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슬비] 용서해주세요 - 7-1. 복종 -
Articulus 2016-05-09 4
※ 국제공항 이후부터의 스토리의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 국제공항 이후의 에피소드를 클리어하지 않으신 분들 중 스포일러를 보기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 이 내용은 기본적으로 클로저스의 기존 설정에 기반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매우 많이 가미되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이와 마찬가지로 국제공항 이후의 스토리는 완전히 작가의 상상력에 근거하므로, 본작의 에피소드와는 차이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감정묘사를 위해 비속어의 사용이 중간에 들어갈 수 있으나, X라는 문자로 교체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 7-1
여긴 꿈일까?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분명히 이 느낌은 꿈이다.
종종 이런 꿈을 꾸곤 한다. 나는 이 꿈 속에서 언제나 외톨이다.
내 눈에 비치는 것은 어느 놀이터. 분명히 여기는 우리 집 주위에 있는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이다. 나는 이 아파트에 살지는 않았지만, 어릴 적에 종종 이 아파트의 놀이터로 놀러오곤 했다.
내 눈에 비치는 건, 모래집을 짓고 있는 어린 나의 모습이다.
내 어릴 적에는 저렇게 귀여웠었나? 지금과는 완전히 딴판인 모습이다. 적어도 클로저라는 수치스러운 직업을 가진 나에게, 저런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옛날이 있었다니, 놀라울 뿐이다.
홀로 놀고 있는 나는 지금의 나의 머리색과 눈색과는 다르다.
사실 원래의 색은 어릴 적 내가 가지던 그 색과 같다.
다가가서 어릴 적의 나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다.
과연 나를 보고 어릴 적의 나는 뭐라고 말할까?
천천히 '나'에게 다가가던 나의 앞으로 툭 하고 무언가가 날아왔다.
툭툭 하고 땅을 치더니 굴러서 내 신발 앞에서 그 무언가는 멈춰섰다. 자갈이었다.
자갈에서 눈을 떼어 날아온 방향을 보니, 거기에는 다섯 명 정도의 내 또래들이 '나'를 향해 자갈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들이 외치기를,
"꺼 져 버려, 이 괴물아!"
"얼레리꼴레리~ 머리색이랑 눈색이 우리랑 다르대요, 다르대요~"
"너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 이 차원종아!"
소름이 돋았다.
당장 뜯어 말리고 싶었다. 저 멀리 누군가가 이곳을 힐끔 쳐다보는 것이 보였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고 '나'에게 다가갔다. 저 꼬맹이들을 당장 쫓아내어버리고 싶다.
그래, 이건 분명히 어릴 적의 나의 기억이다.
분명히 나는 옛날, 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저 녀석들에게 학대를 받은 적이 있다. 학교에서 시작된 따돌림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나는 저렇게 혼자 노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놈들은 한참이나 나를 놀리더니, '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금세 도망쳐버린다.
날아온 자갈에 무너져 버린 모래집을 보면서 '나'는 울고 있었다. 소리내어 울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나는 이 때 소리없이 흐느꼈다.
위로라도 해주고 싶어 다가가려고 하는데, 엄마가 '나'의 옆으로 다가왔다.
"세하야, 왜 울고 있니?"
'나'는 눈물을 옷소매로 훔치고서 엄마에게 외쳤다.
"몰라! 엄마 미워!"
그런 말을 남기고는 나는 어디론가 뛰어가버렸다.
엄마는 말도 잇지 못하고, 멀리 사라져가는 나를 바라만보고 계셨다.
그래, 나는 위상능력자로 태어난 것을 저주했다.
그저 나는 저 아이들처럼 평범한 사람이길 원했지만, '그녀'의 아들로 태어난 내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그것을 엄마에게 한풀이했던 것이다. 그렇게 어릴 적의 나는 분명히 엄마를 미워했다.
갑자기 눈 앞에서 모든 풍경이 사라지더니, 이제는 내 방으로 와있다.
이불과 장롱의 배치는 지금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이곳은 확실히 내 방이었다.
이 방 모습은 내가 중학교 시절의 모습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중학교 시절의 내 모습을 한 '나'가 침대에 누운 채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나는 '나'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 분명히 게임기를 처음으로 구매한 나는 미칠듯이 혼자서 방 안에서 게임만 해댔다.
"세하야, 밥 먹어야지."
엄마가 문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엄마가 부르는 소리도 무시한 채, '나'는 게임에만 전념했다.
그래.
아직도 철이 없을 시절, 엄마가 싫다는 이유로 나는 엄마와 화해하지 않았다.
머리색이 바뀐 것도 이 때 쯤.
사춘기의 나는 또래 아이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이 무척이나 싫었다. 나를 괴물이라고 놀리는 녀석들은 더이상 없지만, 여전히 나를 평범한 사람이 아닌 또 다른 존재로 생각하는게 대다수의 시선이었기 때문이었다. 엄마를 닮은 나의 머리색과 눈색은 그것을 증명하는 또 다른 척도였다.
그래서이겠지, 나는 중학교에 올라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머리를 염색하고 눈에는 렌즈를 꼈다.
지금의 흑발과 평범한 눈색은 모두 조작된 것이다, 그저 평범한 또래 아이들처럼 되고 싶은 나였기에, 더 이상 다른 존재로 놀림받으며 상처받고 싶지 않았기에.
또 다시 눈 앞의 풍경이 사라진다.
이제 보이는 풍경은 우리 집의 거실.
지금과 같은 모습이다.
'나'는 엄마 앞에서 울고 있었다.
"엄마, 미안해…… 흑, 정말 미안해…"
사죄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
아마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일 것이다.
나 때문에 엄마가 큰 일을 치른 적이 있었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그 일 때문에, 엄마는 잔뜩 곤욕을 치르고 집에 돌아왔을 것이다.
거실로 들어오는 엄마를 보면서 나는 울었었다.
그렇게 나는 엄마의 사랑을 확인했고, 엄마와 화해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꽤 최근의 일이지, 아마.
갑자기 다시 풍경이 바뀐다.
눈 앞에 보이는 광경, 그것은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어느 강변길.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총 셋.
나와 슬비, 그리고 '놈'.
나의 욕설을 들은 데이비드가 슬비를 짓밟을 당시의 모습이다.
슬비를 짓밟으며 웃어대는 '놈'의 모습이 눈에 생생하게 재현되었다.
저 녀석, 저 녀석만 없었더라면.
어느새인가 나는 '놈'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죽어버려, X 새 끼야!"
무기는 없었다. 그저 주먹만을 가지고 놈의 면상을 후려칠 뿐이다.
있는 힘껏 내뻗은 주먹이 놈의 얼굴에 닿기 직전, 다시 사방이 어두워졌다.
낯 간지스러운 말이지만 슬비는 만족한 것 같다.
정말로 기쁜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녀는 내게 다가왔다.
"손 잡을까?"
"응."
먼저 손을 잡은 그녀.
따스한 그녀의 손, 부드럽다.
우리는 서로의 체온을 공유하면서 따뜻한 분위기에 녹아들어간다.
.
.
.
매일같이 보는 사이지만 왜 이렇게 만나면 할 말이 많은걸까?
고의적으로 어젯밤의 일을 제외하고 여러가지 일들을 이야기하다보니 어느덧 학교로 가는 버스는 항상 내리는 정류장 앞까지 불쑥 다가와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학교까지 걷는 길, 우리 학교의 교복을 입은 사람들이 꽤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유독 달라보였는데, 분홍빛 머리를 하고 있는 슬비의 머리색과 천으로 감싸져 있는 나의 건블레이드는 다른 학생들과 우리를 구분하기에 충분했다.
학교로 들어가는 길에 오자 꽤 어색해졌다.
우리는 어느새 잡고있던 손도 놓았고, 약간의 거리를 둔채 학교를 향하고 있었다.
아직 우리는 남들 앞에서 연인인것을 드러내기가 부끄러운 걸까?
타타타타-
누군가 땅을 박차고 달려오는 소리가 가까워온다.
그리고 억센 팔 힘으로 우리 둘의 목을 잡아챈 녀석이 반갑게 인사해왔다.
"슬비야~ 세하야~ 둘다 괜찮아?"
"야, 서유리. 너는 만나자마자 괜찮냐는게 인사니?"
"왜? 어젯밤에 둘 다 큰 일을 치뤘잖아?"
애써서 하지 않고 있던 지난 밤의 이야기를 꺼내는 서유리.
악몽을 일부러 끄집어 낼 필요가 있을까?
"어젯밤의 이야기는 하지마."
"내키지 않는다면 안할게. 하지만 정말 두 사람 다 괜찮아보여서 다행이야."
으직.
더욱 꽉 조여오는 유리의 팔.
으으, 이 녀석은 여자인데도 왜 이렇게 팔힘이 센거지.
뭉클.
내 볼에 뭔가 부드러운 촉감을 가지면서도 탄성을 가진 무언가가 문질러졌다.
느낌은 천이지만, 그 안에 무언가가 천으로 덧대어져 있는 느낌.
설마, 이거…
"야, 야, 서유리… 이거 놔…"
"왜?"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 녀석.
그러더니 매우 심술궂은 표정을 지은 채 더욱 꽉 죄어들어왔다.
"오~ 세하의 얼굴이 점점 빨개져가는데?"
"서, 서유리… 수, 숨 막혀."
"그렇다면!"
목을 휘감고 있던 팔의 힘이 약해져간다.
풀어주는 걸까?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녀석의 팔이 목의 왼쪽에서 끌어당긴다.
"서유리의 기세를 보아랏!"
"에엑!?"
"엣!"
나도 슬비도 모두 깜짝놀라 탄성을 질렀다.
놀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너무나도 당황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나의 볼은 유리의 가슴 부위에 더욱 가까이 붙었고, 나는 저항도 하지 못한채 그대로 3초 정도는 멍하니 있었다.
"서유리… 이세하…"
슬비의 표정이 점점 굳어만 간다.
그걸보고 나는 황급히 떨어졌다. 그리고 슬비에게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스, 슬비야, 이건 장난이야! 서유리, 너 무슨 짓이야!"
"응? 기분이 안좋아보이길래 풀어주려고 한건데? 왜?"
"여자라면 좀더 소중히 몸을 다루라고!"
"응? 이세하가 날 여자로 생각해줬어? 와, 별일이야!"
이 녀석에게는 아무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아아, 학교는 다가오는데 어떻게 슬비를 달래지?
◆ 7-3
"어젯밤의 상황은 그게 전부야, 유정 씨."
"설마 데이비드가 그곳으로 가버렸을 줄이야… 조금 더 상황을 일찍 보고해줬으면 그 녀석의 추적에 유용했을텐데요, 제이 씨."
"미안. 대장이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말해줬거든. 그리고 데이비드 그 녀석, 만약 우리의 움직임을 눈치챘다면 대장이나 동생 둘 다 목숨을 부지하기는 힘들었겠지."
"후우… 어젯밤 일로 세하는 분명히 데이비드를 더 증오하게 되었을테고, 만약 또 다시 데이비드와 조우하게 된다면 세하를 말리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렇다면 조우할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겠죠."
"그 말은…"
"총본부에는 제가 말해놓겠어요. 검은양 팀은 내일 아침 9시까지 이곳 국제공항으로 복귀하도록 하세요. 이곳에서 검은양 팀은 늑대개 팀과 합동작전을 수행하게 될테니까요. 아이들에게 잘 전달해주셨으면 해요."
"알겠어, 유정 씨. 내일 아침 9시, 거기에서 보도록 하지."
"고마워요, 제이 씨. 내일 보도록 해요."
전화를 내려놓는 제이.
그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잠깐 벗고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 낮게 뜬 태양이 비추고 있는 신서울의 강남의 한 거리에서, 그는 한숨을 쉬면서 근처의 어느 카페로 들어갔다.
.
.
.
"후아암, 수업 끝났다."
"야, 서유리. 너 자리 가서 쉬어."
"에이, 같은 팀원들끼리 왜 그래?"
"몰라서 물어?! 너 때문에 슬비가 화…"
딩동댕동.
방송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에 나는 말을 더 잇지 못하고 방송에 집중했다.
시끄러웠던 반의 분위기가 한 번에 가라앉았다.
그럴만하다, 우리 학교는 어지간하면 방송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방송이기에 그 중요도는 꽤나 높다. 모두가 조용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2학년부에서 알립니다. 2학년 C반 이세하 학생은 지금 바로 2학년부로 오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2학년 C반 이세하 학생은 지금 바로 2학년부로 오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방송이 끝남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반 전체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도대체 왜 나를 찾는거지?
"세하야, 무슨 일 있어? 교무실에서 왜 너를 찾는거야?"
"낸들 알아? 한 사람 찾는데 왜 방송으로 부르는거지?"
이상한 기색을 나도 감출 수 없다.
보통 학생 호출을 개인적으로 하는데 말이다. 도대체 왜 그런거지?
자리에서 일어나 나는 교실문 밖으로 나갔다.
복도에 있는 학생들도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이런 시선, 정말 느끼기 싫다.
어젯밤 꿈에서 보았던 어릴 적의 내 모습이 갑자기 떠오르다.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혼잣말을 내뱉고 있었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2학년부는 우리 교실에서 나와 왼쪽으로 쭉 가면 있다. 걸어서는 1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는 2학년 교무실, 내가 그곳에 마지막으로 간건 반장 대신 유인물을 받으러갈 때가 전부였다. 그것도 2개월 전의 일.
도대체 무슨 일이지?
교무실로 가는 길, 우연히 슬비를 마주쳤다.
슬비는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모양인지, 내 얼굴을 잠깐 보더니 아무말 없이 지나쳤다.
뭐라고 말도 걸 시간조차 주지 않은채, 그녀는 지나가버렸다.
괜히 화가 난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데."
어느새 도착한 2학년 교무실 앞.
굳게 닫힌 문을 두 번 노크한 뒤, 문을 열었다.
들어서자 나를 기다렸다는 듯 담임인 류금태 선생님이 서 있었다.
"왔어?"
"네, 선생님. 무슨 일이세요?"
"여기에 앉아볼래?"
문에서 세 발자국만 가면 있는 선생님의 자리 옆에 있는 어느 의자를 가리키며 선생님은 말했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나는 자리에 앉았고, 선생님께서도 자신의 자리에 앉으셨다.
그런데 불쾌하게도 다른 선생님들의 시선도 모두 나를 향하고 있다.
정말 이 느낌, 최악이다.
"원래는 방과후에 부르려고 했는데, 사안이 사안이다보니 좀 심각해서."
"무슨 일인데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세하, 너 어젯밤에 남산은 왜 간거니?"
"남산이요? 저, 어제 남산에 안갔는데."
"그러면 이건 어떻게 말할거야."
선생님은 책상에 있던 책들 사이에서 종이 몇 장을 꺼내서 내게 건네주었다.
어리둥절하게 그것을 건네받은 나는 종이를 쳐다보았다. 한 장 마다 사진이 2개 정도 있었는데, 총 3장의 A4지에는 영락없이 나의 모습을 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비록 교복이나 요원복을 입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히 '나'였다.
사진 속의 배경이 되는 곳은 정말로 남산인듯 하다.
남산 아래의 명동에 있는 종교적 명소인 명동성당의 모습이 보였고, 중간중간 내가 남산타워가 사진 속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게다가 찍힌 '나'의 모습은 행인들 몇을 공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어린 클로저라고 하더라도 성인 여러 명은 우습게 쓰러뜨릴 수 있는 점을 생각했을 때, 내 나이 정도의 클로저라면 같은 클로저가 아니고서는 제압할 수 없다.
난 극구 부정했다.
"진짜 저 아니라구요, 전 어제 학교 끝나자마자 슬비와 도봉구에 갔었고, 남산 일대에는 들르지도 않았어요."
"나도 믿고 싶지 않아. 그런데 이 사진은 어떻게 해명해야하니."
"……"
'나'의 모습을 한 또다른 누군가.
설마 도망쳤던 그 형상복제자 한 녀석인가?
"선생님, 그건 확실히 제가 아니에요. 분명히 아직 제거되지 않은 형상복제자일거예요."
"그렇다면 이게 차원종이라는 말이니?"
"네, 아마도요…"
"믿기지가 않는구나. 사실 이 사진의 촬영자는 우리학교 학생이거든. 한 명도 아니고 네 명이나 너를 봤어. 그리고 실제로 폭행을 당한 사람들도 모두 너를 지목했고."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후…… 우선 알겠다. 교사는 학생을 신뢰해야하니, 너를 믿어보겠어. 하지만 당분간은 처사에 주의해야할거야. 이게 정말로 너가 아니더라도, 너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너에게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게 틀림없거든."
"네, 알겠어요."
"그럼 돌아가봐. 다음 수업 준비해야지."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나는 교무실 밖으로 나갔다.
문 밖에 나가자 몇 명의 학생들이 후다닥 도망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저 학생들은 내가 교무실 안에서 어떤 소리를 들었는지 궁금해하면서 엿들었을 것이다.
마치 도청당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내가 이런 처우를 당해야하는거지? 나는 그저 국가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몸 바쳐 싸웠을 뿐인데, 저 녀석들은 내가 없었으면 이 학교로 돌아오지도 못했을텐데. 나는 왜 이런 취급을 받으며 살아야하는거지? 도대체 왜?
"XX.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데."
혼잣말로 조용히 거친말을 쏟아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속은 후련하다.
나는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