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멘션 브레이커 Part.5 영혼을 거두는 자(1)

안gel리na 2016-02-10 0

"쿠와아아..."

강남 CGV에서 일어난 아페서샥 레이드를 무사히 마친 검은 해결사의 카이넌스는 오후의 화창한 날씨에 사무실 책상에 두 다리를 쭉 뻗고 의자에 앉아 코를 시끄럽게 골며 자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사무실 같아보이지만 이 사무실이야 말로, 현재 카이넌스의 유일한 보금자리이자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해결사 일을 하는 카이넌스가 집세 때문에 쫓겨살기도 하는 애물단지였다.

카이넌스가 이렇게 시끄럽게 코를 골며 자는 것은, 아무래도 제이에게 말했던 세하와 똑같은 게임 노가다라도 새벽까지 하고는 정신없이 낮잠을 자고 있었나 보다.

같은 디멘션 브레이커의 맴버인 카인이 유니온의 데이비드 리를 암살 시도하려고 하다 쫓겨나는 신세인 것도 모잘라, 피닉스마저 늑대개에서 하피를 구하기 위해 홍시영과 대립구도를 짜놓은 마당에 디멘션 브레이커의 리더였던 카이넌스는 죽마고우와 친형 같았던 두 사람이 어찌됬든 간에 달콤한 낮잠을 자는 것에 온 정신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카이넌스의 달콤한 낮잠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띵~ 도옹~!

"저기, 카이넌스 씨~! 저 검은양의 슬비인데요! 카이넌스 씨이~!!"

"우우...! 음냐아... 누구여..."

사무실 초인종과 함께 아페서샥 레이드를 의뢰한 검은양팀의 리더 이슬비의 목소리에 카이넌스는 달콤한 낮잠에서 깨기 시작했다.

"카이넌스 씨이~!!"

"아오오!! 진짜아아!!"

슬비의 목소리가 계속 울려퍼지자 카이넌스는 벌떡 일어나서 버럭 화를 내며 문쪽으로 달려갔다.

벌컥!

"아오, 진짜아아!! 좀!! 잠 좀 잡시다아아아... 아아... 슬비 씨?"

카이넌스는 버럭 소리를 지르다가 눈앞에 슬비가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이런 화창한 오후에 전에 한 번 봤다고 슬비가 찾아올 이유는 의뢰 밖에 없다지만, 애초에 검은양팀쪽이 카이넌스와 비슷한 부류의 일을 하기 때문에 굳이 카이넌스에게 슬비가 직접 올 필요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슬비가 이렇게 직접 온 것이라면...

전직, 디멘션 브레이커의 리더였던 카이넌스의 실력이 필요한 사건이 있다는 얘기!

"아, 안녕하세요... 카이넌스 씨..."

슬비는 카이넌스의 침이 얼굴에 묻는 것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일그러진 얼굴에 애써 미소를 지으려 노력했다.

"근데... 무슨 일이십니까? 이렇게 직접 다 오시고?"

"그, 그게... 아페서샥 때처럼 카이넌스 씨의 도움이 필요하게 됬거든요."

"호오... 그렇습니까?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죠."

슬비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카이넌스는 막 자다깬 부스스함에도 불구하고 얼른 슬비를 안으로 들이게 했다.



"흐음... 심령사건... 이란 말이죠?"

"네에..."

슬비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카이넌스는 팔짱을 끼며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차원종들이 넘나들며 시작된 전란의 시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러온 사람들에게 있어서 유령이 나타나는 심령사건 따위는 눈앞의 차원종들에 비하면 관심도 없을 내용일 것이다.

귀신들에 대한 이야기야 끝도 없이 여러 곳에서 이어지고 또 변해가는 거라지만, 차원종들은 귀신들과 다르게 눈앞에서 공포를 주는 괴물들이니,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슬비가 이렇게 직접 해결사 나부랭이(?)인 카이넌스에게 의뢰를 하러 온 거면 보통 심령사건이 아닌 모양이다.

슬비의 말로는 요즘, 주위에서 심령사건들이 자주 일어나는 데, 목격자들의 진술이 하나 같이 피해자들이 갑자기 공중에 붕 떠서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쩍 하니 벌리고 있다가 갑자기 바닥에 떨어져 아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차원종들의 습격인 줄 알았더니, 알고 봤더니 주위엔 차원종이 단 한 명도 없다고 하니, 예삿일이 아니였던 것이다.

"그런데... 저는 걍 차원종만 두들겨 패는 놈입니다만... 제가 무슨 퇴마사도 아니고, 어떻게..."

카이넌스는 어깨를 들썩거리며 슬비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카이넌스가 차원종들과의 전투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인다고 하지만 이런 심령사건에 큰 도움이 될 수는 없다.

하물며, 퇴마사니 무당도 아닌 카이넌스가 어떻게 귀신들의 소행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걱정마세요, 카이넌스 씨가 싸워야할 상대는 다행히도 클로저니까요."

"네에? 클로저라구요?"

슬비가 조금 진지한 눈빛으로 카이넌스에게 대답하자 그는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차원종과 인간의 전투가 아직도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지금에서 같은 인간, 그것도 차원종들과 싸울 수 있는 스패셜리스트인 클로저가 이런 심령사건을 일으킨다고?

"보아하니, 제가 이번에 받은 의뢰는 클로저와 싸우는 거군요?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심령사건을 일으키는 놈으로 말입니다."

"여기, 이 사진을 봐주세요."

카이넌스가 씨익 웃으면서 한마디하자 슬비가 사진 한 장을 카이넌스에게 넘겨주었다.

사진에는 흰색 망토를 두른  모 만화의 초사이어인을 연상시키는 금발 고슴도치 머리의 키가 슬비랑 비슷한 소년이 양손에 가느다란 날카로운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뭐죠, 이 꼬마는?"

"... 로토라고 하는 독일인 클로저에요. 테인이랑 같은 아카데미 동기였다고 하더라구요."

카이넌스의 물음에 슬비는 사진 속의 로토라는 하얀 망토의 소년을 가리키며 말했다.

"테인이요? 아... 그 검은양팀의 여자 같이 생긴 그 미스틸테인이였던가요?"

"뭐, 실제로는 남**만요."

미스틸테인을 떠올렸던 카이넌스의 말에 슬비는 살짝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알만한 사람들은 안다는 남들이 보는 미스틸테인의 정체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니 남자임을 알고 있는 검은양팀 맴버들도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건 매한가지일 것이다.

"로토는 테인이랑 같은 아카데미 동기이기 이전에 좀 복잡한 사정이 있는 클로저라고 해요. 둘 다 그 당시, 아카데미에서 톱을 차지하던 실력을 가지고 있었는 데, 그 로토가 사건을 일으켰다고 해요."

"사건이요?"

"네, 이번 사건과 똑같은 심령사건을요."

"후우..."

카이넌스는 팔짱을 낀 채, 한숨을 내 쉬며 턱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능력이 대체 뭐랍니까?"

"음... 한마디로 말하자면... 영혼을 거두는 자... 라고 할 수 있죠."

"영혼을 거두는 자라구요? 무슨 사신도 아니고..."

카이넌스는 슬비의 말에 어이가 없어졌는 지, 퉁명스럽게 대꾸할 뿐이였다.

위상력이란 것이 이능력이라면 이능력이라지만, 누군가의 영혼을 거두는 정도면 보통 위상력이 아니란 얘기이고, 어린 나이의 미스릴테인이 아카데미 수석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영혼을 거두는 위상력이라는 건 듣도보도 못한 능력이였던 것이다.

"테인이 얘기로는 사람의 영혼을 취해서 그 영혼이 가진 힘의 일부를 쓸 수 있다나 봐요. 또한 취했던 영혼들을 모아서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다고도 하고요. 더군다나... 차원전쟁 때 죽은 클로저들의 힘까지 쓸 수 있다는 소문까지 있어요."

"호오... 엄청나네요? 어떻게 보면 남한테 쩔만 받는 허접한 유저로 비유할 수 있겠네요?"

"뭐, 그런 비유는 세하한테만 이해가기 쉽겠지만, 저도 뭐 모를 정도는 아니네요."

카이넌스의 장난스런 비유에 슬비는 지금도 검은양팀 회의실에서 PSP만 잡고 의자에 달라붙어 있을 세하를 떠올리며 한쪽 눈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로토의 능력이 엄청나다면 엄청나지만, 차원전쟁 때 활약한 클로저들의 힘까지 쓸 수 있다고 하면 그는 적으로써 상당히 골치 아픈 적이 될지도 모른다.

비록, 어린 나이라고는 하나 미스틸테인의 라이벌 동기이자 이번 심령사건을 일으킨 대담함을 보자면 결코, 위상력에 의지하는 머저리는 아닐 것이다.

"아무튼, 로토의 능력은 사람의 영혼을 취하는 것이라고 해요. 그래서 아카데미에서도 가능한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켰지만, 어떤 이유로 그 능력을 써서 퇴학당한 모양이에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유니온의 공식적인 정보인 거 같아요. 사진을 보면 아시겠죠?"

"... 양손에 들고 있는 가느다란 작은 투창 같은 거 말입니까?"

슬비가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물어보자 카이넌스가 사진 속의 로토가 들고 있는 양손의 가느다란 작은 투창을 가리키며 되물었다.

양끝 부분이 날카로워 보이고 제법 가벼운 느낌의 옅은 청롱색의 이 작은 투창은 아무래도 로토가 전투 시에 쓰이는 무기인 듯 하다.

"제 생각이지만... 로토가 여태까지 영혼을 취해왔던 자들은 반 클로저들의 영혼을 취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흐음... 슬비 씨는 이 로토란 꼬마가 한 때 유명한 괴도 프롬퀸처럼 의적이라고 말씀하시고 싶은 건가요?"

"실제로, 그동안 심령사건 피해자들은 대부분이 반 클로저였다거나, 클로저들의 힘을 이용하려고 했던 자들이였으니까요."

"허이구... 현대판 임꺽정이구먼..."

카이넌스는 피식 웃어보이면서 비웃음을 흘러내며 중얼거렸다.

지금은 늑대개팀의 하피로 있는 괴도 프롬퀸처럼 로토는 슬비 말대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영혼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심령사건 피해자들로부터 핍박받은 사람들을 위해 움직였던 모양이다.

누군가에게 깊은 사연들 하나 둘 씩 가지고 있는 듯이, 로토도 예외는 아니였을 것이다. 

"그럼 이 사건과 함께 그 녀석을 잡으면 되는 겁니까?"

"아뇨, 카이넌스 씨네 검은 해결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네에? 그게 무슨..."

슬비의 놀라운 제안에 카이넌스는 또 다시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심령사건의 주모자를 검은 해결사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

안 그래도 머리 나쁜 카이넌스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제안이였다.

"아시다시피, 모든 클로저들이 저희 검은양팀이나 유니온처럼 일하는 게 아니에요. 자신의 이득을 위해, 더군다나 차원종들과 손을 잡는 클로저들도 있다는 얘기죠. 카이넌스 씨라면 잘 알고 계실거라고 봐요."

"그렇죠... 모든 사람들이 착하지 않듯이, 모든 클로저들이 차원종 퇴치 봉사활동을 하진 않죠."

슬비의 말에 카이넌스는 피식 웃으면서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클로저들 중에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위상력을 써서 사람들을 습격하거나, 차원종들과 손을 잡는 경우가 허다하기도 하다.

로토처럼 아카데미 출신이 있는가 하면, 카이넌스들처럼 자기 스스로 위상력을 갈고 닦은 자들도 있긴 했다.

"현재, 유니온은 이런 반 클로저들을 갱생시켜서 차원종들과의 전투에 전력을 보충하려고 해요. 그 임무를 받은 것이 현재, 저의 검은양팀이구요. 그래서 디멘션 브레이커의 리더였던 카이넌스 씨께서 로토를 시작으로 실력있는 반 클로저들을 갱생시켜주셨으면 좋겠어요."

"... 흐음... 갱생이라..."

슬비의 의뢰내용을 들은 카이넌스는 고민에 깊게 빠져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반 클로저들이 유니온의 전력으로 탈바꿈된다면 앞으로의 전투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개나 소나 다 위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며, 어떤 위상력이든 갈고 닦으면 엄청난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위상능력자들의 힘은 중요하다.

유니온은 이런 점을 최근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몰라도, 이런 반 클로저 갱생을 검은양팀에게만 따로 내준거면 확실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 거 같다.

아무튼, 이러한 일로 인해 슬비는 자신이 속한 검은양팀보다 자유롭게 반 클로저들과 접촉할 수 있으며, 차원전쟁참전자였던 카이넌스에게 또 다시 의뢰를 하게 된 것이다.

"알겠습니다, 의뢰를 받아드리죠. 늘 그렇듯이 보수는 확실하게 주셔야합니다, 이슬비 고갱님?"

"그 고갱님이란 말... 어쩐 지, 신경 쓰이는데요?"

카이넌스가 씨익 웃으면서 영업용미소를 짓자 슬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 후우,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저희 일도 따로 있어서요."

슬비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참, 잠시만요."

"네?"

"기왕지사, 이것도 인연인 데 편하게 말놓고 그러고 싶어서요. 괜찮을까요?"

카이넌스도 똑같이 일어나서 슬비에게 악수를 건네며 제안을 했다.

슬비와 카이넌스의 나이 차이도 있고, 카이넌스가 원래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과는 말을 편하게 해서 빨리 친해지려는 경향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 네, 좋아요. 잘 부탁해, 카이 오빠."

"그 카이 오빠라는 줄임말, 맘에 드는 걸? 나도 잘 부탁할게, 슬비야."

슬비가 살짝 웃으면서 악수를 받아주자, 카이넌스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고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적어도, 아저씨 취급 받는 제이가 아닌, 오빠 대접을 받는 자신이니까 말이다.


"흐음... 그럼 오늘 일은 그 로토라는 소울테이커와 만나는 건가?"

슬비와 해어지고 밖으로 나온 카이넌스는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사람들의 영혼을 거두어 그들의 힘의 일부를 쓰고 응용할 수 있으며, 죽은 사람의 영혼까지 꺼내 쓸 수 있다고 하는 위상능력자, 로토.

차원전쟁에서 수많은 클로저과 함께 싸워온 카이넌스에게도 로토는 이해하기 힘든 클로저였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일단 조금 더 로토라는 녀석에 대해서 알아봐야 겠어. 슬비가 준 미스틸테인 핸드폰 번호를 써야겠군."

빠삐코--

카이넌스는 슬비가 준, 메모지에 적힌 미스틸테인의 핸드폰 번호를 자신의 스마트폰에 입력하여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

딸칵!

-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일전에 찾아드린 검은 해결사의 카이넌스라고 합니다. 검은양팀의 미스팉테인 씨, 맞으시죠?"

- 아... 아, 그 카이넌스 씨군요? 안녕하세요?

스마트폰 안에서 앳되보이지만 씩씩한 목소리의 미스틸테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혹시 괜찮으시다면 직접 찾아뵈어서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데요..."

- 아, 그러세요...? 저 지금 검은양팀 회의실에 있으니까 그쪽으로 오시면 될 거 같에요.

"아, 알겠습니다. 제가 그리로 가도록 하죠. 이따 뵙도록 하죠."

- 네, 그럼...

뚜---

대화를 마친 카이넌스는 미스틸테인과의 약속을 잡고 스마트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한 번 이야기를 들어볼까나~"

카이넌스는 발걸음도 가볍게 아페서샥 레이드 때 들렸었던 검은양팀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겨나갔다.


"로토 형... 말씀이시죠...? 저도 슬비 누나한테서 얘기 들었어요. 형이... 지금 신서울에 있다고요..."

검은양팀 회의실 테이블에 카이넌스와 마주보고 앉은 미스틸테인은 그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로토 형은... 아마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을 거에요."

"그녀?"

"네, 로토 형이랑 제가 아직 아카데미에 다녔을 때 로토 형이 한국의 아카데미에 교환학생으로 간 적이 있었어요. 한 2주일 정도 있었는 데 그곳에서 짝사랑했던 누나를 만났었거든요."

"호오... 그래?"

미스틸테인의 흥미로운 이야기에 카이넌스는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미스틸테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까 전화로는 존댓말을 쓰더니, 지금에서 말을 놓는 거 보면 슬비와 말 놓는 김에 미스릴테인과도 자연스럽게 말을 놓은 모양이다.

"그 이후에 로토 형이 돌아왔었는 데 얼굴이 무척 어두워보였었죠. 저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 데... 그 다음 날에 그 일이 벌어진 거에요. 이번 심령사건의 첫 발판이 되는 그 사건이요."

"그렇구먼..."

점점 더 흥미가 깊어지는 미스틸테인의 얘기에 카이넌스는 아에 미스틸테인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귀를 가까이 대었다.

"저기, 카이넌스 형...?"

"아, 미안, 미안~ 테인아~"

미스틸테인이 부담스러운 얼굴을 하며 식은땀을 흘리자 카이넌스가 얼른 떨어지며 두 손을 빠르게 흔들며 사과를 했다.

"헐크 호건 모르니? 아직 테인이는 레슬링 볼 나이가 아니였나?"

"아... 들었던 거 같아요..."

카이넌스의 능청스런 표정에서 나온 물음에 미스틸테인은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음, 아무튼...  그 사건의 피해자가 바로... 한국 쪽의 교환학생이였던 소녀였죠. 로토 형이랑 다르게 좀 더 독일에 있다고 해서 더 있었던 게 그만..."

"이것 참..."

미스틸테인의 심각한 표정을 보며 카이넌스는 간접적으로나마 그 당시의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지 알 수가 있었다.

당시에 로토는 독일쪽 아카데미에서 한국 교환여학생과 만나자마자 자신의 능력을 써서 그녀의 영혼을 취해 무언가 물어보려고 했다고 한다.

이후, 소녀의 영혼과 몇 분의 대화가 오가더니 바로 그녀의 영혼을 제자리에 돌려놓고는 더 이상의 사건을 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로토의 능력이 능력인지라 독일 아카데미에서도 가능한 위상력 사용을 자제했거늘,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이런 일을 벌였기 때문에 그 날 바로, 위상력 자제 처분을 받게 된 것이다.

로토는 순순히 처분을 받았고, 그 다음 날에 바로 홀연히 학교를 자기 멋대로 나가버렸다고 한다.

이후, 미스틸테인은 친하게 지낸 그의 소식을 접해보려고 했으나 결국, 찾지 못하고 몇 년 후에 신서울의 검은양팀에 합류하게 되면서 최근에 슬비로부터 로토의 소식을 들은 것이다.

"그렇구나... 고맙다, 테인아. 덕분에 많은 걸 알아냈어."

"형은 이제 어쩌시려구요?"

"물론, 그 소울테이커란 녀석과 만나봐야지 않겠냐? 귀찮지만, 의뢰는 의뢰니까."

자리에 일어나면서 카이넌스는 미스틸테인에게 멋쩍은 듯이 웃어보이며 말했다.

"... 형에 대해서 저, 슬비 누나한테 얘기 들었어요. 디멘션... 브레이커셨다고."

"... 그래서?"

미스틸테인의 망설이는 말에 카이넌스는 살짝 날카롭게 눈을 띄며 말했다.

자신이 디멘션 브레이커라는 걸 딱히 비밀로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알려지게 되면 여러므로 해결사 업무에 귀찮아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신서울의 뒷세계에서는 이런 저런 정보가 왔다갔다하는 실정이니, 자신의 신분을 세탁하거나 숨기는 경우가 허다하기도 하고 말이다.

"지금도... 유니온에 악검정을 가지고 계시나요? 그래서..."

"거기까지. 형은 유니온의 유 자도 들어가면 기분이 나빠지거든."

미스릴테인의 말을 가로막은 카이넌스지만, 그의 얼굴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무슨 이유로 카이넌스가 유니온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겠냐만은, 차원전쟁 초기부터 종전까지 쭉 싸워온 그에겐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 죄송해요..."

"아녀, 아녀~ 궁금한 것도 당연하지... 슬비한테 얘기 들었다면 말이야. 우리 디멘션 브레이커가 유일하게 팀킬한 곳이 바로 그 유니온인데, 지금은 그 유니온 휘하의 검은양팀의 의뢰를 받고 있잖아?"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를 하는 미스릴테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카이넌스는 피식 웃어보였다.

"사연 없는 사람 없다고, 다 이런 저런 사정이 있는 겨, 알간? 그럼 형은 이만 가볼게. 오늘 만나서 반가웠다."

"네, 네... 조심하세요, 카이넌스 형."

"그려~ 그려~ 수고혀~"

미스틸테인의 인사와 함께 카이넌스는 손을 흔들면서 검은양팀 회의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쿵!

"... 후우..."

띠리리리---

미스틸테인의 한숨과 함께 미스틸테인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 네, 슬비 누나... 네..."


2024-10-24 22:58:5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