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forcement S2 08 -달아나다-
소드쉽 2016-11-28 0
그저 멍 할 수밖에 없었다.
머리엔 온갖 생각이 나돌고 있었지만 무엇하나 할 수도 없었다.
그저 흐릿하고 커다란 하늘이 무언가로 뒤덮이는 장면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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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슨… 소리지?’
정신을 차렸을 때, 난 무언가 투명한 배리어 같은 것에 감싸져 있었고 TV에서도 못봤던 괴물들의 눈이 나를 향해 번뜩이고 있었다.
내가 무슨 일을 당할까, 혹은 난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하는 것보다 살고 싶었다.
죽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누가 나 좀 구해달라고 있는 힘껏 외치고 싶었지만 입이 얼어 붙어 버렸다.
괴물들은 연신 무언가를 외쳤지만 괴물들의 말을 알아 들을리는 없었고 정신 능력 또한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는데다가 머리 속이 뒤죽박죽이였다.
그러다 배리어 째로 뜨더니 어딘가로 끌려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끌려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또다시 기절해 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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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겨우 경매에서 데려왔습니다. 이번 인간은 강력한 정신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각성이 얼마 안 된 여자아이입니다.’
‘수고했다. 에휴 우리가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된 거야? 한 때는 이름없는 군단에서도 언제나 끝발날리는 존재였는데 지금은 완전 애물단지 취급이니 원……’
‘그러니까 지금 이런 실험을 하고 있는 거지 않습니까? 그나저나 정신 능력을 가진 개체가 좀 희귀해서 말이죠.’
‘용의 군단에 있는 인형들 마냥 좀 단순했다면 좋으려만 우리가 인간세계에 강림하려면 조건이 좀 까다로우니 이런 실험을 해 봐야지. 어쨌든 그 아이를 눕혀라. 그리고 이번 실험에 참가한 녀석을 데려와.’
내가 들은 건 ‘실험을 하고 있는’부터였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들이 들려왔지만 그저 사방이 어두컴컴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얼른 탈출해라. 이 실험만큼은 우리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걱정 마십시오. 그럼 슬슬… 들어가겠습니다.’
‘뭘?’
이라고 하는 순간 내 머릿속이…
쪼개졌다.
내 뇌에 무언가가 삽입되어지는 순간의 불쾌한 기분이 일어났지만 왜인지 그 기분이 차츰 희미해져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감각이 마비되어가는 듯 했다.
‘흠… 아직 능력을 각성하지 않아서 그런가? 수월하군. 어디 슬슬…’
‘뭘 하려고?’
‘깨어 있던가? 뭐 됬어. 침식당할수록 결국 이 아이의 의식은 완전히 죽게 될 테니…’
죽어?
죽는다고?
죽기 싫어!!!
싫단 말이야!!!!!
내 머릿속이 침투당하면 죽는다.
이 녀석이 내 머릿속에 완전히 들어오면 죽는다.
그럼 난 어떻게 되지?
괴물이 되는 거야?
아니 내가 죽는거야?
‘이 이게 뭐지? 뭔가가 좀 이상한데?’
죽는 거 싫어. 엄마, 아빠, 살고 싶어. 어떻게든 살고 싶어. 내 머리 속에서 나가. 나 한테 무슨 짓을 하는거야? 나가라고, 내 머리란 말이야. 나가나가나가 나가나가 나가.
‘네 까짓께 감히!! 오냐 이렇게 된 이상 내가 네 놈을 밀어내 주마!!’
‘무슨 짓이야? 겨우 잡은 실험체한테?’
‘이렇게 된 이상 우리의 원래 방식대로 하려고요.’
‘안돼 당장 나와!!’
그때 내 몸은 격렬하게 뜨거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치 하얗게 불태워 지듯이 구워지는 듯 했다.
그리고 그것은 머릿속이 시끄러워 질수록 점점 더 가속해갔다.
안돼, 나가, 죽이겠다. 같은 서로를 부정하는 감정들
‘……어떻게 된거야?’
순간 머릿속이 조용해 졌고 난 간신히 일어 날 수 있었다.
오바이트 물이 하필 얼굴을 뒤덮어서 기침했지만 내 눈앞에 무언가 새하얀 인간이 서 있었다.
“내… 내가 어떻게 된거야? 왜 이런 모습을? 너 나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그러나 그 말들은 다른 비명들에 묻혀 정확히 들려오지 못했다.
살아야 했다.
살아야 한다.
그저 이 말을 마음과 입에서 반복했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가지 않으면 죽는다.
살고 싶다.
여기서 탈출하고 싶다.
그러자 마치 그림처럼 구멍이 보였고 나는 그곳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차가운 돌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하지만 그저 달아나는 것만 생각한 나는 더욱 필사적으로 다리를 굴렸고 힘을 다해 넘어졌을 때 주변을 돌아볼 정신이 생겼다.
한글로 쓰였지만 뭐 하는지 모를 표지판들, 처음보는 검은 사람 혹은 새하얀 사람이 그려진 그림, 화려하다 못해 눈부신 불빛들.
그것이 어두운 길 끝에 넘어져서 본, 내가 처음으로 보는 다른 세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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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가면 먹을 게 그냥 넘친다 그냥’
‘군대 갔다 온 언니한테 들은건데 최전방에 있던 남한 군인들 중에서 우리보다 작은 사람을 못 봤다고 하더라.’
‘돈만 있으면 다 산다고 하더라’
많이 들어본 이야기들 중 대부분은 사실이였다.
그 외에도 언제나 불이 꺼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굶을 때는 살을 빼려고 굶는 다더라.
거긴 누구나 다 학교에 간다.
그리고…
‘꼬르르르르륵’
돈만 있으면 뭐든 다 사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였다.
사람들은 어떨 때는 종이돈으로, 어떨 때는 ‘카드’라 하는 뭔가 네모 난 걸 내서 사 먹기도 했다.
“애 뭐야? 너 어디서 온 거니? 부모님은 어디 계시고?”
“저거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거 아냐?”
“헐 완전 대박”
‘찰칵’
신고라는 단어와 이상한 기계음에 덜컥 겁이나서 다시 사람들이 안 보는 어두운 길목으로 달아났다.
그러고서 또 쓰러졌다.
“뭐야 애는?”
“아 냄새. 완전 거지잖아?”
말끔해 보이는 제복같은 걸 입은 남자들은 날 불쾌한 눈으로 쳐다봤다.
“아 저리 **!! 어디서 냄새나는 몸으로 부딫쳐서!!”
난 즉시 몸을 움츠러들었고 팔로 얼굴을 감싸면서 부질없는 방어를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소리가 났다.
적어도 부딫치는 소리는 아니였다.
“으악!! 뭐야 이거!! 내 발!! 내 내 발이!!!”
“이런 X발 위상능력자야!!!”
“야 튀어!! 튀어!!!”
눈을 떠보니 나에게 발로 차려고 했던 남자의 발이 비록 피는 안나지만 잘려져 있었다.
놀라서 무의식적으로 발이 어디갔나 봤더니 바로 내 뒤에 그 발이 허공에 뜬 것처럼 둥둥 떠있었다.
“사 살려줘!! 살려주세요!!! 제발!!! 저 삼대 독잔데요…”
내가 또 무슨 짓을 저질렀나 덜컥 겁이 났고 난 그대로 그 길목을 벗어나 최대한 빨리 달아났다.
그리고 나는 똑같은 네모난 건물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숨겼다.
어느 곳이든 대부분의 건물들은 다 네모났지만 여긴 숫자만 약간씩 다를 뿐인 곳이였다.
달아나면서 간부가 내게 거짓말을 했나 생각했지만 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남자한테 한 짓은 누가 봐도 정신적인 능력에 의해서 생긴건 아니였다.
그러다 문득 코에 찌르는 냄새에 기다란 통의 뚜껑을 열어 보았다.
그리고…
‘남한 가면 먹을 게 그냥 넘친다 그냥’
라는 말이 생각났다.
통안에 먹을 것들이 썩도록 넘쳐 있었고 뚜껑을 열자 어디서 왔는지 모를 파리들이 달려들었다.
“애!! 너 누구니? 음식물쓰레기 통을 함부로 열면 안 돼!!”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검은 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이젠 더 이상의 허기를 받아 들이지 못했는지 난 그 검은 봉투를 낚아채서 달아나 버렸다.
그 여자가 넘어졌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고…
“아이고 유리 엄마!! 괜찮아?”
“난 괜찮은데… 누구지? 왜 음식물 쓰레기는 훔쳐가고 저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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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든 상관 없었다.
그저 입에 넣을 수 있는 거면 상관 하지 않았다.
봉지안의 내용물을 살피기엔 머릿속엔 굶주림과 먹을 것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먹고 있던 도중 무언가가 내 머리를 쎄게 때렸고 난 결국 정신을 잃어버렸다.
잠시 후…
난 어딘가에 감금당해 있었다.
무거워 보이는 수갑들에 묶여진 채, 어느 침대에 누워 있었다.
상황 파악이 도저히 되지 않아서 일어선 순간…
“꺄아아아아아악!!!”
이 소리에 갑자기 새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이야?”
“죄… 죄송합니다. 아이가 깨자마자 비명을 질러서… 진정제를 놓았으니 괜찮을 겁니다.”
“쯧 깜짝 놀랐네. 조심하게. 저건 엄청난 특이 케이스야. 벌처스를 역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그나저나 왜 놀란거야?”
“그게… 아무래도 자기 모습에 깜짝 놀란 것 같습니다. 하긴 지금 아이 몰골을 보면 솔직히 좀 귀신 같다고 할까요?”
원래 내 모습은 여러 가지 고된 일 때문에 그야말로 새까맣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확인을 위해 다시 내 모습을 확인 한 순간 난 정말로 내가 귀신이 된 줄 알았다.
전에 들었던 미국 사람같이 피부는 물론 머리카락까지 하얀 물감으로 뒤덮은 듯 했다.
하지만 더욱 충격전인 건 다름아닌 눈이였는데 눈의 색깔이 뒤바뀐 것이였다.
그리고 주변 사람과 비교했을 때, 난 그야말로 앙상하기 짝이없는 모습이 영락없는 귀신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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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생성의 과정은 다음 편에서 자세하게 풀이 하겠습니다
회상이라 지루하겠지만 되도록 빠르게 진행해서 본편을 진행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