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6화

검은코트의사내 2016-05-09 0

나는 수업시간 내내 그 악몽으로 선생님이 말씀하신 내용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얼굴이 창백해진 채로 있으니 선생님께서 결국 나를 부르시더니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물어보셨지만 나는 괜찮다고 답했다. 나를 쳐다보는 애들 시선이 내 등을 강하게 찌르는 느낌이었다. 수업분위기는 평소보다 더 어두워진 상황, 안그래도 진혁이가 죽었다고 난리인데 지금의 내모습을 본 애들의 표정이 차가워 보였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다시 집중시키고 수업을 재개하셨다. 이대로 빨리 종이 치기만을 바라면서 말이다. 이제 1교시라는 게 왠지 원망스러웠다. 왜 시간은 이럴 때 안가는 거냐? 안그래도 미칠노릇인데 말이다.




결국 4교시까지 나는 수업도 제대로 못들은 채로 시달려야했다. 심장이 너무나도 빨리 뛰는 거 같아서 이러다가 멎을 것만 같았다. 정말 그렇게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절대 되어서는 안된다. 계속 이대로 살아가는 것보다 차라리 클로저 애들에게 말하는 게 더 나을 거 같았다. 세하에게 역시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석봉아, 무슨 일 있는거 아니야?"


서유리였다. 그녀는 나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보았지만 나는 별일 아니라고 말해버렸다. 말해야되는 데 왜 말할 수 없었을까? 뭐랄까 위화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 옆에 세하도 다가오면서 말했다.


"석봉아, 알려줄 사실이 있어."


"무... 무슨 소리야?"


"어제 Union에서 연구 중간점검이 나왔는데 라이칸 토스는 평소에 인간과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생명공학 최신장비로도 판단하게 어려울 정도래. 그러니까 평상시에는 인간으로 있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거든."


"그... 그래?"


"너 어제 어디있었어?"


세하가 묻자 나는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그래도 또박또박 답했다.


"지... 집에 있었지. 슬비와 헤어진 다음에 말이야."


"그렇구나. 그럼 너 아니겠다. 다행이네."


세하가 지금 무슨소리하는 건가? 설마 내가 범인이라고 의심한 건가? 그나저나 라이칸 토스 차원종이 평상시에 인간으로 있다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이지? 설마 무의식중에 본모습을 드러내며 사람을 해치운 거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나는 물어보고 싶었지만 왠지 불안해서 더 말을 걸지 못했다. 유리와 세하가 뭔가를 얘기한 게 보였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찾아내는 건 어려울 거라니 어쩌니 말하고 있다. 나는 순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이들에게 하려고 했던 말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말하면 분명히 클로저로서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진혁이를 죽인 건 나였단 말인가? 그렇다면 내가 그 장소에 있다는 말이 성립된다. 아니... 아니야. 내가 그런 게 아니다. 난 누군가를 죽인 기억이 없다. 안되겠다. 이 비밀은 나혼자 간직할 수밖에 없다. 진혁이는 나를 괴롭히던 준우일행 중 한명이다. 그러면 내가 의심받게될 것이고 앞으로 생활이 더 지옥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석봉아."


"아!? 응? 왜그래?"


"밥먹으러 가자. 점심이잖아."


세하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입맛이 없다고 변명하면서 어딘가로 나는 정신없이 뛰어가자 그들은 내이름을 부르면서 쫓아왔다. 따라오지 말아줬으면 했다. 당분간은 혼자있고 싶어서 말이다. 설마 내가 한 짓이었을까? 아니야. 아니라고, 난 아니라고 확신하면서 도망치듯이 달렸지만 누군가와 부딪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야야!"


여자 목소리였다. 나는 곧바로 일어나서 사과하려고 했지만 상대방 얼굴을 보고 기겁을 했다. 슬비다. 슬비도 클로저다. 지금은 이 애와 말할 시간이 없다. 나는 불안감을 떨쳐내야하는 상황이었기에 간단하게 사과만 하고 어딘가로 뛰어가자 슬비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면서 왜저러는 지 고개를 갸우뚱했고, 나를 쫒아오던 유리와 세하를 멈춰세우면서 뭔가 말을 거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이 기회다. 빨리 도망가자.




"헉... 헉..."


정신없다보니 화장실까지 왔다. 나는 거울을 보면서 세수를 했다. 분명히 나는 꿈을 꿨을 뿐이다. 집에서 편안하게 휴식했는데 악몽을 꾼 거 뿐이라고 최면을 걸듯이 속으로 되뇌었다. 하지만 거울 속에 라이칸 토스의 얼굴이 비추자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설마하고 얼굴을 만져봤는데 멀쩡한 살이었다. 다시 거울을 보니 평소의 내얼굴이 비추었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야!"


헉, 또 누가 나부른다. 지금은 혼자있고 싶은데 말이다.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준우일행이 인상이 구겨진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면서 다가왔다.


"야, 너 진혁이 일에 대해서 뭔가 알고있지? 행동이 수상하거든?"


"아... 아니... 난 아무것도 몰라. 난 단지 악몽을 꿔서..."


"악몽? 차원종에게 쫓기는 악몽 말이야? 너 솔직히 말해. 진혁이 죽은 거 본 거 맞지? 누가 죽였어?"


"나... 나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준우의 주먹이 내 얼굴에 강타해서 나는 그대로 쓰러졌다. 언제봐도 매우 아픈주먹이다. 준우는 그것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발로 내얼굴과 복부를 걷어찬다.


"너 이**, 우리가 좀 교육시켰다고 불만표출하는거냐? 그렇다고 사람을 죽게 놔둬?"


"내... 내가 아니야..."


"너는 진혁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들을때부터 표정이 그모양이었어. 틀림없이 뭔가 알고있지? 말해. 봐놓고서 경찰에 신고도 안

해? 걔가 죽기 바란거지? 내말이 맞아 틀려!?"


준우의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 나는 그렇게 밟히면서도 계속 아니라고 부정할 뿐이었다. 빨리 진혁이를 죽인 범인을 말하라고 나에게 요구했지만 나는 정말로 몰랐다. 눈앞에서 쓰러졌는데 범인의 모습은 없었다. 어쩌면 내가 범인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무서웠으니까. 나는 괴물이 아니다. 차원종이 아니다. 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차원종취급을 받고 죽기는 싫었다. 아직 나에게는 미래가 남아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나는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야, 정말로 모르는 거 같은데 그냥 놔둬. 이런**가 뭘 알겠냐?"


보다못한 준우일행 중 한명이 준우를 말리자 그는 씩씩거리더니 쓰러진 나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너 이**, 내일까지 자백할 생각해. 알았어? 진혁이 죽인 ** 불란 말이야. 그 차원종인지 아니면 ** 살인마인지 알았어?"


준우는 이렇게 말하면서 그들을 이끌고 화장실을 나갔다. 준우도 알고 있나? 라이칸 토스에 대해서 말이다. 경찰이 수사중이지만 나는 모른척 해왔다. 하지만 내 표정을 읽은 준우가 나를 의심하는 중이었다. 저렇게까지 나온 걸 보면 진혁이와 친한 관계였을 가능성이 컸다. 어쩌다가 내인생이 이렇게 된 거란 말인가? 저번처럼 준우일행에게 시달리는 편이 훨씬 나았다. 내가 차원종일지도 모르는 불안감까지 더해지는 게 너무나도 무서웠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아니 안괜찮다. 세하랑 애들에게 말하면 난 분명히 죽을 거 같았다. 그들도 클로저니 그 사명을 다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입술이 터져서 피가 흐르고 있다. 이대로 누운 채 멍하니 천장을 본다. 차라리 여기서 이러는 게 훨씬 나았다. 그래, 애들과 마주치는 것보다 혼자서 더러운 화장실이라해도 내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곳이라면 똥밭에라도 사양않고 누워서 잠들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콜록... 콜록..."


먼지바람이 내 입에 들어오는 느낌에 나는 그것을 필사적으로 뱉어내면서 일어났다. 한동안 심하게 기침을 한 뒤에야 일어난 나는 바람이 불어오는 게 느껴졌다. 어? 난 분명히 화장실에서 잠들었는데 왜 여기있었던 걸까? 자세히 보니 여기는 학교 체육관건물 뒤쪽이었다. 왜 내가 여기서 잠들어있을까? 손목시계를 보니 1시가 훨씬 넘었고, 이제 5교시가 시작된 시간이었기에 나는 다급하게 교실로 향하려고 했지만 뭔가 쓰러진 소리가 들리자 나는 불안한 마음에 뒤를 돌아보자,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한 남학생이 무수히 많은 할퀸자국으로 죽어있었다. 진혁이가 죽을때와 똑같았다. 나는 이상황이 믿어지질 않았다. 설마 정말로 내가 한 짓일까? 아니야. 난 아니야. 내가 그런 게 아니라고.


"서... 선규?"


준우일행 중 한명이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여기는 학교였다. 잘못하다가 내가 범인취급받게 생겼다고 판단해서 입을 가리고 그대로 필사적으로 달아났다. 나는 아니야. 하지만 다른사람들은 내말을 안믿어 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그 장소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나기위해 전력질주를 한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01:3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