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레이션 나인 -제565화- [친구의 시간(親舊の時間)]
호시미야라이린 2016-01-20 0
서유리와 오펠리아가 각각 생각하는 ‘정정당당한 검도대결’ 의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서유리와 오펠리아는 모두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식으로만 말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서유리가 말하는 정정당당은 둘 다 위상력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히 싸우는 것이고, 오펠리아가 말하는 정정당당은 본인만 위상력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유리는 위상력을 그대로 사용하고도 본인이 이기는 것을 정정당당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건 아무리봐도 실현될 가능성이 사실상 전무한데 서유리가 위상력을 억제하는 장갑을 착용하게 되어서 그것을 봉인할 수가 있게 되었지만, 오펠리아는 그 무엇으로도 위상력을 억제할 수가 없다. 만약 오펠리아가 본인의 위상력 폭주를 억제하는데 성공한다면 그건 아마도 본인의 숨이 다한 이후가 될 것이다. 아마도 그럴 거다.
극비지하실험실. 그러니까 유니온 과학기술국의 실험실들 가운데의 한 곳이었던 그곳에서 오펠리아를 아주 잔혹하게 인체실험을 해댔는데 그 부작용이자 후유증의 영향이라 봐도 무방할까? 오펠리아의 고통은 그녀 본인이 살아가는 한 영원히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 오펠리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비록 겉으로는 아무런 말도 꺼내질 않겠지만 속으로는 역시 어디가 아프다는 것은 가족들은 물론이고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죄인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오펠리아는 예전부터 그렇게 생각해온 것이 사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도 크나큰 고통을 선사하는 것이기에 사실상 범죄이자 중한 범죄이고, ‘사람의 생명을 해친 범죄’ 라고도 생각한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집안생계가 완전히 파탄 나는 것이니까.
그나저나 유니온 부국장 김유정은 어떤 상황일까? 그녀는 여전히 ‘김유민’ 이라는 이름의 동생을 찾고자 혈안이 되어 있단다. 김유민이란 인물과 가장 가까운 친구라는 레이라를 꾸준히 비밀리에 접촉하는 등으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데 레이라의 입장에선 상당히 심기가 불편하지만 그래도 부국장이란 인물이 단독으로 비밀리에 와서 비공식접촉을 해주니 그나마 좀 참아주고 있다고 하면 될까? 김유정은 레이라에게 유민이를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는데 몇 번이고 만날 때마다 똑같은 요청을 해대는 그녀를 바라보며 정말로 불쾌하기 그지없을 수도 있다. 본인이 그렇게까지 싫다는데도 만나겠다는 그녀. 정말로 동생을 찾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집착인지 도저히 구분하지 못하겠다. 그 때마다 같은 입장을 말하지만 김유정은 도저히 포기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
“부국장님. 만약 유민이가 우리 둘의 대화를 엿듣는다면 정말로 불쾌해할 겁니다.”
“......”
“본인의 언니는 이미 죽었다고 했어요. 그러니 그냥 그대로 놔주시면 안 됩니까.”
“......”
“지금 유민이는 누구도 만나기 싫다고 하고 있어요. 저도 지칩니다.”
“......”
“계속 그렇게 나오다가 유민이가 극단적 선택을 하더라도 전 책임을 질 수 없습니다.”
“레이라. 네가 좀만 더......”
“죄송합니다. 부국장님. 유민이 계속 만나는 거, 저도 이젠 지쳐서 하지 못하겠습니다.”
레이라는 김유정에게 다시는 유민이를 만나고자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보인다. 공손히 인사까지 하면서 부탁하는 레이라에게서 진심이 느껴진다. 김유정은 그녀를 보면서 차마 이제는 더 부탁하지 못하겠다고 판단하고 그만 간다. 그러면서 떠나기 전에 쪽지 1장을 건네는데 이걸 전해달란다. 쪽지의 내용에는 검은양 애들과 같은 나이일 텐데 힘들다면 언제든지 연락해달라고. 이 큰언니가 죽은 작은언니의 몫까지 널 도와주겠다고. 지금은 네가 사정이 어려워서 누구와도 만나기 싫겠지만 언젠가 마음이 바뀌게 된다면 언제라도 연락해달라고. 위의 번호는 본인의 휴대폰 번호니 네 전화가 걸려오길 기다리겠단다. 레이라는 이건 유민이에게 잘 전해주겠다고 답한다. 일단 상대방에게 예의상 그렇게 말하긴 하는데 레이라는 잘 전해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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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라가 유민이의 집에 들어가고 이내 다시 나온다. 그녀의 앞에는 나건영이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가 김유민이란 아이의 집이라니 세삼 놀랍다고 한다. 레이라가 많이 허름하다며 자칫 비라도 내렸다간 바로 허물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라 말하고, 건영이도 이런 집에서 혼자 살아가는 그녀가 정말로 대단하단다. 레이라는 유민의 말을 건영이에게 말하는데 본인이 이 집에서 혼자 산다는 거에 부정하지는 않으면서 그렇다고 해서 은행이나 대부업체 등에게 돈을 대출할 생각은 전혀 없단다. 어차피 밑바닥 인생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데 굳이 대출이란 것을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것. 그녀는 설령 내일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빚이 없이 살고 싶다는 말을 한다. 빚이 없이 살아가는 게, 빚쟁이들에 매일 도망 다니는 거보다 훨씬 낫다는 거다.
이미 본인의 언니가 죽은 이후부터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살아왔단다. 생계유지를 위해 배우지망생이자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로 방송국에 들어온 이후부터 매우 필사적으로 임했다는 것. 그 덕분에 그나마 생계가 나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천에서 용이 난 정도는 절대로 아니고, 어쩌면 앞으로도 이런 삶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앞이 막막하기는 해도 이미 지금의 현실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 억지로라도 만족을 해야 마음의 평화가 온다나 뭐라나? 본인의 현실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본인에게 주어질 선물이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 사후세계에 속한 것이기에 지금은 그저 지금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하는 김유민. 레이라가 건영이에게 그러한 말을 건네고 건영이도 왠지 모를 동정심을 갖는다.
“......그렇구나.”
“응.”
“저기, 레이라.”
“응?”
“김유민이라는 애. 나도 한번 만나보면 안 될까?”
“자... 잠깐만! 건영아!”
“응? 갑자기 왜 그래?”
“아까도 말했잖아. 유민이는 지금 누구와도 만나지 못할 만큼으로 복잡해.”
“아... 그랬지?”
“그... 그... 그럼! 지금 유민이는 그냥 쉬게 해주자. 지금 신경이 매우 날카롭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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