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특요/나타유리]걱정하고 있어
구금 2017-01-20 10
안늉하세유!!
유리가 최애인데 특요가 나왔다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하하ㅏ하ㅏ
유리야 사랑해!!!!
유리 특요 축하겸 나타유리 보고 싶어서 끄적끄적거렸습니다유
참고로 지금 살짝 졸린 상태라 오타가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하하ㅏ하ㅏ하ㅏ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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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
아득히 먼 곳에서 누군가 그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 목소리에는 운율이 담겨있지도 않은데 어찌나 감미로운지 스펀지 시트에 생크림을 살살 바르는 것처럼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휘감아 토닥였다. 안심해도 돼. 난 여기 있어. 푹 쉬어도 괜찮아. 마치 그렇게 그녀를 다독이는 것 같았다. 정말 더 깊은 잠에 빠져도 되는 걸까, 싶은 의문이 떠올랐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의식이 뚜렷해지는 게 두려워 이내 잊어버리기로 했다. 구름 위에 뒹굴거린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포근하면서 따스하게 감싸오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굳이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 이건 꼭 누군가를 껴안고 있는 것 같았다. 상대방의 온기가 고동과 함께 나에게 스며드는 익숙한 느낌.
포근해서 좋아.
더욱 그 안으로 파고들어 마음껏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그 온기가 좋아서 더 세게 끌어안아 살결을 맞부딪히고 싶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를 토닥여줬으면 좋겠어. 천천히 등을 토닥이면서 좋을 대로 어리광을 부리는 날 받아줬으면 좋겠어.
나 정말 힘든 일이 많았어. 너무 겁났어. 환상이라는 사실을 전부 다 알고 있는데도 너무 무서워서 자꾸 손이 덜덜 떨렸어. 한 번의 실수가 나를 바닥에 나뒹굴 게 만든다는 사실에 아찔했어. 그러다 내가 책임지고 있는 게 조금 버거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어. 그런데 그 책임마저 내가 질 수 없을 때가 찾아올까, 두려웠어. 만약, 내가 더이상 검은양 팀에 있을 수 없으면 어떡하지? 처음에는 이 길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바뀌었는걸.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 소중해졌어. 또다시 잃어버리게 되면 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릴지도 몰라.
좌절하고 있을 때 나를 조심스럽게 다독여줬으면 좋겠어. 나의 투정을 같이 삼켜줬으면 좋겠어. 그럼 정말 행복할 것 같아. 나도 너의 고민과 걱정을 같이 끌어안아 줄 테니 나의 좌절과 투정을 끌어안아 줬으면 좋겠어. 그럼 정말 행복할 텐데.
"좋아해."
서로 뒤엉켜 있을 때 부드럽게 내 귓가에 속삭여 줘. 그 한 마디에 녹아내린 나는 그 이상 아무 말 않고 너의 살갗에 얼굴을 묻을 거야. 그러다가 너도 나에게 조금씩 고민을 털어놓아 줘. 이런 일이 있어서 너무 힘들었다. 저런 일이 있어서 속상했다. 그런 일이 있어서 화가 났다. 그러면 내가 너의 말에 맞춰서 같이 화를 내고 같이 슬퍼하는 거야.
"좋아해."
응, 나도 좋아. 나도 저 너머로 들리는 네 목소리에 나른하게 취해 마치 바다 위 두둥실 떠다니는 것 같아.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고 계속 두근거려. 그러니 계속 내 귓가에 속삭여 줘.
"그러니깐 바보 제자… 일어나."
…뭐?
* * *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오세린 선배도 금방 일어날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아직 의식이 없는 게 말이 돼?"
"…자자, 유리도
일어나려고 노력하고 있을 거야. 게다가 나도 조금 늦게 일어났잖니."
"하지만 아저씨, 그건 벌써 사흘 전인 걸요…."
베로니카와 함께 회복실에 누워있는 유리 주위에 모인 그들은 두 눈을 꼭 감고서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녀를 보고는 답답한 심정에 얼굴을 구겼고 세하는 침대 주변에 있는 간이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 게임기를 꺼내 전원 버튼을 누르며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다들 어느 정도 그의 말에 동의하고 있는지 침묵이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점점 무겁게 가라앉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제이가 희망찬 말을 아이들에게 해주었지만 테인이의 말에 허무하게 사라졌다.
확실히 늦어도 너무 늦었다. 벌써 승급 테스트기를 이용한 지 언 일 주가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이 구하고 싶어 뛰어들었던 인물은 눈을 뜨고 일상생활에 돌아간 지 오래인데 정작 그를 도와주기 위해 불안전한 테스트기를 가동한 사람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다니 끝마무리가 찜찜하기 그지없다. 처음, 가장 먼저 눈을 뜬 슬비와 세하 테인이는 자신들처럼 남은 두 사람도 곧장 깨어날 것이라 생각하며 하루와 이틀을 보냈고 사흘째 되던 날 작동이 멈춘 프로그램 속에 갇힌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어 오세린을 찾아가 꼬치꼬치 캐묻기도 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오세린은 그 이상 프로그램을 돌린 적도 없으며 무사히 프로그램과의 연결을 끝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되새겨주었다. 그 증거로 아무렇지 않게 그들이 걸어 다니고 있지 않은가.
램스키퍼 함교에는 이미 그들, 전원에게 특수 요원복이 지급되었지만 아무도 선뜻 그 옷을 입으려 하지 않았다. 같이 위험해 처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테스트기를 돌린 동료가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자신들만 특수 요원복을 입기에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니었기에 무의식중 그들은 두 사람이 깨어나기 전까지 입지 않겠다는 무언의 약속까지 했다. 승급으로부터 나흘 후 하나가 제이를 부축하고 제이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렸을 때 그들은 잠시 후 유리도 돌아온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사흘째 그녀는 소식이 없었다.
"유리… 무슨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요. 좋은 꿈이었으면 좋겠는데…."
슬비는 이따금 유리가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고 미간을 찌푸린 그녀의 모습이 영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피식 웃으며 미간을 살살 문질러 그녀의 얼굴을 펴주었다.
"수액 바꿔야 하니깐 비켜. 그리고 이렇게 모여서 웅성거리면 안 꾸던 악몽이라도 꿀 것 같으니 올 거면 제발 한 명씩 와줄래? 또, 베로니카 씨한테도 영향이 갈 테니깐 와도 조용히 있어."
바꿔 끼울 수액을 가지고 온 하나는 음식에 꼬인 파리를 귀찮다는 손짓으로 내쫓는 것처럼 그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와 부탁 비스름한 명령을 따박따박 날렸다. 환자를 살피는 하나의 말이 이곳에서는 곧 법이기에 그들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하나가 수액을 바꿔 끼는 장면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벌써 몇 번이나 그 광경을 바라보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여, 열한 시 넘었으니깐 얼른 들어가서 자. 나도 수액 갈아 끼우고 자러 갈 거야."
자신에게 진한 시선이 집중된 게 제법 머쓱했는지 수액을 바꿔 낀 하나는 그들에게 노골적으로 나가 달라고 부탁했고 그들도 그리 오래 있을 생각이 아니었는지 시계를 흘긋 바라봐 시간을 확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마워, 하나야. 여덟 시간마다 베로니카 씨 상태 확인하는
것도 힘들 텐데 유리까지 봐줘서 정말 고마워."
"돼, 됐으니깐 얼른
자러 가기나 해."
마지막으로 문을 나서는 슬비는 베로니카의 수액을 바꿔 끼고 있는 하나에게 고맙다는 말로 운을 띠어 눈을 마주친 후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표했고 그에 하나를 잠시 얼굴을 붉혔다.
수액을 바꿔 낀 하나는 잠시 회복실 전체를 둘러본 후 다시 베로니카와 유리 사이 놓인 탁자에 종을 올려놓은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갈 준비를 끝냈다. 트레이너는 그녀에게 회복실과 가장 가까운 방을 내주어 회복실에서의 쪽잠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고 하나는 뜻밖에 세심한 부분을 신경 써주는 그에게 감탄하며 베로니카가 깨어나기 전, 검은양 팀에게 승급 심사 내용이 오기 전, 휴식을 맛보고 있을 때 시내에 나가게 된다면 종을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종을 베로니카 근처에 두어 만약 그녀가 깨어나는 데도 아무도 없다면 종을 울려 부르라는 심산이었다. 설마 종을 치는 것에 의미도 모를 리 없다고 강하게 믿으며 말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깐…."
그러나 그 믿음도 유리의 등장으로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는지 그녀는 포스트잇 한 장에 일어나게 된다면 종을 울릴 것을 부탁하는 문장 한 줄을 적어 종에 붙여놓은 후 회복실의 불을 끈 후 방으로 돌아갔다.
스르륵
나타는 조용히 회복실을 문을 연 후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떼어 회복실 안으로 들어갔다. 암순응으로 인해 쉽게 발을 떼지 못할 터인데 곧장 유리 근처에 있는 간이 침대에 앉는 몸놀림은 군더더기 없이 익숙해 보였다. 듬성듬성 이라도 등이 켜져 있는 복도와 달리 짙은 암흑뿐인 회복실에 드디어 눈이 적응했는지 나타는 근처에 있는 바퀴 의자를 끌고 그녀의 곁에 바싹 다가갔다.
아무도 없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병문안이라니 그의 성격상 일어나지 못하는 그녀를 실컷 비웃을 게 뻔했고 실제로, 받은 휴가를 던져버리고 자신의 집이나 다름없는 램스키퍼에 눌러앉아 하루도 빠짐없이 유리를 보러 가는 그들을 코웃음 쳤다. 내심 그도 걱정되는 주제에 말이다.
왜 안 일어날까? 언제 일어나는 걸까? 영영 일어나지 않는 걸까? 유리를 걱정하는 모습이 스스로 낯간지러워 서둘러 머릿속에 든 생각을 지워버렸지만 쉽게 가시지 않았다.
나흘 전 특수 요원, 특수 대원복이 램스키퍼에 도착했다. 정식요원복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에 그는 역시나 그럼 그렇지 싶었다. 정갈하게 디자인되었던 검은양 쪽과 비교해 자신의 헐렁했던 바지가 퍽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거추장스럽지 않게 딱 붙어 만족스러웠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사막에서 바늘 찾듯 고심하고 고심해 칭찬할 부분을 찾고서 힐긋 검은양 녀석을 쳐다봤다. 아무도 특수 요원복을 입지 않았다. 자신의 옷과 비교해 깔끔한 그들의 옷에 못내 부러운 마음이 숨어있던 그는 그런 그들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아직 유리와 제이가 깨어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기 전이었으니 그로서는 잘난 유니온께서 옷까지 만들어줬더니 단체로 월급을 올려달라고 시위라도 하는 건가 싶었다.
눈치가 빠른 편이 아닌 그는 램스키퍼 내부가 웅성거릴 때 비로소 소식을 듣는 사람이었다. 범생이를 선두로 검은양 녀석들이 꼰대에게 티어매트 대책실에 갈 수 있도록 허락을 받을 때 무언가 뜻대로 풀리고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휴가를 받았으니 그 핸드폰인가 뭔가로 연락을 수시로 주고받는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러 갔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회복실에 누워있었다.
"좋아해."
며칠 전만 해도 휴가받아서 좋아했잖아. 계속 핸드폰 붙잡고서 헤실 웃었잖아. 나한테 혹시 뭐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물어봤잖아. 나는 못 나가니깐 대신 사다 준다고. 아니면 네가 좋아하던 간식 사 들고 온다며. 같이 먹자고 약속했잖아.
"좋아해."
약쟁이 꼰대도 일어났는데 넌 왜 안 일어나냐. 넌 그 꼰대보다 튼튼하잖아. 대련할 때 내 움직임을 따라 한 녀석이 못 일어날 리가 없잖아. 일어나, 그리고 얼른 나한테 대련하자고 칭얼거려. 이번에 일어나면 특별히 군소리 없이 대련하자는 거 받아줄 테니깐. 일어나. 책 읽는 거 방해해도 괜찮으니깐. 조각하는 거 방해해도 괜찮으니깐 일어나.
"좋아해. …그러니깐 바보 제자… 일어나."
걱정하고 있어.
+)
ㅎㄹ 대박 보잘것없이 이 글을 명예의 전당에 올려줬다니 넘나 햄볶하군요 하하하하ㅏ하ㅏ하
이왕 이렇게 명전에 올라온거 여러분
나타유리 파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