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forcement S2 11 -끝마치다-
소드쉽 2016-12-24 0
“숙녀의 뒤통수를 치다니… 참 무례하군요?”
“먹고 사는데 예의 따지면 이 바닥에선 못 살아남지.”
하피는 상당히 긴장하면서 자신을 기습한 용병과 대치했다.
위상력이 느껴지지 않음에도 경미한 상처이지만 뒤통수를 쳤다는 건 상당한 실력자라는 뜻이다.
더군다나 콘도르에서 지급한 것 같은 온갖 대 위상능력자 장비들로 중무장을 했다면 말 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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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아직 병원 문 닫을 시간도 아닌데도 사방이 어두컴컴했다.
“뭐지? 정전됐나? 왠지 묘하게 서늘한데 이거?”
아이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서는 약간 숨을 들이 쉬더니…
“간호사 누… 읍읍!! 야 왜!?”
“… 아무 말도 하지 마!!”
난 나도 모르게 입을 막으며 주변을 경계했다.
‘스스’
미세하게 들려왔다.
‘스스스스스’
아니… 느껴진다.
난 남자아이를 내 곁으로 끌어안으며 낚아채려는 손을 막대기로 후려쳤다.
그 뒤로 갑자기 문들이 열리면서 용병들이 튀어 나왔다.
그리고 들고 있던 총을 쏴대자 난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손을 뻗어 총알들이 오지 못하게 해**다는 생각을 했다.
“헐 대박!!”
눈을 뜨니 반투명한 원형 막이 펼쳐져 있었고 주사기같이 생긴 총알들은 모두 바닥과 벽에 박혀있었다.
“뭐야 이거? 방어능력이 있다고는 못 들었는데?”
계속 막이 있어 주었으면 했지만 애초에 얼떨결에 한 거라 어안이 벙벙하다가 막이 서서히 옅어져 가고 있었고 하는 수 없이 비상계단 쪽으로 같이 도망쳤다.
하지만 용병은 곳곳에 매복해 있었고 어떻게 도망쳤는지도 기억하지 못한 채 화장실로 들어가서 하수도로 연결된 곳으로 빠져나갔다.
“도망가… 나 잡으러 온 사람들이야. 넌 그냥 어떻게든 조용히 탈출해.”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 아버지가 어떤지도 모르고, 더군다나 저 자식들 날 잡아서 널 납치할 속셈이야. 혼자 탈출했다간 그냥 찍힌다고.”
“…… 미안해. 차라리…”
“그런 말할 상황도 아니지만 그러지마. 애초에 이런 식으로 데려가려는 저 사람들이 정상이 아냐. 그리고 차라리 그 다음엔 뭔데? 그런 말 들으려고 같이 있었던 건 줄 알아?”
그래도 불안과 죄책감에…
“걱정 마. 나도 죽고 싶지 않고 네 탓할 생각 눈곱만큼도 없어.”
떨고 있는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그 아이는 말했다.
“휴~. 일단 탈출부터 해야겠다. 폰이라도 있으면 경찰에 연락하는데 정신없이 쫓기다 보니 어느새 없어져 버렸으니…”
‘탕!!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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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죄송해요. 무전기가 망가져 버려서…”
“괜찮아요. 우리 사이에… 그것보다 녀석들이 뭘 노리는지 알았나요?”
“……그게… 상대가 안 될 거란 걸 알자 입안에 든 약으로 기절하는 바람에… 깨우려고 해도 도통 일어나질 않아요.”
“… 독종이 고용할 만한 용병이긴 하군요. 하는 수 없죠. 병원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가져오려는 걸 갖고 오세요.”
“네”
‘삑’
“오랜만이네요. 이렇게까지 흥미와 불안이 동시에 당겨지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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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는지… 김 간호사! 다른 환자분들은 무사한가?”
“지금 우리 몸 건사하는 것만 해도 벅차요, 선생님!!”
“…이게 무슨 소리지?”
‘퍽!!!…… 우르르’
“!!!!!”
난 간신히 벽을 뚫고 나와 총 맞은 아이를 업어서 여기까지 왔다.
난 어떻게든 살려달라고, 기절해버린 남자아이를 살려달라고…
“애야… 정말 미안하지만… 여긴 정신병원이란다. 치료하려면 일단 가까운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데…”
그때…
‘이런 망할!! 왜 마취 총을 안 써가지고 이 사단을 피워? 민간인 피해 입으면 문제가 너무 커져버린다고!! 그리고 저 녀석은 이용가치가 충분하단 말이야’
‘인질은 다른 자식으로 쓰면 되잖아!!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이런 장비들로 갖추었다 해도 어리다해도 위상능력자라고. 너도 싸워봐서 알잖아!! 예상치 못한 능력이 또 나왔다가 죽으면 누구 책임이야?’
그때 문 너머 멀리서 들려오긴 했지만 말다툼이 똑똑히 들렸다.
“오고 있다고!? 한 가지 희망적인 소식이라면…왜인지 중무장한 용병들이 모두 다른 곳으로 갔다는 건데…”
“헉… 서… 선생님.”
“아무 말도 말거라. 너희 아버지는 무사해. 당장은 네 몸부터 챙겨!! 자청아!! 일단 내 차로 가자!!”
“저… 그런데… 총알…”
“유감스럽지만 이렇게 깊게 박혀 있으면 전문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단다. 그러니까 더욱 서둘러야 해.”
간단한 지혈만 하고 서둘러 의사와 함께 차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용병들이 방해하는 데다가 결국 넘쳐흐르는 피는 행적을 알리기까지 했다.
“하다못해 이 총알이라도 빼면 출혈을 좀 더 막을 수 있을 터인데…”
만일 내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그저 난 다시 이 아이와 지낼 수 만 있으면 했다.
그래서 난 내 능력을 이용해서 총알을 빼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실제로 연구실에서도 그런 실험을 반복해 왔으니까…
집중만 하면 된다.
그렇게 살릴 수 있다는 희망…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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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인가요? 병원에서 폭탄을 쓰다니!”
“우린 그냥 사람이거든? 너 같은 녀석들 상대로 수단 방법 가려서 쓰나? 결국 그 폭탄을 바람으로 날린 주제에… 어?”
“??”
“목표를 찾았다. 아래층이다!!”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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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기어이 이 지경까지… 자청아!! 너 괜찮니? 자………청……………아”
난 자만하지도 않았다.
오만하지도 않았다.
그저 다시…
‘두근…두근…두근’
살고 싶었는데……
그래서 살리고 싶었는데……
왜 이렇게 된거지?
왜 내 손에……… 심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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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대체 무슨 상황 인 거죠?”
“뭐 뭐지? 뭔가 이상한데? 으… 으아~~악!!!!”
“!!!??”
‘이 이게 뭐지? 병원이… 사람이… 일그러지고 있어!!!!!’
“하피!? 치지지직…… 무슨…… 일……”
“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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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또 살아… 있었다.
온갖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전자 제품…, 장난감…, 유리창…, 봉지…, 썩어가는 음식물 쓰레기…
‘혹시… 내 말 들려?’
‘!?’
‘크큭! 드디어구나. 나야!! 네 머리에 들어갔던 차원종.’
‘!??!’
‘이번엔 그래도 좀 더 확실하게 뚫렸나? 그때 이후로 종족들한테도 추방당했고 ‘이 괴상망측한 능력’ 덕분에 기어이 차원의 틈으로 까지 쫓겨났으니 말이야.’
‘??!??’
‘정작 너도 그렇게 편한 삶은 아닌 것 같은데? 그치? 난 종족들한테 추방당하고 넌 같은 인간을 죽이고’
‘!!!!?’
‘그래… 괴롭지? 아무래도 네가 괴로울수록 내가 여기서 나갈 확률이 높아지겠군. 혹시 괴롭다 못해… 죽고싶어?’
‘??!!?!?!?’
‘피차 좋은거야. 네가 죽어줘야 내가 원래대로 돌아갈지 적어도 그건 밝혀지고 넌 편해지고… 알았지? 죽고 싶다면 언제든 나를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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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왜 그래, 이영주?”
“저 저기 쓰레기 매립지에 여자아이가 쓰러져 있습니다.”
“어디… 뭐야 진짜네?”
“백기봉 일경님, 김호청 상경님, 도와주시지 말입니다.”
“말 안 해도 도와야지!! 난 의무병 불러 오마”
“알겠습니다!! 영주야 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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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은 원치 않게 과거를 회상하였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눈앞에 또다시 그 남자아이와 똑같은 눈을 가진 아이가 창을 들고 자신을 지켜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