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멘션 브레이커 Part.4 날지 못하는 새와 날기 싫은 새(2)
안gel리na 2016-02-07 0
아까보다 비가 더 거세게 내리는 듯한 구로역 근처의 일대.
그곳에서 하피의 날카로운 눈빛과 피닉스의 게슴츠레한 눈빛이 서로 교차하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물에 빠진 생쥐마냥 비에 홀딱 젖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향한 눈빛만은 불타오르는 듯 했다.
관객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하피의 뒤에는 홍시영 감시관이 우산을 쓰면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춤, 그 자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하피의 공중전과 스타일리쉬한 피닉스의 사격술과 이를 보조해주는 발차기는 돈주고도 못 보는 진귀한 광경일테니 말이다.
"그럼, 레이디 퍼스트해드릴테니까 얼른 덤비시구랴."
피닉스는 골초답게 입에 담배를 물면서 시원스럽게 하피에게 선공을 양보했다.
아무리 여자를 밝히니, 어쩌니 해도 일단 그에게도 신사적인 면모가 있는 모양이다.
"... 흥, 그럼 후회하지나 마세요!"
피닉스의 양보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누군가가 먼저 공격을 해야 하는 상황이였기에 하피는 먼저 제빠르게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하피가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후려차자 바람의 소용돌이가 일어나며 피닉스 앞으로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훗...!"
피닉스는 피우고 있던 담배를 웃어제끼면서 뱉어내 하피가 일으킨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러자 갑자기 하피의 소용돌이가 엄청난 불꽃을 일으키며 번지기 시작했다.
"꺄앗!"
갑작스럽게 일으켜진 불꽃에 하피는 뒤로 백스텝치며 살짝 비명을 질러댔다.
"당신이 소용돌이라하면은, 나는 불꽃 태풍을 보여주지!"
하피가 소용돌이를 일으켰던 것처럼 피닉스도 오른쪽 다리를 힘차게 불꽃을 향해 차버리자 엄청난 바람이 일으켜지고, 순식간에 불꽃과 피닉스가 일으킨 바람이 합쳐져 커다란 불꽃 태풍을 자아냈다.
"이, 이럴 수가!"
"호오... 과연, 피닉스..."
피닉스가 하피의 소용돌이를 고작 담배와 발차기만으로 이런 커다란 불꽃 태풍을 일으키는 광경에 하피와 홍시영은 감탄을 감출 수가 없었다.
피닉스가 핀 담배가 어떤 건 지는 몰라도, 고작 발차기만으로 하피의 위상력이 담긴 발차기를 뛰어넘는 바람을 일으킨다는 건 피닉스의 실력이 결코, 하피에 뒤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으니 말이다.
"난 말이여, 허구헌 날 위상력에 의존하는 당신들, 위상능력자들이 제일 마음에 안 들어, 알아? 진짜 위상능력자라면, 위상력을 쓰기 전에 자기 스스로가 강해져야지 않겠어?"
피닉스는 놀라움에 가득찬 하피를 바라보며 피식 웃은 채, 말을 이어갔다.
파박!
이어서, 피닉스가 불꽃 태풍으로 다시 한 번 발차기를 하자 또 한 번 큰 바람이 일으켜지며 하피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큭!"
하지만, 하피는 불꽃 태풍과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옆으로 달려가서 피닉스의 옆을 노리기 시작했다.
"역시, 쌈박질은 위상력이 아니고 무투파지!"
"고작, 바람 좀 일으켰다고 자신만만하네요, 불닭!"
파바바박!!
불꽃 태풍을 옆에 두고 하피와 피닉스는 서로의 다리와 발을 이용해서 격렬한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하피는 그렇다 치고, 두 정의 리볼버 다루는 피닉스의 발차기 실력이 하피 못지 않다는 건 피닉스의 원래 주력은 발차기가 아닌가 싶다.
"큭!"
"윽!"
서로의 얼굴에 상처를 한 번씩 만들어 고통을 느끼는 두 사람이지만, 결코 각자의 다리를 거두지 않고 계속해서 다리를 휘둘렀다.
신기하게도 두 사람의 발차기 스타일이 비슷한 점이 많았다.
하피가 피닉스의 어깨를 노린다면, 피닉스도 똑같이 어깨를 노리려 했다.
다리 휘둘러지면서 일으켜지는 바람도 그렇고, 쉴 틈없이 몰아치는 것 또한 똑같았다.
"흐음... 하피, 피닉스... 둘이서 즐겁게 싸우는 건 좋은 데, 저 불꽃은 어떻게 하지 않으면 구로 일대가 불바다가 되겠는 걸요? 당신들이 싸우면 싸울수록 불꽃이 더 거세지는 걸요?"
두 사람의 싸움을 잠자코 지켜보던 홍시영은 피식 웃으면서 두 사람에게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불이 바람을 만나면 더 거세지기 때문에 하피와 피닉스의 전투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조금씩 일어난 바람은 점점 더 거세지며 불꽃 태풍을 더 거세게 일으키기게 했다.
설사, 건물이 무너지니 난리통이 나서 난민들의 화를 자극해도 늑대개 팀이 차원종을 처리했다고 둘러대도 되니, 홍시영의 여유는 넘쳐보였다.
"정말이지, 이런 싸움은 정말... 정말 오랜만이네요! 스릴이 넘치는군요!"
하피는 처음과 다른 희열에 찬 눈빛으로 아하하 웃기 시작했다.
본성이 목숨을 건 스릴있는 전투를 하길 원하는 하피는 불과, 몇 분 전만해도 싫어했던 피닉스를 조금은 마음에 들어했나보다.
"거럼~ 거럼~ 내가 말했잖아, 난 레이디 퍼스트라고. 당신이 이런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싸움을 좋아하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단 말이여!"
피닉스도 호탕하게 웃으면서 하피에게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아니, 애초에 피닉스가 더 이런 스릴 넘치는 싸움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쉽고 편한 길은 결코 없었기에, 산전수전을 겪은 피닉스야말로 그냥 치고 박는 싸움보다는 스릴 넘치는 싸움을 원했던 것이다.
하피가 피닉스를 질려했다지만, 피닉스만큼 그녀와 성격이 어울리는 남자가 없을 것이다.
콱!
"크악!"
피닉스가 틈을 보였는 지, 하피가 재빨리 가슴쪽을 발로 찼으나 피닉스는 오른손으로 하피의 발을 잡아 막을 수는 있었다.
"핫!"
하지만, 하피는 곧바로 비어있는 다른쪽 발을 돌려차서 피닉스의 안면을 가격했다.
"컥!"
피닉스는 하피의 다음 공격을 미처, 예상이라도 못했는 지 순식간에 안면을 내주고는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하피와 그렇게 막상막하로 싸우더니, 결국 하피가 기분 좋았던 것에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 틈을 보여져버린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전투 중에 그렇게 희희낙낙 거려도 되겠어요!"
바닥에 쓰러진 피닉스를 보고는 하피는 피식 웃어보이면서 그를 비웃기 시작했다.
역시, 남자란 여자에게 약하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이 아닐까?
"... 퉷! 이것 참... 굉장한 걸?"
피닉스는 부스스 일어나면서 입에 피를 뱉고는 피식 웃어보였다.
"훗, 그런 당신은 정말 별 거 없네요?"
"이런 **!"
하피가 입을 가리면서 풋 하고 비웃자 피닉스는 일그러진 얼굴로 애써 웃어보이며 하피에게 달려들었다.
"정말이지, 남자들이란..."
피닉스가 달려드는 모습에 하피는 살짝 짜증이 담긴 얼굴을 띄며 중얼거리더니...
팍!!
"큭...!"
"여자한테 지는 게 그렇게 자존심에 상하는 건가요? 똑같은 사람인데두요?"
발차기가 서로 어긋난 채 부딪히며 이를 가는 피닉스와 달리, 그녀는 여유스런 얼굴을 띄었다.
"헹, 난 딱히 자존심이 상한 게 아니라고."
"어머, 그래요?"
샥!
피닉스가 이번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대답하자, 하피는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곧바로 다리를 바꿔 피닉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닉스는 고개를 재빠르게 아래로 내려 피할 수 있었다.
"고럼, 당연하지!"
퍼억!
"꺄아악!"
순식간에 이어진 피닉스의 발차기가 하피의 턱에 꽂히고, 하피는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넘어지기 시작했다.
말은 레이디 퍼스트니, 하피 같은 미인을 두고 늑대개를 어떻게 떠나느니 하더니, 싸울 때는 국물도 없는 모양이다.
"슬슬 끝내..."
"하아앗!!"
피닉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피가 이를 바짝 붙이며 몸을 빙글빙글 돌려 피닉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피의 다리에서 어두운 위상력이 초승달 모양처럼 여러 개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하피의 결전기인 루나틱 타이푼이였던 것이다.
파바박!!
"커헉...!"
초승달의 어두운 위상력이 피닉스를 덮치자 그는 하피의 루나틱 타이푼에서 뿜어져나오는 어두움 때문에 아무런 방어도 못한 채, 피를 토하며 복부에서 커다란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닉스는 점점 불꽃 태풍과 정확히 맞떨어져있는 건물을 향해 뒤로 밀려나가기 시작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하피가 루나틱 타이푼의 마지막 발차기를 끝내고 빙글빙글 돌던 몸을 아래로 떨어지려는 순간에 공중에서 제빠르게 피닉스에게 달려들어 멈추지 않고 발을 차고, 또 차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피닉스는 하피의 속사포 같은 발차기 콤보에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고통스런 비명과 함께 꼼짝없이 당할 뿐이였다.
쿵!
순식간에 피닉스는 건물에 부딪히고 말았고, 하피는 이를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피닉스를 쉴틈없이 공격하고, 또 공격했다.
쩌적...!
피닉스가 하피에게 한 발, 한 발 발차기 공격을 당할 때마다 건물이 조금씩 쩌저적 소리를 내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이에요!"
콰아아앙!!
"쿠와악!!"
하피가 마지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한 발차기를 피닉스의 턱에 꽂자, 피닉스는 건물을 뚫고 날아가버렸다.
하피의 발차기를 맞은 것은 피닉스 뿐만이 아닌 건물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강한 힘이 깃든, 희열에 찬 하피의 발차기에 부숴질 수 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쿠구구구...!
콰아앙!!
하피의 발차기 건물 최하층 부분이 뚫리자 건물이 무너지면서 좀 전부터 불타오르고 있던 불꽃 태풍이 건물에 깔려져 사라지고 말았다.
커다란 소리를 내며 쓰러져 산산조각이 난 건물은 차원종들로 인해 폐허가 된 건물이였기에 순식간에 부숴지기 쉬웠지만, 어찌된 영문인 지 산산조각이 나도 불꽃 태풍에 깔려지면서 붙어버린 불꽃들은 여전히 달라붙어있었다.
그러다 보니, 피닉스와 하피가 있던 자리는 커다란 화재가 일어난 마냥 매스꺼운 연기와 커다란 불꽃이 넘쳐나는 화재 현장으로 탈바꿈했다.
"피닉스!! 하피이!!"
홍시영은 오른손으로 입과 코를 막으려고 하면서도 하피와 피닉스를 애타게 부르기 시작했다.
피닉스와 하피는 자신과 대적 중인 트레이너와 나타, 그리고 레비아의 늑대개 팀 교관 세력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늑대개에 입단시킨 맴버들로 그 두 사람을 이렇게 대련이랍시고 시작된 전투에서 잃어버리는 건 엄청난 손해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홍시영에게 있어서 하피의 존재는 자신의 그림자이자 그녀가 사랑했던 여자였기에, 화재고 나발이고 하피의 생사여부만이 지금의 그녀에게 있어서 절대적이였을 것이다.
"코, 콜록...! 피, 피닉스 씨!"
하피는 주위에 번지는 불과 안개 때문에 대뜸, 정신을 차리고는 매스꺼운 안개와 뜨거운 열기 때문에 콜록거리면서 피닉스를 크게 불러댔다.
아무리 대련이랍시고, 자신이 피닉스와의 싸움에 이렇게 정신을 놓을 정도로 싸울 줄은 몰랐기 때문에 하피는 피닉스가 걱정되기까지 했다.
"아... 피, 피닉스 씨이이!!!"
"시끄러워, 하피 씨...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하피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피닉스를 애타게 부르자마자, 피닉스가 입에서 피를 잔뜩 흘리면서 하피의 뒤에 바짝 붙어 서있었다.
"피, 피닉스 씨...!"
하피는 몸은 성해보이지 않지만 얼굴만은 여전히 넉살 좋은 능청스러움을 보이는 피닉스의 모습이 오늘따라 반갑게만 느껴졌다.
홍시영에게 붙잡혀 그녀의 그림자로써 다시 태어나고, 그로 인해 여태까지 감추어 왔던 자신의 본성을 잠시나마 깨워줬던 피닉스가 무사해서였을까?
"이것 참, 아까까지는 날 그렇게 미워하더니 지금은 날 그렇게 보고 싶었나 보구먼? 나야, 땡큐지만."
피닉스는 자신을 향해 울먹거리는 듯한 얼굴을 한 하피에게 씨익 웃으면서 여유스럽게 내뱉었다.
"무, 무슨 소리에요! 나, 난 그저..."
"아, 알았다고... 시간이 없으니까 후딱 얘기해드릴게."
"네, 네에? 그, 그게 무슨...!"
"하피... 난 당신을 반드시 홍시영으로부터 구할 거야. 당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난 당신의 날개를 구속시킨 홍시영이란 사슬을 반드시 없애버릴 거야. 알겠어?"
"무, 무, 무슨 소리에요! 그게 대체!"
하피는 난생 처음 듣는 진지한 목소리의 피닉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을 홍시영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준다?
그건 오래 전부터 포기하고 포기한 이룰 수 없는 꿈임을 하피 본인이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난데없이 자신을 자유롭게 해준다는 피닉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미 그녀는 홍시영의 그림자로써 그녀의 명령만을 듣는 충실한 부하였기 때문에 하피를 홍시영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금이니까 이렇게 얘기해주는 거야, 하피 씨. 당신이라면 이미 눈치챘을 거라고 보는 데? 내가 그 디멘션 브레이커의 피닉스였다는 걸..."
"그, 그건...!"
계속되는 피닉스의 진지한 목소리가 적응이 안 됬지만, 하피는 혼란스러운 가운데에도 정신을 차리며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하피야 피닉스를 처음봤을 때부터 그가 3년 전, 차원전쟁에서 수많은 차원종들을 학살해왔던 4인조 위상능력자 그룹인 디멘션 브레이커의 맴버임을 금방 알아챌 수가 있었다.
자기와 똑같이 스릴 있는 전투를 즐겨하며 어딘지 모르게 자신과 많이 닮아보였던 그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왜, 왜죠? 왜 나를... 왜... 왜 나를 구하려고 하는 거죠! 난, 난 이제...!"
하피는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피닉스에게 호소라도 하듯이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그녀에게 구해준다고 얘기했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였을까?
피닉스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구해주겠다고 당당히 말한 것이 홍시영의 그림자로써 영원히 살아가겠다는 그녀의 의지를 조금씩 갈라지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그녀의 긍지 또한 조금씩 드러나게 했을테고 말이다.
"그야, 내가 당신에게 첫 눈에 반했다, 이 말씀이지."
"... 하...! 자, 장난해요? 이, 이런 상황에서 고백이라도 하는 건가요!"
피닉스의 난데없는 고백에 하피는 말을 더듬으면서도 화를 거두지 않았다.
"그리고 겨우, 나 하나 구하겠다고 당신 목에 그... 그 쵸커까지 채우면서까지 늑대개에 들어왔다는 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에요!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말아요!"
"장난이라니, 너무한 걸...? 내가 첫 눈에 반한 여자가 딱 봐도 자기 뜻대로 움직이고 싶어도 못 움직여서 금방이라도 죽을 거 같아 보이는 데... 그걸 가만히 놔두라고?"
"... 피, 피닉스 씨..."
피닉스가 피식 웃어보이면서 하피의 어깨를 살며시 잡으면서 말하자 하피는 눈물이 흐르는 눈동자를 커다랗게 뜨면서 그저, 피닉스를 바라볼 뿐이였다.
"난 말이지... 날기 싫은 새였어. 차원전쟁도 끝나고... 애들이랑도 소식이 끊어져서 그냥 이냥저냥 알바나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는 데... 날고 싶어서 안달이 났는 데, 구속되서 아무 것도 못하는 새가 자신을 억누르는 걸 보게 됬단 말이지... 그것도 그 새가 내가 첫 눈에 반한 여자라 하
면은 어떻게 가만 놔두겠냐고... 기지?"
피닉스는 하피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씨익 웃어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평소엔 불량스런 *** 같아보이지만 나름대로 로맨티스트적인 면모도 가진 피닉스였던 모양이다.
하긴, 어떤 남자간에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겐 그 누구보다도 부드러워질 수 있는 건 피닉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지만 말이다.
피닉스는 카이넌스와 카인과 함께 차원전쟁을 마치고 어영부영 애들과 해어지고는 그냥저냥 알바나 하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신세였었는 데, 벌처스 쪽에 관련된 알바를 하다가 홍시영과 함께 걷는 하피를 보게 되었다.
무표정한 하피의 얼굴은 아름다웠지만 피닉스의 눈에는 그녀가 뻔히 홍시영에게 구속되어 있는 걸 눈치챘었고, 피닉스는 그냥저냥 하루하루를 보내는 자신의 의욕없던 삶에 다시 한 번 의욕을 불피울 수 있던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고작, 여자 하나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의 목에 쵸커를 채우면서까지 벌처스에 제 발로 들어간 피닉스였지만...
그만큼 하피는 로망을 믿지 않는 피닉스에게 첫 눈에 반한다는 로망을 일깨워준 여자이자, 목숨을 걸 만큼 구해야하는 여자였던 것이다.
"벌처스든, 스타크 벌처든 하피... 당신을 내 걸로 못 만들지언정, 나는 당신의 날개를 구속한 사슬을 없애주겠어."
"..."
피닉스가 하피의 얼굴에 손을 때면서 뒤로 돌아서자, 하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일 뿐이였다.
"이 불꽃은 조금 있음 꺼질 거야. 내 위상력은 불, 그 자체라서 말이야... 내가 차원전쟁에서 그렇게 차원종 놈들을 불태우고 다닐 수 있었던 것도 그 이유지."
피닉스는 주머니에서 다시 담배를 꺼내 담뱃불을 키기 시작했다.
카이넌스가 자신의 팔을 핏빛의 거대한 괴물 팔로 만드는 버서커, 카인이 자신의 검에 얼음을 깃들게 해 순식간에 적을 얼려벤다면, 피닉스는 불이란 위상력을 통해 자신의 특기인 사격술과 발차기에 불을 깃들어 적을 불태운다.
이것이 바로 디멘션 브레이커가 차원종들을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었던 이유들 중, 하나로 위상력 증폭과 함께 디멘션 브레이커의 강함을 증명하기도 했었다.
모 만화에서 자연계에 해당하는 원소 속성의 힘이 다른 이능력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하듯이, 디멘션 브레이커 맴버들의 위상력은 원소 속성에 가까웠던 것이다.
피닉스가 처음 하피의 소용돌이를 담배를 뱉어 불꽃을 일으킨 것도 담배를 피면서 담배가 불, 그 자체가 되어 소용돌이에 휘감겨 불꽃을 활활 태울 수 있던 것이다.
지금 이렇게 커다랗게 불타오르는 불꽃도 피닉스의 위상력이 깃든 불꽃으로 비가 내리든, 뭐가 됬든 간에 피닉스의 의지가 끊기지 않는 한, 영원히 불타오를 것이다.
"하... 피닉스 씨, 나 당신을 되게 안 좋게 보다가 이제서야 겨우... 조금 좋은 사람으로 보여지기 시작했는 데... 왜 나 때문에 목숨까지 걸면서 그러는 거에요? 이러면 결국 당신이 안 좋게 보이잖아요..."
하피는 허탈하게 웃으면서 피닉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 당신이 날 좋든, 안 좋든 어떻게 보든 난 상관없어. 당신은 그저... 다시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는 새로 다시 태어날 마음의 준비나 하고 있으면 돼. 더 이상, 당신이 홍시영의 발이나 핣고 있는 걸 보고는 것도 이제 못 참겠거든."
따악!
화르르륵...!!
하피의 말에 피닉스는 손가락을 딱 쳐냈고 순식간에 커다란 불꽃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하피...! 피닉스...!"
그러자 애타게 두 사람을 찾던 홍시영의 모습이 드러났다.
"피닉스 씨..."
"홍쌤, 무슨 걱정을 그렇게 하십니까? 왠 차원종 나부랭이가 튀어나와서 처리하느라 좀 걸렸수다."
하피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멍하니 피닉스를 부름에도 불구하고, 피닉스는 하피의 말을 무시하고는 여전히 껄렁거리는 얼굴로 홍시영에게 능청스럽게 말했다.
"... 정말인가요? 차원종 하나 잡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던가요?
피닉스의 말이 의심되었는 지, 홍시영은 날카롭게 피닉스를 노려보고 묻기 시작했다.
불꽃에 휘감겨져서 오래 있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히 살아있는 것도, 갑자기 그 커다란 불꽃이 갑자기 사라진 것도 이상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였기에 홍시영은 이 모든 게 이상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혹시나, 그 불꽃 속에서 피닉스가 하피에게 무슨 이상한 말이라도 했다면?
지금 피닉스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하피의 눈빛이 홍시영의 예상에 맞는 거라면?
홍시영으로써는 이 일은 도저히 넘어가기 힘든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피에 대한 소유권에 누구보다도 민감한 하피의 주인, 홍시영이 아닌가?
"홍쌤... 설마, 내가 이 불꽃속에서 하피 씨랑 노가리라도 깠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 그럴지도... 모르죠. 당신이 하피를 노리는 것 하나, 내가 모를 줄 알았나요?"
"이것 참... 제가 하피 씨의 미모에 반했다 해도 그렇지, 너무하신 처사 아닙니까?"
"그 불꽃 속에서 당신이 하피에게 무슨 말을 했는 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얼굴을 봐요. 막 눈물을 다 흘린 애처롭기 짝이 없는 얼굴이잖아요? ... 내 그림자한테 무슨 바람을 넣은 거죠, 망할 불닭...!"
피닉스의 지지 않는 말대답에 홍시영은 결국 이를 부드득 갈면서까지 피닉스에게 적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딱히, 제가 하피 씨를 울린 증거도 없지 않습니까? 그럼 직접 물어보시지요. 당신의 그림자인 지 뭔 지하는 분한테 말입니다. 그렇죠, 하피 씨?"
"... 네, 네...?"
하피는 홍시영과 피닉스의 다툼도 못 들을 정도로 멍이라도 때렸는 지, 피닉스의 갑작스런 물음에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하피... 나의 그림자, 이 망할 불닭의 말이 맞나요?"
"망할 불닭이라니, 진짜..."
홍시영이 하피를 심문하기 시작하자, 피닉스는 자신을 망할 불닭이라고 부르는 홍시영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
"아..."
하피는 평소와 어울리지 않게 말을 더듬으면서 화가 나있는 홍시영과 홍시영이 ** 못하게 순간적으로 윙크를 해 신호를 보낸 피닉스를 번갈아 보았다.
"... 네, 감시관님. 별 일 없었어요."
"호오... 정말인가요?"
피닉스의 의도대로 움직여주는 하피의 대답에 홍시영은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사랑하는 그림자의 말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훗, 감시관님도 참... 저를 그렇게 못 믿으시는 거에요? 전 감시관님의 그림자에요. 당신의 것인 데,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 있겠어요?"
하피가 홍시영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활짝 웃는 미소와 함께 마치, 그녀를 달래듯이 천천히 이야기했다.
하피가 홍시영의 그림자이기 이전에, 홍시영이 유일하게 믿고 일을 맡기는 대원으로써 두 사람의 관계는 아주 돈독했기 때문에 홍시영의 화가 나 화를 주체하지 못하면 하피가 그 브레이크 역할을 하기도 했던 것이다.
"... 좋아요, 이번 일은 하피를 봐서 한 번은 봐드리죠. 이 이상, 나의 하피를 상대로 이런 일이 없도록 바랄게요."
"... 알겠습니다, 저도 홍쌤게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서로 한 발 짝씩 물러나며 화해를 한 피닉스와 홍시영은 활짝 웃고 있었지만, 그 뒤에 감춘 적대감은 커다랗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 일은 제가 알아서 따로 차원종 습격에 대한 차원종 제거로 처리하도록 하죠. 하피, 피닉스. 지시가 내려질 때까지 당분간 대가하도록 하세요."
"... 네."
"알겠습니더."
홍시영이 감시관으로써의 카리스마가 담긴 말을 하자 하피와 피닉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짤막하게 대답했다.
어찌어찌 해서 피닉스와 하피는 이런 식으로 홍시영에게 감춰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 일은 후에 있을 엄청난 사건의 **점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하피와 피닉스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