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슬비] 용서해주세요 - 17. 위기의 시작 -

Articulus 2016-12-1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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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마찬가지로 국제공항 이후의 스토리는 완전히 작가의 상상력에 근거하므로, 본작의 에피소드와는 차이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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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1 

  플레인게이트로 발걸음을 옮기기 전,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단 하나이다. 이세하를 구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이슬비와 정도연에 의해 각각 제기된 방법들이고, 모두 그럴싸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최대한 빨리 이세하를 찾는다는 것은 모든 선택지의 기본 전제로 깔려있기 때문에, 검은양 팀과 관계자들은 이 논의가 끝나는대로 플레인게이트를 향해 출발할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는 것은 이세하를 구하는 시기에 관한 것, 즉 그건 남은 4일의 시간 동안 이차원의 곳곳을 탐사하며 이세하를 찾는대로 그를 구하는 방법과 조금 더 이세하의 목숨을 안전하게 구출하기 위하여 4일 후에 이세하를 구하는 방법, 이 두 가지의 선택지가 이들에게 주어졌다.

  김유정의 주도 아래, 이곳에 있는 공식적인 관계자들이 의견을 결정할 것이다.
  "다수결로 결정하지요. 세하를 찾는 즉시 구해야 한다는 입장에 찬성하는 사람만 손을 들어 주세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 곧 결과는 정해졌다.
  세하를 즉시 구하는 것에 다섯 표가 나왔다. 제이, 이슬비, 서유리, 미스틸, 그리고 김유정이었다. 그 외에 다른 이들은 손을 들지 않았다. 남은 이들이라고 해보았자 채민우 경정과 정도연 박사 정도. 애초에 늑대개 팀은 이곳에 투표할 수 있는 권리조차 있지 않기에, 그들은 손을 들지 않았다.
  손을 들지 않은 두 사람은 아마도 세하의 안전을 더 소중히 하는 것일까? 그들은 이 결정에 그렇게 나쁜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그들 역시 고개를 끄덕임으로 결과를 수용했다.

  이것으로 결과는 정해졌다.
  지금 당장 이세하를 구하러 가는 것이다.
  이슬비는 왠지 조금 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저 감이겠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분명히 해낼 수 있으리라는 밝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이제 남은 4일 이내에 그를 반드시 찾아내고, 그를 지옥과 같은 이계에서 건져낸다. 그것이 그녀가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럼 결정이 된걸로 하겠습니다. 우리의 방침은 세하를 발견하는 즉시 구해내는 것입니다.
  현재 세하가 있는 곳을 파악하기 위해서 탐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어요. 남은 4일 동안 우리는 계속 플레인 게이트에 머무르며 탐사를 진행할 거예요. 이 탐사 작전은 과거 플레인게이트의 탐사와는 또 다른 위험이 있을테니, 모두 각오를 다지도록 하세요."

  김유정은 말을 마치고 트레이너를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무언가 그녀가 할 말이 있음을 눈치챈 트레이너가 앞서 물었다.

  "우리에게 의뢰할 것이 있소?"
  "네, 트레이너 씨. 플레인게이트는 두 개의 차원으로 나뉘어 있어요. 각 차원은 매우 넓어서 한 개의 팀이 겨우 조사를 할 수 있을까 말까한 정도죠. 그래서 늑대개 팀이 다른 한 쪽의 차원을 맡아주면 좋겠어요."
  "이해했소. 확실히 나눠서 수색하는 것이 더 빨리 이세하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겠지."

  민성진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남자 연구원도 말을 거들었다.
  "그렇다면 늑대개 팀은 식물형 차원종들의 차원을 조사해주세요. 그리고 여러 구역을 돌아다니면서 차원종들의 잔해를 수집한 후, 이곳으로 다시 가지고 와 주세요. 만약 그곳에서 이세하의 위상력이 검출된다면 그곳도 역시 조사해보아야겠지만, 만약 검출되지 않는다면 그곳은 조사대상에서 제외해도 되겠죠."

  그의 말에 김유정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렇게 해주세요, 트레이너 씨. 그쪽 차원의 일은 늑대개 팀에게 맡기겠어요."
  "알겠소. 그나저나 다른 차원에서도 그의 위상력이 검출되지 않으면, 그 때는 어떻게 할 생각이오?"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아니, 없어야만 해요."
  "…… 그 일은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지. 지금 벌처스 사장에게 전화해두시오, 혹시나 우리가 알리지 않아 그곳을 폐쇄해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오."
  "알겠어요, 지금 당장 전화하도록 하죠."
  "그럼 늑대개 팀은 먼저 출발하도록 하겠소. 유니온도 늦지 않게 따라오도록 하시오."

  말을 마친 트레이너는 크게 도약하여 강남GGV를 벗어난다.
  그의 기척이 사라지자 그의 옆에 있던 유니온의 남자 연구원도 정도연 박사와 함께 플레인게이트로 자신의 팀을 데리고 출발하기 위해 먼저 자리를 뜬다. 채민우 역시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특경대 경력을 그곳에 배치하겠다고 말하며, 플레인게이트 근처에서 보자고 말한 후 그 역시 어디론가 무전을 보낸 후 자리를 떴다.

  이제 이 근처에 남은 이들은 검은양 팀 뿐이다.
  그들도 이제 움직여야할 시간이다.
 
  김유정은 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검은양 팀, 지금 즉시 플레인게이트 앞으로 이동해주세요."

.
.
.

  매우 침울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감도는 사무실 안은 적막하다 못해 음산하기까지 하다.
  한 낮임에도 불구하고 이 안에 들어오는 햇빛은 아주 약했으며, 그런데도 이 안의 어느 형광등에도 불이 켜져 있지 않다. 또한 분명히 이 안에 한 명의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이런 분위기를 전혀 개의치 않는듯 하다.

  사무실 안의 의자에 완전히 푹 앉은 이 남자는 쓰고 있는 안경을 앞의 테이블에 내려놓고 가만히 눈을 감은 채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마치 의자에 앉은 채로 잠이 든 것처럼,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숨만 쉬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어두운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형광등에 불이 켜진다. 그리고 열린 문을 통해 한 명의 여성이 들어와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 옆에 서서 말했다.

  "관리관 님, 보고입니다."
 
  여성의 말에 가만히 눈을 뜬 남자는 그녀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말했다.
  "뭡니까."
  "방금 전 강남지역 특경대에게 내려진 지시입니다. 스무 명 정도의 경력이 지역 지휘관의 지시로 플레인게이트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플레인게이트? 폐쇄 진행 중인 곳에는 왜?"
  "상세한 이유까지는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흠."

  남자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여성은 가만히 그의 말을 기다린다.
  아무런 표정 없이 생각에 잠겨 있던 남성이, 작게 눈을 뜨며 꺼낸 말은 한 단어였다.

  "검은양인가."

  그의 예측은 너무나도 정확했고, 남자는 자신의 예측을 신뢰하기로 했다.
  상관에게 당분간 잠적하고 있으라는 지시를 받은 그들이지만, 굴러들어온 기회를 그저 물리칠 수는 없다.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겠어. 팀원들 강남 일대로 집합시키고, 우리도 직접 그곳으로 향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관리관 님."

  무표정으로 일관되었던 남자의 얼굴에는 아주 작게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다.
  웃음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남자가 짓는 이 웃음은 결코 호의적인 것이 아님을 알기에, 여성은 살짝 몸을 떨며 먼저 사무실을 나갔다.
 

  ◆ 17-2

  "아하하! 요원님들, 하루만에 다시 뵙는군요!"
 
  공사장비들이 이곳저곳에 세워져 있는 플레인게이트는 확실히 예전의 모습은 아니었다. 유니온의 최첨단 장비들과 여러 관계자들이 북적이던 예전의 모습과는 다르게, 지금은 그저 어지러운 폐쇄공사현장일 뿐이다. 이 어둡고 칙칙한 공간을 폐쇄하는 업무를 수주받은 회사는 다름아닌 벌처스였고, 벌처스의 관계자로서 김가면은 제일 먼저 검은양 팀을 맞았다.

  검은양 팀이 플레인게이트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채민우 경정이 특경대원들을 스무 명 정도 데리고 곳곳에 흩어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고, 그들보다도 더 앞서 출발한 늑대개 팀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김가면 씨, 페쇄절차를 멈춰주셔서 고마워요. 혹시나 저희 때문에 나중에 유니온에게 흠 잡히지 않을지 걱정되네요."
 
  김유정의 걱정스러운 말에 김가면은 호쾌하게 웃으며 그녀의 걱정을 무마시킨다.
  "걱정마세요, 김유정 부국장님. 검은양 팀의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드려야지요.."
  "정말 고맙습니다. 혹시 늑대개 팀은 먼저 도착했나요?"
  "늑대개 팀이라면 트레이너 씨가 이끌고 20분 전에 이곳에 도착했어요. 이미 모두 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버렸고요. 저 안에,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그렇군요. 저희들도 안에 들어가려고 해요. 앞으로 며칠 동안은 이곳에서 머물면서 세하를 찾으려고 해요.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자세히 말씀드리지는 못했지만, 세하를 찾기 위해선 외부 차원을 계속해서 조사해야만 해요.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때까지 폐쇄작업을 멈춰주셨으면 해요."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김가면은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이세하 요원님을 찾는데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건, 최대한 폐쇄작업을 늦추는 것밖엔 없겠군요. 할 수 있는데까지 협조하겠습니다."

  김유정의 시선은 이제 검은양 팀을 향한다.
  이슬비를 선두로 일렬로 늘어선 팀원 모두에게 그녀는 지시를 내린다.
  "이제부터는 슬비에게 지휘권을 양도하겠어요. 슬비야, 작전 브리핑을 부탁해."

  이제부터는 이슬비의 발언이 시작된다.
  이차원에서 세하와 직접 조우했던 경험이 있는 슬비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붉은차원에서 우리가 집중적으로 탐사할 곳은 붉은 차원 중에서도 '폐허 신전' 안쪽의 미탐사 구역이에요. 미탐사 구역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춰선 안될 거예요."
  "저기 슬비 누나, 질문이 있어요."
  "응."
  "붉은 차원 안에서 미탐사 구역은 그곳 말고도 여러 군데가 더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곳을 선택하신 이유라도 있는건가요? "
  "설득력이 없지만, … 일종의 감이야."
  "감이라면, 육감같은 그런걸 말씀하시는거죠?"
  "응. 왠지 거기로 가면 세하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물론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서 모두에게 묻고 싶어요. 미스틸이 지적한대로 지금 제 방식은 신뢰도가 떨어져요. 그러니 모두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슬비는 자신의 생각이 가진 약점을 그대로 인정했다.
  미스틸테인의 말대로 붉은 차원 내부의 미탐사 구역은 여러 개가 존재한다. 지금까지 탐사가 완료된 곳에서 확인된 미탐사 구역만 13개. 그들이 향하려고 하는 그곳도 그 열 세 군데의 미탐사 구역 중 하나이다. 

  13분의 1의 확률로 세하를 찾는다. 그것은 너무나도 낮은 확률이다.
  100%로부터 지극히 떨어진 확률에 집중하는 것은 어쩌면 지금과 같이 위급 상황에서는 오히려 더 비합리적일지 모른다. 그런데도 슬비는 이 비합리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기로 했다. 그녀가 승급심사 중 메피스토에게서 들었던 마지막 말 때문이었다.
  
  네 힘이 스스로 길을 찾을 것이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막연한 이 말에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플레인게이트에 도착한 지금, 그녀는 마치 본능과 같이 이세하가 있는 곳을 알 수 없는 느낌으로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 그를 찾으러 이곳에 찾아왔을 때에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그 느낌이, 특수요원이 된 지금에서는 이상할 정도의 확신으로 그녀에게 느껴진 것이다.

  그녀의 이 느낌을, 과연 동료들이 신뢰해줄지는 차후의 문제이다.
  그녀는 그렇기에 모두에게 의견을 묻는 것이리라.
 
  그녀의 의견에 제일 먼저 답한건, 의외로 의문을 제기하였던 미스틸이었다.
  그는 어린 아이의 함박웃음으로 그녀에게 답했다.
  "저는 슬비 누나를 믿어요."
 
  그의 대답을 시작으로 하여, 유리와 제이에게서도 동의의 답이 돌아왔다.
  "나도 슬비를 믿어!"
  "흠, 나도 대장의 의견이라면 찬성이야. 아무런 근거 없이 이런 판단을 내리진 않았겠지."

  모두들 아무런 이의없이 그녀를 신뢰해주었다.
  지난 날의 승급 심사에서 느껴졌던 동료들을 향한 미움이 완전히 사그라들었고, 이들과 함께라면 분명히 세하를 구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그녀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꿈은 현실의 반대라고 했던가?
  승급 심사는 악몽의 세계. 그 안에서 세하의 죽음을 방관했던 동료들의 모습은 더 이상 이곳에 없다. 그녀의 동료들은 그녀의 연인이자 자신들의 동료인 이세하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악몽에서 그들이 세하가 죽도록 놔두었다면, 분명히 현실에서는 세하를 구하는데 큰 힘을 보탤 것이다.

  "그러면 모두 동의한 걸로 알고 출발할게요."
 
.
.
.

  눈발이 거세게 휘날리는 이 땅은 과거 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의 전략자원 생산지였다. 지금은 너무나도 춥기에 땅의 대부분이 얼어붙은 땅의 나라, 세계의 역사에 한 이름을 남겼던 이들도 이곳만큼은 정복하지 못했다. 이곳은 동토의 나라, 러시아. 그중에서도 가장 춥기로 유명한 시베리아다.

  18년 전 차원전쟁 당시, 이 넓은 얼음의 땅에 거대한 차원문이 열리게 되었고,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이 일대는 이차원분진으로 오염되었고 또한 비정상적인 위상변곡률을 보이게 되었다. 그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버려진 땅이 된 이곳의 어느 군사기지, 그곳에는 아무 사람도 없어야할 터인데 이상하게도 이곳에 사람들이 있다. 각종 무기로 중무장한 군인들로 보이는 이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다만 그 무장과 복장의 조잡함을 보건대, 이들은 국가의 정규군은 아닐 것이다.

  "이곳의 추위는 정말로 적응이 안되는 것 같아."
  "쓰읍, 하필 우리 순번에 눈보라라니. 정말 불공평해."
  "그나저나 들었어? 데이비드의 일."
  "아, 그 차원종과 하나가 되었다는 이야기? 그거라면 알 사람은 충분히 알고 있다고."
  "그렇긴한데 저쪽 한국 땅에서는 또 다른 일이 벌어졌나봐. 데이비드를 붙잡기 위해서 유니온이 움직이는 것과는 별도로, 어떤 클로저가 유니온을 이탈해서 그를 쫓는다나봐."
  "뭐? 정신이 나간거 아냐? 유니온 놈들도 우리를 상대하려면 애좀 먹을텐데, 혼자서 그를 잡겠다고?"
  "그러니까 말야. 데이비드는 저 안 쪽에서 틀어박혀서 나올 생각조차 하지 않는데, 낄낄낄."

  어느 추운 벙커 안에서 두 명의 남자는 이야기를 나누며 저마다 낄낄거린다.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이 머나먼 땅에서는 듣기 힘든 이야기이겠지만, 적어도 신서울에서만큼은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다. 그 소문이 여기까지 퍼진 것일까.
 
  그들은 반 유니온 테러단체로 지명된 베리타 여단. 한국의 국제공항에서 유니온을 배신한 데이비드가 그들과 결탁하고, 지금 이곳으로 피신해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여단의 모든 병사들은 그를 지키고 이곳을 보호하기 위해 곳곳을 지키고 있다. 그들도 그런 이들 중의 한 명이리라.
  베리타 여단이 이 버려진 군사기지를 점거한지는 벌써 1년 이상이 되어간다. 그동안 아무도 이곳을 찾지 않았고, 아무도 이곳을 침범하지 못했다. 그것은 그들의 조국을 집어삼킨 이 영토의 주권국의 정규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이곳에 있는지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고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이곳에서 경계 근무를 서야할 이유조차 망각할 정도로, 그들이 이곳에서 혹시나 쳐들어올 적을 지키는 것은 너무나도 무의미한 일상이 되어갔다. 그렇기에 이 병사들은 완전히 긴장을 푼 채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 이야기, 꽤 재밌네?"
  "으아아악!"

  아무도 찾아올 일 없는 이곳에 갑자기 그들 이외에 또 다른 이가 나타난 것이다. 들려온 목소리는 그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언어임에도, 그 뜻은 너무나도 명료하게 그들의 머리 속에 박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그들은 영문도 알지 못했다.
  또한 비명만 질렀을 뿐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한채, 그들은 무언가에 짓눌리듯 무기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옆으로 쓰러졌다. 그들은 이 능력을 분명히 알고 있다, 이것은 위상력이다. 그들도 위상력 강제주입 시술을 받은터라 약간의 위상력은 사용할 수 있지만, 그들을 구속하고 있는 이 강력한 힘은 그들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두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벌벌 떨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눈 앞에 나타난 '괴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괴물은 목가를 두른 붉은 털로 장식된 흑빛의 갑주를 입고 있었다.
  분명히 사람의 형상이지만, 그들에게는 사람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괴물은 자색의 홍채를 번뜩이면서 알 수 없는 힘으로 그들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윤기 조차 없어보이는 재의 먼지의 색으로 물들은 머릿칼을 쓸어내리는 이 사람의 얼굴은, 너무나도 젊었다. 아무리 많이쳐줘도 20대로 보이는 이 남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그들이 누군지 묻기도 전에, 그 남자는 그들 앞에 날카로운 검을 들이댔다.
  자색과 적색이 뒤섞인 혼탁한 빛이 검날을 두르고 있다. 그것에 닿기만 해도 죽을 것이라는 본능이 그들의 온몸에 소름을 돋게 만들고, 더욱 풀려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전혀 실제로는 나타나지 않았기에.

  소년은 말했다.
  "방금 전 너희가 나눴던 이야기,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
  "모, 모, 몰라! 그, 그, 그나저나 네 녀석, 도대체 뭐야!"
  
  소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오른손에 들린 검을 아주 약간 들어서, 그대로 그 끝을 한 병사의 팔에 박아넣는다.
  "끄아아아아아아악!"
 
  푸슉, 하고 피가 튀어 검날과 갑주, 그리고 바닥에 묻었다.
  붉은 피는 동료 병사의 얼굴에까지 튀었고, 벙커 안을 가득 채운 비명소리와 함께 그를 완전히 패닉상태에 빠지게 만들어버렸다.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
  그러니 대답해, 방금 전에 너희가 나누던 이야기, 데이비드의 행방을 말야."
  "끄으윽, 죽으면 죽었지, 말하지 못한다! 그는 우리의 대의란 말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번에는 또 다른 팔에 검날이 박혀있다.
  시리도록 차가운 칼날은 혈관을 자르고 몸 속을 흐르는 따스한 피를 바깥으로 강제로 끄집어 낸다. 사람은 그런 감촉에 전혀 익숙하지 않기에, 온몸을 달리는 고통에 비명을 지른다.
  자신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는 이에게 파괴자는 고통을 주며 압박해나간다.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패닉상태에 빠져있던 동료 병사가 입을 열었다.

  "저 안, 광산의 심장부야! 그곳에 데이비드가 있다! 제발, 우리는 죽이지 말아줘!"
  "드미트리, 그걸 말하면 어떠……"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도중에 끊겼다.
  갑자기 몸이 불에 타들어가듯 일순간에 연기로 변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드미트리라고 불린 사내는 분명히 보았다, 푸른색과 보라색이 섞인 불빛이 파괴자의 검으로부터 시작되어 번져나가 동료의 몸을 불태워버렸다는 것을.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온 몸을 짓누르는 듯한 힘이 사라지고, 온 몸을 자신의 의사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분명히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이 소년이, 자신을 짓누르는 힘을 거둔 것이리라.
  자리에서 일어난 소년은 그대로 몸을 돌려 벙커의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더 이상 이곳에 관심을 두기 싫다는 것일까. 완전히 등 뒤를 무방비하게 비운채, 소년은 걸어갈 뿐이었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된 병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떨어져있는 동료의 무기를 주워들었다. 그리고 잔뜩 소리를 지르며, 장전된 총탄을 일제히 동료의 원수에게 쏟아놓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죽어어어어어… 어어…"
 
  눈으로 따라갈 수조차 없는 속도로 날아간 수발의 총탄이, 갑자기 눈에 보였다. 그것도 일제히 말이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총탄들은 갑주의 바로 앞에서 일제히 멈춰있었다. 너무나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을 직접 보고서 그는 더이상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그가 마주한 현실은, 그의 죽음을 예견하고 있었기에.

  .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일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느샌가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소년은 그의 몸통 한 가운데에 날카로운 무기를 꽂아넣었다. 드미트리는 그제서야 알았다, 이것이 뭔가에 찔려 죽는다는 느낌이라는 것을. 그리고 미처 아무런 소리도 지르지 못한채, 그대로 정신을 잃고 숨을 거두었다.

  "들키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었어."

  그런 말을 남기고서 다시 검을 거둬들인다, 그리고 그는 벙커 밖을 바라보았다.
  그는 알고 있다, 이곳이 이 숨겨진 군사기지의 가장 외곽에 위치한 어느 곳임을. 그가 알아낸 정보로는 아직도 턱없이 데이비드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그저 그에게 주어진 정보는 고작해야 하나. 그러나 고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확정적인 것.
  광산의 심장부, 그것은 아마 저 눈보라 사이로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어느 산에 위치한 곳이리라. 그곳에 데이비드가 있다. 적어도 그가 잘못 찾아들지 않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한데, 이렇게 놈의 위치를 대충이라도 알아냈으니 더욱 다행이다.

  "내가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리기 전에, 놈을… 끝장내야만 해."

  갑자기 그가 머리를 움켜쥐었다.
  최근들어 몇 번이고 찾아오는 현기증이기에 스스로 놀라지는 않지만, 너무나도 암담한 기분이 그를 엄습해와서 금방이라도 그의 이성을 끊어버릴 것만 같다.
  애쉬와 더스트의 말에 의하면, 그는 며칠 내로 완전히 차원종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인간으로서 남지 못하게 된다. 애초에 이 길을 결정했을 때부터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했던 그이기에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처음 생각하지 못했던 것, 즉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렸을 후에, 과연 그가 데이비드만을 적대시할 수 있을까가 두려운 것이다. 차원종으로 완전히 동화되고 나서도 데이비드를 쓰러뜨리기 위해 움직일지 100% 장담할 수 없는 미래의 자신이 그는 두려울 뿐이다.

  그렇기에 그는 이성의 끈을 놓치지 않은 지금이라도, 데이비드를 없애기 위해 움직여야만 한다. 놈을 죽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더 이상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그토록 고통과 모욕을 준 사람, 그 자를 죽일 수만 있다면 그는 목숨이라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사람이다. 어릴 적부터 사랑에 목말라했던 그에게 사람 대 사람으로서 사랑을 주었던 여자를 위해서라면, 무엇을 못할까. 그녀를 위해서라면…….

   "이슬비."

  그는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아보았다.
  그녀를 만난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그를 만난지는 오래되었다. 그녀와 결별한지 아직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았거늘, 이렇게도 그녀가 그립다.
  그녀와 마지막으로 연인으로서 만났던 그 날 저녁, 남산타워에서 그녀에게 남겼던 말이 왜이렇게 심장을 찌를까.

내가 언젠가 이성을 잃고 너를 알아보 지 못하게 되면,
그땐 니 손으로, 내 심장을 찔러줘.

  그는 그 말을 생각하고,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게 되면, 분명히 그는 그녀를 적대시하게 될 것이다.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녀에게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으니.

  "아, 어차피 거짓말인거, 그 녀석도 알아버렸지."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는 스스로 이렇게 생각했다, '나란 남자는 도대체 얼마나 애인으로서 최악인지…'라고. 그리고 그 생각에 이어지는 말을, 그는 어느샌가 입 밖으로 내어놓고 있었다.

  "하지만 물러터진 네가, 나를 죽이려고… 할까."

  답이 돌아오지 않는 질문을 던지면서, 그는 벙커 밖으로 나갔다.
  세차게 불어오는 눈보라와 추위를 맞아가며, 그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히 광산의 심장부를 향해 한 발자국씩 다가가기 시작했다.

 
  ◆ 17-3

  늑대개 팀은 실력을 우선시하는 집단이다.
  그들의 대장인 트레이너는 철저하게 실력으로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한다. 성격이 아무리 나쁘건 좋건, 그것은 그에게 실력 다음의 평가요소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사실 개개인의 기량만으로는 유니온의 클로저만큼이나 늑대개 팀의 대원들은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증거로 벌써 푸른 차원에 탐사를 나섰던 그들이, 한 뭉치나 되는 차원종들의 잔해를 이곳저곳에서 수집해와 게이트 밖의 내부차원에 있는 유니온의 연구원들 앞에 내려놓았다.

  트레이너는 내려놓은 차원종들의 잔해를 잠시 바라본 후, 지금까지 그들과 연합하여 차원종에서 이세하의 위상력을 검출해낸 연구원에게 말을 걸었다.

  "이 정도면 충분한 양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양은 충분한데, 정말로 이곳저곳에서 수집한거 맞죠?"
  "걱정 마시오, 우리 늑대개는 유니온의 클로저들과는 달리 지시받은 임무에 관해서는 철저하오. 유니온이 탐색을 마친 모든 곳을 돌면서 차원종들의 잔해를 수집했소."
  "그렇다면 꽤 여러군데를 돌았겠군요, 정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별 말씀을. 대원들의 말로는 과거 잠시 플레인게이트의 탐사를 하던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고 하더군.
  다만, 고생한만큼 좋은 결과가 있어야할텐데 말이지."

  연구원으로 보이는 다른 이들이 한 뭉치로 쌓여있는 차원종의 잔해들을 모아서, 근처의 어느 장치 앞으로 옮겼다. 아마도 그곳에서 샘플별로 분류하여 위상력 검출을 하려는 모양이다.
  연구원들이 하는 작업을 보면서 궁금증이 생긴 하피가 물었다.

  "하나 궁금한게 있는데요. 만일에 하나라도 이 잔해들에서 그의 위상력이 검출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거죠?"
  "거기까지는 생각해두지 않았지만, 아주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 때는 김유정 부국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겠지."

  그는 잠시 의자에 앉아있는 김유정에게 눈길을 주며 말했다.
  그걸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둔감하지 않기에, 김유정은 그의 말을 맞받아 이어나갔다.

  "그런 일이 발생할 경우에는, 늑대개 팀이 그 차원 곳곳을 탐색해주어야만 하겠죠."
  "지금 검은양 팀도 그렇게 하고 있소?"
  "아뇨, 미탐사 구역을 조사하러 나갔어요."
  "미탐사 구역이라고? 그런 곳에 무엇이 있을줄 알고!"

  갑자기 트레이너가 그답지 않게 매우 격한 반응을 보인다.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김유정과 하피가 그의 커진 목소리에 살짝 놀란듯 해보였다. 그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금세 인지하고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미안하오. 나답지 않았군."
  "미탐사 구역에, 뭔가 있는건가요?"
  "… 18년 전 내가 유니온의 클로저이었을 때, 내가 소속된 팀은 유니온으로부터 어떤 임무를 하달받았었소. 그 결과는 성공 같지 않은 참상이었고, 나는 더이상 유니온을 신뢰할 수 없게되었지. 그 때 상대했던 위험한 녀석들이 도사릴지도 모르는 곳에 그들만 파견하는 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서 그랬소. 용서해주시오, 김유정 부국장."
  "아니에요. 저희 팀원들을 걱정해주셔서 오히려 감사한걸요.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어요. 검은양 팀은 30분에 한 번씩 저에게 보고를 보내오고 있으니까요. 곧 새로운 보고가 도착할테니, 세하의 위상력 검출 결과를 기다리면서 같이 듣도록 하죠."
  "알겠소."
  "늑대개 팀 모두 수고했으니, 결과가 나올 때까진 모두 휴식하도록 하는게 더 좋을 것 같네요."
  "그렇겠지. 모두들, 잠시 휴식하도록 한다."
 
  트레이너의 명령이 내려지자, 계속해서 그의 뒤에 서있던 대원들 모두가 저마다 자리에 앉거나 기둥에 기대어 잠시동안의 휴식을 취한다. 정말 편하게 휴식을 하려거든 램스키퍼로 돌아가면 되는 일이지만, 램스키퍼로 올라가거나 그곳에서 다시 이곳으로 내려오는 것도 꽤나 번거로운 일이기에 이곳에서 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은 모두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리에만 눕지 않았을 뿐, 최대한 편하게 곳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삐빅 - 하는 소리와 함께 김유정의 옆에 있던 무전기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이슬비의 음성이다.

  "이슬비입니다. 유정 언니, 현망에 계시면 응답해주세요."

.
.
.

  "응, 슬비야. 듣고 있어."
  "지금 막 미탐사 구역의 경계에 도착했어요."
  "드디어, 도착했구나."
  "네. 꽤나 많은 차원종들이 출현해서 처리하느라 시간이 걸렸어요."
  "고생했어. 그런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힘들텐데… 몸 조심 해야 할거야, 모두."

  비록 얼굴을 보 지 않고 무전 상으로만의 대화이지만, 김유정의 안쓰러운 표정이 목소리 안에 묻어났다. 그녀가 이곳에 들어온 자신들을 얼마나 걱정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는 이슬비는, 김유정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이 취한 조치사항을 보고했다.

  "네, 언니. 그래서 이곳에서 10분 정도만 휴식한 후에 진입하려고 해요."
  "그렇구나. 잘 생각했어, 조금은 쉬면서 하도록 해."
  "그리고… 혹시 늑대개 팀은 어떻게 되었나요?"
  "조금 전에 이곳에 도착했어, 차원종들의 잔해를 잔뜩 가지고 말이야."
  "검사 결과는, 아직이죠?"
  "응. 검사가 이제 막 시작된 참이라 결과가 나오려면 더 기다려야할 것 같아. 검사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이쪽에서 알려줄게."
  "감사해요, 언니."
  "별 일이 없다면 지금처럼 30분에 한 번씩 보고를 하고,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지체하지말고 보고하도록 해. 그리고 상황이 위급해지면 곧바로 현장을 이탈하고. 알겠지?"
  "네, 언니. 그러면 정기보고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알겠어. 힘내, 슬비야. 그리고 검은양 팀, 모두들도요."
 
  그녀의 격려에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근처에 있던 제이와 미스틸테인, 그리고 서유리가 모두가 밝은 목소리로 화답해주었다. 곧 김유정의 통신종료라는 말이 들려오고 난 후 무전 연결은 끊어졌고, 이제 정적만이 주위를 감돌았다.

  주위는 붉은 빛으로 가득했고, 분명히 광원은 없음에도 왠지 모를 불길한 빛이 이 차원의 공간을 비추고 있다. 음산한 분위기로 가득찼지만 동시에 따스한 느낌이 감도는 이 공간의 한 곳, 거대한 구조물이 대지의 한 부분에 우뚝 서 있다.
  이 거대한 구조물은 일종의 신전과 비슷하게 생긴 구조물이다. 이 차원의 차원종들이 신이라고 부르던 개체, 즉 메피스토 타입의 차원종을 섬기던 신전으로 뒤늦게 밝혀졌지만, 메피스토가 군단에 의해 심연에 갇힌지 매우 오랜시간이 지나 이곳은 황폐하게 변해버렸다. 그저 잘 정비된 길과 곳곳의 기둥들, 그리고 그 위를 덮은 돔 지붕들만이 이곳이 과거 웅장했던 신전이었음을 알려줄 뿐이다.

  플레인게이트의 탐사자들이 이름을 붙인 바로는, 이곳의 이름을 왜곡의 제단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출현했던 막강한 차원종 기계 - 우상신 모락스 - 는 몇 번의 탐사가 이루어지고 나서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다. 그것은 얼마전 이슬비가 이곳에 홀로 찾아왔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달랐다, 이곳까지 찾아오는 여러 길목에서 번번이 다양한 차원종들이 나타났다. 이상하리만큼 그들은 맹렬히 저항했다, 마치 이 이상을 넘겨줄 수 없다고 하는 것처럼. 그리고 이곳, 신전에 이르러서 또 다시 우상신 모락스가 나타났고, 검은양 팀은 그것과의 전투로 약 20분을 소비해야했다. 그것이 30분째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 이유였다.

  "이상한걸. 갑자기 차원종들이 이렇게나 많이 나타나다니."
 
  제이는 자신이 보고 느낀대로 말을 꺼냈다. 확실히 이상한 감은 있었겠지.
  미스틸 또한 말을 덧붙였다.

  "맞아요. 며칠 전에 슬비 누나를 찾으러 이곳에 올 때도, 이렇게 차원종들이 많이 나타나지는 않았어요."
  "정말로 그랬어. 잔챙이들이 약간 나타났던걸 제외하면… 우상신 모락스는 우리가 함께 이곳에 탐사나올 때에도 많이 나타나지는 않았었고."
 
  팀원들의 반응을 듣고, 슬비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어떤 요인이 갑자기 차원종들의 발생을 유도했는가. 확실히 그녀가 이곳에 찾아왔을 때에도 차원종들은 그렇게 많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뭔가의 변화가 있었고, 그것의 영향으로 이곳도 변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네가 여기에 있어서 그러는 거라면 좋겠는데."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그 말대로 세하가 이곳에 있기에 이렇게 되었다면, 이것은 정말 호재라고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것 때문이라면, 아무리 많은 차원종이 나타날지라도 피곤도 모른채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10분이 지났다. 이제 움직여야할 시간이다.
  손목에 찬 시계를 잠시 바라보며 슬비는 모두를 다독였다.

  "휴식은 여기까지. 이제 안으로 움직이도록 하죠."

  그녀의 말에, 모두가 잠시 옆에 내려놓았던 자신들의 무기를 움켜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옆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뻗어있는 한 갈래 길을, 그곳에서 시작되는 미탐사 구역을.

.
.
.

  "충성! 채민우 경정님, 상부에서의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지시?"
  "예, 여기 있습니다."

  게이트의 밖, 위상능력자가 아니고선 출입할 수 없는 외부차원으로 통하는 문의 밖에서 특경대는 만일의 사태를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강남 근처 지부를 담당하는 채민우 경정이 이곳까지 지원나온 이유는 이곳이 그의 담당구역이기 때문이었다. 송은이 경정이 국제공항으로 발령받아 움직인 이상, 이곳을 수비하고 지원하는 특경대를 통솔하는 것은 그의 몫이다.
 
  이곳에서 대기하던 중에, 부하 특경대원이 갑자기 상부의 지시문을 출력해서 그에게 가지고 왔다. 상부의 지시야 평소에도 내려오는 것이지만, 현장에 파견나와 있을 경우에는 거의 복귀하고서야 처리하는게 보통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문서까지 출력해와서 보고하는걸 보면 꽤나 중대한 사항이라고 그의 부하에게 판단된 모양이겠지.
  문서를 받아든 채민우는 먼저 문서 상단의 문서 제목에 시선을 두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자신의 눈을 의심하듯 그는 눈을 크게 뜨고서 문서를 바라보았고, 마치 금방이라도 그것을 찢어버릴 것처럼 손을 떨었다.

  "아,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채민우 경정님, 무슨 일이시죠?"
  "아, 김유정 부국장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유니온에서 이런 요구를 해오다니요!"
  "무슨 요구이길래 그러시는거죠?"
 
  김유정은 채민우에게서 문서 하나를 건네받고 그 내용을 보았다.
  잠시 문서를 읽던 그녀는 금세 조금전의 그가 보였던 반응과 같은 반응을 보이며 말했다.

  "작전을 전면중단하라니요? 이런 말은 위에서도 전혀 들은 적이 없어요."
  "그렇다면 이 문서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유니온 요원관리국의 요청에 따라 작전을 중단한다는 이 말은!"
  "비록 검은양 팀이 기존의 유니온의 지시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이런 말은 아직까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었는데… 지금 당장 확인해보겠어요."

  그녀는 문서를 다시 그에게 건네고, 코트의 오른쪽 주머니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송신음이 들린 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갑자기 무슨 일로 전화했는가, 김유정 부국장."
  "국장님, 특경대를 플레인게이트에서 철수시켜달라는 요구, 알고 계시죠."
  "그게 무슨 소리인가? 처음 듣는 소리로군."
  "거짓말하지 마세요. 저희가 세하를 구하기 위해서 플레인게이트로 갔다는 걸 알아내고서, 이런 지시를 내리신 거잖아요. 지금 그들이 그 안에 들어가 있는데, 그들의 생명은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요? 네?"
  "뭐, 뭔가 오해가 있는듯 하네! 검은양 팀이 이세하 요원을 구하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보고받았지만, 자네들이 그곳에 가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야! 게다가 특경대 철수를 요구하다니, 가당치도 않은 일이야! 테러리스트 때문에 소문이 흉흉한 이 마당에 오히려 배치해야할 것을 물리치다니, 당췌 이해할 수가 없군."
  "ㄴ, 네? 그, 그럼, 국장님이 지시하신 게, 아니라는 말인가요?"

.
.
.

  "과연 관리관 님이시군요, 정말로 이게 검은양 팀과 관련되어있을 줄이야."
  "촉하면 나 아니었던가, 나현 씨."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정확할 줄은 생각도 못했죠."

  은발의 여성으로부터 찬사를 듣는 남성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었다. 자신이 생각한대로다.
  그들은 강남의 어느 공터에 주차된 트레일러 안에 있는 상황실에서 김유정이 통화하고 있는 바를 정확히 잡아내어 듣고 있었다. 통화상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불안에 떨리고 있었지만, 반면에 그녀가 말하는 바는 분명히 이 남성이 추측한 바가 진실임을 증명하였기에 남성의 표정은 기쁨에 차 있었다.

  "설마 위조공문을 특경대에 심어둔 사람들을 통해서 보내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어. 과연 이런 분야는 나현 씨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니깐."
  "과찬이십니다, 관리관 님."
  "이제 김유정 부국장이 저 공문이 위조라는 것을 눈치채는걸 계속해서 지연시켜야해. 특경대에 확인해보면 곧바로 그들도 이상함을 느끼겠지. 그러니 특경대 내부에 심어둔 우리쪽 사람들을 통해서, 계속 놈들을 교란시켜야만 해. 그래서 놈들이 이것도 저것도 못하고 있을 때, 그리고 검은양 팀이 모두 플레인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있을 때, 그 때에 덮치는 거야. 이번에야 말로 놈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다구!"
  "관리관 님, 하지만 일전에 저희가 계획했던 작전 당시에 비해서 지금은 플레인게이트에 있는 인원의 규모가 너무 많습니다. 게다가 유니온 관계자들도 너무 많구요.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긴 그렇지, 그렇지. 나현 씨의 말이 맞군.
  좀 더 상황을 주시해봐야겠어. 저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에게는 정보가 더 필요해."

  남성은 트레일러의 한 쪽 벽에 난 작은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지금 멈춰있는 이곳은 바로 파괴된 강남대로 근처의 공터, 플레인게이트의 입구가 보이는 곳이다. 입구를 다섯 명 정도의 특경대원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그들은 전혀 자신들에게 다가온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눈만 살짝 움직여 웃음을 지은채, 남자는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우리에게 준 모욕은 이번에 반드시 갚아주도록 하겠다, 검은양."


  ◆ 17-4

  "Eins! Zwei! Drei!"
 
  유창한 독일어 발음으로 수를 세는 미스틸테인의 주위의 적들 주위에 세 개의 창이 차례차례 꽂힌다. 그리고 그 위로 전격이 내려치며 주위의 적들을 모조리 감전피해를 준다. 감전 때문에 경직된 수많은 적들 위로 갑자기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받아라아아앗!"
 
  미스틸의 기합소리와 함께 위상력으로 인해 매우 거대해진 그의 랜스가 위에서 아래로 크게 휘둘려져 일제히 경직된 적들을 뭉개버린다. 피하려고 해도 아까의 전격으로 인해 경직된 채 있는 차원종들은 그대로 공격을 당할 수밖에 없었고,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도록 둘러싸인 차원종들의 방벽 중 하나가 미스틸의 이 공격으로 인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제 그들의 앞을 막고 있는 방벽은 단 하나.
  다만 이전보다 더 많은 수의 차원종들이 기를 쓰고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뚫으려면 상당한 수고가 필요할 것이다. 이슬비는 주위를 잠시 둘러보고 질량이 꽤 되어보이는 물체들을 일제히 띄운 후 저 차원종들 위로 낙하시켜 뭉개버릴 생각을 하며 공격에 사용할 만한 물체를 눈으로 찾고 있었는데, 제이가 뒤에서 앞으로 뛰어나오며 말했다.

  "잘했어, 테인아. 이제 이 형이 맡도록 하마."
 
  제이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선글라스를 살짝 만진 뒤, 자신의 두 다리에 위상력을 걸어 힘을 강화시킨다. 그리고는 마치 뛰어오를 것처럼 두 다리를 굽히며 소리쳤다.

  "좀 어지러울거야!"
 
  힘 있게 도약한 제이를 중심으로 하여 갑자기 커다란 회오리가 발생했다. 마치 토네이도와 같이 움직이는 방향에 있는 모든 것들을 빨아들여 끌어 올린다. 상당한 수의 차원 경계병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지만, 그 수많은 차원종들의 방벽이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파훼되어간다.

  "우와아! 이거 정말 오랜만에 봐요!"
  "그러게. 이 공격을 한 번 하고나면 허리가 아프다면서 자주 안하셨는데,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그만큼 지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에요."

  미스틸테인과 서유리가 회오리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제로 제이는 이런 거대한 공격을 몸 상태를 염려하여 자주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런 대화가 오가는 것이 결코 이상한 건 아니다. 다만 미스틸이 말한대로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미탐사 구역이기 때문에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되기 때문이라는 제이의 염려 역시 섞여있었기에 그런 기술을 시전한 것이리라.

  모든 차원경계병들이 공기의 소용돌이 안으로 빨려들어가자, 회오리의 가장 상층부에서 회전하고 있던 그가 지면을 향해 급강하하며 마지막 공격을 준비한다. 그의 오른팔에 위상력이 집중되었고, 그대로 끌어올려진 모든 적들이 지면으로 낙하하여 충돌하자 그 위로 한 방의 펀치가 적중하여 고요한 대지를 뒤흔들었다.

  내려찍는 한 번의 공격이 만들어낸 충격파는 멀리 떨어져있는 팀원들에게까지 전해질 정도로 크게 지면을 흔들었고, 그 파장에 직격한 차원종들은 몸이 그대로 일그러지며 박살나버린다. 그 많던 차원종들은 일제히 빛의 가루가 되어 사라져갔다.
  약간 내려온 선글라스를 고쳐쓰며 제이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윽, 허리가…"
  "아저씨, 몸을 생각하세요."
 
  유리가 다가오면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나 제이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엄지를 척 들어보이며 씨익 웃음을 짓는다.

  "걱정말라구,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니까."
  "혼자서 싸우는게 아니잖아요. 아저씨가 중간에 아파서 쓰러지면 더 가지도 못하고 돌아가야만 해요. 그러니까 몸을 챙기세요."

  유리는 땅에 떨어진 제이의 자켓을 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공중으로 날아오를 때 그의 자켓이 공기에 날려 떨어진 모양이다. 자켓을 받아들면서 고맙다고 잠깐 말한 뒤, 몸에 걸치고선 그는 팀원들에게 계속 탐사를 진행하자고 재촉했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선 그가 이끄는대로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때, 모두의 왼쪽 귀에 끼고 있는 축소형 무전기에 호출이 왔다. 무전기 특유의 띠딕하는 소리와 함께 김유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은양 팀! 검은양 팀, 모두 들리나요?"
  "여기는 이슬비, 유정 언니 잘 들려요."
  "후우, 다행이야. 1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어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걱정되어서 이쪽에서 먼저 무전을 시도해봤어. 현재 상황을 보고해줘, 슬비야."
  "네, 언니. 우선 보고가 늦었던 이유는 방금 전에서야 전투가 끝나서 그랬어요. 꽤 많은 차원종들이 앞을가로막고 있어서 전투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졌어요."
  "그랬구나. 부상자는 없니?"

  이슬비는 잠시 팀원들을 쭉 둘러본 후, 김유정에게 보고를 이어나갔다.
  "네, 언니. 모두 괜찮아요."
  "다행이구나. 지금 어디까지 탐사가 완료되었니?"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꽤 미탐사 구역 안으로 진입한 것 같아요. 대략 5km는 움직였을 거예요."
  "잘 알겠어. 혹시 모두들, 기탐사 구역과 비교해서 바뀐 거라든가 사소한 변화가 있는걸 느꼈다면 아무거라도 좋으니 말해줘요."
 
  김유정의 말을 듣고 모두가 잠시 생각을 했다.
  무언가 바뀐 것이 있을까? 주위를 둘러봤을 때 달라졌다고 생각되는 것은 그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다양한 갈래길로 나뉘었던 기탐사 구역과는 달리 지금까지는 한 갈래길만이 쭉 이어졌다는 것 정도가 바뀐 거라면 바뀐 거라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붉은 빛이 처음에 비해 약간이나마 어두워졌다는 것도 바뀐 거라고 할 수 있을까?
 
  "유정 언니, 유리에요. 딱히 크게 바뀐 건 없어요. 그저 기존과는 다르게 한 갈래길이 쭉 이어지고 있다는 점 정도?"
  "그리고, 누나, 조금 더 어두워져가는 것 같아요."

  유리와 미스틸이 자신들이 느낀 바를 무전 상으로 이야기했다. 그들의 느낌을 들은 김유정이 말을 전해왔다.
  "그렇구나. 알겠어. 혹시 또 다른 걸 느낀 사람이 있나요?"
  "제이야, 유정 씨. 나는 안으로 들어갈수록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것 같군. 어디선가 분명히 느껴본 듯한 느낌이 들어."
  "조금 더 자세히 말해주세요, 제이 씨."
  "잘은 모르겠는데, 분명히 저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위상력은 언젠가 내가 지독히 느꼈던 '놈'의 위상력과 닮았어."
  "'놈'이 누구죠?"
  "지금은 둘로 나뉘었지, 애쉬와 더스트라고."
  "……"

  제이의 말은 김유정 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의 입을 다물게 하기에도 충분했다.
  제이는 유일하게 18년 전 차원전쟁에 참전한 적이 있는 사람이다. 언젠가 그가 했던 말에 의하면 애쉬와 더스트라는 최고위급 차원종은 본래 하나였고, 그것이 18년 전의 차원전쟁에서 꽤 심각한 위험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고 한다. 고작해야 5번 정도 애쉬와 더스트를 만나보았던 다른 팀원들과는 달리 제이에게는 꽤 여러번 녀석들과의 접점이 있었던 모양이다.

  슬비의 기억에, 애쉬와 더스트는 데이비드의 습격 후 만신창이가 된 자신과 세하 앞에 나타났었다. 그리고 데이비드를 처리할 수 있는 힘을 줄테니, 자신들의 힘을 받아들이고 차원종의 군단이 되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결국 세하는 그들의 유혹에 넘어가 그들의 힘을 받아들이고, 지금과 같이 되었다.
  만약에 제이가 받았던 느낌이 정확하여 이 길을 따라 쭉 들어가게 되면 나오는 것이 애쉬와 더스트가 있는 곳이라면, 그곳에 세하가 있을 확률도 높다. 그녀가 이 길을 선택한 육감이 왠지 모르게 맞아떨어져가는 느낌이다. 

  "5분 전쯤, 늑대개 팀이 조사한 반대 차원에서 수집해온 차원종들의 잔해의 분석 결과가 나왔어. 거기에서는 세하의 위상력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유정 언니, 그 말씀은 이곳에 세하가!"
  "그래, 슬비야. 그곳에 세하가 있을 확률이 더 높아졌어. 하지만 아직까지 물증이 없어. 그래서 그곳의 차원종들의 잔해를 소량 수집해서 돌아와줬으면 해. 그 잔해에서 세하의 위상력이 검출되면, 늑대개 팀도 그 일대의 탐사를 지원하게 될거야."
  "하지만 언니, 저희는 더 들어갈 수 있어요. 이제 4일도 남지 않았어요. 최대한 빨리 세하를 찾아야만 해요."
  "슬비야, 다급한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벌써 오후 7시가 훌쩍 넘었어. 그리고 너희가 그 안에 들어간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이만 돌아와서 쉬면서 내일 계속 탐사를 위해 계획을 수립한 후에 탐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거야. "
  "그래도…"
  "슬비야, 이건 명령이야. 차원종 잔해를 수집하는대로 팀원들을 데리고 복귀하도록 해."
 
  김유정의 태도는 매우 강경했다. 명령이라고 그녀가 못박은 이상,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는 없었다.
  다른 팀원들이 모두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슬비를 바라보았지만 그들도 어떻게 할 수 있는건 아니다. 그들 역시 피곤을 느끼는건 아니었지만, 김유정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복귀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는 않았다.

  "알겠어요, 언니. 잔해를 수집하는대로 돌아갈게요."
  "응. 조심히 돌아오길 바랄게."
  "네. 통신종료."

  무전이 끊어지고, 다시 정적이 감돌았다.
  모두는 슬비만 바라보며, 그녀의 지시를 기다렸다.
 
  "제가 고집부린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겠죠."
 
  그녀의 말에 모두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고개를 숙인채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힘 없이 말했다.

  "차원종들의 잔해를 수집해주세요. 각자 가지고 있는 샘플채집도구에 반 정도씩만 담도록 하세요.
  그리고 모두 수집이 끝나면, 그대로 왔던 길을 거슬러 돌아갈게요."

  그녀의 지시에 따라 모두 자켓 속에서 작은 샘플채집도구를 꺼내어, 그들이 쓰러뜨린 차원종들의 잔해를 조금씩 그 안에 담기 시작했다.
  가장 늦게 슬비가 잔해를 담았고, 그녀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돌려 다시 내부차원을 향해 움직였다. 그 때의 시간은 오후 7시 30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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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녀석들이 겁도 없이 우리의 영지 바로 앞까지 다가왔잖아?"
  "후후, 잘 찾아오고 있으니 놔두자구, 누나."
  "도대체 이세하는 어디로 가버린거야? 녀석들이 들어오도록 가만히 놔두다니!"
  "아~ 지금 쯤이면 그 녀석, 시베리아에서 얼어 붙어가고 있을걸?"
  "뭐야, 애쉬. 설마 데이비드가 있는 곳을 가르쳐줘버린거야? 재미없게 왜 그랬어~?"
  "걱정마 누나, 놈이 절대 데이비드를 잡을 수 없다는건 잘 알고 있잖아?"
  "그래~ 목숨을 걸지 않고서는 놈을 절대 쓰러뜨리지 못하지."
  "그리고 녀석도 곧 깨닫게 될테지."

  남매의 키득거리는 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재와 먼지의 빛으로 대지의 곳곳이 물든 어두운 공간에서, 이들은 자신의 종이 된 남자를 비웃으며 그가 있을 시베리아로 시선을 옮겼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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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아악!"

  비명과 함께 두텁게 쌓인 눈밭을 소년이 구른다.
  오른손에서 무기를 놓치지는 않아서 비무장상태는 아니었지만, 상당히 큰 부상을 입어 움직이지 못하고 숨만 헐떡거리는 정도였다. 그러나 그를 공격하여 이 지경으로 만든 이도 상당히 큰 부상을 입은 것인지, 비틀거리며 겨우 서있는 정도였다.

  "**, 소식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말쑥한 정장차림에 그 위로 코트를 입고 머플러를 두른 이 남자, 유니온을 배신하고 베리타 여단과 손을 잡은 데이비드 리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와 함께 이곳에 나왔던 이리나 페트로브나는 잠시 정신을 잃은 상태이고, 숨겨두었던 또 다른 위상능력자는 광산 안에서 전력의 생산을 위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군사기지의 가장 밖에 있는 벙커와 연락이 끊긴 것을 확인하고 외부의 침입을 눈치챈 그는, 기지 내의 모든 감시수단을 통해 이세하의 침입을 확인했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많은 병력을 데리고 직접 나가 자신을 단신으로 찾아온 어리석은 그를 맞았다.
  그는 이미 이리나와 여러 소식통을 통하여 이세하가 차원종의 힘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죽이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가 강한 차원종의 힘을 받아들였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몸 속에 들어와있는 존재의 힘을 결코 이길 수 없으리라고 스스로 굳게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뜻 밖이었다. 이세하의 힘은 데이비드의 상상 밖이었던 것이다. 그를 상대하기 위해 수많은 병사들과 이리나 페트로브나까지 데리고 왔지만, 그들은 그의 상대조차 되지 못했다. 이리나가 겨우 몇 분을 버텼을 뿐이지, 그녀 역시 자신의 부하들처럼 그에게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 데이비드 자신이 직접 나서서 이세하와 싸웠지만, 과거에 맞붙었을 때의 그 때의 힘과는 차원이 다른 강함을 보이며 그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천만다행으로 강하게 부는 눈보라로 인해 시야가 흐려진 점을 이용해 그는 이세하의 빈틈을 노려 공격했고, 겨우 저렇게 심각한 부상을 입힐 수 있었다. 다만 그와 맞부딪치는 과정에서 데이비드 본인도 몸의 곳곳에 꽤 큰 상처를 입었다. 그래서 단 한 번의 공격이면 충분히 이세하의 목숨을 거둘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정말이지 쓸모가 없군. 아아, 언제까지 나에게 실망만 주려는거지, 네놈들은."
 
  그의 분노어린 말에, 겨우 정신을 차린 이리나가 몸을 떨며 작게 사죄했다.
  "죄, 송합니다, 데이비드. 면목이 없습니다."
  "그 여자, 카밀라를 불러. 불러서 저 녀석의 목숨을 거두게 하라고!"
  "데이, 비드, 그렇게 되면 내부의 전력은…"
  "비상발전기로 어떻게든 충당되겠지. 당장은 저 녀석을 쓰러뜨려야 한단 말이네!
  아니면 이리나, 자네가 놈의 숨통을 끊어놓던지 하란 말일세!" 

  이리나에게 말을 쏘아붙이던 도중, 그는 잠시 자신이 이세하에 대한 시선을 거두고 있었음을 눈치챘다. 급히 시선을 돌려 다시 이세하를 쳐다보았을 때, 그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단 한 번의 공격이면 이세하의 목숨을 거둘 수 있을 정도였는데, 그가 사라진 것이다.
  오싹함을 느낀 데이비드가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거세게 불어오는 눈보라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먼 거리까지 바라볼 수 없었다.

  갑자기 그가 사라졌다는 이상함과 그의 목숨을 끊어놓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아쉬움의 감정이 공존하던 그 때에,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세하를 찾는거야? 그 녀석을 찾는 거라면 우리가 이미 거둬들였어. 여기에서 죽게 놔두면, 우리가 세운 계획이 흐트러지거든."
  "아직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을 버리는 건 너무나도 큰 낭비지."

  데이비드와 이리나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했다.
  건물의 옥상 위에, 차가운 눈보라 사이로 어린 아이 두 명이 심상치 않은 힘을 흘리며 앉아 있었다. 데이비드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남매 중 여자아이가 먼저 말했다.

  "이 정도면 우리의 무서움을 충분히 알았겠지?"
  "여기서 네놈의 목숨을 거둘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아자젤의 의식도 같이 사라지겠지. 그렇게 되게는 놔두지 않겠어. 그러니 우리 군단과 싸울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거다, 인간."
   "그 녀석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면 넌 죽어. 지금은 비록 완전히 녀석의 정신을 지배하지 못했지만, 이틀 정도면 녀석은 완전히 우리의 것이 될거야. 만약 네가 우리를 적대시한다면 그 땐 널 반드시 죽일거야, 녀석의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그러니 상호약조하는게 어때? 우리 군단과 네가 서로에 대해 관심을 끄고 사는 것으로 말야."
 
  남매의 의사를 거부할 생각은 데이비드에게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의 최종 목적은 차원종과 관련이 없었다. 그의 계획에서 차원종이란, 그저 필요할 때 사용할 뿐인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겨우 그 정도의 존재감만이 있는 이들을 적대시할 필요는 없다.
  혹여나 후에 인류의 지배권을 두고 다투게 될지라도, 그 때에는 지금처럼 방심하고 이세하를 맞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아자젤의 힘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게 될테니 걱정할 필요도 전혀 없을 것이라는게 데이비드의 생각이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약속, 하도록 하지."
  "약속을 지키지 않는건 언제나 인간이다. 나중에 네 증오가 우리를 향하게 될 때, 그 때는 반드시 죽는다. 기억해 두도록 해라."

  남자아이의 말이 끝나고, 두 아이들의 뒤로 공간을 찢으며 커다란 차원의 균열이 발생했다.
  보라색 섬광 속의 어두운 공간으로 둘은 사라졌고, 완전히 그들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파묻히자 차원의 균열도 곧바로 닫혔다. 이제 그들의 주위로는 어떤 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세찬 눈보라만이 여전히 남아 불어올 뿐이었다.

  "이리나, 주위를 정리해라. 그리고 모두에게 전파해, 우리가 있는 곳을 아는 이들은 없으니 동요하지 말라고."
  "알겠, 습니다, 데이비드."

  지시를 내린 후, 그는 온몸을 휘감는 고통을 겨우 참아내며 광산 쪽으로 걸어갔다.
  그가 저 멀리 사라져가자 자리에 남은 이리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당신은 우리의 대의이지만, 이것만이 길인가."
 
  이세하에게 당하여 목숨을 잃고 쓰러진 자신의 부하들이 불어오는 눈보라의 추위에 얼어붙은채 눈 속에 파묻혀가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크게 한숨을 지었다.


  ◆ 17-5

  "김유정 부국장님."
 
  의자에 가만히 말없이 앉아있는 김유정에게 유니온의 한 연구원이 다가와 말했다.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남자를 바라보며, 그녀는 대답했다.

  "네, 민성진 박사님. 혹시 결과가 나왔나요?"
  "네."

  결과가 나왔다는 말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건 슬비였다.
  가뜩이나 남은 시간은 계속해서 줄어만 가는데, 강제로 이곳까지 되돌아온 그녀는 잠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토의하며 이야기를 나눈 것 이후로, 아무런 말도 없이 혼자 토라져있었다. 그녀의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아무도 그녀에게 말도 걸지 못하고 그저 검사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슬비 역시 마찬가지였나보다.
  유정 대신 슬비가 묻는다.

  "어떻게 결과가 나왔나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요. 어떤 것부터 들을래요?"
 
  왜 나쁜 소식이 끼어있을까?
  알 수 없다. 나쁜 소식이 전혀 끼어있어서는 아니될 텐데, 도대체 왜?
  슬비는 약간 긴장한 채 말했다.

  "좋은 소식부터 들려주세요."
  "알겠어요. 먼저 좋은 소식은, 이세하 요원의 위상력이 잔해 안에서 검출되었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나쁜 소식은…"
  "아침까지만 해도 이세하 요원의 위상력이 저번보다 더 진하게 검출되었을 뿐이었는데 말이죠… 그게, 이세하 요원이…"
  "그런데요? 빨리 말해주세요, 세하가 왜요!"
  "그러니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세하 요원의 위상력이, 이전보다 몇 배는 더 진하게 검출되었어요. 다시 말해서, 그들, 즉 차원종의 군단에 이세하 요원이 더욱 빨리 종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아마 이 속도라면, 그가 완전히 차원종이 되기까지는 이곳 시간으로 이틀 정도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을 거예요."


  풀썩-

  "슬비야!!"
  "대장, 괜찮아!?"
  "슬비 누나, 괜찮아요?"

  이슬비는 말도 안되는 소리에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동료들이 다급히 그녀의 주위로 다가와 안부를 물었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
  그리고 참으려고 했던 눈물이 어느새인가 그녀의 눈가에 고였고, 곧 크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세하, 이 바보야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앙!"

.
.
.

  "네 녀석들,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는 힘겹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건 비웃음 뿐이다.
 
  "우리의 힘으로 싸웠으니, 우리와 더욱 가까워진것 뿐이야."
  "맞아. 우리는 아무 짓도 안했어. 다, 너 스스로 작정한거야."

  남매는 그를 골탕먹히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그에게 더욱 분노를 심어주려는 것인지,
  이유 모를 웃음만 흘릴 뿐이다.

  "크허억. 허억. 하아아, 하아."
  
  그들에게 어떤 불쾌한 의사도 표현하지 못하고, 이세하는 계속 숨만 헐떡였다.
  자신에게 느껴지는 고통과 금방이라도 이성을 집어삼킬 것만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 머릿 속으로 지나가는 부정적인 과거의 기억들이 그의 생각을 휘감는다.


'이것 밖에 안되나?'
'하지만 위상잠재력은 믿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 나이에 이 정도의 위상력이라니'
'좋아. 한 번 더.'


'야! 받아라!'
'이 괴물! 차원종!'
'으아아아아, 도망쳐! 차원종이 쫓아온다!'


"넌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겨우 이것 밖에 안되는 얘니까."


  뚝-.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안녕하세요. 드디어 올렸네요.
  늦게나마 찾아뵈어서 다행이에요. 이제 스퍼트 내서 써보려고 하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

  슬슬 소설도 마지막에 가까워져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하랑 슬비랑, 왜 이렇게 비참하나요. 작가를 잘못 만나면 훈훈한 아이들도 이 모양 이 꼴이 됩니다.ㅎㅎㅎㅎ 저 이러다가 세슬팬 여러분께 돌 맞아 죽을지도... ㅠㅠ

  마지막 팬아트는 푸딩쥬스 님께서 그려주신 거예요.
  제가 따로 요청드리지 않았는데, 이렇게 멋진 팬아트 그려주셨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ㅎㅎ
  그리고 앞서 표지에 사용한 그림은 카제로스 님께서 그려주신 팬아트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마지막 대사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애니에서 따온 거예요.
  애니에서 밝혀지는 내용이 이 소설의 공식설정이 되니까, 거기에서 세하와 슬비의 이야기를 많이 따오려고 합니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네요. 모두들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되시길 빕니다.
  다음 화에서 찾아뵐게요!
 


2024-10-24 23:12:4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