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the gate
파란트렁크 2016-11-04 0
(읽기 전에 * 원작의 주인공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차원전쟁 초기 배경입니다.)
*
균열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
게이트가 열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이 쏟아져 나옴과 동시에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능력을 각성하기 시작했다. 각자의 능력이 모두 다르고 어떤 조건으로 그 힘을 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무차별적인 학살을 일삼는 괴물들에게 통하는 것은 그들이 얻은 힘뿐이라는 것을 인류는 알 수 있었다. 일방적인 학살 끝에 자신의 주변에 살아있는 인간이 없어진 후에야 자신들이 온 곳으로 돌아가던 괴물들이, 그들 자신의 피를 뿜으며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망설이던 능력자들이 뜻을 모아 반격을 시작하고부터였다.
"크아앗! 팔이! 팔이!!"
"**, 물러나!! 후퇴다!!"
하지만 미숙한 힘의 사용으로는 사냥꾼들을 사냥할 수 없었다. 많은 능력자들이 다치거나, 장애를 얻거나, 죽었다. 자발적이었건 타의적이었건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고, 기억되지 못한 수많은 이들의 피로 만들어진 길에 인류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디디고 있었다.
"크…. 팔…. 내 팔…."
"괜찮아! 치료할 수 있어!"
출혈이 심하다. 팔이 통째로 뜯겨 나간 자리에서 새빨간 피가 꾸역꾸역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다면 목숨은 건질 수 있었겠지만, 그런 시설도, 시간도 없다. 죽어가는 전우에게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그에게 헛된 희망을 심어주는 것뿐이었다.
"아, 엄…므…."
"…."
이곳, 지옥에서 죽음은 그렇게 특별한 것이 아니다. 나 역시도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으며,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웃고 떠들며 어울리고 등을 맞댄 채 죽음과 싸우던 이가 영영 떠나가는 것은 익숙해지려야 익숙해질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잘 자라."
채 감지 못한 눈을 감겨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가운 바닥에 그를 혼자 두어야 한다는 것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시신을 수습할 방법이 없었다. 억지로 그에게서 눈을 떼 앞을 보았다. 죽어가는 다른 동료가 보인다. 죽어가는 괴물들이 보인다. 나 역시도 언젠가 저런 모습이 될 것이다. 이를 꽉 깨물며, 죽음을 향해 몸을 던졌다.
*
전투가 끝났지만, 임시막사 내부의 분위기는 긴장으로 가득했다. 그럴 수밖에. 동료들의 빈자리를 보면서도 아무런 심정의 변화가 없는 것은 마음이 고장 나 텅 비어버린 녀석들뿐이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문득 뭔가가 생각나 옆자리의 제임스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젬. 온종일 쟁알쟁알 시끄럽던 녀석, 옆 막사에 있지 않았던가? 오늘은 조용하구먼."
"그 녀석, 죽었다."
"아."
생각 없이 질문하고 말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번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수십의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어린 여자아이가 살아남기란 힘들 것이다. 오히려 이때까지 살아서 그렇게 떠들던 것이 대단한 것이었다.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더 아파져 왔다. 텐트를 뚫고 들어오던 녀석의 떠드는 소리가 내게 희미한 옛 기억, 아직 평화로웠던 때의 일상을 떠올리게 해주었었기에 그럴 것이다.
"크흡…. 흣…."
누군가 울음을 터트렸다. 아무도 그쪽을 쳐다** 않았다. 그를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지금 누군가 우는 것을 본다면 자신도 울어버리고 말 것을 알기 때문에.
*
숨이 차오른다. 정신이 제대로 집중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왜? 무엇을?
"으…."
조금씩이지만 둔하던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느껴지는 것은 엄청난 고통. 온몸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뿐이었다. 덕분에 기억해냈다. 나는 엄청난 속도를 가진 괴물에게 온몸을 난도질당했다.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명은 엄청나게 질긴지 아직 살아있는 모양이다.
"괜찮습니까? 눈 뜨세요! 제발!!"
누군가의 고함이 들려온다. 시야가 흐릿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집중해서 보니 처음 보는 녀석이 내 어깨를 붙잡고 흔들고 있었다. 덕분에 골이 흔들려 정신이 든 모양이다. 녀석이 날 흔들 때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파져 왔다. 고마운데 그만해. 아프다.
"…그만."
"정신이 들었습니까! 다행입니다! 살아있어서!"
겨우 목소리를 내자 녀석이 날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이제 보니 나이가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은 얼굴이다. 나이가 어린 만큼, 전장에서의 경험도 적은 것 같았다. 죽기 직전인 사람을 보고 흔들어 깨운 것을 보면 동료의 죽음을 자주 경험해** 못한 것 같다.
"시간 낭비다. 난 죽어. 어서 움직여라."
"그런…. 그럴 수 없습니다! 아직 살아있지 않습니까!"
"아직이란 말은…. 흐으. 지옥에서…. 통하지 않아…. 난 죽어. 이건 이미 정해진 결과야."
차오르는 숨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내 입으로 할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엄연한 사실일 뿐더러 생각보다 크게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내 마음은 이미 죽음을 받아들인 것일까. 하지만 내 앞에 서있는 이 녀석은, 처음 보는 사람에 불과한 내 죽음을 인정하지 못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말에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눈물이 고인 눈으로 날 쳐다보는 녀석에서 말했다.
"넌 내게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 하지만 니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앞으로도 그럴거야. 그러니, 가라."
"…."
조금 심한 말이었을까.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날 내려다보던 녀석은 몸을 돌려 뛰어가기 시작해 이내 하얀 점이 되어 사라졌다. 드디어 혼자가 되었다. 사방이 조용하다. 괴물들의 비명도, 사람들의 고함도 들리지 않는다. 순간 평화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평화롭다.
-쩍…. 찌직.
정적을 깨고 이상한 소리가 들려와 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니,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갈라지고 있었다. 차원의 균열이다.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류가 모르는 이형의 힘. 괴물들의 세계와 우리 세계를 잇는 비틀린 통로. 조용하게 죽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죽음은 내 편이 아닌 것 같다. 이제 저 균열에서 튀어나온 괴물에게 갈갈이 뜯기는 것일까.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서,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변은 여전히 조용했고, 괴물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새카맣게 벌어져 있는 균열 뿐. 저런 것은 처음 본다. 괴물을 뱉어낸 균열은 바로 닫혀버렸기에 제대로 된 모습을 볼 기회도 없었다. 그런데, 저것은 대체?
"하…."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가만히 서있는 것도 힘이 들었다. 이런 날 기다려주기라도 하는 듯이 눈 앞의 균열은, 원래대로라면 1초도 되지 않아 닫혀버렸어야 하는 균열은 조용히 허공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내게 어서 오라고 손을 흔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고 보니, 예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있었다.
균열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끔찍한 괴물들뿐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니 어쩌면 그 이외의 것들이 있을지를 포함해서 그 이상의 것들이 궁금했다. 그들에게도 삶이 있는지. 인연이라는 것이 있는지. 가족이, 친구가, 원수가 있는지. 사랑이라는 것을 하는지…. 궁금했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균열 안에서 무언가 보인 것 같았다. 저 안에서 기다리는 것이 무엇이건, 어차피 얼마 안 가 죽을 목숨이라면 내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균열의 앞에 섰다. 안쪽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서인지 내 마음은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흥분됐다. 내 인생의 마지막 모험을 시작할 때다.
균열의 양 끝을 잡고 몸을 균열 안으로 밀어 넣었다. 밖에서는 그저 어둡기만 했던 균열의 안쪽은 의외로 어둡지 않았다. 그리고, 따뜻했다.
"오…. 세상에. 하핫."
내 눈앞에 이제껏 ** 못 했던 세상이 펼쳐졌다. 입꼬리가 저절로 말려 올라갔다. 웃음이 나왔다. 그대로 균열 안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뒤쪽에서 균열이 열릴 때 들렸던 것과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균열이 닫히는 것이리라. 하지만 상관 없다. 처음부터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균열 너머로 완전히 넘어오자 이상하게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 조금 전까지 느껴지던 고통도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많이 줄었다. 가벼운 몸으로 만면에 미소를 띈 채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
<균열 너머로 사라진 남자의 이야기>
균열 너머 세상은 제 오리지널 설정으로 짜둔게 있는데 그 이야기는 나ㅏㅏㅏ중에 다른 소설에서..
원작 설정이랑은 1도 관련이 없습니다! 저스트 창작!
+예전에 올린 쓰다가 중간에 멈춰버린 오프너라는 소설이 이 단편과 같은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느낌으로 좀 길게, 그러니까 장편으로 적어보고 싶었는데 제 성격상 백퍼 몇화 올리고 말 것 같아서...
압춗해서 단편으로 올려버렸습니다!
사실 이렇게 끝내려던 내용이 아니었고 엄청 생략된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어쩌겠어요.. 제가 게으른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