는 무슨!!"
'위험해 이녀석... 아스타로트보다 더 강한 기운이 느껴져....'
유리의 모든 감각이 '이 녀석은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차원종보다 강하고 위험한 기운이 느껴졌
다.
"짐의 이름은 크로울리 아스라이타 테제. 너희들은 바알이라고 부르더군. 무례한 존재들이야. 짐의 이름이 있음에도 이상한 이
름을 가져다 붙히다니."
차원종의 이름을 들은 유리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것을 느꼈다. 바알이라는 이름은 분명히 클로저 교육중에 들었던 차원종이
었다.
"설마..... '죽음의 군단장' 바알?"
"호오, 바알말고도 그런 별명또한 존재하였나. 그 별칭은 마음에 드는군. 죽음의 군단장이라니."
기억에 따르면 바알은 차원전쟁 중기부터 등장하여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십만의 군세를 이끌고 다니던 차원종이었다. 그 군
단들이 휩쓸고 지나간 곳엔 죽음밖에 남지 않는다 하여 죽음의 군단장이라는 별칭이 붙었고, 차원전쟁 말기에 단 한번 울프백
팀만이 그 공세를 막아냈었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런 놈이 왜 여기에 있는건데!!'
유리는 혼자 만족해하고 있는 바알을 한번 쳐다보고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유정 언니? 들리세요? 유정 언니!"
치지직...치지지지지직.......
유리가 몇번을 더 불러보았지만 무전기에선 애꿎은 노이즈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치잇... 왜 이럴때만 안되는거야...."
"기다려 주었거늘 보고는 하지도 못한것 같군. 자, 네놈의 의견을 들어보겠다 인간. 나의 발 아래에 엎드려 복종을 맹세하면 목
숨은 살려주도록 하지."
"웃기는 소리하지마! 누가 그런 짓 할것 같아!"
"큭,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별안간 바알은 웃음을 터트렸다. 게다가 그냥 웃음 소리라고 보기엔 엄청난 충격이 고막을 강타했기에 유리는 순간적으로 몸
을 휘청였다.
"무모하군, 아니 용감하다고 해야하나? 아주 재밌어. 그 용기를 높이 사 너에게 한번의 공격 기회를 주겠다, 인간."
"그것 참 고맙네!!"
외침과 함께 유리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기회는 딱 한번... 그렇다면 가장 강한 기술로 치명타를 노리는 수 밖엔 없어....'
"어떤 공격이든 해보거라 인간. 어차피 나에겐 통하지도 않을...."
"일섬!!!!!"
일갈과 함께 유리의 신형이 사라졌다가 바알의 뒤쪽에서 나타났다.
"헤헷..."
의미 모를 웃음을 짓는 유리와 달리 바알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어떤 공격이든 통하지 않을거라더니...."
뒤를 돌아보며 유리가 검집에 검을 다시 집어넣는 순간,
촤아아아아아아악!!!
바알의 옆구리가 길게 갈라지며 피가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죽기는 싫었나봐? 다급하게 피하기까지 하고."
말은 태연하게 하고 있지만 유리의 속은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낼 수 있는 최대의 힘을 쏟아부은 일섬이었는데도 근거리에서
그걸 피해버린데다가 생각보다 피해가 적었던 것이다.
"....히."
방어 자세를 잡던 유리의 귀에 바알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감히감히감히감히감히감히!!!!!!!!!!!!!!!!!!!!!!!!!!!!!!!!!"
**것 처럼 한 단어만을 외치던 바알이 다리를 들더니 강하게 내리찍었다.
콰아아아앙!!!
"꺄악?!!"
한 존재가 만들어냈다고 믿기 힘든 충격파에 휩쓸린 유리는 그대로 날아가서 건물에 부딪혔다.
"아야야.... 윽!!!"
까아아앙!!
어느새 눈 앞으로 이동한 바알의 주먹을 유리는 검으로 가까스로 막아냈다.
"감히!!! 이 몸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니가 공격하라고 했잖아!!'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걸 입 밖에 낼 새도 없이 바알의 공격이 밀려들어왔다.
'큭, 무슨 공격이....'
어찌어찌 막아내고는 있었지만 막을 때마다 팔이 부러질것 같은 압력이 전해져왔다.
콰앙! 콰앙! 콰앙! 챙그랑!
"어...?"
결국 바알의 주먹을 이겨내지 못한 유리의 검이 부러져버렸고, 바알의 주먹이 유리의 가슴에 꽃혔다.
콰아아앙!!!
"쿨럭! 쿨럭!! 커헉..."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폐를 찔렀는지 숨쉬기가 힘들었다.
'힘의 차이가 큰 줄은 알았지만 한방에 이정도일 줄이야...'
"이게 네놈과 나의 차이다, 인간. 주제도 모르고 이 몸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꽤 먼거리를 날아왔다 싶었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다가온 바알이 발을 들더니,
콰자자작!!!
그대로 유리의 무릎을 밟아 부러뜨려버렸다.
"꺄아아아아아악!!!!"
"크하하하하하하!!! 그래. 하등 종족은 고등 종족 앞에서 이렇게 기어다니면 되는것이다. 그리고!!"
바알은 말을 잠깐 멈추더니 유리의 머리를 한손으로 잡고 들어올렸다.
"이 몸에게 크진 않지만 상처를 입힌 죄는 크다. 산채로 이 몸의 부하들에게 먹이로 던져주지. 산채로 뜯어먹히면서 이 몸에게
대든 너 자신을 저주해라. 크하하하하하하!!!!!"
죽을때가 되면 인생의 주마등이 스쳐지나간다고 했던가. 유리는 그 말을 직접 체험하고 있었다. 재밌는건 가족들보다 검은 머
리의 게임 중독자 녀석이 더 많이 생각난다는 것.
'헤헤.. 난 내 생각보다 세하를 더 좋아했었나 보네....'
멀어져가는 의식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고 점점 눈이 감겨 가고 있었다.
'마지막이라면.... 한 번만 더 보고 싶은데....'
서걱
"크아아아아아아악!!!!!"
뭔가가 베이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유리의 몸이 아래로 떨어졌다.
'어라.... 뭐지...'
땅에 닿는 충격이 올거라 생각했지만 유리의 등에 닿은건 누군가의 팔이었다.
"잠시만 쉬고 있어 유리야. 금방 끝낼게."
그리고 들려온 목소리는 다시는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목소리였다.
'설마...?'
가까스로 눈을 떠보니 거기엔 검은 머리에 건블레이드를 들고 서 있는 세하의 뒷모습이 보였다.
"크아아아악!!! 이 망할 하등 생물들이!!!!"
손목이 잘려나간 바알은 아픔보단 두번씩이나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에 더 분개하고 있는듯 했다.
"조..해 ...하야..."
세하에게 주의라도 주고 싶었으나 숨도 쉬기 힘든 마당에 말을 한다는 건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네놈.... 절대로 용서 못한다!! 감히 이 몸에게 겁도 없이 공격을...."
"용서 못한다고?"
세하의 말에는 분노가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세하의 몸에서 지금까지 ** 못한 수준의 위상력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용서 못한다는건 내가 할 말이다. 이 자식아...."
"이... 이 힘은!! 네 놈 설마 그 여자의!!!"
당황한 바알에게 세하는 건블레이드를 겨누었다. 건블레이드에도 지금까지 본 불꽃중 가장 크고 강렬한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
다.
"내 여자친구한테 무슨 짓이냐 이 망할 자식아!!!!!"
일갈과 함께 휘두른 건블레이드의 불꽃에 바알이 휩싸이는것에서 유리의 기억이 끊어졌다.
삑 삑 삑 삑
기계음에 유리는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건 하얀 천장이었다.
"으윽.... 여기가 어디지?"
몸을 일으켜 주위를 살펴보니 병실처럼 보이는 곳에 자신이 누워있었다. 몸에는 이런 저런 선들이 붙어서 기계로 연결되있었
다.
"병원인가?...."
자신의 상태를 보니 머리엔 붕대가 감겨있었고 바알에게 밟혔던 무릎에 깁스가 되어있었다. 그 외에도 어깨와 등 쪽에도 깁스
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일단은 살았나 보네..."
움직여서 좋을게 없겠다는 생각에 침대에 다시 누우려던 유리의 귀에 병실 밖의 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일 짼데..... 언제 쯤....까요?"
"너무 걱정...마 동생. 유리.....니까 곧 일어..야"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서 말하고 있는건지, 목소리가 띄엄띄엄 들렸지만, 대화의 맥락상 같은 검은양팀원들 같았다. 그리고 이
쪽으로 오고 있는지 목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혹시 또 모르지. 사실 이미 깨어났는데 임무 나가기 싫어서 누워있을 수도. 하하핫!"
"제이씨 기준으로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이런 이런... 우리 대장님은 너무 빡빡하다니깐."
"그래도 간호사 누나들 사이에선 유리 누나가 잠자는 공주님이라고 불린다던데요?"
테인이의 말에 크게 웃는 제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달칵
문이 열리고 검은양 팀원 4명이 들어왔다.
"요! 오랫만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는 유리의 모습에 4명 모두 일시정지 상태에 돌입했다.
"에.. 왜 그래? 저기요? 저기요?"
5초정도 가만히 서있던 4명은 정신을 차리고 유리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유리야! 언제 일어난거야?"
"몸은 좀 괜찮아?"
"아픈덴 없어?"
"괜찮아요 누나?"
"에? 에? 에?"
4명이 같은 주제 다른 말들로 각자 말을 쏟아내고 있으니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듣겠는 유리는 그저 에? 만 연발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래서, 내가 기절하고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글쎄, 나랑 제이씨랑 테인이가 현장에 도착했을땐 이미 상황이 종료 되있었어. 바알은 이미 세하에게 처리됬고
넌 호흡이 멎어있던 상태라 세하가 계속 인공호흡을 하고 있었거든."
"그...그래?"
인공호흡이란 말에 유리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호흡 정지 상태여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
'처...첫키스으으으으으!?!!?'
힐끔 쳐다본 세하는 게임기에 시선을 박고 있었지만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을 숨길 수는 없었다.
"우웅? 얼굴이 좀 빨간데, 괜찮아요 누나?"
"어? 아, 괜찮아 테인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우리 테인이~"
"아무튼 넌 겨우 호흡이 돌아왔고 바로 병원으로 옮겼지. 되게 심각했어. 무릎 관절 파손에 전신 타박상, 어깨랑 등뼈에는 금이
가고, 갈비뼈가 부러져서 폐를 살짝 찔러서 기흉까지 생기고.... 너 지금 일주일 만에 일어난거야 유리야."
"와.... 나 되게 오래잤네."
"핀트가 그거니....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말했는데, 무릎은 부상 정도가 심각해서 치료 기간도 길고 후유증이 좀 남을것 같다
고 하시더라고"
스피드가 주 무기인 클로저에게 상당히 치명적인 부상이었겠지만, 유리는 생글생글 웃었다.
"괜찮아! 이 서유리님을 얕보면 안된다구!"
"그러면 안돼, 유리야. 이 오빠처럼 되면 어쩌려고 그래?"
제이가 끼어들어서 조언 같지 않은 조언을 해주었지만,
"베에~~ 설마 아저씨처럼 될까봐요?"
본전도 못찾고 물러났다.
"아무튼 우리는 다음 임무가 있어서 가볼게. 푹 쉬어 유리야."
"응! 다음에 보자!"
멤버들이 나가고 문이 닫히자 유리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이왕 이렇게 된거 푹 쉬려는 마음이었다.
달칵
그 때 문이 열리고 세하가 혼자 다시 들어왔다.
슬비에게 들은 첫키스(인공호흡)가 다시 생각난 유리는 다시 얼굴을 붉혔다.
"무..무슨 일이야?"
"어... 건 블레이드를 놓고 가서...."
아까 살짝 얼굴을 붉힌게 거짓말이라는 듯한 세하의 무덤덤한 모습에 유리는 세하를 살짝 골려주고 싶어졌다.
"아 세하야!"
"왜?"
"첫키스는 기분이 어땠어?"
"큽, 쿨럭! 쿨럭! 케헥!"
유리의 부름에 세하는 무슨 일이냐하고 돌아봤다가 유리의 말에 헛기침을 쏟아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에에.. 첫키스 했을때 난 기절해 있었잖아? 너만 그 느낌이 났을테니깐 궁금하잖아."
"그...그게 뭐가 키스야!! 인공호흡이 키스면 구급대원들은 항상 키스하고 다니게?"
세하의 격한 반응에 유리는 세하도 그게 첫키스였다는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헤에.... 발뺌하는거? 바알한테는 여자친구라고 당당하게 외쳤으면서?"
"너 깨어있었.... 아니, 그게 여기서 왜 나와?!"
얼굴이 점점 빨개지는 세하를 보며 유리는 필사적으로 웃음을 삼켰다.
"흑, 남자친구가 가련한 소녀의 첫키스를 가져가 놓고 발뺌하는 남자라니, 아이고 엄마~~"
"가련이 다 얼어죽었냐...."
우는 척을 하면서 고개를 돌리는 유리의 뒤로 세하의 어이없다는 듯한 말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고 참아왔던 웃음을 소리없이 터뜨리고 있는 유리를 바라보고 있던 세하가 뭔가를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야 서유리"
"왜 부르세요 이세하ㅆ..읍!!?!"
삐진 척을 하며 다시 다시 고개를 돌리며 말하던 유리는 끝까지 말을 할 수 없었다. 세하가 유리의 머리를 끌어당기더니 그대
로 입으로 입을 막아버린 것이다.
잠시후 입을 뗀 세하는 잔뜩 빨개진 얼굴로
"이제 됬냐? 나 간다."
라는 말을 남기고 병실에서 나갔다.
키스하던 자세로 굳어버린 유리는 간호사가 저녁을 가지고 들어올 때까지 그대로 굳어있다가 간호사가 툭 건드리자마자 얼굴
이 완전히 빨갛게 변해서 바둥거렸고, 다음날 세하의 집 밖에는 발로 차서 낸듯한 구멍이 여러개 뚫려 있는 이불이 버려져있었
다고 한다.
"그래서 그게 엄마 첫키스 에피소드?"
"응. 그땐 참 당황했지. 호호."
"우와... 아빠 되게 대담했네...."
"애한테 뭘 말하고 있는거야!!!"
요원복을 입고 출근 준비를 하던 세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여보, 있었어요?"
"듣고 있는거 뻔히 알고 있으면서 내 흑역사를 딸한테 말할 필요가 있어? 하다못해 내가 없을때 해달라고..."
"어머?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요?"
유리와 딸 세리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에휴 다녀올게!"
"다녀오세요 여보. 세리야 우린 이제 아침 먹자"
"네. 엄마!"
지금은 알 수 없는 20년 후 어느 행복한 가정 이야기.
팬소게에는 글 처음 써보네요. 이상하거나 맘에 안들거나 억지스럽거나 그런 부분이 많을 수도 있어요.이과충의 한계라고 생각해주세요..... 덕심이 폭주해서 한번 써봤는데..... 다신 안하는 걸로......힘들고 귀찮고 무엇보다 오글거려........
제목도 생각이 안나서 그냥 저따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