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인디밴드]프로젝트 1.MOT-Perfect Dream
신차원의이슬비 2016-08-05 0
스토리 진행 방향 같아서 해 봅니다
머리를 자르고
우산을 들어요
세상은 한없이
어두워지겠죠
비가 추적추적하게 램스키퍼의 위로 내리 떨어진다. 마치 램스키퍼의 사람들 하나하나의 감정을 다시금 물들이려 할 기세로. 이번 "임무"가 끝난 결과, 1명이 죽고, 1명은 혼수 상태에, 1명은 행방불명이다-정확히는 생사 확인 불가다.
G타워의 아스타로트를 물리칠 때에는 신서울을 지켰다는 사명감과 안도감으로 기뻐했지만, 이번에는 목표를 쓰러뜨렸음에도 전혀 기쁘지 않다. 그렇게 쓰러뜨리며 지켜낸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나는 너무나도 길어져버린 것 같은 머리를 잘라달라고 부탁한다. 지금 상황에서 더 이상 (내 기준 위에서)긴 머리로는 집중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곤 램스키퍼가 상륙하자 곧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그곳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것이 그치지 않았다. 아직도 내리고 있다.
세상도 어두워지고 있다. 인간 군상도 어두워지고 있다.
하얗고 느리던
잠에서 깨었죠
무언가 또 영원히
사라져버렸죠
악몽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꿈은 내용이 없다. 그런데도 악몽으로 다가온다. 느릿느릿한 형체의 알 수 없는 이질감이 오히려 악몽으로 느끼게 만든 것일까.
임무를 진행해오면서, 어느순간부터는 많은 것이 사라져갔다. 한명한명이, 기억을 상실한 채,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메스꺼웠다. 캐롤리엘이라던가, 하는 여자가 기억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말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것이 들키는 순간에 나는 끝장이니까.
그런 사라져가는 "기억"들과 함께 몇몇은 그 자신마저 사라지기도 했다. 나는 그것을 막을 힘도, 방법도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순간 나의 뇌리 속에 자리잡았다. 그것이 종종 꿈에서 나타나며 나를 괴롭힌다.
그들을 붙잡고 싶었다, 망각하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젠 또 사람이 죽는 것을 그저 지켜보아야만 했다. 그 때와는 다르다. 그 망할 여자는, 그래도 죽어서 오히려 개운했다. 그러나, 그 남자는...
날 지켜주던 침묵들이 내게 말했지
모든 걸 원했던 내겐 들리지 않던 위로를
순간 모든 것이 정적이 된다.
다시 또 함구한다. 억지로 띄워보려고 해도, 다시 가라앉는 사람들. 결국 나는 침묵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일종의 방패라는 것도 안다. 뭔가 말을 하려고 하면, 이 일들 하나하나가 슬프게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자신과의 대화를 끝없이 청하는 일 이상을 하지를 못하는 것이다. 누구도 누구를 위로하지도, 과감하게 쉽게 믿지도 못하게 되어버려가는 상황에서, 자신만이 자신을 위로해줄 뿐이다.
오늘이 지나면
조금은 나아질지 모르죠
모든 게 사라진
완벽한 꿈속에 잠들면
나를 제발 꿈 속에 가두어줘, 그래서 다시는 기억나지 않게 해줘. 이렇게 죽어간 이들을, 이렇게 상실해버린 이들을, 상실해버린 사건을, 믿을 수 없게 된 배신감을. 그러면 좀 나아질지도 모르잖아. 제발,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해 줘. 그저 꿈속에서 내 남은 시간들을 보낼 수 있게 만들어줘.
I'll Dream a Perfect Dream
We'll Dream a Perfect Dream
그래도 우리는 어느날 이 일을 먼저 떠올리지 않고 좀 더 행복해지리라 믿는다. 그래야 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갈 길이 있다면... 지금은 자신들을 자신들이 가장 원하는 꿈속에 가두고, 그 "완벽한 꿈"을 방패삼아, 잠시나마 지금의 불행으로부터 스스로를 멀리한 채 지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은 현실이고, 그렇기에 슬프다. 우리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어떤 관여도 할 수 없다. 심지어 우리의 보호자조차 무력해질 수 있다는 것이 완벽한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일까. 다시금 방향을 상실한채 침묵한 램스키퍼 위로 폭풍우가 내리고 천둥번개가 거칠게 울려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