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태세린] Always

사약장인 2015-11-01 2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 파트 중 세베루스 와 덤블도어의 조우 편 보고 생각난거. 아직도? 아직도.

※갓기태 약팔이 글이니 싫으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기태사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신의 처지를 알겠나, 김 기태 요원."


 

 적갈색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데이비드가 안경을 고쳐 쓰고, 김 기태는 차디찬 바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시작은 호기로웠다. S급 요원으로 촉망받는 자신이라면 제대로 된 힘 하나 다룰 수 없는 일반인을 가볍게 짓누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애검이 부러졌다. 처음엔 오래된 친구가 이제 가야할 길을 간다는 듯 수명을 다하고 삼도천을 건너간 줄 알았다. 몸이 완전히 엎어졌을 때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데이비드가 손에 두르고 있는 것은 인간의 기술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다.



 "당신…어떻게…."

 

 

 하늘이 준 최고의 재능. 재능을 이어받은 소수조차도 완전히 다루기 버거운 그 힘을 어째서 당신은 자유자재로 쓰고 있는가. 애초에 김 기태는 데이비드가 위상력 하나 없는 일반인이라고 알고 있었다. 모든 위상능력자는 유니온 산하에서 관리될 터, 더군더나 그 능력이 강력하면 강력해질수록 유니온의 압박은 더 거세지고 감시 수준도 높아진다. 강력한 위상능력을 가진 주제에 유니온에게 관리되지 않고 차원전쟁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게다가 자신에게도 그 정체가 알려지지 않을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도대체 몇 가지나 되지?



 "어떻게냐니, 나는 그 질문에 답하려 자네를 만나러 온 게 아니네."

 


 김 기태를 내리깔며 데이비드가 조소했다. 얇은 렌즈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가 곱게 휘었다.



 "아직도 오 세린 요원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 건가?"



 질문에 김 기태가 입을 꾹 다물었다. 차고 울퉁불퉁한 바닥을 눈동자에 똑똑히 새겨넣으며 그가 이를 악물었다. 가슴을 통해 심장으로 전해지는 냉기에 숨이 얼어붙을 것만 같았지만 그는 꽉 쥔 주먹을 죽은 사자마냥 펼칠 수가 없었다.



 "**도 병이라더니."



 금방이라도 하늘을 향해 날아갈 것처럼 우뚝 서 있는 데이비드를 향해 김 기태는 주먹 사이로 얇은 중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있는 힘껏 웃었다. 등으로 전해진 강렬한 충격에도 뼈마디가 툭 튀어나와 울퉁불퉁하고, 오랜 시간 검을 잡아 불규칙하게 새겨진 굳은살이 박힌 중지손가락은 굽힐 줄을 모른다.


 

 "아직은 여유로운 표정이군."


 

 척추를 짓밟은 구두가 기분 나쁘게 좌우로 움직였다. 땅과 훨씬 가까워진 배를 향한 한기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전신을 찔렀다. 매끄럽지 못한 바닥에 닿은 턱에서 피가 살짝 흘러 바닥을 적셨다. 비굴하게 아래로 쓰러져 배신한 상관에게 밟히지만 갈대같은 그의 몸은 쓰러지지 않고 이겼다고 생각하는 악마를 향해 웃음을 날렸다. 얼굴은 차마 땅을 빌빌 길 수 없었다. 머리통이 쉽게 날라갈 수 있는 실력 차이가 나도 고개를 숙일 수 없다. 흠, 숨을 들이키며 데이비드가 무릎을 꿇고 낮은 김기태의 시야에 맞춰 고개를 옆쪽으로 삐딱하게 틀었다.



 "왜 자꾸 그 망할 호박 녀석을 건드리는 거지?"

 "그녀의 능력은 아주 좋은 패야. 하지만 애매하다는 게 문제지. 우리 측에서 피해가 될 수 있다면 진즉에 제거하는 게 좋아."

 "웃기지 마, 이 ***아. 그 녀석을 건드리면 네 놈부터 죽여버릴거다."

 "이 상황에서도?"


 

 격차가 압도적으로 컸다. S급 요원이라도 그를 무릎 꿇게 만들 수는 있을까? 자신과 다름없이 바닥에 굴러 제 모양조차 반토막이 난 애검을 보고서도 너는 그리 호기롭게 외칠 수 있을까.



 "그래…아직은 위상력이 있으니 그리 말할 수 있겠군. 뭐, 위상손실을 가장해 위상력을 나에게 잃었을 때도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는지도, 모든 힘을 잃었을 그 순간의 표정도 기대되네. 나는 희망에서 순식간에 절망으로 나가 떨어지는 순간에 서 있는 인간이 짓는 표정을 정말로 좋아해. 자네가 지르는 비명은 정말로 환상적이겠군. 모두가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칠 거야."

 "…."

 "오 세린 요원을 포기하게."

 "**."

 "왜 그녀에게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거지? 나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야."



 선뜻 답하기가 어려운 질문이다. 김 기태가 눈을 감았다. 머리에 주먹을 놓을 때의 기분을 잠시 떠올렸다. 저는 나약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차원전쟁 때 겪었던 자신과 비슷했다.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어쩌면 그 이유가 정말로 맞더라도 알 수 없는 힘이 이끄는 운명의 실을 끊을 수는 없었다. 오 세린 요원을 향한 자신의 집착은 김 기태 스스로도 모르는 일이다.



 "당신이 알아서 어쩌게?"

 "…."

 "아직도, 아직도. 난 그 망할 호박 녀석을 버릴 수 없어. 하, 하하! 그래! 차라리 내가 나가 뒤지고 말지! 그 녀석, 손끝만큼이라도 건들면 진짜로 당신을 죽여버리겠어."



 비릿한 향을 머금고 김 기태는 모든 힘을 짜내 데이비드를 비웃었다. 등을 누르는 발을 위로 올리며 데이비드가 몸을 일으켰다.



 "그럼, 자네의 활약을 기대하겠네."

2024-10-24 22:41:0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