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비오던 어느 날의 추억
트로쿤 2016-10-09 1
".....?"
어두워진 하늘을 덮으며 하나,둘
빗방울이 떨어진다.사람들은 달리기 시작하고
우산 하나 없는 내 옷은 점점 젖어가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이 빗방울을 보려고 기다렸던 거니까.
".....그래...그날도....그랬었지...이렇게...
비가 왔었지....."
'그 날'로부터 벌써 다섯 달이 지났다.
시간은 야속하게 단 한번도 내가 빈 멈춰달라는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내 기억도 또한 지워지라는 내 의지에도
지워지지 않고 더욱 선명해져 갔다.
"......제이 아저씨...슬비야...유리야...
테인아....왜 나만 두고 떠난 거야...?"
그렇게 그날도 비가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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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안 그래도 찝찝했던 집은 비가 내리자마자 습기 가득찬
그야말로 물바다가 되기 일보 직전인 상태였다.
"하여튼...엄마도 참...제습기 좀 틀고 나가시라니깐..."
어제 돌아오셨다 오늘 새벽에 나가신 우리 엄마는
전설의 알파퀸이라 불리는 클로저다.
그래서인지 집을 비우는 일도 잦았고
집안일은 내가 거의 도맡다시피 했었다.
"오늘은 아무래도...임무엔 못나가겠는데..."
아무래도 몸살인거 같다.
어제부터 으슬으슬하더라니만.
"일단...슬비한테 문자를 좀 보내놔야겠는데..."
내 방 책상 위에 있는 스마트폰.
쓴지 3년이 다되가는 낡은 놈임에도 불구하고 내 여러가지 일들을
착착 해주고 있는 튼튼한 놈이다.
'슬비야.오늘 몸살때문에 아무래도 임무엔 못나갈거 같다.'
그렇게 문자를 보내놓고 난 그렇게 내 몸을 추스르고1자 잠을 청했고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마치 누가 약이라도 먹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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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끊임없이 내린다.
내 몸도 젖어간다.상관없지만.
광장 한복판에 서 비를 피하지도 않는 청년을 사람들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본다.
그 광경이 안쓰러웠는지.
"...저...저기..."
"....아..."
"...저..무슨 일...있으신가요?"
왠 여고생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긴 흑발.눈에 익는 신강고 교복.좀 커보이는 나와있는 가슴.
가을 하늘을 연상시키는 파란눈.손에 감은 붕대.
마치 내 추억의 한 집합체 같아보이는 이 여고생을 난 그저
또렷이 바라볼수 밖에 없었다.
"저기...이거라도..."
그런 나에게 한 작은 우산을 건넨다.
"....감사합니다...."
"근데....누구 기다리시나요...?"
"....예...있습니다....비록.....
다시는....전 그 얼굴들을 못 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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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걸려왔던건 오후 4시 즈음이었다.
"으으...머리야....누구지....?"
유정이 누나였다.
".......예....? 뭐...뭐라고....하셨...."
그때 들은 말을 난 아직 또렷이 기억한다
검은양 팀.늑대개 팀과의 협동작전 돌입.
허나 실패.늑대개 팀 하피,나타 요원 사망.
검은양 팀 전원 사망.
그 말의 의미는 나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부정했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몸을 이끌며 찾아간 곳이 위상능력자 전용 종합병원이었다.
"......이건....꿈일 거야....."
전부.전부 허상이다.내가 너무 깊이 잠에 빠져든 나머지
꿈을 꾸고 있는 거라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곳엔.....절망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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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했던 분이라도....기다리시는 건가요...?"
그 여고생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예...근데....걔네들은....절 보기 싫어 할지도 몰라요...
왜냐하면...나 혼자만 살아남아버렸으니까...."
"......"
"왜 전 그때 임무에 빠졌던건지....
왜 그때 몸살에 걸린건지....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 광경이....생생히 떠올라요....
그 일은 아마....저에게 평생 남아있겠죠...."
"저....당신...검은양팀의....이세하 요원님 맞으시죠..?"
"헤헤...아직 그 팀을 기억하시고 계신 분이 계실줄이야....
예...맞아요....이미 클로저는 관뒀지만....."
"...절...기억하시나요....?"
"네...?저희가 예전에 만났던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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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일은 마치 그림에 물을 뿌린 듯 흐릿했지만
단 두가지는 또렷했었다.
문 앞에 서있던 생환한 늑대개 팀 요원 둘과 그들의 교관 하나.
그리고......우리 팀들중 제이 아저씨의 시체 옆에 앉아
통곡하던 유정이 누나.
그 때 본 레비아라고 했던 요원은 정말 마음속 깊이 우러나오듯
펑펑 울고있었다.모든 게 자기 탓이라고 자책하며.
그런 레비아의 옆에 있던 트레이너라고 하던 교관은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목소리는 갈라지고 떨리고 있었다.
그렇게 그 날은 비가 내려 우산에서 흘러내리며
내 눈물 또한 흘러내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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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마...레비아...?"
"....네....아직...기억하시네요..."
.....잊어버릴 리가 있겠냐....그렇게 펑펑 울어댄 여자애를.
외모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요원님들 일은 정말...유감이에요...."
"...괜찮아....슬슬 잊어버려야지...
벌써 다섯 달이나 지났어....이젠....떠나보내야되겠지...."
"....그렇네요....벌써 다섯 달.....많은 일이 있었네요....
그런데도 전 잊혀지지가 않네요....그 때 일들이..."
"그러고보니 넌 완전히 이쪽에 적응했나보네....
많이...힘들었을텐데....."
"헤헷...물론 쓰러지고 싶은 날들도 많았어요....
그런데....그 때 그 아저씨가 해주신 말이...."
"잠깐."
"네...네?"
"방금 한말 다시해봐"
"네...?그 아저씨가 해주신 말이...."
"제이 아저씨가....뭐라고 말하셨는데..?"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설령 무슨 일이 있어도 자책하지 않고 극복하고 계속 전진해라....라고..."
"후...아저씨는 정말...."
"....저..저기..."
"아...괜찮아....잠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래요...아저씨....전....
언제나 무언가를 잊고 자책하려고만 했죠...'
'....하지만...이젠 그러지 않을 거에요....
언제나 앞을 보고 달려나갈거에요...'
'그게....아저씨가...검은양들이 살아남은 양에게
바라는 일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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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소년의 마음속엔 항상 비가 내렸다.
견딜 수 없는 슬픔을 맛본 소년의 마음에는 언제나 비가 내렸다.
그러나 슬픔을 이겨낸 그 순간 비는 그치고 햇빛이 비쳤고
그 소년은 앞을 보고 달리기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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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이겨내는 것이다.
설령 그 슬픔이 자기가 무너져 내릴 정도라 해도
그 슬픔을 이겨내면 자신은 자신의 슬픔에게 승리한 것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줄테니까.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고
자신을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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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입니다.
혹은 처음 뵙겠습니다.
영 손에 키보드가 안잡혀서요.
그러다 언더테일 사운드트랙 63번 곡듣고 삘와서 허겁지겁 적었습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뿐입니다.
그러나 비난이 아닌 비판
폭언이 아닌 조언으로 저에게 도움을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