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가 유리와 작별인사 하는 이야기

흑신후나 2017-01-2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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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이라는 것은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한다.

 

우리는 항상 죽음과 함께 있고, 죽음의 구렁텅이 위에서 험난한 외줄을 타며 버티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것은 항상 고독하겠지, 죽는 사람은 곁에 아무도 없이 외롭고 쓸쓸하게 죽어가야 하겠지.

 

인생이라는 것은 홀로 왔다가, 홀로 가는 것이니까.

 

"쿨럭....."

 

기침을 내뱉었다. 붉은 색의 피가 공중에 흩뿌려졌다. 손으로 기침이 비져 나오는 것을 막아보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 이였나보다. 금새 붉은 피는 손을 적시고 흘러내렸다.

 

"**........"

 

입에서는 욕을 하면서 나는 약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약을 급하게 열고서 통안에 있는 알약 몇 개를 단숨에 삼켰다. 입속으로는 쓴맛이 퍼졌다. 언제나의 싫은 맛이였다.

 

쓴맛과 기침을 없애보려고 탁자를 지지대 삼아 서 있었다. 쉽사리 없어지지 않던 쓴 맛은 곧이어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고통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허억...허억...허억... 이제 괜찮아....이제 괜찮아.."

 

마음속에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혼잣말로 말해본다. 싸늘한 날씨 탓인지 건물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김이 나와서 공중으로 흩어졌다.

 

"..........."

 

조금 괜찮아 지는 것 같았다.  몸이 살 것 같으니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고 했던가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 것일까?'

 

눈물이 솓구쳐 올랐다. 그대로 얼굴을 무릎에 묻고 울었다. 아무도 없는 방에는 째깍거리는 시계음과 울음소리만이 조용히 퍼졌다.

 

시간은 며칠 전으로 되돌아간다.

 

겨울의 한 날이 였을 것이다. 이상하게 그 날 따라 일이 잘 풀렸다. 게임도 잘 되었고, 작전중에 실수도 없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완벽한 하루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뭐....뭐라구요?"

 

나는 말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말 그대로에요... "

 

"아...아니... 그게...저 잘못들은 거죠? 그런거죠?"

 

믿어지지 않았다. 몇번을 머리 속에서 부정했는지 모른다.

 

"아니.....에요."

 

"유정누나... 왜 그렇게 울고 있어요... 저...캐롤리엔 박사님께 말씀 좀 드려 주세요.... 제..제가 그럴리가 없잖아요?"

 

"세하야............"

 

나는 인정하지 않으려 들었다. 아니, 인정할 수 없었다.

 

"이세하군.. 너는 앞으로 길어야 1주일이에요...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게..."

 

"아니에요! 제게 그럴리가 없어요! 보세요! 제 몸은 멀쩡해요! 멀쩡하다니까ㅇ.... 쿨럭! 쿨럭!"

 

하지만 운명은 잔혹했다.

 

"이건....피?...."

 

"그래요. 이건 이미 많이 진행된 말기 상태라는 것을 의미해요...그리고 이제는 손을 쓸 수 없다는 신호이기도 하지요."

 

"으..으....으.."

 

"세..세하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날, 나에게 시한부 판정을 내린 그날.. 나는 목놓아 울었다.

 

왜 나에게 이러한 일이 일어났을까? 신이 있었다면 그곳에 따지고 싶었다. 신의 멱살을 부여잡고 화를 내고 싶었다. 그에게 말하고 싶었다.

 

"왜...나한테만 이런일이 일어나는 거냐고......"

 

눈을 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을 보니 벌써 시간이 오후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마도 약을 먹고서 잠에 빠져버린거겠지.

 

대충 던져 놓았던 요원복을 입고서 추운 거리를 나섰다. 꽤나 쌀쌀한 것이 겨울인 것이 다시금 느껴졌다.

 

길가를 걸으면서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유정이 누나와 캐롤리엔 누나에게는 이 일을 비밀로 부쳐달라고 했다. 유정이 누나와 캐롤리엔 누나는 잠시 망설이더니 알겠다고 답했다. 정말 고마웠다. 약해지는 모습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었다.

 

하루하루 약해지는 나를 느끼며 정말로 내가 죽어감을 느낀다. 이제는 몸도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기침과 피를 내뱉었으며 아파서 잠도 제대로 ** 못했다. 아마 정말로 끝이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정말로 싫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싫은것은...

"세하야!"

 

나를 부르는 그 맑은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녀가 나에게 달려와 안긴다.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서 넘어질 것 같았지만 온 힘을 다해서 버틴다. 여기서 쓰러져 버린다면 그녀가 걱정할테니까.

 

"야...서유리! 갑자기 달려와서 안기기는... 무거워...풀어줘..."

 

"싫은데?"

 

그녀가 놀리면서 말했다. 그녀의 웃는 모습에 빛이 났다. 정말로 예뻣다. 이런 모습을 더 이상 ** 못한다니...

 

"세하야 울어?"

 

"아...아니야. 그냥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말이야."

 

서둘러 눈에 있는 눈물을 닦았다.

 

"그나저나. 오늘은 뭐 하러 왔어. 서유리."

 

"아! 맞다! 그게...."

 

서둘러 화제를 전환하자 그녀는 무엇인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번쩍이며 자신의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우리 놀러가지 않을래?"

 

그녀는 나에게 어느 전단지를  보여주었다.

 

"대박....바겐..세일?"

 

"그래! 여기 전단지의 마트에서는 한우가 반값이라구!  하지만 한 명당 하나씩만 구입할 수 있는거 있지? 너무 치사하지 않아? 정말 치사하다니까? 질 수 없지 않겠어? 우리들이 사서 다 같이 나누어먹자!"

 

놀러간다는 것이 그런 뜻이였나... 역시 서유리 답구만...

 

"왜 웃어!"

 

"아무것도 아니야....."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내가 아는 서유리였다. 밝고 활기차고 예쁜 서유리였다.

 

"가기....싫어?"

 

"아니.. 같이 가자."

 

"정말? 좋았어!"

 

그녀가 나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그녀의 손은 투박했다. 하지만 예뻣다.

 

나와 서유리의 데이트는 금방, 훌쩍 지나갔다. 저무는 저녁놀을 등에 놓고서 우리들은 돌아오는 길이였다.

 

고기를 사서 기쁜지 연신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유리 그녀의 앞에서 나는 그저 걷고 있었다. 그저 그녀와의 시간을 늘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윽고 유리의 집에 다다른 나는 그녀와 헤어져야만 했다.

 

"여기가 내 집이야!"

그녀는 자신의 집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나에게 말했다. 그녀의 얼굴이 석양에 비춰 빛났다.  그녀의 얼굴을 만지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햣!"

 

그녀는 차가운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만져보았다.

 

백옥같던 피부에 따스함이 느껴졌다. 파란색 눈동자에서 푸르름을 느꼈다.  그녀가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의 윤기가 나를 덮치는 파도같았다. 그녀의 모든것이 좋았다. 그녀의 모든 행동이 나에게 기쁨을 안겨주었다.

 

순서대로 머리, 눈, 귀, 코, 입, 턱을 어루만졌다. 하나 같이 전부 아름다웠다.

 

더없이 아름다웠다.

 

"세..세하야?"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손을 치우니 그녀의 볼에 붉은 생기가 더해졌다. 그것마져도 예뻣다.

 

그만 눈물이 솓구쳐 흘렀다.

 

"으흑...흑..흐윽..."

 

"왜...왜 울어?"

아무것도 아닌 듯 하려 했지만 결국은 하지 못했다. 혼자 죽는 것이 쓸쓸했다. 그녀와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그녀의 온기를 더는 느끼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녀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죽기 싫었다.

 

그녀를 좋아한다.

 

"세하야...울지마."

 

꼬옥, 그녀가 나를 껴안아 주었다. 눈물을 닦아 주었다. 보듬어 주었다.

 

"어떤 일로 네가 괴로워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항상 네 옆에 있을게.."

 

그리고 말해 주었다.

 

"항상 네가 힘들 때 마다 곁에 있어 줄게. 힘이 되어줄게 그러니까..."

 

머뭇거리며 망설이는 그녀를 쳐다 보았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러니까...... 울지마.."

 

그녀는 말했다.

 

아아..........

 

그녀의 이 말이 내가 죽지 않게끔 도와 주지는 않는다. 내 목숨은 그저 바람앞의 촛불처럼 나아지는 것 없이 흔들리겠지.

 

그래도 그녀의 그 말 한마디는 정말 좋았다.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무슨 일인지 모르게 내 마음은.... 날아갈 것 같았다. 용기를 얻었다.

 

"고마워 유리야. 덕분에 힘이 났어"

 

"헤헷..."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웃었다.

 

이제 안녕이라는 인사를 해야겠지. 더 이상은 못 볼 것 같으니까.

 

"그럼 이제 난 간다?"

 

"잘가 세하야!"

 

그리고...

 

"..유리야.."

 

"응? 왜?"

 

앞으로는 하지 못할 말이지만, 너는 그렇지 않겠지도 모르지만..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지만...

 

"좋아해."

 

좋아한다는 인사를 해야겠지.

 

"에? 에!"

 

그녀는 얼이 빠진채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홍조가 피어올라 아지랑이를 만들 기세다. 확실하게 그런 모습도 나의 뇌리에 새겨 놓았다.

 

"농담이야."

 

"에?"

 

"속았지? 역시 유리는 바보라니까?"

 

"정말! 너무해!"

 

토라진 그녀를 보았다. 그녀를 달래야 할 것 같았다. 무엇이 있을까 뒤적거리다. 초콜릿 하나를 찾았다. 초콜릿 껍질을 까서 그녀에게 먹였다. 그녀는 당황했지만 곧이어서 토라진 얼굴을 푼 것 같았다.

 

"사과의 의미로 초콜릿 줄게."

 

"흐..흥....."

 

"헤헤.."

 

그녀는 작게 웃었다.

 

그녀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고서 작별인사를 했다.

 

"유리야 잘 있어"

 

잘있어 유리야, 건강히 잘 있어야 해, 행복해야 해.......그리고....

 

사랑해....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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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안녕하세요??

2024-10-24 23:13:3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