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퀄/트레이싱/긴 단편]이세하의 특별교육
AZTECH 2016-05-24 0
주의 : 이 소설은 제가 좋아하는 소설을 트레이싱 한 것임을 미리 밝힙니다. 어떤 소설인지는 끝에 알려드리겠습니다. 트레이싱된 소설은 볼 필요 없다 생각하시는 분께선 조용히 뒤로 나가주세요
단편이지만 생각보다 깁니다. 참조해주세요///
“.... 크크큭, 난 너와 달라. 너처럼 어른들에게 끌려 다니거나 하지 않지. 귀찮은 일이 있으면 죄다 부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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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부수고 죽이는 게 자유로운 줄 알았다면 게임 따위는 진작 관둬버리는 건데...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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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크큭, 이봐. 어떤 말이라도 해보라고. 아니면 내가하는 말에 수긍하기라도 한 건가? ‘영웅의 아들’ ?”
제발 닥치라고!!!!
내 마음속의 외침과는 다르게 수족에는 어떤 힘도 들어가지 않는다. 내 멱살을 잡고 눈앞에서 이죽대는 또 다른 ‘나’. 외부와는 단절된 이 회빛 직육면체 공간에서 대립중인 나와 나 사이엔 터질 것만 같은 기류가 흐른다. 아니, ‘나’라고 인정하기도 싫다. 저건 ‘나’의 모습을 모방한 차원종일뿐. 애초에 승급심사 자체가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어쨌든지 받게 된 승급심사에 난입한 불청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존재였다.
“크으으윽... 으아아아아아!!!”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본다. 온몸에 미약하나마 산재되어 있는 힘을 오른발 하나에 모으자 그럭저럭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이 멱살만 풀어내면 다시 위상력을 모아 어떻게든 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퍼억
마지막 힘까지 긁어모아 차낸 발차기는 예상외로 효과가 좋았다. 말쑥한 정식요원복 차림의 차원종이 발차기의 힘에 밀려 바닥으로 넘어질 동안 큐브의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이 점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아니면 다신 기회가 없다. 손에 쥐고 있는 건 블레이드에 위상력을 불어넣자 푸른빛의 기운이 실체화되어 소용돌이치듯 검신을 휘감았다. 방출시키지 않고 모은 위상력은 점점 더 그 기운을 공고히 해 나갔고, 검신에 모이지 못한 위상력은 내 몸 주위를 휘감아 폭풍처럼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별빛에... 잠겨라!”
유성검의 충전을 완료함과 동시에 위상력을 해방시켰고 그 반발력으로 인해 엄청난 속도로 바닥을 향해 돌진했다. 바닥에 나동그라진 녀석은 전혀 일어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 이겼다. 차원종의 유혹을 뿌리치고 녀석의 심장부에 건 블레이드를 박아 넣는 나의 승리인 것이다.
입술에 가벼운 웃음기를 띤 채 조금도 주저 없이 충돌했다. 내부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기 위해 단단한 자재로 만들어진 바닥이지만, 허용용량 이상의 위상력이 일거에 부딪히면서 유리와 같은 파편으로 쪼개졌다. 크게 쪼개진 조각들은 허공을 날아 둔탁한 소리를 내며 추락했고, 미립자와 같이 쪼개진 조각들은 안개를 일으켜 한 치 앞을 볼 수 없게 하였다.
찌잉--
옆머리가 갑자기 바늘에 찔린 듯 엄청난 아픔이 아려온다. 마치 바늘이 왼쪽으로 들어가 가운데를 지나, 다시 오른쪽으로 나가는 그 느낌을, 그대로 느끼는 듯 했다. 머리의 한 가운데에선 지렁이가 나선운동을 하며 파먹는 듯한 아픔이 동반되었다. 하지만 참을 수 있는 정도였기에 유일하게 지탱할 수 있는 건 블레이드에 체중을 실었다.
이윽고 먼지가 가라앉고 세하는 검신을 눈으로 좇았다. 칼자루에서 검신을 감싸는 은빛 지지대를 지나, 총열을 거쳐, 그가 도착한 총구 부분엔
아무것도 없었다.
뇌의 아픔이 점점 더 심해져 온다. 블레이드에 몸무게를 의지한 채 그대로 무릎을 꿇고 세하는 깊게 숨을 내쉰다. 내가 왜 이러지. 어제 뭘 잘못 먹어나... 잠시만 있다가 그 녀석을 마저 처리해야겠다. 빨리 승급을 끝내고 쉬어야지.
저 앞에서 구둣발 소리가 조용히 들려온다. 이 큐브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은.... 내가 기억하는 사람 중엔 유정누나밖에 없다. 그래, 갑작스레 송출이 중단되어 들어왔겠지....
“아직 승급심사..... 안 끝났어요. 유정누나........ 전....... 포기 안했다고요.”
간신히 입을 열어 메겼던 소리에 대한 답신은 침묵이었다. 구둣발 소리는 커지고, 분명해지고, 선명해진다. 마침내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는 세하의 시선에도 칠흑 같은 검은색 구두가 들어왔을 때, 가까스로 고개를 들 수 있었다. 그의 시선에 잡힌 것은
정식요원복을 차려입은 바로 그 자신, 또 다른 ‘세하’였다.
“우리가 도와주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또 다른 ‘세하’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을 뿐더러 머리칼에 의한 음영 때문에 이목구비를 확인 할 수 없었다. 머릿속의 아픔은 압박감이 되어 뇌를 무겁게 짓눌렀다.
“넌 누구지? 네가 누구기에 날 돕겠다고 하는 거야?”
머릿속의 압박감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팽창하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기에 눈을 질끈 감은 세하는 갑작스런 이동감에 게슴츠레 주위를 살펴보았다. 자신의 주위엔 푸른 위상력이 휘둘려있었고, 날카로운 폭풍의 끝은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는 정식요원복의 ‘세하’였다. 바로 몇 분전에 느꼈던 익숙한 충격이었지만 대비되었던 추락은 아니었었다. 심장과 장은 위아래로 뼈에 부딪히는 듯한 느낌이었고, 다리사이의 관절은 짓눌려 비명을 지르는 듯 했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세하가 고개를 떨어뜨리고 눈을 떴을 땐, 아까의 칠흑색 구두가 눈앞에 있었고, 낯익은 구둣발 소리가 이번엔 왼쪽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점점 가까워지는 구둣발 소리는 정확히 나와 내 앞에 선 ‘세하’와의 거리만큼 접근했다.
“우리가 도와주지.”
세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고통이 전신을 휘감는 와중이라 어떤 생각도 할 겨를은 없었을 뿐더러, 저 ‘돕겠다.’는 말은 세하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
“네가 돕겠다고? 넌 누구지?”
간신히 고개를 들어 앞에 서 있는 ‘세하’를 올려다 볼 수 있었다. 음영 때문에 이목구비는 다 볼 수 없었지만, 얼굴과 상반신은 성한 곳이 없어보였다. 심지어 한쪽 볼은 무슨 이유였는지 함몰되어 있었다. 어쩌다가 생긴 상처인지는 질문 없어도 그 답을 알 것만 같았다. 머리를 조여드는 아픔은 가시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졌다.
“하... 꿈인 건가... 그렇지 않고선 같은 상황이 반복될 리가 없지. 게다가 난 이미 정식요원이 된지 몇 달 된 것 같은데..”
“꿈이 아니야.”
“우린 우리일 뿐이지. 네가 아니야” 또 다른 구둣발 소리가 뒤에서 들려오면서 앞서 등장한 둘이 순서대로 말했다.
“우리? 우리가 누구지?”
“넌 아직 우리가 되지 않았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사슬이 머리를 칭칭 감고, 양쪽으로 옥죄는 듯한 느낌이 반복해서 찾아온다.
“여긴... 대체 어디야?”
“여기가 어디인지, 그 객관적인 사실은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건, 네가 이곳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겠지.”
또 다른 ‘나’가 느릿한 목소리로 답을 해온다. 정신을 옥좨 이미 산산이 부서져버린 의지 속에서 한 조각의 의지를 붙잡아 버티고 있다. 이 공간, 이 고통의 원흉은 눈앞의 저 녀석이다. 그렇게 생각한 세하는 지끈거리는 머리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건 블레이드로 서 있는 형상을 베어낸다.
은빛의 빛나는 칼날이 군청색의 정식요원복에 닿고, 칼날이 요원의 하복부로 다가가지만, 보이는 건 잠식된 칼날이요, 느껴지는 건 공기를 가르는 질감뿐이다. 어떠한 걸림도 없이 매끄럽게 형상을 가로로 관통한 검은 힘없이 땅에 떨어지고, 세하의 얼굴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 허탈감이 가득한 실소가 세하의 얼굴을 스치며 땅에 떨어진 건 블레이드를 툭툭 건드려본다.
“이곳은 현실이 아냐. 그렇지?"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이곳을 현실이라 한 적은 없다.”
“그렇다면 이곳은 어디지?”
‘큐브’의 흰 벽만큼 공허한 적막이 터질 듯이 역동적이었다. 내 앞과, 왼쪽에 서 있는 정식요원의 ‘나’는 한 치의 자세 변화도 없이 시립해 있었다.
“너의 의식이지.”
세 번째 목소리는 등 뒤에서 들려왔다. 건 블레이드 끄는 소리와, 구둣발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음산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네가 가지고 있는 기억의 공간이다. 이곳은.”
“기억?” 실소하며 반문해본다. 그래. 난 분명 이곳에서 정식요원 승급심사를 받고, 요원증을 받았다. 이 철벽처럼 확고한 기억이 내 기억의 중추인 것은 맞다.
“이곳에서 너는 정식요원이 되기 위한 승급심사를 받은 건가.”
“그래.”
“확실한가.”
내 좌측에 서 있던 ‘내’가 시선을 들어 나를 본다. 어떠한 생기도, 활력도 없어 보이는 그 눈동자의 홍채 아래서, 보랏빛 잔상이 물결치듯 흔들리고 있었다.
그 음성과 시선이 동시에 도달하는 순간, 세하는 자신의 정신이 차갑게 붙들려 저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시간은 멈춘 듯 했고,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이곳에서 정식요원 승급심사를 받았다. 큐브 밖에서, 요원증은 왼쪽 가슴팍에 걸어주는 유정 누나의 모습. 축하를 해 주던 여러 목소리........ 잠깐? 여러?
내 기억의 캔버스속 주인공은 나 혼자였는데?
“다시 물어**. 여기가 네 정식요원 승급심사 장소가 맞는가. 이세하?”
‘나’와의 싸움에서 유혹을 물리치고, 당당히 큐브 문을 열고 나오던 기억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 기억의 질감은 크게 변질되어 있었다. 마치 다른 색의 옷감을 꺼내 새로 누빈 것 같은 뒤틀림과, 이질감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어쩌면 이 기억은.....’ 생각이 이 정도까지 다다랐을 때, 내가 서 있던 큐브의 풍경은 더 이상 그 ‘큐브’가 아니었다. 격자모양은 심하게 뒤틀려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듯 했고, 서있던 곳 주의의 질감이 지워져가고 있었다.
“.... 이젠.....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정식요원이 된 건 사실이야. 내 몸이 그걸 기억하고 있으니까.”
“우리가 도와주지.”
“거짓된 기억의 꺼풀을”
“갇혀있던 진실을 깨워줄.”
나를 둘러싸고 있는 형체들이 큐브와 함께 녹아든다. 한데 어우러져 일렁이는 그들의 모습이 점차 어두워지며 그들의 눈에서 활발히 일렁이는 보랏빛 불길만이 남아 빛을 발하고 있다. 6개의 불꽃이 어지러이 회전한다. 머릿속의 섬유중 얇은 부분이 예리하게 찢기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마치 암흑상자 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내려 손을 휘젓는 것처럼, 찢겨진 부분 안으로 괴상한 기운이 들어와 의식을 휘젓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 세하는 머리를 부여잡곤, 소용돌이치는 의식과 의지의 조각들 사이로 손을 뻗어 휘젓기 시작했다. 나의 정체성, ‘나’자신을 유지시켜줄 한가지의 조각을 부여잡고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것은 암흑이었다. 내 주위를 둘러싸던 어떠한 형체들도 보이지 않았고, 느껴지는 것은 익숙한..... 외부차원의 차원압이었다.
“크윽.... 허억... 허억.... 큭..”
어두운 보랏빛 데미플레인 위에서 세하는 건 블레이드에 지탱해 간신히 몸을 일으킨다. 몸을 세우려는 것 자체도 여의치 않은 듯 연거푸 발이 미끄러져 다시금 무릎을 꿇는다.
“후후후.... 고작 이정도의 힘으로 나를 쓰러뜨리겠다고 온 것이냐. 가소롭기 짝이 없구나. 이미 짐은 네놈들에게 베풀 수 있는 모든 은혜를 베풀었다.”
백짓장처럼 흰 얼굴에 보랏빛 제복을 받쳐 입은 데미플레인의 군주. 용의 군단의 수장인 아스타로트, 그가 비웃음과 조롱이 가득한 얼굴로 세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은혜를 모르는 놈들은.... 즉시 처형한다.”
허리춤에 차던 장검을 천천히 뽑아, 세하를 향해 겨눈다. 보랏빛과 흑빛을 섞어놓은 듯한 어두 칙칙한 색의 검 끝이 예리함으로 반짝인다.
“하아..... 하아.... 처... 형이라고?? 내가 차원종따위에게 굴복할 것 같아??”
기억 속에서 형체 없이 음성만 살아났던 그 음성이 다시금 들려온다. 저 어둠속에서 한 쌍의 나이프를 들고 방금 그 자신이 나가떨어졌던 곳으로 다시 걸어 들어온다. 빛이 있기에 확연히 알 수 있었던 형체. 작고 아담한 몸, 분홍빛 머리, 결의에 서린 푸른 눈동자. 요원복은 이곳저곳 찢어져 있지만, 그 기세만은 여전히 활화산처럼 폭발적이었다.
“그래! 난 공무원이 되어야 하는 몸이라고!”
“차원종은 제가 섬멸해야할 대상이에요. 처형당하는 건 제 사명이 아니에요!”
“후우... 처형이란 말을 쉽게 입에 올리지 마라.”
기억 밑바닥 속에 잠겨있던 목소리의 기억이 음성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수면위로 떠올랐다. 빛에 보이는 검과 총을 쓰는 흑발의 여자, 자신보다 큰 창을 거리낌 없이 휘두르는 은발의 소년, 말쑥한 키에 은발을 지닌, 언제나 노란 선글라스가 일품인 남자까지, 지금껏 혼자라 생각되었던 자신의 도화지에 한명씩 스케치되고 채색되어가고 있었다.
“호오.... 아까의 일격으로 죽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목숨이 질기군. 저기 거동도 못하는 놈보다 네놈들을 먼저..... 처형해 주지.”
팔자를 그리며 호기롭게 검을 휘두르며 아스타로트는 접근해온다. 가히 죽음의 발걸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위압감이었다. 그가 한걸음 한걸음 다가올수록 ‘저들’또한 죽음에 한걸음씩 가까워져 갈 뿐이었다.
‘안 돼!! 모두 도망쳐!! 도망치란 말이야!!’
머릿속에서 태어난 이 생각은 애석하게도 위광 앞에 짓눌린 입과 몸에 의해 밖으로 표출되지 못했다. 손가락 까딱할 수 없는 그 힘 앞에 세하는 지금까지 느껴** 못한 가장 큰 무력감을 맛볼 수 있었다. 눈앞에서 동료가 스스로 처형대로 올라가는데 이를 바라만 봐야 한다는 그 심정은 심장을 터질 듯이 짓이겼고, 짓이겨진 심장은 분노와 슬픔을 피에 섞어 온몸으로 흘려보냈다.
‘크윽.... 크아아아아!!’
“크아악”
자신이 내야할 비명을 누군가가 대신 내 주듯 한 단말마의 비명이 들려온다. 어깨와 몸통이 2조각난 한 남성이 그 고통에 무릎을 꿇고 두 번째 검놀림은 그자의 몸을 관통했다. 모두의 모습이 그려진 자신의 도화지에 그 남자 스케치 위로 검붉은 물감이 흐트러진다. 주위에서 날아오는 각종 화기와 기술들은 아스타로트 옆에 도달하기만 하면 물먹은 종이처럼 그 위력을 잃고 떨어졌다.
한쪽 다리를 잃고 힘겹게 비틀거리는 흑발 소녀의 가슴팍을 짓밟고, 신음을 토해내는 입에 긴 검날을 선물한 아스타로트는 창을 꼬나 쥔 소년으로 그 시선을 옮겼다. 마지막 생명의 기운을 다한 소녀의 손을 발로 걷어 차낸 후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소년에게 돌진했다. 검붉은 물감은 흑발소녀의 그림을 덮고 그 소년의 그림으로 엄습해오고 있었다.
‘제발... 제발 피하란 말이야!!’
“....여ㅂ .... 여보세요..? 모두들 들리..니?”
지금껏 잠잠하던 통신기에 유정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목소리로 봐서는 지금까지 계속 통신을 시도한 듯 했다. 아마 아스타로트가 검은 양 본부와의 교신 선을 차단한 모양이었다.
“유정누나 어떻게 된 거에요?”
“나도 잘 모르겠구나. 다른 애들은 어디 있니?”
“다른 애들은.... 지금 통신을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중 2명은 앞으로 영영.... 못할 거 같아요...”
마지막 말에 눈물 섞인 음성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고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 진행되고 있는 모든 작전을 취소하고 지금 당장 본부로 돌아와. 당장! 이게 최우선 작전이야.”
그리고 나지막이 들려오는 믿을 수 없는 말 한마디.
“유니온 놈들... 아직 어린애들에게 이걸 승급심사 과제라고 보내?”
낮고 조용한 목소리엔 세하 자신이 느꼈던 분노와 무력감 등이 그대로 섞여 있었다.
“크악!”
소년의 복부를 관통해 들어간 손은 그 방향을 위로 잡아 소년의 장기를 물색해 나갔다. 캔버스의 물감은 점점 번져나가, 소년의 절반을 뒤덮었다. 마침내 생명의 근원인 심장을 찾아낸 손의 주인 아스타로트는 비릿한 미소를 풍기더니 마치 기계장치에서 동력원을 제거하듯 찔러 넣었던 구멍으로 끄집어냈다. 단말마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끝을 맞이한 소년은 건전지가 빠진 장난감처럼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이제 캔버스에는 나와, 키 작은 한명의 소녀만 남아있었다.
세하의 온몸은 떨리고 있었다. 도와주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수치심, 도료들을 웃으며 학살하는 아스타로트에 대한 분노. 아까의 통신으로 알게 된, 나와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유니온에 대한 적개심과 혐오 이 모든 게 한 데 어우러져 감정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냈고, 폭주하듯 흐르는 피는 눈을 통해 밖으로 조용히 흘러나왔다.
“마지막으로 너만 남은건가? 인간여자여”
“큭...” 중력으로 밀어내**만 애초에 위상력의 양과 질 모든 면에서 큰 차이로 앞서있는 아스타로트의 진격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긴 검신은 소녀의 머리와 몸통을 가볍게 분리해냈고, 주인잃은 신체는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용의 위광앞에 짓눌려 아무런 행동도 못할 정도로 허약한 놈은 처형의 값어치도 없다. 아까의 동료들에 비해선 너무나도 빈약한 능력이군..”
기분 나쁘게 웃어대는 아스타로트를 이세하는 감히 바라볼 힘조차 없었다.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이 이렇게 무릎을 꿇어** 하는 나 자신이 너무나 미웠다.
“우리가 도와주지”
이미 몇 번 들었던 그 목소리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데미플레인의 배경은 그대로였지만, 앞에 서 있는 것은 아스타로트가 아닌 아까 만났던 그 자신이었다. 자신을 짓누르던 신체적 압박감은 사라졌지만, 이는 정신적 압박감으로 치환되었을 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것들은 뭐지?”
“너의 기억이다.”
“내 기억이라고?”
“우리가 수면 깊은 곳에 있던 기억을 꺼내서 잠시 체험하게 해줬을 뿐이다. 소감이 어떤지는 안 물어도 알겠군.”
괴로웠다. 눈앞에서 ‘동료’들이 무참한 방식으로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는 쪽이 오히려 정신병자인 축에 속할 것이다. 마지막 말뚝으로 붙잡아 두던 의지 한 조각이 너덜너덜해져 닳아 없어지는 느낌이다. 아직도 이 일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어떻게든 거짓이라고 믿고 싶었다. 잘못된 기억이라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큐브에서 정식요원이 되어 승급하는 기억에 비해 오히려 이쪽의 기억이 더욱 생동감 있고 무게감이 있었다. 그가 매달리던, 실재의 기반이었다.
“‘너’스스로를 지켜보아라. 기억의 관찰자로써 진실을 마주해보아라.”
세하는 세하가 데미플레인에서 도망치듯 탈출하여 김유정 요원에게 복귀하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세하가 동료들의 유품을 보여주고, 서로 쓰러져 울고, 이러한 임무에 대한 유니온의 정치적 처사에 분노하는 모든 과정을. 이러한 과정 속에서 기억속의 세하가 느끼는 감정이 마치 직접 느끼듯 전해져왔다. 고통, 분노, 슬픔 등의 감정이 파도와 같이 몰아쳐왔다. 당연했다. 저 ‘세하’가 나 자신이 맞다는 전제가 맞다면 말이다. 저 기억이 진짜 내 기억이라는 데에 대한 하나의 반증이었다.
세하 그 자신이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과같이 지나간다. 실루엣처럼 부분부분, 하지만 중요한 감정과 일들만은 선명하게 머릿속에 새겨졌다. 분노에 가득차 유니온에 항의하는 나를 매몰차게 문전박대당하는 나, 모든 일에 의욕을 잃고 폐인처럼 방안에 틀어박혀있는 나,
“이러한 기억을 왜 나에게 보여주는 거지? 내가 무력감이라도 느끼길 바란 거였나? 유니온은 날 버렸어.”
허탈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받아들인다.”
허를 찔린듯한.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뭐?”
“우리는 받아들인다. 이전의 다른 자들에게도 그랬듯이.”
다른 자? 나말고 다른 사람이 이러한 경험을 겪은 적이 있었다는 건가? 이미 세하는 이들이 인간이 아닌걸 알았다. 무언가의 설득을 위해 찾아온 존재라는 단 하나만의 단서를 가지고 저들이 누구인지를 추측해 나가기 시작했다.
기억과 지식의 기저층을 뒤지던 세하는 하나의 실마리를 연결해 낸다. ‘암흑의 광휘’ 차원종의 힘을 받아들인 클로저들을 총칭하는 단어였다. 최근까지만 해도 시내에 나타나 근방을 쓸어버려서 곤란했던 적이 있었지.
그리고 그때 침공했던, 강남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그 ‘암흑의 광휘’세력들은 늑대개 팀 대원들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정체는....
“..... 당장 내 머릿속에서 나가. 이 차원종자식들아..”
맞췄다는 듯 그들은 기척만을 남긴 채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
“네놈들이 그놈들을 그렇게 바꿨지?? 그들을 어떻게 한거야!”
“우리는 기회를 주었을 뿐이다. 그들이 선택을 한 거지.”
“하, 그들에게도 그들의 어두운 과거를 보여줘서 굴복시킨거야? 웃기지마, 난 절대 차원종에겐 굴복 안할거니까!!” 발악을 하듯 외쳐본다. 아마 자신이 두렵다는 것에 대한 반증적인 행동이었으리라.
“그들도 그렇게 말했지. 다시말하지만 그들은 ‘선택’했다. 강요가 아니라”
“이제 너의 마지막 기억이다.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우린 언제든지 너를 받아들이겠다.”
형체는 존재하지 않지만, 어딘가엔 존재할 것 같은 ‘나’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기억의 이미지는 마지막을 향해 그 모습을 바꾸고 있었다.
“이번에도 해명을 해주지 않는다면.... 무슨일이 있더라도 한국지부를 부숴버리겠어..”
건블레이드를 부여잡고, 검은양팀 사무실을 나섰다. 세하의 뒤엔 마찬가지로 결연한 표정의 김유정 요원이 그 뒤를 따랐다.
입구에 다다르자 한숨을 깊게 내쉬곤 출입증을 제시하고 건물 출입을 요청했다. 이번에도 출입 요청이 거부된다면 건물을 잿가로로 만들어버릴 각오였다.
“이세하 요원. 출입이 승인되었습니다.”
“추..출입이 승인되었다고??”
“한국지부 B507호에서 담당자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입장이 허가된 데에 대한 의심을 가득 품은 채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하나씩 밟아 내려가기 시작했다. 유니온 한국지부 건물에 출입한지 꽤 오래 되었지만, 건물의 지하로는 단 한번도 가 본적이 없었다. 벼은 매우 두꺼운 콘크리트로 되어있었는데, 내부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세하는 반사적으로 전신의 근육에 힘이 들어갔다.
“누나, 뭔가 이상하니 조심하세요.”
“그래, 지부장파벌이 어떤 일을 벌였을지 모르니까.”
지하 1층부터 점점 빛의 양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지하 5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정말 어두침침한 백열등이 간간히 켜져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빛도 존재하지 않아 음산한 분위기를 더했다.
우측으로 꺾이는 모퉁이를 돌자마자, 거대한 질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요원이 세하와 유정이누나의 신병을 구속하고, 복도 깊을곳으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당신들 누구야. 이거 안놔?”
저항해**만 그럴수록 더욱 세게 옥죄어지는 팔 때문에 저항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전혀 겪은 기억이 없었다. 이 상황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오고 있는 세하의 뇌리엔 이 생각밖엔 없었다. 아까 동료들이 살해당할 때의 상황 때와 달리 이번엔 어떤 느낌도 들지 않았다. 물론 그들이 그냥 거짓된 영상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어쩐지 그들의 행동으로 봤을 때, 진실이 아닐 이유가 없었다.
이러한 상념가운데 기억속의 세하는 한 방 안으로 들어섰다. 튜브와 같은 기계 2채와, 과학자 여럿이 방에서 대기중이었다. 그들이 세하의 몸을 묶으며 과학자들은 컴퓨터를 이용해 기게를 세팅했다.
“이번에 유니온측에서 벌처스와 합작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더군. 안그래도 임상시험자를 찾기 힘들었었는데 적절한 피험체가 있다고 하더라고. 기억소거에 대해선 들어본 적 있나? 벌처스에서 알지 않아야 할 일을 알게 된 사람들을 처리할 때 쓰는 기술이라는데, 이를 조금 더 개량해서 우리가 원하는 기억을 심을 수 있게 되었지. 이를 우린 ‘재사회화’기술이라고 한다..”
글자가 용오름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이 상황 자체를 이해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기계의 준비가 완료되는 동안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진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유니온의 장기말로써 운용될 자신의 미래가 현실로 다가왔다.
“그럼 시작합니다.”
익숙한 압박감이 세하의 머릿속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 두통은 희미한 전조에 지나지 않았다. 이전에 느꼈던 고통 그 자체와는 감각 자체가 달랐다. 압박감이 요도치고 뒤틀리며, 감각없는 손가락으로 머릿속으로 자탱할 곳을 찾았지만 그곳은 공허뿐이었다.
눈앞으로 익숙한 여러 장면들이 지나갔다. 아마 눈앞이 아니라 머릿속으로 진행되는 것이었겠지만 말이다. 자신의 어렸을 적, 자라면서 위상력으로 인해 다른 아이들에게 고통받는 장면이 연이어 지나가며, 그때의 느낌을 순수히 ‘체험하게’ 되었다. 나에게 돌을 던지던 아이들에 대한 분노, 홀로 있다는 공포와 외로움.
“이런 과거는 건드리면 나중에 눈치챌 확률이 높겠군요.”
남이 내 기억 깊은 곳까지 들춰본다는 것에 대한 격노가 곁들여졌다. 이미 붙잡을만한 의지는 사라진지 오래 되었고, 지금 그 자리에는 또 하나의 세하만이 손을 뻗고 서 있을 뿐이었다.
“우리가 도와주지.”
기억은 널을 뛰어넘어 다시 엄청난 시간을 횡단하기 시작했다. 말렉 앞에서 느꼈던 공포.. 그리고 그 옆에 있던 동.... 아니 아무도 없게 되었다. 마치 누가 지우개를 스쳐낸 것처럼, 누군가 있었을 법한 자리엔 어색하게 빈 흰 공백밖에 남지 않았다.
“적절하게 배경으로 덧씌우는게 나을 겁니다.”
말과 함꼐 공백은 가로등으로, 풀숲으로, 자동차로 대체되어간다. 고문당하고 있는 세하 본인은 느끼지 못할테지만, 3자입장에서 이를 바라보고 기억을 ‘체험’하는 세하 입장에선 그 과정을 오롯이 지켜볼 수 있었다. 머릿속에 서 있는 형상은 붉은 보랏빛을 눈에서 발하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우리가 도와주지.”
기억을 조사해나가며 동료들이 있었을 자리를 전부 다른 것으로 대체한다. 매 초단위를 꼼꼼히 분석해 나가며 기억을 지우며 도착한 곳은 아스타로트의 영지였다.
‘...그만’
세하는 눈을 돌리려 애썼다. 이를 ** 않으려 애썼다. 구태여 그들을 찾은 건 아니었지만, 마음속에선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소용없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 누구라도 나를 구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다시금 동료들이 눈앞에서 찢겨나갔다. 오체가 잔혹하게 분시된 상황이 눈앞에서 다시 재현되었다.
“이건 기억을 통째로 지워야겠군요. 리스캐닝 시작합니다.”
다시 동료들이 산산조각나기 시작했다. 리스캐닝 시작. 동료들이 바스라 없어지기 시작했다. 리스캐닝 시작. 형상없이 산산히 부서지기 시작했다.
세하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것을 알아채지도 못했다.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으나 기계의 완력은 자신을 놓아주지 않았다. 여러 감정으로 채워져 있던 세하의 마음속엔 오직 분노만이 가득했다. 어떠한 힘을 써서든지, 극악무도한 유니온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만이 쌓였다.
“우리가 도와주지.”
그 세하의 형상의 눈의 보랏빛 불꽃이 점점 확대되어 세하를 둘러싼다. 불빛은 세하의 주위를 빙빙 돌며 연속적인 원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눈을 뜬 세하의 눈엔 렌즈 아래서 보여지던 총명하고 맑은 눈빛대신, 혼탁한 회색빛만이 감돌았다. 작게 한숨을 내쉬곤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구조물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파괴되었고, 남은 잔해들은 연소되어가면서 인간이 건조한 문명의 조각마저 지워내고 있었다. 생존한 인간들의 숨결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들리는 것은 차원종 군단의 진격소리였다. 도심 한가운데 우뚝 서 있던 유니온 한국지부의 건물은 어떤 건물보다 가장 산산히 부서져 있었고, UNION 이 다섯 글자의 거대한 간판은 오체분시되듯 조각조각 해체되어 있었다. 신서울지역의 모든 저항은 분쇄되었고, 힘없이 무너진 방어선 넘어 전국 방방곡곡으로 차원종이 넘어가고 있었다.
진격하는 차원종군단 한가운데 서 있는 4명의 인간형 차원종은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후후... 근사한 약탈이었어요. 생존자는 저희 넷 뿐이군요...”
“정말 나약한 놈들뿐이었군.. 준비운동도 안되겠어.”
“이곳은 멸망뿐이군요.”
칠흑과 같은 갑주를 입은 3명의 차원종이 한마디씩 나누고 있었다. 그 앞엔 흰 머리에 타오르는 보랏빛 눈빛을 가진 한명의 차원종이 밤과 같이 어두운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그에 발치에 UNION 간판의 잔해가 밟히자 광적으로 검에 위상력을 모아 내리쳤다.
“하앗!”
엄청난 양의 위상력으로 내리쳐 그 자리엔 어떠한 잔해도 남지 않았다.
“어이, 쇼하지 마라. 다음 지역으로 가지.”
푸른빛이 감도는 쿠크리로 겨누고 말을 건넸다. 뒤를 돌아보는 흰머리의 스트라이커 차원종의 눈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어떤 말도 건네지 않았다.
“후후... 역시 맘에 든다니까? 이렇게 우리 힘을 받아들일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러게 말이야. 그들이 준 이 방법. 꽤나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 아쉽게도 우리 이슬비양에게 써** 못한다는게 안타깝지만 말이야. 이래가지고서야 누나만 이득 본꼴이잖아?”
“꺄핫! 그러니까 네가 아스타로트를 막지 그랬어~ 니가 좋아하는 이슬비 죽기전에 말이야.”
하늘에서 내려온 어린 차원종 둘이 만담을 펼친다. 그 만담 사이로 스트라이커 차원종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남은 유니온 관계자들은..... 어디있지?”
“어머 세하야~! 새 힘은 어때?? 맘에 들어?? 옷도 우리가 직접 디자인한건데~~”
활짝 웃으며 다가오는 여자 차원종을 싸늘한 눈빛으로 한번 흘겨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건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다. 남은 유니온 관계자들은 어디로 발걸음한거지?”
“에이... 심심하긴... 남쪽으로 간것같은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몸에 위상력을 두리고 사이킥 무브를 시전했다. 방출량을 조절하지 않아 그가 뜬 자리엔 움푹 패인 지형이 생성되었고, 그 속도는 어느 누구도 따라잡기 힘들었다.
“세하는 아직 저 힘에 적응이 덜된 건가요? 이렇게 흉폭할 줄이야 후후..”
하피가 나지막히 웃고
“흥, 아무러면 어때. 내 힘을 시험할 수 있는 곳이면 아무래도 좋아.”
나타가 낮게 받았다.
“이제 이동하죠. 시간을 너무 지체했어요. 아직 멸망시킬 세계가 남아있다는게 정말 기쁘군요.”
레비아가 말을 정리하고 남쪽으로 떠난 세하의 뒤를 좇았다. 그들 뒤에 펼쳐진 보름달은 보랏빛으로 발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이 길고 쓰잘데 없는 발퀄 소설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시인사 드리고 싶네요.
이 소설은 로버트 브룩스라는 사람이 쓴 '셰인 일병의 교육'이라는 소설을 트레이싱 한 겁니다.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완전 같아요..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