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 세하슬비 )벚꽃

에베레베렙 2016-04-22 7


 


 

 

 

 

"야. 이세하. "

 

약간의 가느다란 소리를 감싼 풋풋한 그의 굵은 목소리가 나의 귀를 스치며 지나갔다. 탁자에 앉아 노트북의 키보드를 두드리며 무언가를 열심히 작성하던 그의 손이 멈춰 있었다. 나도 또한 열심히 게임을 하는 손을 잠시 멈춰 놓고 한참이나 숙이고 있던 고개를 약간 들어 내 이름을 부른 남자의 파란 눈과 시선을 마주했다.

 

" 으응? 왜? "

 

내 시선에 들어온 남자는 짧은 분홍색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딘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연신 붉히면서 말이다.

 

" ....어...그게. 그러니까 말이지? "

 

붉어진 그의 두 뺨은 그의 분홍색 머리와 어딘가 시너지를 이루어 한층 더 그를 아름답게 만들었다.솔직히 말해서 얘는 웬만한 여자애들보다 더 예쁘장하게 생겼다. 여자인 내가 보기에도 예뻐서, 솔직히 처음 봤을 때에는 첫눈에 반했을지도. 물론 그 이후 쏟아진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잔소리로 인해 처음 봤을 때의 느낌과는 180도 다르게 내 마음 한켠에 자리...아니,각인되었다.

 

" .......뭐야. 왜 그래? "

 

나는 또 게임기 뺏어갈 줄 알았는데. 빼앗지도 않고 그냥 빨걔진 볼을 긁적거리면서 머뭇대고 있을 뿐이었다. 평소 그의 날 대하던 모습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다른 태도였다. 그래도 뭔가 혼낼 건 아닌 것 같아 다시 게임기를 들려 한 순간-

 

" ....혹시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 

 

.....에?

 

툭.

 

 

 

 

 

-

 

 

 

 

 

 

 

 

 

 

 

" 뭐지. 뭐지. 뭐지. "

 

그 이후로 무슨 대답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루 종일 멍하니 그 물음에 대해 생각했지만 역시 답을 찾아낼 수 없었다. 석봉이가 무슨 말을 해도 마찬가지로 멍때리기로 응수했고, 그 때문에 내 라인 포탑이 터졌다. 히잉.

 

...딴 길로 샜네. 물음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보자. 가장 유력한 건 역시....

 

" .....데이트 권유? "

 

....그럴 리가 없...

 

 

 

 

 

쾅!

 

아이 깜짝이야. 내 방문이 쾅 하고 무서운 단말마를 흩뿌리며 떨어져 나갔다.....라기 보다는......부서져 나갔다. 조각조각 부서져 무슨 쿠크다스인줄 알았다. 무슨 일이지 라며 생각하고는 문 앞을 보았을 때는.

 

......지옥?

 

" ......아빠..? "

 

" ......데이트라니 무슨 소리일까? 우리 딸♡ "

 

아니 하트 붙이지 마요. 아무리 봐도 등 뒤에서 시퍼런 오오라가 **듯이 솟아나오고 있어. 위험한데? 폭발 직전인데?

 

그렇다. 1차 차원전쟁 시절의 아빠는 알파 킹, 알파 원 등으로 불렸던 최상급 클로저였고,내가 지금 이걸 소개하는 이유는 지금 내 아빠가 그 전** 상태를 몸에 휘감았기 때문이었다. 제이 어린ㅇ...아니 제이씨가 쓰는 전** 스킬과는 차원이 다른 강함이 깃든 아빠의 각성에 나는 한숨만 푹푹 새어나왔다.

 

" 자. 설명해줘. 무슨 소리야?♡ "

 

 

 

 

 

그러니까 하트 붙이지 말라고요. 아빠. 진짜 무서워요.

 

 

 

 

-

 

 

 

 

" ....나...무슨 말 한 거야..... "

 

벤치에 앉아 멍하니 힘풀린 눈으로 허공을 쳐다보던 사내가 왼쪽 팔을 들어 눈을 감쌌다. 멍하니 주위를 쳐다보고 있자니 수군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고, 내가 지금 무슨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진짜로 그냥 멍하니 아깝디 아까운 시간이나 축내며 벤치에 앉아 있었다. 계속 그러다간 진짜로 침까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 굴러가는 머릴 억지로 데굴데굴 굴려서는 생각이란 걸 하게 만들었다.

 

" ....그러니까.... "

 

정리해보자. 그렇게 생각하니 아까까지 대화했던 세하의 목소리가 깊은 곳에서 되살아났다. 금방 튀어나오더라.

 

[ 으응.....다음주 주말이라면 되긴 되는데. ]

 

...읍. 위험했어. 

 

멍하니 벌린 입에서 침이 잔뜩 고여 떨어지려 하던 것을 얼른 집어삼켰다. 내 안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옆에서 말하듯 정확히 울려퍼졌다.

 

" ....이 정도면 진짜 중증인가.... "

 

에휴.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다. 나도 참 특이하지. 저런 금수저 게임광을 좋아하게 되다니 말이다. 언제부터였지. 그 아일 좋아하게 된 건.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녀에게 끌리고 있었다. 처음에 그녀를 보기 전에는 그 유명한 알파킹의 딸이라고 들어 굉장히 기대했었다. 그러나 제대로 살펴보니 그저 극성 게임광. 여자애같은 구석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심지어 친구들도 거의 다 남자였다. 그래서 크게 실망했었지. 잔소리도 매일매일 해야 했다. 그만큼 엉망이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그녀의 어두운 일면을 알아냈고, 계속되는 접점으로 내 신경은 온통 그녀였다. 불쌍하다는 동정심도 피어올랐지만, 그 동정심도 재빨리 짝사랑으로 변해 마음을 채워나갔다. 그렇게 그 마음을 속으로만 삭히며. 나는 멍청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면 바로 시작하는 드라마를 틀면 나오는 여주인공에게 세하의 얼굴을 집어넣어서 몰입한 적도 있었고, 같이 찍힌 사진이 있으면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얼굴을 붉히며 몰래 - 어차피 볼 사람도 없겠지만 -  사진첩에 소중하게 끼워넣었다. 그렇게 지내오길 몇 달도 넘었지 아마. 그저 멀리서 지켜보는 게 일상이 되었다.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에 사무쳐서 혼자 이불이나 뒤집어쓰고 멍하니 쪼그려 누워 있을 때도 있었다. 유리나 제이 씨. 테인이는 저렇게 친한데, 세하가 나에게만은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서 슬무룩 슬무룩 하고 있을 때도 있었지. 물론 내 망상이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이불을 두번이나 뻥뻥 찰 정도로 부끄러운 흑역사였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참고 참으면 언젠가 터진다고 했던가. 결국에는 입 밖으로 내놓고 말았다. **.

 

" ....으으아ㅏ아! "

 

이건 이제 빼도박도 못하게 두번째 흑역사가 되게 생겼다.

 

" ......휴우... "

 

벤치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려 걷고 있었다. 화목해 보이는 가족이 눈에 들어왔고, 웃으며 뛰듯이 걷는 한 직장인, 수줍게 웃으며 걸어가는 커플들이 보였다. 그들의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하늘이 따뜻했다. 저녁노을 저물어가는 하늘은 기분좋을 정도로 따뜻한 색감을 머금고 있었고, 솜사탕같은 구름들 또한 따뜻하게 나를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 마음은, 매일 느끼며 참아오던 차갑고도 쓸쓸한 기분은 모두 감싸 덮어주지 못한 듯이.

 

" ....기왕 이렇게 된 거....확실히 해야겠다. "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쉰 그였지만, 손에 든 한 장의 종이를 쳐다보더니 은은한 웃음을 입가에 슬쩍 걸쳤다. 

 

 

 

 

 

-

 

 

 

 

 

 

 

 

" 야~ 이슬비이~! "

 

그리고 며칠 후. 주말이 찾아왔다. 

 

그들이 찾은 곳은 한창 벚꽃축제로 시끌시끌한 대공원 부근의 벚꽃길이었다. 꽤 유명한 축제인 듯 사람들이 줄을 이었고, 그 주위를 벚꽃잎들이 바람에 날리며 돌고 있었다.

 

" 이제 왔냐. 또 게임하고 온 건 아니지. "

 

" PC방 안 갔거든. 그럼 냄새 맡아 보던가. "

 

" .....그..그런 소리 함부로 하고 다니는 거 아니다. "

 

실없는 대화를 나누며 만난 둘은 자신들의 앞에 펼쳐진 벚꽃이 이루는 장관에 한 번 놀라고, 많고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파도에 한 번 질리고 말았다.

 

" ...이슬비. 이거 다 사람이야? "

 

" ....이렇게까지 몰리리라고는... "

 

" 으으.....너무 많은데.... "

 

" 그래도 이번 벚꽃축제, 내일 끝나니까.... "

 

세하가 볼을 부우 하고 부풀렸다. 솔직히 귀엽다. 응. 귀여워. 너무 귀엽다. 귀여움은 정의입니다. 

 

........핫. 한순간 넋이 나갔었다. 계속 보고 있다가는 정신이 어떻게 되어 버릴 것 같아 세하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세하는 잠시 끙끙거리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할 수 없지. "

 

" ....응? "

 

갑자기 그녀가 머리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등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틀어올려 포니테일로 묶어내리는 그녀의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여자가 저렇게 머리를 올려묶는 모습은 정말 심장에 좋지 않다. 머리끈을 그 예쁜 입술로 물고, 팔을 들어올려 포니테일 헤어의 틀을 잡던 세하는 너무나 예뻐서, 그만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솔직히 예쁘다. 평소에도 곧잘 하고 다니는 포니테일이지만. 그 머리 모양을 만드는 모습은 정말....

 

' 이래서 남자들이 두근대는 행동 2위가 이건가. '

 

 

 

 

 

 

 

 

" ...야. "

 

 

 

 

 

 

 

 

 

 

 

 

 

" 야! " 

 

흠칫.

 

" 뭘 그리 뚫어져라 쳐다봐? "

 

" ...아니..아무것도... "

 

" ...얼굴은 또 왜이리 빨걔. 어디 아파? 감기야? "

 

" 그...그런 거 아니야. "

 

위험했어. 정말 위험해. 진짜 한 1분간 넋을 놓고 있던 것 같다. 이런....

 

" 다..다 했어? "

 

" 언제 다 했는데. 얘가 진짜 오늘따라 왜 이런다냐. "

 

조용히 팔짱을 낀 채 혀를 쯧쯧 차는 그녀의 모습도 역시 귀여웠다. 이 정도면 진짜 심각한 듯 싶다.

 

그렇게 멍하니 생각하며 서 있을 때였다. 갑작스레 따뜻한 온기가 내 손을 감쌌다. 따뜻한 온기는 조물조물 내 두 손을 매만졌다. 뭐지 하고 내려다본 내 오른손에는 아름답고 매끈하고 뽀얀 그녀의 흰 손이 있었다. 순간 내 뇌의 사고회로가 불타올랐다. 완전히 연소되어 사라진 사고회로는 붉던 얼굴에 그 붉디 붉은 재를 위에 뿌렸고, 내 얼굴은 푹 익은 토마토가 되어 버렸다.

 

" 자자! 시간 없다면서! 구경하자 구경! "

 

" 으..으어엉! "

 

물개같은 대답을 하자 마자 세하가 미소지으며 내 손을 꽉 잡고 이끌었다. 꽉 붙잡힌 손에서는 땀이 그득히 흘러나왔다. 토마토가 되어 맛있어 뵈는 내 얼굴은 경직되어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허둥지둥 그녀를 쫒아갔더랜다. 그 뒤를 화사한 벚꽃잎 바람이 우릴 쫒았고, 훈훈한 분위기가 뒤이어 우리를 쫒았다.

 

 

 

 

 

 

 

 

 

-

 

 

 

 

 

 

 

 

어느새 벌써 해가 지고 말았다. 시간이 어떻게 흐른 걸까. 해는 저 수평선 너머로 넘어간지 오래고, 하늘 위에는 형형히 빛나는 달이 그 장소를 채우고 있었다. 어두워진 하늘 때문인지 조금 쌀쌀해진 그냥 평범한 봄의 밤이었다.

 

" ....... "

 

겉옷은 이미 세하한테 벗어 준 지 오래다. 춥다. 은근히.

 

" 킁.... "

 

" 자. "

 

" ...우웁. "

 

....어딘가에서 따뜻한 떡이 다가와 내 입에 박혔다. 우물우물. 맛있다. 튀긴 떡과 매콤달콤한 소스가 내 입에서 흔들흔들 춤을 추며 혀를 건드렸다. 맛있다.

 

" 맛있어? "

 

" ....엉. "

 

....? 

 

....사태를 파악했다. 앞에는 세하가 있었다.비겁하다-싶을 정도의 예쁘고 또 예쁜 미소를 지은 채 내 입에 떡꼬치를 물리고 있었다. 이런 **. 다시 토마토가 되어 가는구나.

 

" 네 돈으로 산 거니까, 나중에 돈 줄게. "

 

" ....내 돈? "

 

" 겉옷 주머니에 들어있었어. 지갑. "

 

그러고 보니 지갑을 거기 넣어뒀었지. 깜빡했다.

 

" 으응....! 흐아....피곤해....  "

 

기지개를 쭉 펴서 온종일 걷느라 피곤한 몸을 푸는 그녀의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 그래도 예뻤잖아. "

 

" ....응. 예뻤어. 고마워, 이런 곳 데려다줘서. "

 

세하가 방긋 웃었다. 그 모습에 나도 따라 웃어주었다. 수상한 분위기가 우릴 훑고 지나갔다. 나도 느끼고 세하도 느꼈는지 약간 달아오른 뺨이 가로등 아래 빛났다. 약간의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 ...그나저나 아직도 사람 많네. "

 

" ....응......올해 마지막 벚꽃축제니까. "

 

세하가 약간 아쉬운 듯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쫒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남녀 듀엣인 것 같은데, 처음 듣는 노래였지만 어딘가 훈훈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좋다고 생각해버렸다.

 

" 노래 좋네. "

 

" .....그러게... "

 

그렇게 다시 침묵이 흘렀다. 후..이제 돌이킬 수 없다. 어딘가 망설이는 듯 보이는 그녀를 쳐다보며 곰곰이 씹어 삼키던 말을 꺼냈다.

 

" 저기. 세하야. "

 

" 응. "

 

" ....그게...있잖아..그러니까..... "

 

" ....응? "

 

 

....이런 **. 말이 나오지 않아. 마치 중간에서 턱 막힌 듯이 나오지 않는다. 심장은 **듯이 달려대고, 온 몸이 흔들거리며 떨려댔다. 시선은 혼란스러워하며 이리저리 굴려졌고, 점점 횡설수설 말이 꼬여가고 있었다.

 

" ....응?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어? "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 그녀가 놀란 듯 재빠르게 내 손을 잡고 내달렸다. 얼떨떨하게 그녀의 손에 붙들려 멍하니 이끌려간 곳에는 꽤나 오래된 듯 큰 몸을 한껏 드러낸 아름다운 벚꽃나무가 있었다. 정말 커서, 그 위압감에 조금 몸을 움츠렸는지도 모르겠다. 주변은 검은 밤에 잠겨 어두워서 약간 으스스한 느낌도 감도는 듯 했다.

 

" ...여긴 어디야? "

 

 

" ....조금만 있어 봐.....3...2...1! "

 

순간.

 

 

 

 

 

 

 

 

 

 

 

 

 

" 봐.예쁘지? "

 

 

어둠이 걷혔다. 마치 내 앞의 나무는 마법을 휘감은 듯이 형형색색으로 빛났다. 마치 트리처럼 전구에 휘감긴 나무에서는 아름다운 불빛이 새어나와 주변을 밝혔다. 어느샌가 다른 이들이 모여들었다. 사람들 모두가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름답게 지는 벚꽃잎이 휘날리며 각각의 빛을 그 자그마한 몸에 휘감았고, 서늘한 바람이 이어서 반짝거리는 꽃잎들을 아름답게 하늘로 올려보냈다.

 

정말. 아름답다고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최고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청년은 미소를 머금었다. 아름다운 것은 꽃잎 뿐만이 아니었다, 그 꽃잎들은 그에게는 그다지 아름답지도 못했다. 옆에 더욱 아름다운 사랑이 있었으니까.

 

꽃잎이 그들의 품에 날아들었다. 아름다운 꽃잎들은 현란히 하늘을 날아다니며 둘의 어깨 위에 사뿐히 엉덩이를 걸쳤다.

 

 

 

 

 

 

 

 

 

 

 

 

 

 

 

 

 

 

 

 

 

" 세하야. "

 

" 응. "

 

 

 

 

 

 

 

 

 

 

 

 

 

 

 

 

 

 

 

 

 

 

 

 

" 있지. "

 

" 응. "

 

 

 

 

 

 

 

 

 

 

 

 

 

 

 

 

 

 

 

 

 

 

 

 

 

 

 

 

 

 

 

" 좋아ㅎ

 

 

 

 

 

 

 

 

 

 

 

 

 

 

 

 

 

 

 

 

 

 

 

 

 

 

 

 

 

 

 

 

 

 

 

 

 

 

 

 

 

 

 

 

 

 

 

 

 

 

 

 

 

 

 

 

 

 

 

 

 

 

 

 

 

 

 

 

 

 

 

 

 

 

 

 

 

 

 

 

 

 

 

 

 

 

 

 

 

 

 

 

 

 

 

 

 

 

 

 

 

 

 

 

 

 

 

 

 

 

 

 

 

 

 

 

 

 

 

 

 

 

 

 

 

 

 

 

 

 

 

 

 

 

 

 

 

 

 

 

 

 

 

 

 

 

 

 

 

 

 

 

 

 

 

 

" ......... "

 

깨어난다. 축축하게 젖어들어간 침구에서 숨을 몰아 쉬며. 

 

죽어간다. 미쳐가는 온 몸을 약으로 짓눌러 본다.

 

떨림이 잦아들지 않는 몸을 불편히 뉘이고 멍하니 처량한 달빛 짓쳐들어오는 창문 너머를 쳐다본다. 

 

기분 더럽다.



" .......하..... "

 

깜빡 잠이 들었다. 축축한 침구는 새벽의 습기를 좀먹어 물컹물컹거렸다. 방금 그것이 꿈이란 것은 알고 있었다. 나는 약해 빠져서 그런 일을 할 용기따위 없었다. 단지 이 더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그런 몽상을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더러운 기분으로 다시 힘없이 몸을 일으켜 게츰스레 뜬 눈으로 TV를 켜 본다.

 

뉴스?

 

꺼버린 후 리모컨을 집어 던졌다. 화면이 쨍 하는 단말마를 흩뿌렸다. 소파에 마치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내 모습이 금간 TV의 화면에 비쳤다.

 

약해 빠진. 내 모습.

 

뭔가가 계속 흘렀다. 내 눈에서.

 

점점 눈이 감겨갔다.

 

다시 일어나면.

 

이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치직.

 

 

 

 

 

 

 

 

 

 

 

 

 

 

 

긴급속보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클로저. '알파 킹'의 자녀 이세하 양이.

 

 

 

 

 

 

 

 

 

 

 

 

 

 

 

 

 

 

오늘 새벽 3시. 자택에서 목을 매어 자살했습니다.

 

 

 

 

 

 

 

 

 

 

 

 

 

 

 

이 사태에 대해 유니온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경찰은....

 

 

 

 

 

 

 

 

 

 

 

 

 

 

 

 

 

 

 

 

 

 

 

 

 

 

 

 

 

 


 


 

 

 

 

 

 

 

짓밟힌 [벚꽃].

 

fin.

 

 

 

 

 

 

 

 

 

 

 

 

 

 

 

 

 

 

 



 

 

 

 

제게 해피엔딩을 기대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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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3 사진 엑박으로 사진 수정합니다. 그나저나 자고 일어났더니 덧글이 어마무시하군뇨.

 

2024-10-24 23:01:0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