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가 죽음에 가까워지는 이야기-프롤로그-
흑신후나 2016-08-0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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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박사박.
눈을 밟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소복히 쌓여있는 하얀 눈을 나는 나의 발자국을 꾸욱꾸욱 남겨가며 아주 천천히 눈 덮힌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추운 겨울 간만에 오는 눈은 나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기는 충분하나 지금의 상황으로써는 그런 즐거운 마음이 들지않았다.
나는 위상력으로 이루어진 수갑과 포승줄에 단단히 묶여있었다. 찢어진 정신요원복 사이로 비집고 들어간 포승줄은 깊어져 피가 비져나오고 있었고 수갑의 쇠는 추운 날씨와 맞물려 차갑게 나의 손을 얼렸다.
그렇다. 나는 지금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지금 나의 뒤에는 수많은 차원종들이 나에게 적의를 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나의 양 옆에 있는 차원종들이다.
그들은 쌍둥이라도 되는 마냥 노출도가 높은 옷을 입고 있었고, 그들의 머리는 모두 백발이였다. 그들은....
"어머~ 세하야! 그렇게 처다보면 내가 너무 부끄럽잖아?"
더스트와...
"그렇게 쳐다** 마라 이세하... 쳐 죽여버리기 전에.."
애쉬였다.
그들이 양 옆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탈출은 커녕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그렇게 얼마간 적의로 가득찬 차원종들에게 포박당한채로 산을 올라갔다.
산에 쌓여있는 눈이 꽤나 많아 보였다.
쌓여있는 눈은 발자국도 하나 없는 깨끗하고 순수한 하얀색이였다. 마치 도화지처럼 말이다. 그런 맑은 색의 눈 사이로 삐죽삐죽 나와있는 낙엽들이 꽤나 보기 흉했다.
낙엽.... 산을 올라가는 내가 낙엽처럼 느껴졌다. 이미 닳을 대로 닳아버린, 상처많고 흉스러운 낙엽.이것이 나일 것 같다. 기분이 나빳다. 괜스레 나의 트라우마를 건든 것 같아 마음이 심란해 졌다.
계속해서 산을 올라가다 도착한 곳은 넓은 공터였다.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것인지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공사에 필요한 녹이 슨 장비와 시멘트 포대뿐이였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황량한 평야였다.
"이곳에서 너를 처형할 거야 이세하."
애쉬가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웃음이 새어나오며 말했다.
"재미있냐?"
"재미있냐고? 그걸 몰라서 묻나? 최고야! 최고라고!! 이세하!!"
그는 나의 한마디에 명색이 이름없는 군단의 군단장이라는 자신의 지위에 맞지않게 게걸스레 웃었다.
웃는 모습이 마치 악마와 같았다.
속으로 나는 그를 한방 먹여주고 싶었지만 위상력도 나오지 못하는 나의 주먹은 그저 솜방망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기에 나는 부글거리는 속을 참고만 있어야 했다.
한참을 웃은 애쉬는 손가락으로 멀리 떨어진 장소를 지정하더니 나에게 말했다.
"너는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걸어가는거야. 네가 저기까지 걸어가서 네가 지정된 곳에 가는 순간 네 뒤에있는 많은 차원종들이 너에게 공격을 해오겠지. 그러면 너는 산산조각이 나는 거야...크큭.크크.."
비웃음. 그것은 분명히 나에대한 조롱이 섞인 비웃음이였다. 주먹이 쥐여졌고, 주먹에서 피가 새여나왔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애쉬를 처다보고 있자, 더스트가 나와 애쉬를 갈라놓으며 명쾌하게 말했다.
""자. 이세하.""
"걸어가."
"죽어버려"
애쉬와 더스트가 동시에 말을 이었다.
나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다리가 떨리고 입에서 딱딱하는 소리가 났다. 너무도 무서웠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체념했다. 평생을 어머니의 그늘에서 살다. 겨우 그늘을 벗어나갔다. 동료들과 친우들을 사귈 수 있었고 나를 좋아해주고 내가 좋아하는 그녀도 생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결국 나에게 주어진 것은 이렇게 허무한 죽음 뿐이였다.
나는 눈을 감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걸어가면서 생각이 떠올랐다.
한발한발이 천천히 흘러갔고 온갖 생각들이 떠올랐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아직도 지금까지의 일을 떠올려 보았다.
나는 깊고 깊은 생각에 잠겨들어갔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한달 전 쯤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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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