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의 남매폭격 (1) #일상 #비일상
나생옥 2016-01-22 6
"으윽, 이 녀석 격투도 꽤 하잖아."
"정말 안쓰러운 실력인걸, 정말 그 여자의 유전자가 맞는거야?"
"아니, 격투게임에 엄마의 유전자를 들먹여봤자......."
아직 추위가 머무른 이른 봄. 그 계절의 색을 뒷받침하는 듯한 연자색 머리,
속이 보일정도로 투명하고 하얀 피부를 가지고있는 남매들.
구부정한 허리,아빠다리 자세로 게임 패드를 부수듯이 연타하고 있는 소년. '애쉬'
게임에 빠져있는 소년들을 뒤로, 침대를 벽삼아 기대며 만화책을 읽는 소녀. '더스트'
인류의 적인 [차원종]들 가운데─ 정점에 서 있는 그들.
'하나'이자 '하나'가 아닌 그들.
그들이 평화로운 봄날, 나의 집에 침략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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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나 이세하는─
[강남 사태] 이후, 사태 해결의 포상 휴가를 받았다.
사건에 비해 미미한 휴가 날짜, 일주일.
일주일까지 만렙을 찍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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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
어제 신작게임 '오프너스'를 밤 늦게까지 하는 바람에 늦잠아닌 늦잠을 자버렸다.
일어나자마자 가벼운 세수,양치질로 아침을 맞았다. 속옷차림으로 말이다.
그 후에 거실 쇼파에서 평화롭게 '오프너스'를 플레이했다.
몇십분이 흘렀을까,
'오프너스'의 피로도를 절반 이상 뽑은 뒤, 휴식을 하고 있을 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너털너털한 걸음으로 부엌에서 아침밥을 준비했다.
난 요리를 잘 못하지만, 꽤나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우리 엄마 덕분에
요리 실력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그렇게 조리에 몰두하고,
간단한 간장계란볶음밥,된장국,비엔나 소시지를 만들고 늦은 아침밥을 장식했다.
열의 위상력 덕분인지, 가스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기특한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실소를 낸건 덤이다.
본래 나는 TV와 함께 밥을 먹는 글른 버릇이 있지만, 오늘은 휴가 기분도 낼겸 식탁에서 먹기로 했다.
식탁을 세팅 후 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밥 먹기전엔 보면 안 되는걸 보았는데...
맞은 편 옷걸이에 엄마가 크리스마스날 입었던 미니스커트 산타복장이 걸려져있었다.
기분좋게 밥을 먹을려던 컨디션이 꽤 나빠졌다.
식사의 처음은 물이라고 했다, 잃어버린 밥맛을 되찾게 해주기 때문이다.
'쪼르륵' 소리와 함께 컵에 물을 담은 후 입 안에 미끄러지듯 물을 밀어 넣었다.
그때
식탁에 [애쉬]와 [더스트]가 조신하게 앉아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순간 그들에게 힘차게 물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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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뿜기 전의 난 아주 빠른 속도로 머리를 굴렸다.
'어쩌지' '유니온에게 연락을 해야하나' '아니, 늦었어'
'건 블레이드를 찾아야할텐데' '녀석들, 여기엔 왜 온거야'
'아직 밥 못 먹었는데' '억제기가 고장났나' 등..
하지만 생각을 한다고 무언가 달라지는건 아니다.
이미 나는 그 녀석들에게 물을 뿜었다.
내 입속에 담겨진 물이 남매의 육체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의외의 반응인지, 물을 맞은 애쉬와 더스트의 몸이 동일한 텀으로 움찔거렸다.
애쉬에 목에서 "후에.."라는 전혀 남자같지 않은 소리가 나왔다.
또 더스트는 깜짝 놀란 고양이처럼 눈을 뻐끔뻐끔 거렸다.
아마도 이녀석들... 인간이 피를 뿜는 것은 봤을진 몰라도 물을 역동적이게 뿜는것은 처음 봤을거라 생각한다.
예상 못한 그 반응을 보고 난 어이가 없었다.
"음..! 흠흠! 세하군이 [산성 공생수] 타입 인진 상상도 못 했는걸"
"그..그러게 말이야...! 응? 애쉬!! 세하를 그런 하등한 생물이랑 동급으로 생각하지마!"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얼빠진 표정들로 있었던 주제에
창피한 상황을 벗어나갈려는 대화를 하니깐 차원종들의 간부도 약간 우습게 느껴졌다.
근데 이 녀석들.. 물을 닦을려는 기미가 안 보인다.
적어도 자신들이 무슨 상황에 처한건지 파악을 해줬으면 좋겠지만,
차원종들한텐 물을 뿜는다고 더럽다고 생각할, 그런 마인드조차 없는가보다.
.........
아차, 이런 한가한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난 재빨리 거실 구석에 있던 건 블레이드를 빠르게 잡아 그들에게 겨눴다.
"너희들, 어째서 우리 집에 있는거야? 또 목적은 뭐야?"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 남매들은 절대 이 집에 들어올 수 없다.
이 집은 '차원종의 재앙'이라 불리우는 엄마가 있다.
유니온 마저도 경외할 존재인지라, 만약 내 목숨을 노리고 왔다면 자신들의 목숨도 각오해야했다.
게다가 엄마가 남매들을 목격할시 무슨 짓을 할지 뻔히 알고있으면서도,
이런 도박을 해왔다는건 분명 목적이 있을터이다.
..내 입장에선 다행이 아니지만 이 남매들에게 다행인 것은
어제 엄마가 친구들과 함께 멀리 온천여행을 떠났다는것이다.
"이럴때도 도움이 안되는구나 우리 엄만..."
난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을 했다.
그때 애쉬가 무언가 중대한 사실을 말할 것 같듯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이 곳에 온 이유는...."
식은 땀이 흘렀다. 건 블레이드를 잡은 손이 격하게 떨었다.
"심심해서야"
더스트가 마저 답을 했다.
이 남매들이 물을 맞을때에 얼빠진 표정을 지었던 것 처럼
나도 몇 초간 입을 벌린 채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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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0시=
"뭐?"
"아니 그러니깐 심심해서 왔다는 이 말이야"
전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는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자세히..좀 설명해줄래?"
"우리가 너무 심심해서...이것저것 죄다 해봤는데, 하나같이 다 따분하더라고."
"그래서 꽤 재밌어 보이는 세하의 집으로 온거야."
....
이녀석들의 차원은 그렇게까지 따분한걸까.
진심으로 걱정이 됬다.
"아니, 그렇다고는 해도 이 집엔 너희들도 잘 알고 있는 우리 엄마가 있는데, 무턱대고 온건 꽤나 리스크가 심하지 않아?"
"괜찮아, 나와 누나는 세하군이 어떤 일을 하는건지, 어떤 대화를 하는건지 다 듣고 볼 수 있거든."
"그래서 그 마녀가 어디로 놀러갔다는 것도 알 수 있어."
우와, 최악이다. 내 사생활이 단번에 이 녀석들한테 팔려진다는게 온몸에 소름이 올랐다.
"그리고 세하가 밤마다 뭘 보고 뭘 하는건지 알 수 있어....후후."
"우와아아악!! 도대체 뭘 보는 거냐고!!!"
눈 앞이 깜깜해졌다.
더스트의 얼굴이 빨개지고 손을 마구 휘저으니 마음이 텅 빈 것 같았다.
"그러게 말이야, 세하군은 흉부 지방이 큰게 취향인거야? 꽤 질투나는걸."
"흉부 지방이고 자시고 넌 남자잖아?! 왜 질투가 나는건데!!"
두 명이 히히덕 거렸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 역시 세하를 놀리는건 재밌는걸."
"맞아, 누나 말대로야, 정말 재밌어."
"으으.. 이제 나가주지 않을래..? 심심한거 풀렸을거 아니야."
넋을 바로잡고 그들을 타일렀다.
"응?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우린 아직도 심심하다고"
"이쪽은 죽을 맛이라고...아무튼 빨리 너희 차원으로 돌아가주면 안될까?"
"싫은데?"
"싫어."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의식적인 한숨을 연발로 내쉬었다.
"더 이상의 타협은 없어, 나가줘."
위협이 안 통할걸 알지만 그래도 시도를 한번 해보았다.
"허튼 짓하면 세하군의 집 반경 50M를 잿더미로 만들거야."
"애쉬, 먼지로 만드는것도 나쁘지않아."
...
등골이 서늘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등골의 피가 차가워졌다.
나, 어떻게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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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의미없는 설득이 계속되고
결국 난 포기했다.
"후후, 우리의 심심함이 풀릴때 까지."
"세하가 열심히 노력해줘!"
뭘 해도 빠져나갈 구멍이 안 보인다.
반항이라도 해보고 싶지만 이 녀석들.. 만만치 않다.
그 붕대 감은 아저씨처럼 장난감이 되는걸까?
"후우...."
난 자포자기로 입을 열었다.
"알았다고... 단 조건이 있어."
"첫번째로 위험하니깐 위상력은 쓰지마."
"에- 재미없는걸.."
"나도 너희들이 위상력을 쓰면 재미가 없어.. 오히려 소름끼칠 정도야."
"두번째는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마."
"세하군이 우릴 따분하게만 안 해준다면 요구에 응하겠어."
"좋아, 세번째는..."
"우리 엄마가 오면 당장 나가주도록 해, 우리 엄마랑 너희가 싸우는 꼴을 보면 주변이 쑥대밭이 될 것 같거든."
애쉬와 더스트는 침묵의 대답을 하였다.
긍정의 대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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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녀석들에게 휘둘리느라 지쳤다.
하지만 이 다음엔 더 지칠것이다.
평화로운 휴가가 재와 먼짓덩어리로 숨을 조여온다.
"참.. 세하군"
애쉬가 궁금증을 가진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응?"
"꽤 특이한 바지인데 무슨 바지인거지?"
"바지?"
다리를 보자마자 난 소리를 지르며 내 방으로 달려갔다.
내가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걸 눈치채는건 정말 오랜 시간이였다.
간신히 잠옷을 입고, 거실로 다시 발을 옮겼다.
"세하야, 왜 달린거야...?"
더스트가 의문을 던졌다.
"아니 그게...음.. 속옷차림만 입고 있어서..."
"속옷이 뭐야? 애쉬, 너는 알아?"
"아니, 전혀 모르겠는걸"
어째서 속옷이란걸 모르는걸까.
아까전까지만 해도 내가 밤에 뭘하는건지 눈치챘으면서..
속옷을 모른다는건 무슨 모순인걸까.
"설마.. 차원종은 속옷을 안 입고 다니는거야..?"
소박한 농담을 던진 나였다.
"그런건 안 입어."
애쉬가 대답을 하였다.
"진짜냐고,"
하긴 스캐빈저니, 트룹이니 옷을 입는건 못 봤고
[아스타로트]도 옷을 방어 목적보단 권위를 나타낼려고 입은게 분명해보이니깐..
차원종들이 보호용으로 옷을 안 입으니, 속옷을 모르는 것도 당연한건가?
"봐, 안 입었지?"
더스트가 치마를 손으로 올렸다.
속옷이 없으니 망사 스타킹 아래로 적나라하게 보여졌다.
.......
"으아아악!!! 치마!! 치마!! 내려!!!!"
"하하하, 귀여운 반응인걸, 세하군"
"꺄하하핫, 뭐야! 저 표정, 하하하하하!"
남매가 기분 나쁜 폭소를 터뜨린다.
그에 반해 내 마음은 지금 울음이 터질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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