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의 감정 [ 레비아 ]

학식 2016-08-31 6

-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기대를 할 자격이 없는 단순한 차원종일 뿐이니까.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원하면 나는 그대로 내 몸을 언제든지 불사를 준비가 된 그저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그 누구보다도 사용자가 만족되는 도구로서 살아가기 위해 나는 이 자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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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네요. 트레이너님. ”

 

레비아-

과거 자신의 힘을 컨트롤하지 못하여 연구원들을 살해한 죄책감으로 현재 늑대개의 철두철미한 대원이자 인간과 비슷한 외형, 위상력을 사용할 수 있는 차원종.

 

그녀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그렇게 말하고는 어렴풋이 미소 지었다.

 

이렇게 한가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오랜만이군. ”


듬직하고 넓은 어깨를 가진 흉악한 외모의 남성.

늑대개의 관리인 트레이너는 다소곳이 말한 그녀의 말에 간단히 대답을 해주었다.

그러고는 본인도 레비아와 같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거기에서 은은히 나오는 맑은 공기에 몸을 맡기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런 여유가 늘 길지만은 않았다.

이번도 마찬가지

 

-----! -----!

 

나다, 무슨 일이지? ”

 

걸려온 전화를 평소의 차가운 목소리로 수신해주는 트레이너.

하지만 그의 심상치 않은 눈빛을 본 레비아는 곧 무언가가 일어날 거란 것을 짐작하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것은 신 서울 주변에서 차원종이 나타났다는 경보.

 

트레이너님. 또 가야하는 건가요? ”

“ ..... ”

 

레비아는 다시 지팡이를 쥐어 잡고는 트레이너에게 질문을 던져보았으나 트레이너에게서 돌아오는 것은 차디 찬 침묵뿐이었다. 평소에는 즉각 답변해주는 것을 버릇들인 트레이너이기에 그런 트레이너는 레비아에게 있어서 의아하게 보일 뿐이다.


.. 트레이너님? ”

레비아

? ”

이 임무까지 네가 속행한다면 3연속이다. 네 몸에도 분명히 무리가 올 터. 이번 임무는 다른 요원에게 맡기고 너는 쉬는 것이 ...어떻겠나? ”

 

트레이너가 대체 무슨 의도로 말한 건지 레비아는 확신을 지을 수 없다. 도구인 자신의 몸이 무리한 임무로 인하여 망가져 임무에 지장이 생기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인지, 혹은 한 인간의 감정적인 마음이 레비아라는 생명을 걱정한 것인지.. 하지만 당연하게도 레비아는 어느 쪽의 이유로든 답은 결정이 된 상태다. 이유야 간단하게도 레비아는 자기 자신을-

 

제 몸은 괜찮아요, 트레이너님. 자 어서 임무를 수행하죠! ‘

 

도구로밖에 사용 할 수 없는 생명체라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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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버려요! ”

 

셀 수 없을 정도로 무수한 독사떼들이 차원종 들을 관통해나간다. 차원종 하나하나의 비명소리는 같은 차원종인 레비아로서 무척이나 듣기 싫은 소리였지만 그런 건 이미 오래전부터 버티고 견뎌내 지금의 전투를 속행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3번째 임무에 무수한 독사들을 뽑아내기 위해선 상당히 많은 양의 위상력이 필요하리라. 레비아에게 그 위상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꽤나 무리하는 상태임은 틀림없었다.

차츰 분진이 되어 공기 중으로 사라져가는 차원종들의 잔해. 더 이상 차원종은 보이지 않고 레비아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 트레이너님. 임무 끝났어요. ..헉 헉

 

통신기를 통하여 숨에 찬 목소리로 임무가 끝났음을 알리는 레비아. 이미 그녀의 볼에는 후덥지근한 땀줄기들이 한 방울 한 방울 흘러내리고 있는 상태였으며, 지그시 감고 있는 눈도, 떨려오는 손가락도 그녀가 지쳤음에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사실들이었다. 이렇게나 녹초가 되어서야 비로소 레비아는 자신의 존재 의의를 깨달을 수 있는 바보였으니까..

 

수고했다, 레비아. 그런데.. ”

? ”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나? ”

당연하죠, 트레이너님. 무엇이 궁금하세요? ”


왜 미소를 짓고 있지? ”

- ”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위쪽으로 올라간 레비아. 본인도 트레이너의 말을 듣고 그제야 미소를 짓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제 힘(구제불능의)을 이로운데 써서 느껴지는 보람참 때문일까요~.. ! 혹시 제가 미소를 짓는 게 불편하시다거나, 그런 거라면...! ”

아니, 그건 아니다. 오히려 레비아 네가 미소 짓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면 좋았다고 할 수 있겠군. ”

그런가요.. ”


칭찬을 들어 수줍어져 아무도 없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차마 들지 못하는 레비아지만 분명 맘속으론 기뻐하고 있을 터. 추가로 세어 나오는 웃음을 꾹꾹 참아보아도 그게 잘 되지 않았는지 피식- 피식-’거리는 소리가 우리의 귓속으로까지 들려오는 것 같다.

 

 

 

 

다음 날

역시나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레비아의 위상력은 그녀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팔이 예전처럼 자연스럽지 못하였거나, 독사떼도 수를 그리 많이 부르지 못하였다. 여러 가지로 전투에 방해가 되어버리는 요소 뿐. 그런 레비아를 보고는 트레이너는 판단하였다.

 

레비아, 오늘 임무는 하나도 하지 말고 부디 안식을 취하길 바란다. ”

? 그건 안 돼요. 저는 아직 더 싸울 수 있는 몸이고... ”

 

또 다시 한 번 과거 자신이 벌인 만행에 대해 마음속으로 자책하고 있는 레비아. 그 기억 때문에 레비아는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데에 마다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이상은 도저히 무리라는 것쯤은 트레이너도 잘 아는 사실이기에

 

명령이라고 해도 그런 반응을 취할 것인가? ”

“ ..... ”

 

도구라는 운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레비아지만 편히 쉬어라라는 문장이 명령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주눅 든 레비아는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서 가만히 다른 멤버들의 전투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졌다.


.

.

.

그리고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 티나 등 타 멤버들이 레비아와 트레이너가 있는 쪽으로 도착하고 간단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 귀찮게... 그래서 꼰대. 이번에 내가 가야할 곳은 어딘데? 난 빨리 가서 차원종 녀석들을 썰어버리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고, 낄낄낄낄낄- ”

정말이지.. 버릇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아이네요. ”

“ .., !? 이 망할 아줌마가! ”

아직 22살밖에 안된 누나랍니다? 다시 한 번 말해보시죠.. ”

 

하피와 나타가 뜨거운 시선을 맞부딪힐 때 쯤

 

시원한 냉장고 안이 좋다. ”

 

티나는 홀로 냉장고를 꺼내고 그 문을 열어 난로마냥 손을 대고 냉기를 가득 만끽하고 있었다. 표정만 보아서는 인생 뭐있어 라는 표정.

레비아는 그런 멤버들의 여전한 일상 같은 풍경을 보고는 잠시나마 마음이 놓이기 시작한다.

 

, 잡담은 이쯤 하기로 하고 지금 우리가 있는 장소로부터 동쪽방향으로 약 1500m. 그곳에서 고 위험 차원종 발생 경보가 감지되었다. 이 이후에 할 말은 너희들도 잘 알고 있을 테지. 참고로 잦은 임무로 위상력 소모에 의하여 이번 임무는 레비아는 너희들의 전투를 관전만 할 것이다, 괜찮겠지? ”

죄송해요, 다들... 제가 조금 더 강했더라면 빈자리가 남지 않았을 탠데.. ”

 

! 웃기지 말라 이거야. 너 없어도 금방 해결하고 올 수 있으니까

 

나타를 시작으로 다른 멤버들. 하피와 티나까지 거기에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런 멤버들의 태도를 본 레비아는 고개를 숙임과 동시에 아련한 말을 내뱉었다.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여러분! ”

 

그런 레비아가 못마땅한지 나타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고, 하피는 숨소리가 세어 나갈 정도로 웃고 있으며, 티나는 입꼬리만 살짝 올라간 상태이다.

작전시간이 되자 각자 지정경로로 이동하고는 그 자리에는 레비아 혼자 남아있다. 통신 장치인 뻐꾸기와 함께.

 

트레이너님도 지금 바쁘시니까.. ’

 

레비아가 생각한대로 트레이너는 지금 다른 일을 맡고있는 듯 했다.

 

저는 이 시간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

 

다 떠나가고 홀로 남겨진 장소 아래에서 자신의 오른손을 펼쳐 손바닥을 바라보는 레비아.

일반 사람하고 다를 게 없는, 피부도 하얘서 마치 어린아이의 앙증맞음이 드러난다.


도구... ”

 

한 단어를 조용히 읊었다.

도구로서의 존재 가치, 행적 등 아직까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레비아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알에서 깨어난 도구로 이용당하기 위해 태어난 이 생명, 행복이라는 단어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운명일 터.

하지만 모순된 걸까? 레비아는 지금 행복을 느끼고 있다, 매일 매일이 즐겁고 활기차며 밤이 되면 내일을 맞이하고 싶고.,.. 소소한 보살핌 하나하나가 레비아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선물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되살펴보면 소소한 보살핌을 받고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한편으로는 과분하다고 생각되지만 그 상냥함을 명령이라고 핑계 대버리는 트레이너, 겉으로는 거친 말을 찍찍 내뱉어버리지만 마무리는 늘 자신에게 이로운 행동을 하여주는 나타, 자신이 차원종이라고 할지라도 귀엽다고 쓰다듬어주고 가지가지 칭찬을 아낌없이 난사해주는 하피, 무뚝뚝하지만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자신의 장점을 콕콕 끄집어 내 찬사를 베풀어주는 티나.

 

소중한.... 사람들... -가족...

 

트레이너가 자신을 향하여 가족이라고 칭하여주는 그런 날이 있기도 하였다. 이 또한 레비아에게 있어서 축복 같은 말.


다들 고마워요. ”

 

도구라는 운명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이 사람들 곁에서 살아가고 싶다.

.....아니, 이 사람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 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싫은 일이다. 지금 이대로- - . ....

 

웃으면서.

 

 

 

 


 

 

하지만 쉬라고 말해도.. ”

 

미리 빌린 근처 리조트 안 객실소파에서 쪼그려 앉아 있는 레비아. tv도 틀어져있지 않은 지루한 풍경을 자아낸다. 켜진 거라곤 거실 형광등 뿐.

이런 환경이 상당히 어색한지 손을 제대로 뻗지 못한 것이리라

 

, 그러고보니! ”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mp3. 그것을 든 레비아는 어느 한 쪽지용도로 보이는 종이를 꺼내더니 이리저리 mp3를 만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하면.. ”

 

마지막 손가락 터치가 되어버리자 mp3에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 음색에 레비아는 저절로 눈이 감기며 고개를 까닥까닥 거리면서 리듬을 살짝살짝 탄다. 다른 누군가가 주위에 있었다면 절대로 행하지 못했을 행동. 지금은 혼자니까....

서서히 맑아지는 느낌이 드는 듯한 레비아는 마지막까지 그 음색에 흠뻑 심취하며 곤히.. 잠들어버린다.

 

. . . .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 까 .귀를 찌르는 소리가 레비아의 잠을 깨워버린다. 그 소리의 주인은 통신 기기 뻐꾸기로부터 울리는 것을 레비아는 알아차리고 무슨 일이 나버렸나 싶어 후다닥 뻐꾸기의 스위치를 키고 응답한다.


트레이너님! 레비아에요, 무슨 일 있나요!? ”

레비아!! 지금 어디에 있지? ”

 

레비아가 있는 장소. 리조트를 예약한건 다름 아닌 트레이너다. 통신되는 그의 목소리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트레이너의 지금 상황이 상당히 다급하다는 것을

 

그야 당연히 트레이너님이 예약해주신 리조트라는 건물 안인데.. ”

미안하다, 레비아. 쉬라고는 했지만 지금 상황이 절대 쉬어서는 안 될 상황인 것 같다. 몸이 완전히 회복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 하지만 나는 지금 그 장소에서 상당히 먼 장소에 있다. 그쪽으로 최대한 빨리 가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

그쪽이라면.. 이 부근에서 위험한 일이 생긴 건가요? ”

그래, 바로 너를 제외한 늑대개의 멤버들이 간 장소이지. ”

“ ... ”

 

그 말을 들은 순간 레비아는 잠시나마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떨리는 입술로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 그럼 트레이너님, 저는 그 쪽으로 가면 되는 건가요? ”

현재 그곳에는 차원전쟁 시절에도 기록되지 않았던 상당히 위험한 차원종 한 마리가 위해를 가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멤버들도 그 차원종 때문에 무시 못 할 데미지를 입었다는 군. ”

그러니까- 가면 된다는거죠!? ”

“ .... ”

 

방금 전까지 레비아에게 출동을 요구하는 듯이 대화를 진행시키고는 막상 레비아가 직설적으로 질문해버리자 트레이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트레이너의 마음을 아는 걸까? 레비아는 어렴풋이 미소 지으면서...

 

레비아는 트레이너님의 도구에요. 장소를 말해주세요, 다른 늑대게 멤버들을 지키고 싶어요. ”

“ ....알았다. ”

 

그렇게 뻐꾸기의 통신은 끊어지고 레비아는 현관에 있는 지팡이를 쥐어 문을 열고 딜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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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무슨... ”

 

허겁지겁 뛰어가 전장에 도착한 레비아. 고개를 제대로 들고 두리번두리번 그 장소를 훑어본다.

....훑어보기만 해도 절망적인 환경. 콘크리트 파편들은 이리저리 튀었으며, 곳곳에는 건물이 불에 타 사라지는 환경까지 보인다. 그 중앙에서는 검은색 연기로 형체가 가려진 거대한 몸집의 차원종이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더욱 더 충격적인 것은 주위에 쓰러져있는 늑대개의 멤버들.

나타, 하피, 티나. 모두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다들 일어나보세요! ”

 

가장 가까이 있는 티나의 몸을 흔들어보자 의식을 조금이나마 차린 듯한 티나. 하지만 몸 군데군데에 상처가 깊었고, 더 이상 전투속행은 불가능해보였다.

 

몸의 94%가 재기불능. 신속히 지원 바.. !.. ”

티나, 티나씨? 괜찮으신 거 에요? ”

 

한쪽 눈이 거의 감겨있는 티나는 다른 눈으로 레비아의 눈과 맞출려고 노력해**만 계속해서 흔들리는 초점이었다.

 

저 차원종. 강하다, 전투는 가급적 피하고 어서 지원을.. ”

 

마지막 그 한마디만 남겨버리고 티나는 다른 한 쪽 눈마저 감겨버렸다. 심장의 고동은 다행이 들린 듯 했지만 여전히 위독한 상태인지라 그런 그녀를 레비아는 안아들고 안전한 곳에 두었다. 나타, 하피 또한 그렇게 두고 레비아는 심호흡을 하였다.

 

당신이 그렇게 하신건가요. ”

 

검은 연기의 형체를 보고 상당히 살의가 느껴지는 말을 내뱉은 레비아. 거기에 상응하는 것인지 그 차원종 또한 자신의 몸을 가리고 있던 검은 연기를 흐트러지게 하고 형체를 명확히 보였다. 단단해 보이는 다리의 굽, 머리위에 우뚝 솟아오른 뿔. 그리고 에메랄드빛으로 찬란히 빛나는 길게 찢어진 눈동자. 상상의 동물 유니콘을 연상시켰으나 검은 몸체가 어째 악랄하고 타락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비정상적이었던 것은 말도 안 되는 몸집. 겉보기만 해도 크기가 20m. 압도적이라는 말 밖에는 사용할 수 없었던 그 차원종의 위압적인 분위기.

 

그에 굴하지 않고 레비아는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쳤다.

 

당신이 그러신거냐구요!!!!

 

더 이상의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 레비아는 위상력을 끌어 모아 공기중으로 터트려 해방하였다.

 

각오하세요, 당신. 절대로 그냥 보내지 않을 거 에요! ”

 

왼손을 허공으로 뻗어 크게 휘젓자 보라색 살무사들이 크게 응축되고는 커다란 원... 아니 [축제]를 만들어 적 차원종에게 궁극적으로 포격해버린다.

{ 발푸르기스 - walpurgisnacht }


뜯어버리세요! ”


굶주린 살무사들은 이미 이성을 잃은 지 오래. 스쳐지나가는 순간 그 차원종의 살갗과 혈액, 세포조직을 탐한다. 무수히 뜯고, 뜯고, 뜯어버리며 다시 한 번 뜯는다.

그리고 그것을 연계로 또 다시 한 번 자세를 취하는 레비아. 오른손에 들고 있는 지팡이를 들고 위상력을 그곳에 극도로 집중시킨다. 마침내 해방하지 않으면 구제불능인 [블랙사바스]는 이미 준비되었다.


용서하지- 못해요!! ”

 

허리를 틀고 터질 듯한 지팡이를 차원종에게 단 한방으로 타격한다.

한 방 뿐이지만 이미 그 응집된 위상력은 터트려지기 충분하였다.

. . . . [블랙사바스]이후 위상력을 많이 써버린 탓일까 벌써 지쳐버린 레비아. 하지만 시선만큼은 저 차원종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었다. ‘ ...전혀 위압감이 줄어들지 않았네요.. ’

 

레비아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서서히 뒷걸음질을 하였다. 위축되지 않은 위압감은 별로 타격이 없었던 것일까? 그렇게나 위상력을 퍼붓고도 멀쩡한 차원종.

[발푸르기스][블랙사바스]의 연계에 발생된 먼지가 서서히 옅어지면서 그 에메랄드의 눈빛이 더욱 더 선명해졌다.


그 순간


- - - - - -!!!!!!!!!!!!!!!!!!!!!!!!!!!!!!!!


유니콘형 차원종의 엄청난 포효가 레비아를 덮쳤다. 데미지는 없는, 오직 위협용일 뿐인 포효라지만 그 포효에 레비아는 상당히 위축되고 말았다. 동공이 작아지고 쇼크를 먹은 듯 했다.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손. 뒷걸음질을 쳐야하지만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 ? ”

 

그대로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었던 레비아는 결국 .... 추가로 날아오는 다리를 이용한 타격에 멀리 날아가 나뒹굴어지고 말았다.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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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까마득해...

 

나는 보이지 않는 시야로 인하여 손을 이곳저곳 더듬더듬 거려 보았다. 만져지는 것은 자잘한 돌맹이들 뿐. 서서히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내가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리게 만든 것은 머리에서 흐르는 붉은색 액체. 피였다.

 

...그랬었지, . 그 공격에 맞고 난...

아직 나타님이랑, 하피님, 티나님도 밖에 있을 탠데..

 

손을 휘저어서 갈라진 돌 틈새를 잡고는 빼서 나와 흐릿한 시력으로 바깥 분위기를 맞이했다. 머리는 어질어질한 체 솔직히 말해 중심잡기조차 어려웠으며, 오른손이 너덜너덜해져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저는 다른 분들을 지키고 싶어요..

 

아파, 아프지만... 버텨야해.. 고귀한 생명을 가지신 다른 분들과는 달리 나는 차원종. [도구]인걸.. 몸이 부서져도 살아있어야만 해, 명령에 따라야만 하는 거야. 조금이나마 더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으니까....

 

콜록. 콜록.

피 맛이 살짝 도는 기침을 하였다. 차원종은.... 그 콧김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걸 보니 기세등등하게 살아있는 것 같다.

희미해지는 의식에서도 내 발은 아직 땅바닥에 붙어있고, 이런 상태라면 아직 싸울 수 있다.

 

레비아! 괜찮나? 뻐꾸기로 지금 상황을 보고 있는 중이다. 짧게 말하겠다. 레비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마라! ”

트레이너님... ”

너는 절대로 헛되이 할 생명이 아냐, 레비아. 너는 우리 늑대개 팀의 소중한 동료이자 가족이다. 네가 혹시나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나를 비롯해 다른 동료들이 너를 걱정하고 슬퍼 할 거야! 그래도 가겠다는 거냐? ”

저는 [도구]로서 생을 다하고 싶어요, 트레이너님. ”

 

내가 말하지만.... 너무 불편한 단어. 하지만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단어. [도구]

처음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여겼는데- 여기에서 많은 추억과 행복을 가져버린 탓일려나. 너무 싫어진 단어다.

그래서 가끔 생각해본다.

 

내가 도구로서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차원종이라도 좋으니 한 생명으로서 이곳을 살아갈 수 있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까?

..아무리 빌어봐야 이뤄지기는 힘들겠지만..

 

 

.

.

.

.

.

 

 

 

너는 [도구]가 아니다, 레비아. ”

? ”

다시 한 번 말하지. 너는 도구가 아닌 우리의 가족. 소중한 사람이다. ”

“ ..... ”

 

신경회로가 굳어버리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 나는 이 말을 듣고 싶었던 거였구나..

 

그런 너덜너덜한 상태로 눈물을 흘리는 것은 꼴사나운 모습이다, 레비아. ”

..런가요? ”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슬쩍 슬쩍 닦아**만 계속해서 나오는 눈물.

 

그러니 더 이상 전진하지 마. 가족과 함께 숨어있어라- . ”

 

깨달았다.

나는 더 행복해질 수 없다.

 

. . . 이렇게나 넘치는 행복을 받고 있는데 더 채울 공간은 ....

 

있지 않아요.... ”

? 뭐라고 했지? ”

아무것도 아니에요, 트레이너님.

 

감동에 젖은 슬픔으로 인하여 목이 메여 침을 살짝 삼켰다. 초커가 방해된다.

 

어쨌든 당장 그 장소에서 이탈

트레이너님, 고마워요. ”

..?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지? ”

저에게 과분한 행복을 잔뜩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나타님도, 하피님도, 티나님도 이 말 전해주시길 바랄게요. 그러니까 전 다른 분들을 지키고 싶어요, 주위 주민들도 아직 완전히 대피를 하지 못했어요. 이 이상 방치해둔다면 많은 사람들이 다쳐 버릴 거 에요. ”

 

 

 

. !

. !!

. !!!

 

당장 멈춰라, 레비아!!!!!!!!!! ”

 

아아- 처음 들어보는 트레이너님의 목청높인 외침. 마지막까지 나를 정말로 걱정해주시고 있다는 증거.

 

나는 눈동자를 붉게 물들였다. 그와 동시에 마음 깊숙이 숨겨져 있던 위상력을 하늘 높이 다시 한 번 해방시켰다.

이 힘까지 해방시켜버리면 내가 어찌될지 모른다. 아마 죽어버리겠지. 혹은 이성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트레이너님. 만약 제가 이성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

 

나는 왼 손으로 초커를 만지작거리면서 환하게 웃고는 말하였다.

 

이 초커를 최대출력으로 작동해서 저를 멈추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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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포기하고 내버려 둘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이런 거...! ”

 

많은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

 

목적도 없이 태어난 이 목숨은 트레이너님. 늑대개로부터 구원받았어요! ”

 

설령 내 목숨이 끊어져버린다 할지라도

 

그러니까 이 구원받은 목숨. 지금 이 자리에서 존재의의를 보여드리겠어요! 저는 레비아, 늑대개의 요원이자- ”

 

서서히 지팡이를 고쳐 쥐며

 

가족이니까요! ”


-!

키이이이이이이익!!

 

유니콘 형체의 차원종이 다시 한 번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레비아는 위축되지 않고 차원종과의 거리를 좁혀 적을 물어뜯는 독사들을 현현시켰다.

 

키기기기-기기긱. ”

 

역시나 그리 데미지를 입은 것 같지 않은 유니콘형 차원종. 그런 모습을 본 레비아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그리고 본능이 깨워지기 시작한다.

타격 하나하나가 현란한 춤사위의 [뱀의 연무] 터지고, 긁어내며 받아버리는 갖가지의 스킬들을 연무한다.

 

아까와는 달리 그 하나하나가 묵직하고, 파괴적이었다.

 

키깃.. 키기기긱- ”

 

드디어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는 그 차원종. 화가 살짝 났는지 뿔을 치켜세워 레비아 쪽으로 찔러**만 레비아는 가볍게 피하고 도리어 그 뿔을 가볍게 손으로 턱. 하고 잡아버린다.

 

시간이 없어요, 한 방으로 보내드릴게요. ”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려는 레비아의 의지가 실체화-

무엇보다 다정하고 상냥한 느낌이 감도는 그 위상력. 아이가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것 같은 그 다정한 힘. 아까전의 [발푸르기스], [블랙사바스]와는 다른 분위기.

 

뿔을 잡은 그 손으로 레비아는 위상력을 차원종에게로부터 흡수하기 시작한다. 놀랐는지 다급히 내빼려는 유니콘형 차원종이지만 빨려 들어가는 느낌으로 인하여 도망칠 수가 없게 되었다.

 

잘 가세요-! ”

 

[구원의 용]은 레비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 폭발을 일으켰다.

 

앞을 보자 유니콘형 차원종은 이미 형체를 잃어가고 있었다.

 

 

 

 

끝났...네요. ”

 

마지막 힘을 쥐어 쫘 허공에 여리게 말해버리고는 풀썩- 무릎을 꿇어버린 레비아.

그리고

 

그래, 끝이 났구나. 레비아. ”

 

뻐꾸기가 아닌 트레이너가 레비아의 시선 앞에서 우뚝 서 있었다.

 

트레이너님.. 빨리 도착하셨네요. ”

그래, 마음 같아서는 레비아 너를 쥐어박고 싶지만 결과가 좋으니 되었다. ‘아무도 죽지 않는 해피엔딩이라는 건 이럴 때 하는 말인 것 같군.

?

 

레비아는 죽을 각오로 힘을 해방하여 싸웠다, 그에 상응하는 위상력을 엄청나게 소모해버렸고... 당연히 생명의 줄이 끊어버릴 줄 만 알았던 레비아일 터.

그런데...

 

네가 방금 쏟아 내린 용의 힘은 해방된 용의 힘이 네 의지로 만들어낸 힘 같다. ’ 그러니 니 몸속에서 나온 위상력을 소모한 것이 아닌, 너의 의지가 실체화가 된 거..라고 할 수 있지. ”

“ ...그건 그럼

 

너는 애초에 네 건강에 리스크가 갈 정도로 힘을 해방하지 않았다. ”

 

. . . .

그럼 저는 더.. ”

더 살 수 있다. ‘가족인 체

 

, 흐아아아아아아아앙.... ”

“ ....그렇게 울면 곤란하다만.. ”

그치만, 그치마아아안.. ”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레비아. 이게 몇 번째 우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당연하리라 생각이 든다.

 

 

행복할 삶을 더 살 수 있다-

 

이미 이것만으로도 레비아는 자신이 축복받았다는 걸 깨달았다. .

 

으아아아악! 그 차원종! 죽여 버리겠어! ”

어머.. 저도 그러고 싶은 맘은 굴뚝같지만 이미 그 차원종은 저희 가족이 해결해주었는걸요? ”

이럴 땐.. 굿- 잡 레비아 . 라고 하면 되는건가? ”

다들... ”

 

더 울고 펑펑 울어버리는 레비아의 어리광을 트레이너는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그렇게 베시시 웃으면서 레비아는 자신의 가족과 대화를 섞어가며..

 

 

 

 

 

생각했다.

 

 

 

 

 

태어나서 정말 기뻐- ’

 

 

 

 

  + + + + + + + + + + + + + 






단편소설이랍시고 아주 짧게 볼 수 있는 레비아를 끄적여 볼려 하였지만.. 뭐 결과가 이렇게 되어 버렸네요.

베드엔딩으로 할까 할까 하다가 제가 레비아를 많이 아끼기에 그냥 해피로..ㅎ


끝마무리 부분은 솔직히 귀찮았습니다! 엉성했어요..


오타 존재시 지적 부탁드릴게요-

추천보단 댓글을 더 선호하는 편이랍니다. ....^^


마지막으로

다 읽으신 분들이 계신다면 정말 대단하신고에양..

2024-10-24 23:11:0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