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16화
검은코트의사내 2016-06-04 0
나는 부모님께 들키지 않고 간신히 집으로 돌아와서 아침을 맞이했다. 이빨관리는 필수다. 어제 먹었던 살점들을 하나하나 빼고 있었고, 그것들의 흔적을 지우느라 바빴다. 칫솔질이나 이쑤시개로 하나하나 다 떼어내는 것이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하지않으면 누군가는 꼭 의심하게 될 것이니까 말이다.
빠삭-
어, 이런, 세면대를 잠깐 잡았을 뿐인데 금이 가버렸다. 이거 큰일이다. 이 사실을 부모님이 아시면 안 되는데... 아, 괜찮다. 내가 한 게 아니라고 발뺌하면 된다. 인간의 힘으로 절대 불가능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세면대에 금이갈 정도라니... 내가 이렇게 세졌던가? 아무래도 힘을 조절해야될 거 같았다. 이건 내가 원하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학교에서는 절대 이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보이는 순간 바로 의심을 받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인사한 다음에 집을 나섰다. 이제 학교일은 두렵지 않았지만 조심해야될 필요가 있었다. 바로 정체를 들킬 위험이 전보다 더 높아졌으니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 슬비는 똑똑하니까 그 모습을 보아도 바로 의심할 것이다. 책상에 손을 올릴 때도 조심해야되고 자리에 앉을때도 조심해야될 필요가 있었다. 갑자기 부서지기라도 하면 바로 큰일이 날 테니까 말이다. 힘, 나는 힘을 얻은 대가로 무엇을 받게 되었을까? 게임에서도 힘을 얻는 데에 벨런스라는 이유로 패널티가 생긴다. 체력이 낮아진다고 할지 마나가 없어진다는 등, 이러한 패널티가 따르게 된다. 나에게도 지금 그렇게 되고 있지 않을까? 나는 라이칸 토스지만 자세한 건 모르기 때문에 일단 정체를 들킬 수 있다는 위험도가 높아진 것이 패널티라고 판단했다. 아니, 그래야 한다. 조심성없게 행동하다간 바로 들켜서 Union 클로저들이 출동해 나를 죽이려고 할 것이니까 말이다.
"절대로 들켜서는 안 돼. 누구에게도 말이야."
나는 중얼거리면서 학교에 등교한다. 만약 그 애들에게 들킨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될까? 죽여야될까? 그래야 될 지도 모른다. 비록 친한 친구들이지만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그리고 리더님의 말에 따르면 우리말고도 라이칸 토스들이 더 있다고 알려져있었다. 모르는 얼굴이라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혹시 우리 학교에 있는 건 아닐까? 나는 그런생각이 들었다. 라이칸 토스, 평소에는 사람처럼 완벽하게 위장할 수 있다. 겉모습 뿐만 아니라 내부에 있는 세포와 DNA까지 말이다. 정밀검사로도 판단할 수는 없지만 Union에서는 분명히 가려낼 방법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라이칸 토스 구분법, 그것은 무엇일까? 찾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에 알려진 사실이었고, 아직까지 생포된 라이칸 토스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석봉아, 다행이다. 오늘은 나왔구나."
세하였다. 언제봐도 반가운 친구, 내 정체를 들키고 싶지 않는 소중한 친구였다. 절대 세하에게는 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물론 슬비와 유리에게도 말이다. 슬비 앞에서는 항상 조심해야될 거 같았다. 통찰력이 뛰어나서 금방 알아차릴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오늘 하루는 슬비와 마주치지 않고 싶어했다. 변명할 거리를 준비해야되는 상황이라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조용히 등교했고, 반 교실로 들어간다.
교실로 들어가자 반 친구들이 나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요즘 들어 결석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니 말이다.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할 만도 하다. 등교거부하는 거 아니냐고 수군거리는 게 느껴졌다. 확실히 예전의 나였으면 등교거부까지 할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날 멀리해주길 바라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제 나는 괴물일 때의 상태를 제어할 수 있다. 어제 죽인사람들을 생각하면 내가 잘한 것인지 고민이 되었지만 죄책감이 뒤늦게 밀려와서 마음이 아파왔다. 심장이 터질 거 같은 기분이었고, 죽은사람의 영혼들이 살인자라며 외치는 듯한 환청이 들려오는 거 같았다. 나는 애써 고개를 돌렸다. 나는 사회의 쓰레기들을 처리했을 뿐이다. 그리고 경찰들에게는 정당방위를 취했을 뿐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 잠깐 슬비에게 갔다올게."
"아... 아냐. 가지마. 슬비에게 굳이 말 안해도 돼."
"무슨 소리야? 석봉이 네가 지금 우리들에게 있어서 보호대상이라고. 잠깐 기다리고 있어. 금방 다녀올테니까."
세하는 그렇게 말하며 어딘가로 뛰어갔다. 세하가 사라지자 내 책상위에 그림자가 비추더니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준우일행이다. 그들은 나를 경멸한 눈초리로 노려보고 있는 상태였다.
"따라나와."
준우의 말에 나는 순순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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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눈에 띄지 않는 장소였다. 나는 따라나오자마자 당연하듯이 내던져지고 그대로 발길질을 당했다. 아프지 않았다. 맷집도 강해졌는지 아픈 생각도 안들었던 것이다. 나는 이들이 지금 나에게 장난치는 건가 생각했지만 아픈 티를 내지 않으면 의심받을 수 있다. 그러니 나는 몸부림을 치면서 아프다고 외쳤다.
"야, 너 슬비랑 무슨 관계야? 엉!? 말해봐."
준우가 내 멱살을 잡아 들어올리면서 묻는다.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슬비와 내가 가까운 관계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며칠 전에 같이 하교한 거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른다. 그건 그들의 임무차원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준우일행이 그걸 알 리가 없다. 라이칸 토스들이 날 노리고 있다고 검은양 팀이 그렇게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초조해하면서 표정지으며 전화통화를 하는 모습을 봤었지. 어제 말이야. 몰래 지나가면서 유심히 살펴봤지. 휴대폰 액정에 나타난 수신번호를 말이야. 네 이름으로 되어있더라고. 언제부터야!!"
아무래도 슬비가 내 걱정을 한 거 때문에 단단히 열받은 모양이었다. 그들은 보호대상인 자가 사라졌으니 초조해만도 했다. 절대 그런 감정을 가질 리가 없다. 그런데 준우일행은 그런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준우야... 나와 슬비는... 그런 관계가..."
"**!"
나는 준우에게 내던져지면서 쓰러졌다. 그러자 준우일행이 이번에는 쇠파이프를 하나씩 들어서 나를 내려찍고 있었다.
"이놈, 반 병身으로 만들어."
그들이 아무리 날 쇠파이프로 내리쳐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픈 티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맞는 것보다 연기하는 게 더 힘들어 죽을 지경이다. 한참 내려치자 나는 다리가 부러진 거 같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제서야 준우일행은 그대로 멈추었고, 준우가 다시 내 멱살을 잡아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잘들어. 한번만 더 슬비에게 접근하면 넌 끝장이야. 알아 들었어? 걔는 내꺼니까... 내가 찜했다고. 알아들었어!? 대답을 해!!"
"......"
나는 일부로 정신이 혼미한 척 했다. 준우일행중 한명이 그를 말리면서 이제 그쯤 하자고 하자 준우는 한숨을 내쉬면서 나를 놔주고 일어섰다. 슬비를 찜했다고? 맘대로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슬비는 준우같은 민간인에게 당할 자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슬비를 좋아할 수도 없다. 아직은 아니다. 일단 완벽하게 들키지 않을 방법을 생각하기 전까지는 절대 그녀에게 고백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멀어져 가는 준우일행을 보면서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정말 내가 구타당한 거 맞는지 생각해보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몸에 웃음이 나왔다. 설마 누가 보고있지 않겠지 하고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다행히 아무도 없는 듯 했다. 이곳은 준우일행들만이 아는 비밀장소니까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나는 위장을 해야될 거 같았다. 다리가 부러진 척, 어떻게든 보여야되는 상황이다. 지금 돌아가면 의심받을 수 있으니 양호실에 가야될 거 같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