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17화
검은코트의사내 2016-06-05 0
양호실에 온 나는, 다리가 통증이 심한 거 같다고 말하자 양호선생님은 내 다리를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다친 거 같아보이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신경통증이라면 다르다. 내가 예전에 겪었던 일이다. 다리 피부는 멀쩡한데 만지면 아프는 증상, 그게 바로 신경통증, 양호 선생님은 많이 아프면 물리치료받으러 가야될 거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확실히 이러는 편이 더 나았다. 그래야 애들과 충돌이 있는 경우가 줄어들 테고, 들키는 염려도 없을 것이다. 세하는 내가 양호실에 실려왔다는 걸 알았는지 급하게 문을 열어젖히면서 들어왔다.
"석봉아. 어떻게 된 거야? 설마 준우 그 자식이 한 짓이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다고 해도 세하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세하말고도 유리와 슬비도 따라서 들어왔다. 준우일행이 이러는 이유가 슬비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일단 나는 계단에서 굴렀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슬비는 그렇게 생각 안했는지 내 다리를 만졌다.
"아아아..."
"아, 미안. 얼마나 다친건지 확인하려 했어. 이건 계단에서 굴러서 생긴 수준이 아닌 거 같아. 석봉아, 말해줘. 누군가가 때린거지?"
"정말 아니야. 진짜야. 거짓말 하는 거 아니야."
나는 어떻게든 얼버부리려고 했다. 괜히 슬비가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나가자 유리가 그녀를 뒤 따라가기 시작했다. 나는 들키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누군가가 맞은부위를 잡으면 아픈 척 나는 비명을 질러야했으니 말이다. 세하는 움직일 수 있냐고 묻자, 나는 문제 없다고 답했다. 원래 문제가 아예 없는 상태였지만 지금은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수단이었으니까 말이다.
"석봉학생. 오늘은 빨리 조퇴하고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 받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래, 빨리 조퇴하는 게 낫다. 계속 이러고 있어봤자 좋을 게 없다. 세하는 같이 가준다고 말했지만 나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세하는 검은양 팀은 어디까지나 나를 보호해야되는 입장이었기에 그의 고집은 나조차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세하가 같이 가게 두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병원에 가서 확인하는 순간 정상이라고 들통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세하와 절대로 같이 가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세하야... 오늘은 혼자있게 해줘. 부탁이야. 제발."
"하지만..."
"부탁할게. 그리고 슬비에게도 전해줘. 더 이상 나를 보호하지 말아달라고. 나 때문에 너희가 불편해 하는 거 싫어. 이만 갈게."
"석봉아."
세하는 나를 붙잡고 싶었지만 나는 그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클로저라해도 마음은 상냥함과 따뜻함이 있다는 걸 말이다. 그도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좀 있는 편이었다. 친절한 말투로 여학생들 몇명이 무거운 물건 나를 때 우연히 도와준 적이 있었고, 사고가 날 뻔한 상황에서 몇번 구해준 적도 있었다. 나는 조용히 가방을 챙겨들고 학교를 빠져나갔다. 나가는 도중에 창문 밖으로 슬비가 준우랑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설마 나에 대해서 추궁하는 건가? 아무튼 지금은 안들키게 여기를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었다. 신경이 쓰였지만 준우입장에서는 아니라고 발뺌하면 그만이었고,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다리를 저는 척 하면서 학교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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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강재호 교수입니다. 오늘 이시간에는 선택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어느 한 유명한 인천에 있는 대학교, 강재호 교수가 강의실에서 수많은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하는 중이었다. 학생들은 한 사람도 조는 사람없을 정도로 교수의 강의가 기대되었는지 전부 한곳으로 집중하는 중이었다. 강재호 교수는 칠판에 선택지라는 글자를 크게 써놓고 말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다 선택을 합니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처음에는 넓어지지만 가면 갈수록 짧아지게 되는 상황이 옵니다. 그건 즉, 자신의 수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있다는 셈이죠. 인간은 평균 100세의 수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에 어릴때부터 장래희망을 선택합니다. 될 수 있는 직업은 여러가지가 있죠. 그 중에서 한 가지를 택합니다."
강재호 교수는 장래희망이라는 큰 글자를 쓰고 동그라미를 그린 다음, 화살표로 몇개 그려서 대표적인 직업을 나열했다.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의사, 경찰, 공무원, 어부, 항해사, 조종사, 대통령, 국회의원, 회사원 등등 이렇게 다양하게 있죠. 어렸을 때부터 누구나 다 이런 많은 직업들에 대해서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 중에서 한가지를 선택하고 그것이 되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시작하죠. 예를 들면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될까요? 대답해 보실분?"
강재호 교수의 말에 한 학생이 손을 들어서 간단하게 공부라고 대답했다. 누구나 아는 기본적인 대답이다. 좋은 직업을 가지려면 우선적으로 공부를 해야된다. 교수는 당연한 말을 한 학생에 대해서 딱히 뭐라하지 않았다. 공부가 중요하다. 이건 현실에서 당연하게 알려지는 상식이었다.
"네. 공부입니다. 하지만 공부라는 건 다양한 범위가 있습니다. 사회공부, 수학공부, 영어공부, 국어공부, 국사공부, 경제공부 등등. 이렇게 다양하죠."
강재호 교수가 공부의 종류에 대해서 말하면서 칠판에 적고 있다. 필기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그렇지 않는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장래에 대해서 중요한 이야기였으니 감히 조는 사람은 없었다. 자기 인생의 앞날이 결정될 일인데 누가 졸겠는가?
"공부에 대해서도 선택을 해야됩니다. 하지만 이건 어렸을 때 선택했던 장래희망보다 범위가 더 낮아졌죠. 선택하는 횟수도 정해진 셈입니다. 여러분은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어느 것을 선택하실 것입니까? 물론 공부라는 건 모두 다 선택할 수 있죠.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까지 완벽하게 다 아는 건 천재도 어려운 일입니다. 공부라는 모든 종류를 완벽하게 다 익힌 사람이 어디있을까요? 한명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죠. 요즘 한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라이칸 토스라는 차원종이 나타나듯이 말입니다. 아직 이 차원종에 대해서는 Union은 알아낸 게 없다고 합니다. 이것도 알아내서 후손들에게 공부시키는 게 그들의 할일입니다. 이렇듯 지금까지 우리가 공부한 것들은 옛날 사람들이 밝혀내서 우리 후손들에게 전달해준 것입니다."
필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아무래도 자신들도 알 수 없었던 사실들을 기록하는 듯 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지식을 전부 습득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는 수십만 바이러스가 있고, 또 라이칸 토스에 대해서 밝혀내지 못했고, 새로운 변종에 대한 동물들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인모를 질병도 있듯이 말이다. 강재호 교수는 잠시 물 한잔 마시면서 강의를 계속 진행했다.
"자, 의사가 되기 위해 과학, 수학, 영어 공부 등을 선택했다고 합시다. 그리고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대학교를 선택해야하죠. 어디 대학교로 가야될까요? 그것도 선택해야됩니다. 어디대학교의 교수를 만나야 보다 더 전문적인 지식을 얻고 의과대학원에 갈 수 있는지 말이죠. 자, 여러분은 각자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여기 인천대학교에 오셨습니다. 여기에도 의과대학원이 있으니까요. 대학교 4년을 마치고 의과대학원에 들어가서 의사면허증을 땄다고 합시다. 이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혀 아니에요!"
강재호 교수의 말에 학생들은 고개를 반쯤 끄덕였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명문대 졸업했다고 해서 전부 끝난 게 아니다. 면허증을 받는다고 해서 다 끝나는 게 아니었다. 강재호 교수가 뭘 말하려는 지 의도를 전부 이해했다는 표정들이었다.
"어느 병원에서 일할지 그것도 선택해야됩니다. 자기가 병원을 차려서 운영하던지, 아니면 큰 병원이 되었든 작은 병원이 되었든 간에 한 곳을 선택해야됩니다. 그게 바로 가장 중요한 선택지에요. 만약에 병원에서 부정을 저지르다가 고소당해서 그 병원이 사라지게 되면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대로 실업자 신세가 되는 겁니다. 병원을 책임지는 원장이 잘 운영해야지만이 병원이 유지될 수 있다는 걸 말이죠. 작은 병원에 환자가 오지 않는다면 재정부족으로 그대로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병원 선택도 잘 하셔야됩니다. 자, 병원얘기는 여기까지 하죠. 제가 왜 이런얘기를 하냐? 그것은 바로... 여러분이 선택한 거에 따라 다양한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두셔야됩니다. 한가지를 선택함으로써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말이죠. 여러분은 제 강의를 선택하셔서 이 자리에 오셨습니다. 여러분께서 이 강의를 들음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 있습니다. 과연 무엇일까요?"
학생들은 그의 말에 무슨 뜻이 있다는 건지 모른 표정을 지으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눈을 깜빡했지만 곧 문이 잠그는 소리가 나더니 학생 몇명이 놀라서 자리에 일어났다. 언제부터였는지 처음보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들어와서 일렬로 서있었고, 강재호 교수는 물을 한잔 마시면서 말했다.
"바로 이렇게 되는 상황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가는 입구에 서있었던 사내들이 갑자기 병을 꺼내 뭔가를 들이키자 갑자기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면서 학생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라이칸 토스들 절반이 교수가 강의하는 자리 앞에 뛰어들어 앞으로 나가려는 학생들을 가로막았다. 비명소리로 가득한 패닉현장이었지만 방음장치를 설치했는지 밖에서 문 부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라이칸 토스들은 곧바로 남녀 차별을 하지 않고 사냥하고 있었고, 그것을 본 교수는 물을 비우면서 컵을 내려놓고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한가지 선택의 결과에 의해 발생하는 사건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법입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