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하피가 이럴리가 없어 <01>
교고쿠도 2016-07-11 0
찾아야 할게 있어요.
그때까지는, 돌아갈 수는 없어요!
칙! 화르륵.
남자는 건물 위를 올려보며 연기를 내뿜었다.
옥상에 서있는 여자가 보였다.
커다란 보름달을 등진 아름다운 여자였다.
밤바람에 여자의 금색 머리카락이 녹아들 것처럼 흔들거렸다.
“하피.”
남자는 여자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가 하피를 만난 것은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난 뒤였다.
“오랜만이네요. 트레이너님.”
특유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귀에 훅 꽂혔다.
으득.
트레이너는 필터를 힘껏 깨물었다.
“설마 이런 식으로 만날 줄은 몰랐는데.”
“폐허에서 조우라니. 운치 있네요.”
그녀가 만든 폐허였다.
게다가 그녀는 본인이 그토록 싫어했던 여자의 말투를 어설프게 흉내 내고 있었다.
갈 데까지 갔구나.
트레이너는 그런 눈빛을 하피에게 던졌다.
“왜 늑대개를 벗어났나?”
“졸업이라고 해주세요.”
“나쁜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트레이너는 담담하게 말했다.
후욱.
내뱉은 담배연기가 바람에 으스러지며 흩어졌다.
담배 맛이 지독하게 쓰게 느껴졌다.
“담배, 원래 안피지 않았나요?”
“문제아들을 맡다보니 어쩔 수가 없더군.”
지직-.
트레이너는 반쯤 태운 담배를 바닥에 집어던졌다.
구둣발로 거칠게 짓이기며, 날선 눈빛을 하피에게 들어올렸다.
“찾는데 오래 걸렸다. 도둑출신답게 숨는 것 하나는 일가견이 있더군.”
“프롬퀸.”
하피가 차가운 말투로 정정했다.
도둑 취급은 사양이란 표정이었다.
“의적이에요.”
“남의 물건을 탐하는 것부터 글러먹었다는 증거다.”
“벌처스도 그리 정의로운 집단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하피가 고개를 치켜 올렸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었다.
씁쓸하게 웃는 얼굴이 말이다.
“아무튼, 말이 너무 길었네요.”
“도주는 불가능하다. 늑대개 대원들이 주변을 포위했으니.”
“그 정도는 알아요. 도주할 생각도 없고요.”
말을 마친 하피는 옥상에서 가볍게 튀어 내렸다.
그녀의 발에 푸른빛이 불꽃처럼 일렁였다.
“춤을 추도록 하죠!”
떨어지는 중, 하피는 건물 외벽을 밟고 트레이너를 향해 도약했다.
쉬이익!
그녀의 발이 날카롭게 허공을 갈랐고,
콱!
트레이너가 회피하며 하피의 발목을 잡아,
콰앙!
사납게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우습게 **마라. 하피.”
“커억!”
등부터 떨어진 하피는 신음을 터트렸다.
으스러진 콘크리트 파편이 그녀의 몸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형체도 없이 죽었을 거다.
“이야기는 천천히 듣도록 하지.”
“힘들 걸요.”
하피는 옅게 웃었다.
그녀의 몸 중심으로 하얀 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위상력 개방이었다.
“큭!”
트레이너는 트럭에 치인 듯 튕겨져 나갔다.
흐트러진 정신을 가다듬으니 하피는 사라진 뒤였다.
“운이 좋은 카드군요.”
바로 위에서 하피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치켜 올리기 무섭게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어느새 가슴에 카드 한 장이 박혀 있었다.
“쯧.”
혀를 차던 순간이었다.
카드가 폭발하며 트레이너를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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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으로 바쁘지만, 그래도 여유가 생길 때마다 연재 하겠습니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