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 절망 그리고.....

kldkr 2015-10-21 1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차가운 핏물은 옷을 흠뻑 적시고 싸늘한 푸른 머리카락은 여기저기에 뻣쳐있었다. 손에 쥐고 있는 쌍검에 맺힌 붉은 핏방울만이 방금 전 광경의 결과를 이야기해 주고 있을 뿐이었다.

 주위에는 먼지가 흠뻑 쌓인 더러운 바닥과 그 바닥에 참혹하게 쓰러져 있는 시체 한 구뿐. 쓰러져 있는 아이는 나와 나이가 비슷해보였다. 그 아이 또한 나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무기를 들고 있었지만 다른 점이 단 한가지 있었다. 바로 가슴에 새겨진 번호가 다르다는 것. 나는 가슴에 '13'이라는 숫자가 크게 새겨져 있고 쓰러져 있는 아이는 '8'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뭐야.... 그러니까 내가 지금 저 녀석을.... 죽였다는 거야?

기이한 엄습감이 머릿속을 감돌았다. 뭐지? 상대를 죽여서 통쾌해야 하는데... 하나도 기쁘지가 않잖아. 나는 피범벅이 된 두 손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한 덩치 큰 남자가 들어왔다. 긴 머리카락이 한쪽 눈을 가리고 있고 한쪽 얼굴에 끔찍한 흉터가 나 있는 남자였다. 하지만 제일 눈에 띄었던 건 남자의 눈이었다. 침착하다 못해 무심해보이기까지 하는 푸른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시선을 내게서 돌리고 들고 있던 서류로 옮겼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흠....이렇게 육체능력이 뛰어난 실험체는 처음이군. 아직 위상력을 사용하는 법도 안 가르쳤는데 말이지. 너...13호라 했나?"

 

굵지만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였다. 나는 그의 물음에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기에 내가 궁금한 것만 말햇다.

"뭐야. 넌 누구야? 그리고 여기는 어디지? 그리고 난 왜 이런 옷을 입고 저 녀석을 죽여야 했던 거냐?"

"그건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여기는 위상력강제주입실험을 당한 실험체들의 수용소다. 훈련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아까 전에도 겪어 보았겠지만 너는 실험을 해야 한다. 너와 같은 실험체들과 싸워서....서로 죽고 죽이는 실험을 말이다."

 나는 순간 내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 이해를 잘 하지 못했다. 하지만 빌어먹게도 내 머리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돌아가버린다.

 

 "설마, 내가 아까 죽인 저 녀석도 나와 같이 이곳에 끌려들어온 놈이란 거냐?"

 

 "그렇다."

 

이런 **. 난 단지 다짜고짜 이유도 없이 덤벼들길래 그냥 죽여버린 것 뿐인데 알고보니 나와 같은 놈이였다니. 뭐 이제와서 상관은 없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네놈들에게 이런 엿같은 실험을 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면 잘못 생각한 거다. 누구도 내게 간섭할 없고 명령할 수도 없어.

 "웃기지 마. 내가 너희들을 위해서 이따위 걸 할 것 같아? 닥치고 날 여기서 내보내!"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나를 보며 그 남자는 대뜸 한마디했다.

 

 "이렇게 보니 영락없는 '개'로군."

 

 "이 자식이!"

 나는 곧바로 남자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뻗었다. 그러나 내 주먹은 어째서인지 남자의 손에 힘없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나는 안간힘을 쓰며 손을 빼내려 했지만 잡힌 주먹은 좀처럼 빼내지지가 않았다. 주먹이 도무지 빼지지 않자 나는 남자의 엽구리에 내 다리를 힘차게 걷어차려 했다. 하지만 미리 내 공격을 예측했는지 남자의 남은 한 쪽 손이 걷어차는 내 다리를 움켜잡고 그대로 바닥에 매다꽂아버렸다.

 

"커억!"

 

 먼지가 사방으로 퍼지며 기침이 목에서 거칠게 튀어나왔다. 온몸이 부서질 듯 아파왔지만 나는 쓰러지지 않고 간신히 몸을 일으켜 그 남자를 노려보았다.

내가 몸을 일으킨 것이 흥미가 일었다는 듯이 남자가 의아한 말투로 말했다.

 

 "음? 내 공격을 받고도 일어날 수 있다니. 이제 보니 흥미로운 녀석이군. 그렇다면 이것도 받을 수 있는지 실험해 봐야겠어."

 

 남자가 말을 마친 동시에 허공에서 무언가 번쩍이더니 내 복부를 강하게 후려쳤다. 이전의 싸움에서 맞았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둔중한 충격이었다. 나는 비명을 흩뿌리며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딧쳤다. 복부와 등에서 시큰한 충격이 느껴지며 입가엔 선혈이 줄기줄기 흘러내려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크윽, 방금 저 녀석이 무슨 짓을 한 거지?"

 이번만큼은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난 결코 쓰러질 수 없었다. 쓰러지는 것이 저 녀석의 말을 따르는 것 같아 기분이 더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저녀석을 쓰러뜨릴 때까지 난 쓰러질 수 없다.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자세를 취했다.

 

 "음? 이번에도 일어나다니. 보통사람의 육체로는 견딜 수 없을 텐데 정말이 정신력 하나만큼은 대단하군. 하지만...... 상관에게 대항하는 건 명령 불복종에 해당하는 걸 알고 있나?"

 

 나지막하게 울리는 남자의 목소리가 내게 메아리쳐 왔다. 명령불복종? 그딴 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내가 네놈들의 애완동물인 냥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거냐! 집어치워!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해. 너희들이 선택하고 만들어내는 그런 헛된 망상 같은 인생은 필요없다고!

 

 "웃기지... 마! 웃기지... 말라고! 네놈의 명령 따위... 내가 따를까 보냐!"

 

 나는 이를 악물고 또다시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금방이라도 주먹이 그의 얼굴을 칠 것만 같아서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곧 미소는 당혹감의 표정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의 얼굴을 치려던 그 순간에 갑자기 목에서 엄청난 충격이 발생하며 내 목을 죄어들어왔다.

 

 "크아아아악!! 이, 이게 도대체 뭐야! 으으윽!!"

 

 "아, 한 가지 이속에 와서 네가 모르는 것이 있군. 너의 목에 달려 있는 그 장치.... 그것의 코드네임은 '초커'라 한다. 원래 정식이름은 따로 있지만 어쨌든 네 목에 달려 있는 초커는 우리 벌쳐스의 제품이며 네가 상관을 해치려 하거나 명령 불복종 시 리모컨으로 초커를 작동시키고 네 목에 위상력을 강제로 집약시켜 목에 고통을 줄 수 있다. 최대 출력으로 작동시키면 초커가 폭발해 너를 비롯해서 반경 2미터 이내가 초토화된다. 그러니 목숨을 잃고 싶지 않다면 얌전히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좋을 거다."

 

 "크, 크윽!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것 좀....!"

 

 초커가 작동을 멈추고 고통이 수그러들자 나는 기침을 해대며 분노 서린 외침을 연신 토해냈다.

 

 "제에길! 제에기랄!! 왜, 왜 죽일 수 없는 거냐! 아까는 죽일 수 있었잖아! 그런데 어째서 네녀석은 죽일 수 없는 거냐고!!"

 

 "그건 네가 약하기 때문이다."

 

 "...뭐?"

 

 내가...약하다고?

 

 

 나는 잠시 동안 멍한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내가 약하다니. 그런 말은 이제껏 처음 들어보았다. 내가 살아오면서 사람들에게 들어온 말은 주로 ** 놈, 위험한 놈, 살인마 등 약한 것과는 거리가 먼 그런 잔혹한 말들이었다. 그런 내가....약하다고?

 

 "그 입...**! 난...약하지 않아! 난 강해! 강하다고! 내 앞을 가로막는 것들은 모조리 전부 다 죽여버릴 거야!"

 

 "하지만 그것도 힘이 없으면 결코 이룰 수 없지. 그렇지 않나?"

 

 "시끄러워!"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는 말을 이어갔다.

 

".....좋다. 넌 이제부터 우리 '늑대개'의 일원이다. 강해지고 싶다고 했나? 내 소개를 아직 하지 못했군 난 트레이너라고 한다. 이름 같은 건 이미 잊어버렸다만 넌 앞으로 날 트레이너라고 불러라. 내가 널 훈련시킬 테니까. 훈련받지 않은 개는 그저 잡견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도의 훈련을 받는다면 먹잇감을 사냥하는 훌룡한 사냥개가 되지. 내가 널 그렇게 만들어 주겠다."

 

 짜증나. 짜증난다고! 너희들이 뭔데 날 강하게 만들겠다는 거야! 사실은 너희도 그 벌쳐스라는 곳에게 복종하는 개일 뿐이잖아! 그런 더러운 위선자들 주제에 날 훈련시키겠다고?! 웃기지 마!

 하지만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마음 속으론 내가 강하다고 느끼고 있다 해도 현실에서는 그저 세상이라는 철창 속에 갇힌 애송이라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저놈들의 말을 따르기 싫다는 거다. 자기들도 애송이들 주제에. 갑자기 절망감이 마음속에서 시리도록 사무쳐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복수심'이라는 감정이 화염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강해지겠어.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강해질 거야!"

 

 "좋은 선택이다. 이 시간 부로 넌 우리의 동료다."

 

 강해져서.. 날 이렇게 만든 벌쳐스와 너희들 그 모두를 전부 다,

 

 부숴버리겠어.

 

 그렇게 다짐하는 내 몸에서 칠흑빛 오오라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the end

 

 

 

안녕하세요. kidkr입니다.

클로저스를 한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만 심심해서 팬소설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한번 써보게 되었네요.

그래서 물어보겠습니다.

클로저 여러분들은 나타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나타를 좋아합니다. 나타의 성격이 아니라(오해 마시구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려는 모습이 뭔가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하하, 잡담이 길어졌네요.

뭐 어쨌든 신입이 글을 잘 못 써도 재밌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아 그리고 댓글 좀 올려주세요.(읽는 재미가 있거든요 ㅋㅋ)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2024-10-24 22:40:3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