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 클로저라니?! 7화 병크는 자기가 해결해야지
최대777글자 2015-11-02 0
사자성어에는 이런 말이 있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자신이 맺은 일은 자신이 풀어야 한다는 말로, 자신이 일으킨 문제는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뜻을 갖고 있는 말이다. 난 이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하지만...
이 상황을 내가 어찌 해결할 수 있을까.
7화-병크는 자기가 해결해야지
한 명은 내게 딱밤을 맞아서 기절, 한 명은 무기의 파손, 또 한 명은 위상력을 전부 소비하여 탈진, 이렇게 검은양팀 5명 중 3명을 침묵시킨 데다가...
“이게 다는 아니겠지?”
같은 말까지 지껄인 내가 이제와서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건 좀 아닌 것 같지만...
‘...너무 나댔나?’
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다가 전투로인해 주변이 꽤나 부서지기도 했으니 이건 나한테 금전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다. 물론 데이비드가. 이제 진짜로 테러리스트 취급해도 할 말이 없다. 뿐만 아니라 검은양이 그 테러리스트 한 명을 제압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가는 유니온의 윗놈들이 어떤 압박을 가할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최악의 경우 검은양 해체&나는 백수로 복귀...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아~! 역시 허세부리는 건 무리였나~ 이제 더는 못 싸우겠다~ 항복...”
연기하는 티가 팍팍 났지만 내 나름대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쓰러졌다. 그러자 아들새... 이세하를 제외한 모든 검은양이 나를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선글라스를 쓴 백발의 남자는 선글라스에 눈빛이 가려졌지만 표정에서 당황했다는 것이 뚜렷하게 보였다.
“자, 수갑채우고 날 체포해. 너희는 날 훌륭하게 제압했다.”
내 양 손목을 그쪽으로 내밀며 항복했다는 사인을 확실하게 보냈다. 좋아, 이대로 연행되다가 수송차에서 난동을 부려 탈출한다! 모든 책임은 특경대한테 가는 거야!(사실 그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자, 어서 날 잡아가라...
“크흠, 그렇다면...”
예상대로 선글라스의 남자가 품속에서 특수수갑을 꺼내며 내게 다가왔다.
“아, 이왕이면 저기 저 예쁜 아가씨가 채워줬으면 좋겠는데.”
멀찍이 떨어져있던 서유리를 보며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물론 이 말은 진심이 아니다. 상황을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하기 위한 농담, 내가 바람둥이에 망나니였을 시절의 감각을 되살려 최대한 가깝게 재현해낸 것이다.
“유감이지만 그건 안 돼.”
내 농담을 냉정하게 받아친 남자가 내 손목에 특수수갑을 채웠다. 특수수갑이 채워지자 내 몸속 위상력의 흐름이 탁 막히는 게 느껴졌다. 이제 다음은 특경대 수송차량으로 옮겨지는... 건데...
“그리고 일단 얼굴 좀 보도록 할까.”
“엥?”
잠깐? 그러고 보니 이걸 생각 못했다?
“어어... 잠깐만...?”
남자의 손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지금 얼굴을 들켰다가는 양치기 계획이 모두 흐지부지 되고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도 퍼져버린다. 그렇게 되면 유니온의 윗놈들이 그걸 알게 되는데... 사실 윗놈들은 그닥 무섭지 않지만...
“....으로 만들어줄까?”
지수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는 점이 가장 무섭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인 그녀지만 그와 동시에 내게 최고의 공포대상인 사람 또한 그녀, 그녀의 목소리가 귓속에 울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러는 새에도 남자의 손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아니면 별모양으로 썰어줄까?”
점점 환청이 뚜렷하게 들려오며 식은땀이 나고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남자의 손이 거의 닿을락말락 하던 그 때였다.
“그렇지, 별빛에 담가버려야지!”
“으아안돼애애애애애애애애!!!!!!!!!!!!!!!!!!!!!”
[위상력 30%개방]
공포심이 극치에 달하자 나도 모르게 위상력을 개방시켜 수갑을 박살내고 높이 도약하여 자리를 벗어났다. 워낙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서 그런지 추격해오는 녀석은 아무도 없었다.
“후우... 진짜 지수가 옆에 있는 줄 알았어...”
“그게 무슨 소리야, 세준형?”
“우왁! 아, 데이비드?”
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데이비드로부터의 연락이 왔다. 왜 이제왔냐고 따질 수도 있었지만 내게 그럴 자격이 없으니...
“그나저나, 용케도 빠져나왔네.”
“그럼! 내가 누군데.”
“누구긴 누구야, 언제나 쓸데없이 일을 크게 만드는 바람둥이 이세준형씨지.”
“윽... 반박은 못하겠... 잠깐, 바람둥이였던 건 좀 옛날일이지!”
“방금 아들 만나고 온 사람이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고보니 그것도 그렇네. 난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왔길래 이따구인 걸까... 살짝 욱신거리는 어깨를 주무르며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지수얼굴 한 번만이라도 또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뭐, 상황판단과 해결은 칭찬해줄만 했어. 검은양팀은 성공적으로 테러리스트를 제압했으나 특경대의 장비관리 소홀로 도주했다는 시나리오라... 특경대는 요즘 좀 풀어지긴 했으니 자업자득이지.”
“...전투 때문에 일어난 피해는?”
“먼저 과잉반응을 한 건 특경대야, 책임은 그쪽이 져야지. 물론, 형은 이제 명실상부한 테러리스트가 되어버렸지만 말이야.”
“하하...”
내가 테러리스트가 된 걸 알면 지수가 나보고 뭐라고 할까. 상큼하게 웃고는 건블레이드를 들고 나를 죽이려들까? 아니면 광전사가 되어서 나를 찢어버리려 할까? 아니면... 예전처럼 전투가 끝났을 때 항상 해주던 대로 나를 안아줄까?
“...그럴 리는 절대로 없지.”
“응? 뭐라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까부터 계속 어깨가 욱신거린다. 검은양과 대치하고 있을 때에는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뭔가에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다.
“하하, 데이비드?”
“응?”
“내 아들.... 생각보다 많이 강하네.”
“그야 그렇지, 그녀의 아들인데.”
“...그렇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