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스토리 - 1 ( 세하 )

검도숙녀 2015-12-21 12

싸구려틱한 주황빛 전등이 실내를 비춘다.

방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장미향이 내심 소년의 마음을 흔들었다.

 

" 미안. 많이 춥지 ? 내가 여분의 옷을 다 빠트려버려서 ... "

 

바로 옆의 침대 위에서 들려오는 죄책감 가득한 목소리에 문득 시선을 돌리려다가 그녀가 수건 한장만 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황급히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려버린다.

 

" 아, 아니 뭐. 옷이야 말리면 그만이잖아 ? "

" 그치만 네 게임기도 ... "

" 게임기도 새로 사면 되니까 신경쓰지 말고. 다친 곳은 없어 ? "

 

이대로 두면 계속해서 자책할 것만 같은 기분에 의연하게 주제를 돌리자 대답이 없다.

 

" 세하야. "

" 으, 응 ? "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서야 겨우 적막을 깨며 들려오는 목소리에, 현재 상황에 내심 긴장하고 있었는지 본의 아니게 말을 살짝 더듬거렸다.

 

" 사실 알고 있는 거지 ? "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

" 정말 모르는 거야 ? "

" 뭐가 말이야. "

 

영문을 알 수 없는, 아니 사실은 알고 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자 이윽고 목을 부드럽게 감싸오며 귓가에서 느껴지는 달큰한 숨결에 본능적으로 얼굴이 화악 달아오른다.

 

" 내가 일부러 빠트린 거 ... 알고 있잖아 ? "

" ... "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드린 걸까 ? 그녀의 이마가 자신의 뒷머리에 맞대어진 채로 어색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 세하 너, 요즘 슬비랑 자주 붙어다니지 .. ? "

" 으응, 그, 그렇지. 팀이잖아 ? "

 

귓가에 추궁하듯이 소근거리는 목소리로 인해 삽시간에 귓가까지 붉게 물들지만, 그녀는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작게 한숨을 포옥 내쉬며 흠뻑 젖어있는 자신의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손가락을 끼워넣고는 쓸어내린다.

검도를 하느라 여자답지 않게 제법 다부지고 굳은 살이 가득한 손일텐데, 어째서 부드럽고 가녀리게만 느껴지는 걸까 ?

이내 그녀의 손길이 머리에서 멀어지자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무섭게 재차 그녀의 양 팔이 자신의 목을 감싸왔다.

 

" 유, 유리야 ? "

" ... "

" 아, 배고프지 않아 ? 밥 먹으러 갈까 ? "

" ... "

 

애써 태연한 척 말을 흘리지만 아까부터 자꾸만 귓가에서 느껴지는 달큰한 숨결과 자신의 목을 감싸오는 부드러운 여자 아이의 팔과 손길에 역시 자신도 남자라는 듯이 아래가 욱신거리는 느낌에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이, 일단 좀 씻고 올테니까. "

 

유리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 지, 하지만 굳이 뒤돌아볼 틈도 없이 다급히 욕실로 도망치듯 들어왔다.

아니, 도망쳤다.

이런 자극적인 유혹을 받아내기에는 자신은 어렸고, 그녀도 어렸다.

적어도 자신의 생각에는 그랬다.

 

" 그리고 나는 이미 ... "

 

어여쁜 분홍빛 단발을 한 그녀의 열굴이 떠오른다.

보고 싶다.

... 라고 이런 상황에서 생각하는 자신도 썩 한심하게 느껴졌다.

 

" 나라는 녀석은. "

 

자신에게서 느껴지는 혐오감에 인상을 찌푸리고는 샤워기를 다소 거칠게 통에서 꺼내들고는 머리에 물을 갑자기 뿌리자 차가운 냉수가 덮쳐오지만 오히려 이 정도가 잔뜩 달아오른 몸을 식히기에는 딱 좋게 느껴졌다.

 

" 그나저나 핸드폰도 다 젖어버렸는데 유정이 누나에게 어떻게 연락해야 하지 ? "

 

임무를 완료한 후에는 임무를 완료 했다는 메시지와 복귀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했지만, 모두 유리가 물에 빠트린 가방에 들어있었던 터라 연락할 수단이 없었다.

 

" 보통 번호 같은 건 기억하고 다니지도 않는데 말이야. "

 

편리하게 단축키 하나로 연락되는 세상에서 과연 얼마나 번호를 일일히 기억하고 다닐까.

자신은 천재도 수재도 아닌 단순한 범재이기에 자신의 번호를 기억하는 것도 벅차 - 다고 스스로 핑계를 만들어내고는 스스로를 합리화 한다.

 

" 유리는 알고 있으려나. "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다시 현 상황이 떠오른다.

물에 빠진 지퍼백.

안에 들어있던 여분의 옷과 핸드폰은 모두 젖었으며, 몸도 얼릉 말려내지 않으면 위상 능력자이기에 감기는 걸리지 않겠지만 나쁜 영향을 받을 거라는 생각에 급히 주변의 모 ... 민박집을 찾아 들어왔다.

여기까지는 사실 별 문제도 없었고, 아니 문제랄 것도 없이 그냥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물에 빠졌으니 주변의 몸을 말릴 곳을 찾은 것은 그냥 평범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아니었나보다.

무언가 평소와는 다른 모습, 느낌, 그리고 행동.

너무나도 낯선 그녀의 모습은 위화감이 가득했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심장 박동이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진다.

 

 

무엇일까, 그저 친구로만 보이던 그녀가 오늘따라 유독 - 이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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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은 여기까징 ~

2024-10-24 22:42:3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