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st to Dust] : 추억의 편린 - 서장
월화심원류 2016-01-30 1
소설관련은 읽는건 좋아하는데 쓰는건 처음이라 잘 될지 모르겠네요.
좀 많이 부족해도 이해해주시고 많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애더 남매가 악역으로만 나오는게 안타까워서 전 좀 발상을 전환해서 진행해볼까 합니다.
프롤로그와는 달리 본편부터는 시점 및 시간이 달라지니까 혼동하지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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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st to Dust] : 추억의 편린
I . Prologue
한적한 시골길에 걸맞지않는 세련된 승용차 한대가 바쁘게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운전자인 젊은 여성은 많은 주간잡지들 중에서도 메이저급에 속하는 <신서울동아>의 신참기자로 입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지금 편집부장이 직접 신신당부할 정도의 중대사를 맡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이번건은 승진에 특별수당은 둘째치고 구국영웅을 처음으로 단독취재하는것이라 로또에 당첨되는 기쁨에 버금가는 정도였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면서 수용한 단독취재에 젊은 신참은 무한한 영광과 기쁨, 그리고 사명감에 도취되어 평소였다면 벌써 두세번 투덜대고도 남았을 불편한 비포장도로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카톡왔숑 ~ 카톡왔숑 ~』
젊은 신참의 휴대폰은 좀처럼 그칠 줄 모르는 메신저 알림음으로 도배된지 오래였다.
아마도 이번 단독취재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가 뒤섞인 선배들의 속사포같은 질문이 틀림없을거라 젊은 신참은 확신했다.
"새파란 신참에게 행운이 돌아갔으니 오죽하시겠어요. 잘나신 선배님들께서? 호호."
젊은 신참은 벌써 모든 임무를 성공한 사람이라도 된듯 얼굴 가득 승리자의 미소가 가득했다.
지금도 반복재생이라도 틀어둔것마냥 요란히 울어대고 있는 메신저 알림음이 오히려 행운의 응원가로 들릴 정도였으니까.
운전대를 능숙하게 다루면서 절로 나오는 콧노래에 몸을 들썩이며, 젊은 신참은 이번 찬스를 반드시 잡겠다고 다짐했다.
이 신바람나는 승용차의 사정을 모르는 시골 사람들은 아마도 열에 아홉은 미쳤거나 벌건 대낮에 술처먹고 운전하는 대책없는 김여사라고 생각하고 있으리라.
그만큼 젊은 신참은 열정으로 들떠있었고 이따금 마주치는 농가의 황소들만 신기한 듯 눈을 껌벅거리면서 저만치 멀어지는 차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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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리』라고 대문짝만하게 새겨둔 마을 입구비를 지나 조금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마당에 매력적인 브리큰슬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 의뢰인의 전원주택이 젊은 신참의 눈에 들어왔다.
굳이 주소지를 확인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미 사전조치를 완벽하게 끝내둔터라 젊은 신참에게 있어서 지금의 방문은 마치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 댁에 가는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동료들이 '짜증이 나려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 정도였으니까.
주택 앞 공터에 차를 세운 젊은 신참은 마지막으로 이미 수십번이나 확인한 옷차림을 단정하게 정리하고 의뢰인에게 향했다.
또각또각 걷는 하이힐 소리에 맞춰 반응하듯 젊은 신참의 온몸도 가볍게 경련이 일었다. 이 얼마나 기대하던 일인가.
자기네 회사건물보다 두배는 클 것 같은 의뢰인의 주택 대문 앞에 선 젊은 신참은 유달리 눈에 띄는 문패를 바라보았다.
당당히 뻗어내린 의뢰인의 이름 석 자 위로 선명하게 유니온과 국가보훈처의 마크가 새겨져있었다.
'역시 대단하긴 대단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며 젊은 신참이 초인종을 누른 순간이었다.
『%$^$%&&#-!!!!』
초인종소리에 심기가 불편해졌는지 대문 안에서 뭔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가 하면 이를 갈면서 짧게 으르렁대는듯한 그런 절대 듣고싶지않은 괴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젊은 신참은 점점 더 흥분해서 날뛰는 정체불명의 괴성에 당장이라도 모두 그만두고 냅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른채 의뢰인이 빨리 응답해주길 바랬다.
휴게소에서 방문확인전화를 한지 겨우 40분, 아마 집에 계시는게 정상일텐데...?
『네, 누구십니까?』
"아, 안녕하세요! 주간잡지 <신서울동아>에서 나온 황세영 기자입니다. 취재건으로 찾아뵈었어요."
『아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기자 아가씨, 잠시만 기다려요.』
"예, 천천히 나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인터폰이 꺼지자 대화하느라 잠시 잊어버렸던 예의 그 소음에 젊은 신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마도 애완동물이겠지하고 계속해서 자기최면을 걸어보아도 지금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사람들이 흔하게 키우는 종류의 동물은 분명히 아니었으니까.
젊은 신참은 미리 조사해두었던 의뢰인의 화려한 프로필이 번개같이 머릿속을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오, 이런 세상에. 호랑이도 맨손으로 때려잡을 사람인데... 혹시..."
문이 열리면 도대체 무슨 괴물이 튀어나올까? 주저하는 젊은 신참에게 행운인지 불행인지 점점 뚜렷한 신발소리가 들려왔다.
아, 물론 그 우당탕거리는 심상치않은 소음도 함께 말이다.
"기자 아가씨, 잠시만 기다려요. 이녀석 캐빈아! 손님 놀라게 할 생각말고 얼른 손에 든 칼 내려놓지 못해!!"
젊은 신참은 마치 최후의 심판을 기다리는 성자처럼 엄숙하게 성호를 긋고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느님, 부디 이번 취재 무사히 살아나올 수 있게 제발, 제발 좀 도와주세요..."
***
유니온 대한민국 총괄지부장에 국가차원종처리부 최고책임자 겸직
과거 차원종이라 불렸던 이세계의 침략자를 맞아 오랫동안 싸우고 마지막에는 기어이 몰아내는데 성공했던 의뢰인의 옛 영광의 직함이자 상징이다.
변경지역으로 분류되어 다른곳에 비하면 빈약하기 짝이없던 클로저들과 특경대를 규합해 차원종의 정규군을 격파한 조국의 영웅은 이제 더이상 그 검을 뽑을 필요가 없어졌다.
몇번에 걸쳐 이루어졌던 지겨운 차원전쟁이 끝나고 모두에게 평화로운 일상이 돌아온 지금, 의뢰인은 로얄 가드 등급의 클로저 마스터가 아닌 조용하게 자연속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는 평범한 중년신사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젊은 신참은 클로저 마스터로써 산전수전 다 겪은, 전쟁의 기운이 남아있는 모습이 아닌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순박한 농부같은 의뢰인의 모습에 오히려 더 정감이 가는것을 느꼈다.
지금의 이 시대는 더이상 전쟁으로 희생과 눈물이 강요되지않는 그런 이상향의 사회다.
"우리집 애완동물이 많이 놀라게 했나보군요. 실례했어요, 허허. 자기딴에는 반가워서 그러는거든."
"아...하하, 괜찮습니다. 막상 실제로 보니 예상과는 전혀 다른 귀여운 아이들이라 오히려 지금은 좋은걸요."
젊은 신참의 시선이 의뢰인에게 찰거머리마냥 달라붙어있는 세 마리 작은 애완동물(?)에게로 돌려졌다.
의뢰인의 설명에 의하면 이 작달막한 녀석들은 '스캐빈저'라고 불리는 차원종인데 기본적으로 호전적이지 않은 부류에 속해서 위험하지는 않다고 한다.
사람들이 흔히 알고있는 원숭이와 쥐의 융합체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나 뭐라나? 원칙적으로는 개인이 데리고 있을 수 없는 개체지만 총괄지부장으로 재임할 당시 마음대로 결정해서 지금까지 데리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전쟁중에 차원종을 펫으로 데려오는 독특한 발상에 젊은 신참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스캐빈저들은 그렇게 잠시 의뢰인의 근처에서 난리부르츠를 치다 이내 심심해졌는지 자기네들끼리 밀감으로 캐치볼을 하면서 놀기 시작했다.
"저녀석들 주특기가 저글링과 개그맨 장동민 흉내내기인데 아가씨도 한번 보시면 깜짝 놀랄겁니다, 하하."
언제 준비해왔는지 스캐빈저들의 캐치볼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젊은 신참에게 의뢰인이 따뜻한 허브차를 권하며 말을 건넸다.
허브차가 담긴 머그잔에서 은은히 전해지는 따스함, 젊은 신참은 의뢰인의 여유롭고 온화한 마음을 그대로 느끼는 듯했다.
"제가 왜 베테랑 기자가 아닌 새파란 신참기자가 아니면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한 이유가 궁금하지 않나요?"
"사실 저도 몹시 궁금했던 일입니다. 경험많은 선배들 대신 제가 선택된것은 뭔가 다른 뜻이 있는게 아닌가 말이죠."
"저는 각본대로 짜여진 시나리오가 아닌 진실된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에요. 조직 속에서 오랜기간을 지냈던 사람은 어떻게 대화를 하더라도 결국은 본래 직업편견으로 돌아가 그저 상사와 회사의 뜻을 대변하는 생각없는 앵무새가 되고 맙니다. 여태껏 내게 취재를 요청했던 사람들은 전부 그래왔었지요. 그런 빈껍데기만 남겨서야 무슨 보람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번에 온 아가씨에게 기대를 건 겁니다."
의뢰인의 눈은 이제껏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단련되어 이제는 한번 슥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그사람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했고 지금 그 눈이 젊은 신참에게 무한한 긍정의 표시를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즉석에서 취재해보는것도 값진 경험이 될거에요!"
다음부터는 모든것이 일사천리로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의뢰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흥미가 있을법한 소재는 알아서 내용을 강조해주었고, 젊은 신참은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거리낌없이 자신의 생각이나 의문점을 어필했고 그러면서도 두 손은 연신 노트북 키보드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스캐빈저들까지 쪼르르 달려와 이들의 근처에 앉고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열심히 이야기를 듣는것처럼 보였다.
의뢰인의 현역시절은 그야말로 외줄타기의 연속이었다.
차원종과 싸움이 벌어지면 절대 피하는 법 없이 항상 최전선에서 활약했고 목숨을 잃을뻔한 적도 수두룩했다.
그 위험한 버릇은 고위임원급인 지휘관에 올라서도 여전했고 이 선봉지부장님이 이끄는 부대의 사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뚫고나갈 정도의 기세였다.
유니온 본부에서 나온 총관이 의뢰인을 만나러왔다 전선에서 직접 선두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고 감복했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을때, 젊은 신참에게 있어 전혀 예상밖의 말이 나왔다.
"저는 사실 인간과 차원종의 혼혈이라는 특이한 경우란걸 혹시 아셨나요?"
"네?! 그게 무슨 소리신지...?"
"뭐, 놀라는 게 당연하죠. 이건 극비중에서도 극비사항이라 이 사실을 알고있는 사람은 한손으로 꼽을 정도니까요. 세간에서는 내 몸이 빨리 늙어가고있는 현상이 후천적 위상력의 과도한 남용 탓으로 알려져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의뢰인은 단단히 작심했는지 차를 한잔 쭉 들이킨 뒤, 젊은 신참에게 계속해서 설명해나갔다.
"저는 애초에 선천적 위상능력자입니다. 클로저인 아버지와 차원종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요. 아버지는 제2차 차원전쟁때 대한민국 신서울지부 소속 정식요원이었고 어머니는 그 전쟁에 참여했던 적의 참모장이었죠. 그런 접점이라고는 전혀 없을 철천지원수들이 하늘의 장난인지 아니면 운명인지 서로 만나 결실을 맺었고 그 덕에 내가 세상에 나온겁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결말은 그리 좋지 못했지요."
"의뢰인께 부친되시는 이세하 요원님께선 행방불명, 모친되시는 데이시 달스트린님은 전쟁 중 사망으로 기사가 났던걸로.."
"그것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린겁니다. 그나저나 내가 사람을 잘 고르긴 골랐나봐요?
처음 잠시 놀랐던 것 말고는 금새 멀쩡해지셨어~?"
"아하하......, 혼혈이라 하셔도 지금 제 앞에 계신 의뢰인은 그저 전원생활을 즐기는 온화한 아저씨라구요.
무엇을 더 듣고 알게 되어도 그건 변치 않을거랍니다."
에헴 하고 귀엽게 가슴을 펴는 젊은 신참의 당돌함에 의뢰인의 얼굴에 해맑은 미소가 가득해졌다.
마치 이 말이 나오길 그토록 바래왔던 것처럼. 의뢰인의 얼굴이 '좋아' 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요, 그래요. 역시 아가씨라면 숨겨왔던 모든 기록들을 보고 기사를 낼 자격이 있겠어."
의아해하는 젊은 신참을 잠시 뒤로 하고 안방으로 들어간 의뢰인은 곧 묵직해보이는 상자 하나를 들고 나왔다.
그러고는 그 상자를 테이블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젊은 신참이 보기 편하도록 방향을 돌려주었다.
"부모님이 남기신 생전의 기록들입니다.
두 분의 모든 일생이 담겨있는 소중한 것들이니 조심해서 천천히 살펴보세요."
"와~, 정말로 이 귀한 것들을 제가 봐도 되는건가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젊은 신참이 몇번이나 고개를 숙이고 사례하는 탓에 의뢰인은 괜찮다고, 원래부터 할 일이었다며 계속 진땀을 빼야만 했다.
상자 안에는 사진들이며 앨범, 자서전 등 수많은 내용물로 가득했는데 모든것의 하나하나마다 정성스레 비닐랩을 씌워 훼손을 막고 있었다. 의뢰인이 얼마나 이 상자 속 내용물들을 소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는 생생한 증거였다.
조심스럽게 사진첩 하나를 꺼내서 펼친 첫번째 장에서 젊은 신참은 자신을 향해 환하게 미소짓는 두 남녀를 만날 수 있었다.
경이롭도록 감동적이면서 뻔뻔하게 로맨틱한 분위기가 마치 사진 속 주인공이 된 것 마냥 한가득 감싸안는 기분이었다.
'이사람들이 정말로 클로저 정식요원과 참모장이라는 군단장이 맞는건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위화감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커플이었다.
"검은양이라는 별동부대로 활약했던 시절에 찍었던 사진이랍니다. 아마 뒤로 넘기다보면 나오겠지만 그때 부모님과 현역으로 활동하셨던 분들도 있을거에요. 지금은 그분들 중 딱 한분만 생존해계시는데 아직도 연락하면서 지내고있지요."
의뢰인이 곧장 설명을 붙여주었다.
그들의 희생조차 전쟁을 끝내기에는 역부족이었나라는 자조적인 한숨이 뒤이어 나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런 고귀한 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이라도 겨우 세상이 조용해지고 여유가 생긴걸요."
의뢰인은 젊은 신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며-,
"그래요, 아가씨. 내가 원하는게 바로 그거랍니다.
지금 평화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세대들이 과거를 단지 과거로 생각하고 잊지말고, 치열했던 옛 사람들의 시간 그대로를 가슴으로 느껴주는 것. 많은 것도 바라지않고 이것 하나면 우리네의, 그리고 내 부모님대의 일생은 영원히 살아있을테니까."
***
"자, 그러면 조심해서 올라가요 아가씨. 시골이라서 변변히 대접도 못해줘서 미안했어요."
"아뇨아뇨, 천만에요. 정말로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허브차랑 식사도 맛있었어요! 게다가 이런 귀한것까지 빌려주시고.."
"하하, 뭐 그건 기자 아가씨에 대한 내 신뢰의 성의표시라고 생각해요.
어떤 기사가 나와도 난 전혀 개의치말고 우리 둘이서 이야기했던 모든걸 진솔하게 담아봐요. 나도 기대하리다."
"네, 기자로써가 아닌 황세영이라는 제 이름을 걸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을 멋진 기사를 쓰겠어요-!"
젊은 신참은 의뢰인의 소중한 유산인 박스를 품에 안은 채 작별인사를 했다.
아쉬운 듯 대문 앞까지 쪼르르 달려나와 끽끽대는 세 마리 스캐빈저 형제들과 의뢰인의 배웅을 받으며 젊은 신참은 드디어 자신의 중대사였던 단독취재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래, 분명히 마무리한줄 알았는데...
"으~, 머리야 머리야! 어쩌자고 그런 무서운 발언을 대뜸 해버린거지, 나."
젊은 신참은 자신의 승용차에 들어가 문을 닫은뒤에야 자신이 방금 무슨말을 하고 왔는지 깨달았다.
기껏해야 경험도 없는 새파란 신참이 무슨 패기로 이름 운운하면서 자신만만해했는지 급 당혹스러워졌다.
게다가 수많은 선배들과 서슬 시퍼런 편집부장의 등쌀은 또 어찌 감당해야할까? 무서우리만큼 거대한 현실의 장벽 앞에서 주저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는 당연한 고민이었다. 하지만, 젊은 신참은 곧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아니야, 하겠어.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어.
나를 믿어주고 전적으로 도와주신 그분을 위해서도, 내 기자로써의 신념을 걸고 멋지게 해보이겠어-!!!"
넘치는 의욕을 애써 진정시키고 젊은 신참은 의뢰인에게 빌린 박스를 열어 아까부터 눈여겨보았던 금박 글씨로 멋지게 앞면을 아로새긴 두툼한 앨범을 꺼내들었다. 표지에는 여성이 썼다고 생각되는 가늘고 아름다운 필체로 몇 줄 기록이 남아있었다.
Dust to Dust.
꿈이라는 것을 가르쳐준 남자와 꿈 같은 삶을 선물받은 여자. 과거의 당신이자 미래의 내 모습을 그리며.
여기 더스트이자 데이시 달스트린으로 살았던 나의 모든 것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