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튤립나무 2024-11-10 1
“조금만 더 힘내!!!”
한 소녀의 다급한 목소리가 영지에 널리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담한 키에 사파이어를 가공해서 만든 것 같은 푸른 두 눈동자, 그리고 무엇보다 벚꽃을 한데 모아 물들인 듯한 분홍 빛 머리카락이 인상적이었다.
멀리 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귀여움을 지닌 이 소녀는 그 모습과는 다르게 온 몸에 상처 투성 이였다.
옷은 수많은 잔상과 함께 군데 군데 찢겨져 있었고 찢겨진 옷 사이로 피가 맺혀있었다.
흰 치마에는 튄 핏자국이 번져 있었고 상반신과 마찬가지로 하반신도 상처와 잔상으로 인해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고통스럽겠다. 고통스러울거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 할 것이다.
그리고 그건 당사자인 소녀 역시 마찬가지다.
달릴 때 마다 그 앳된 얼굴이 찾아온 고통에 침식되어간다.
하지만 소녀는 애써 버티며 자신보다 뒤에 있는 동료들을 격려하며 앞장서고 있었다.
“하아..하아..슬비야 ㅁ,미안..조,조금만..천천히..”
그리고 그런 소녀에게 힘에 겨운 듯 숨 가뿐 목소리로 사정하는 또 다른 소녀.
방금 전 소개한 소녀와는 달리 늘씬한 체형과 키를 지는 소녀.
평소 잘 다듬지 않는지 아무렇게나 기른 검은 긴 생 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하아..하아”
무엇보다 달릴떄 마다 춤을 추듯 리듬감 있게 흔들리고 있는 그 소녀의 기세가 무척이나 대단해 보였다.
“유리야 조금만 더 힘내 거라. 조금만 더 가면 되니까”
그런 소녀를 다독이며 몸에 한번 반동을 줘 자세를 고쳐 잡는 은발에 노란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통칭 제이라고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등에는 초등학생 정도의 키를 가진 한 아이가 업혀있었다.
소녀처럼 보이지만 겉모습과는 다르게 성별은 남자아이인 미스틸테인.
주무기는 자신보다 더 큰 창이며 지금 그 창은 제이가 미스틸테인을 업고 양손으로 받치는 도구가 되어있었다.
이들은 통칭 검은양 팀으로써 임무를 위해 용의 영지라는 차원종의 소굴 왔으며 현재 이들은 빛 조차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자체적으로 은은하게 빛을 내뿜고 있는 암석을 길잡이 삼아 출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임무 목표는 해결한 듯 보였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았는 듯 모두의 몸에 저마다 상처와 잔상 그리고 옷가지 역시 앞서 달리고 있는 이슬비라는 소녀와 마찬가지로 옷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중 미스틸테인은 임무 도중 기절해 버려 제이가 지친 몸에도 불구하고 엎고 달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아..네..에”
미소띈 표정으로 자신을 다독여주는 제이. 하지만 표정과는 반대로 그의 다리는 더 이상은 무리라는 듯 덜덜 떨리고 있었고 그의 얼굴에는 땀이 비오듯 솟아지고 있었다. 애써 표현을 안하고 있었을뿐 그 역시 많이 지쳐있었다. 하지만 결코 티를 내지 않는다 그는 이 팀에 보호자이니까.
그리고 그런 제이의 모습에 서유리 역시 무언가 느낀게 있는 듯 다시 숨을 크게 한번 내 쉰 후 앞서가는 이슬비의 등 뒤를 쫒아가려고 발을 내 딛는 순간
“앗!”
솟아 올라있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만 서유리. 평소라면 재빨리 몸의 중심을 잡았겠지만 지금은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상태.
서유리는 그대로 중심을 잃고 바닥을 향해 넘어져버렸다. 반사적으로 양손을 사용해 몸을 지탱해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으....”
양 무릎이 제대로 까여버렸다. 어두운 곳에서는 조심히 움직여**다는 중요한 사실을 온 몸으로 배운 서유리. 평소라면 조심 못한 자신을 탓하며 약이라도 발랐겠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매우 치명적이었다.
“유리야!”
“괜찮냐 유리야?!”
앞서 달리고 있던 이슬비와 뒤에서 오던 제이도 놀라 서유리에게 다가간다.
“으,으응..괘,괜찮아. 나는 괜찮으니까..”
자신을 향한 걱정스러운 표정을 무마시키기 위해 애써 미소를 뛰운다.
난 괜찮다. 버틸 수 있어.
서유리는 다시 한번 다리에 힘을 주어 가까스럽게 일어선다. 다행히 일어설 수는 있었다. 그래 일어서는것까지는
“윽...!”
다리를 움직이려고 하자 마자 한번에 밀려오는 고통에 서유리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진다.
아프지않다. 버틸 수 있어. 라는 자신의 마음과는 다르게 몸은 정직하게 반응해와 서유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유리야!”
옆에서 걱정스럽게 보고 있던 이슬비가 재빨리 서유리를 부축해줘서 다시 넘어지려는걸 방지해준다.
“미,미안해 슬비야..난..”
“아니야. 내가 너무 급했어. 지금이라도 천천히 가자. 내가 부축해줄게”
그렇게 말하며 이슬비는 서유리의 팔을 자신에 목에 감은채 자신의 몸으로 서유리의 몸을 지탱해준다.
이렇게하면 천천히라도 걸을 수 있다. 하지만 키 차이와 더불어 이슬비 역시 애써 숨겨왔지만 한계에 가까운 몸으로 누굴가를 지탱하기에는 버거웠다.
한 걸음 옴길때마다 구슬 띈 땀이 이슬비의 턱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지며 힘든 숨소리가 입 밖으로 뱉어진다.
“아..슬비야..”
고통과 미안한 표정으로 서유리는 이슬비를 향해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업혀”
어느세 다가온건지 모를 한 소년이 두 소녀의 앞으로 다가와
“업히라고”
자세를 잡은체 담담함이 묻어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서유리는 자신에게 다가온 그 소년을 향해 시선을 옴겼다.
자신들과는 다르게 따뜻한 갈색의 눈동자와 더불어 같은 머리색을 지니고 있는, 남자치고는 고운 선을 지니고 있는 소년.
“세..세하야”
서유리는 그 소년의 이름을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닌건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뭐해”
“아..으응..그치만..”
너 역시.. 라고 말을 이어가려다 멈춘다. 세하. 이세하라고 불리는 그 소년 역시도 다른 이들과 똑같았으면 같았지 틀리진 않은 몸 상태였다.
그나마
“괜찮으니까”
서유리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는 이세하. 분명 그 역시도 힘들고 지치고 상처입고 아프지만 팀원들 중에서 제일 괜찮은 이유가 있었다.
“..그..그럼”
부끄럽다. 부끄러울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동료고 친구지만 남자의 등에 업힌 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거기에 무려 같은 반이라고?
다음에 얼굴을 어떻게 마주할것인가.
서유리는 그런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지만 그건 나중에 일.
일단은 이 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일념과 더불어 더 이상 자신 떄문에 다른 동료들에게 특히 이슬비에게 민폐를 끼칠 수 없다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자신의 몸을 (얼굴이 붉어진건 당연한체) 이세하에게 맡길려고 거 걸음을 때려는 순간
“.....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나지막하게 울려오는 음침한 소리.
“놓치지...않겠...다!!!!!”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분노가 가득 찬 목소리와 함께
“꺄아아아악!!!”
서유리의 몸이 누군가에게 정확히는 발목을 잡힌체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곳 쪽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
등 돌리고 있던 이세하는 물론일뿐더러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흠칫 놀란 표정을 띈채 끌려가는 서유리의 쪽으로 시선을 옴긴다.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 다다른 것은 서유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날카로운 손톱을 지닌 손과 그 손의 주인공인
“감히...미천한 인간들 주제에...용인 이몸에게 이런 수치를!!!!!”
온 몸에 피칠갑을 한 상반신으로 힘겹게 구덩이 속에서 기어 나오고 있는 검은양팀이 이번 목표이자 분명 쓰러트린 줄 알았던
용의 영지에 주인 아스타로트가 살기 띈 표정을 한 채 그들을 향해 기어 나오고 있었다.
분명 검은양팀 손에 의해 쓰러진 아스타로트.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등 뒤에 달린 용들에게 끌려 영지 속으로 빨려들어간 아스타로트가 어떻게 된 이유에서인지 다시 검은양팀 앞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아스타로트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자신의 영지를 침범한것으로 모자라 자신을 이꼴로 만들어버린 저 인간들을 향해 살의를 가득 담아 당장이라도 찢어 죽일 기세를 띄며 남은 한쪽 팔로 힘겹게 구덩이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런 아스타로트의 모습에 그 자리에 있던 검은양팀 그 어느 누구도 미동 조차 할 수 없었다. 섬뜩함이라는 공포심에 몸이 지배 당해버린 것처럼.
온 몸에 피를 흘리며 머리에서 흐른 피가 눈동자로 맺혀 붉게 물들여지며 눈가를 타고 볼을 타고 흐른다.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는 마치 피눈물을 연상케하며 원한 가득한 표정과 더불어 더욱 더 공포르서운 분위기를 만든다.
검은양팀은 그런 아스타로트의 모습에 잠시 넋이 나간 상태였고 그 틈을 이용해 아스타로트는 필사적으로 영지 속에서 기어올라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아스타로트는 다시 한번 이 대지에 발을 디딜 것이다.
움직여**다. 움직여**다. 움직여**다.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같은 생각이지만 몸이 반응을 하지 않는다.
공포심에 젖어 있던 그때
샤아아아아
구덩이 속에서 튀어나오는 용 한 마리. 바로 아스타로트를 구덩이로 끌고 갔던 용들 중 한 마리였다.
그 용은 다시 한번 아스타로트를 영지 안으로, 정확히는 나왔던 구덩이 속으로 끌고 가려는 듯 아스타로트의 몸을 휘어감을려고했다.
이대로 다시 한번 끌고 가줬으면 한다. 한번 만 더!
허나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그게 아니면 이번 만큼은 당하지 않겠다는 듯 아스타로트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용의 목덜미를 남은 한팔로 강하게 움켜잡은체, 서유리의 발목을 잡고 있던 손을 놔주고 자신의 애검을 소환.
뽑아든 애검으로 용의 목을 베어버렸다.
분수에서 물이 뿜어져 올라오는 자려진 용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핏줄기
아스타로트의 몸은 용에서 뿜어져 나오는 용의 피로 흥건해졌고
“...........”
그건 바로 코 앞에 있던 서유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스타로트와 마찬가지로 용의 피로 온 몸이 적셔진체 그저 멍하니 아스타로트를 바라보고 있는 서유리
눈앞에서 갑작스레 벌어진 끔찍한 광경. 그리고 분수처럼 뿜어진 피로 흥건해진 자신의 몸. 이미 맨정신을 유지하기에는 무리였다.
패닉상태에 빠진 서유리는 그대로 미동조차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아스타로트가 하반신까지 다 빠져나오는걸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여전히 패닉인 상태로
“다..죽여버리겠다”
자신을 향해 내려찍고 있는, 자신을 향한 아스타로트의 검을 그저 풀린 눈으로 다가오는것만을 바라볼 뿐.
“...아”
아무생각도 할 수가 없다. 머리가 돌아가질 않는다. 그저 반응하는건 나지막하게 나오는 실없는 자신의 목소리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경고. 도망치라는 머리의 마지막 경고.
하지만 그런 경고에도 불과하고 움직여지지 않는 배신자
서유리는 그렇게 반으로 갈라질 위기에 운명이었다.
까아아아앙!!!
쇠와 쇠가 맞붙히지는 소리가 용의 영지에 널리 울려 퍼진다.
분명 서유리의 몸은 강철이 아니다. 살과 지방과 근육으로 만들어진 흔한 인간의 몸에서 저런 소리가 나올 수는 없다.
“?!!”
서유리는 자신의 고막을 강하게 때리는 그 쇳소리에 정신이 든다
그리고
“도망쳐 서유리!!!!”
제일 먼저 서유리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검을 막고 있는 이세하의 건블레이드의 면과 이세하의 등이었다.
“어..어?! 세,세하야”
“정신차려 서유리! 뭐하고 있어 빨리!!!!”
“꺄앗?!”
반응을 못하는 서유리를 이세하는 한쪽 손으로 강하게 밀쳐 자신과의 거리를 벌린다.
“네노옴!!! 또 네놈인것이냐!!! 먼지의 하수인 주제에!!!!!!!!!!!!”
자신의 애검을 막아서고 있는 이세하의 모습에 분노가 폭발한 아스타로트의 포효가 영지에 울려퍼지며 동시에 아스타로트의 위상력이 폭증한다.
위상력의 폭증으로 아스타로트의 긴 머리카락이 하늘 위로 솟구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용의 영지의 천장이 붕괴되어간다.
가뜩이나 아스타로트가 쓰러져 붕괴되어가던 용의 영지가 폭증한 위상력으로 인해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굉음이 울려퍼진다. 땅이 흔들린다. 벽에 금이 간다. 천장에서 암석이 떨어진다.
“이,이건!!”
갑작스러운 사태에 큰 불안감을 느낀 이슬비가 재빨리 동료들을 바라보며 이곳을 탈출해야‘한다고 소리친다.
이 곳은 위험하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 할 수가 없다. 그랬다가는 우리도 이 용의 영지와 함께 침몰 된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한다. 그렇기에 빠르게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벗어나야 하지만..
“그,그렇지만 아직 세하가!!!”
“..치잇!!!”
서유리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암석을 비트를 날려 깨부수며 서유리를 질질 끌고 가는 이슬비가 크게 혀를 찬다.
알고 있다. 자신도 알고 있다. 지금 이 상황이 어떤지. 지금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 그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세하는, 이세하만은 달랐다.
자신들을 향해 떨어지는 암석들을 어떻게든 처리하며 달리면 그만이었지만 저기... 저 눈앞에 있는 아스타로트만은 이야기가 달랐다.
저 아스타로트가 자신들을 쉽게 보내줄리가 만무할뿐더러 혹여 자신들을 따라 신서울까지 따라온다면 신서울은 겉잡을 수 없는 상황에 치 닫게 된다. 그것을 불보듯 뻔한 이야기.
그런 아스타로트를 막아서고 있는 이세하.
상황을 본다면 이대로 이 자리에 남아 저 아스타로트를 쓰러트려야 한다. 하지만 과연 그게 쉬운 일도 아닐뿐더러 여차하면 자신은 물론이고 팀 전원이 이 자리에서 전멸 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 팀원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운이 좋아서 아스타로트를 쓰러트린다고 해도 이대로 가다가는 언제 무너져내릴지 모르는 용의 영지 안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바로 ..누군가가 이곳에 남아 최대한 시간을 끌어 어떻게든 저 아스타로트와 함께 동귀어진 하는 방법뿐.
하지만..
“이세하!!!!”
그 방법을 선택 할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 그 누구도 없었다.
이슬비는 주변에 있는 암석들을 자신의 염동력으로 띄우며 날이 상할 때로 상한 두 자루의 단검을 양 손에 쥔채 당장이라도 아스타로트를 향해 달려들 자세를 취했고
서유리 역시 자신의 카타나를 지팡이 삼아 자신의 몸을 지탱한체 떨리는 두 다리로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유리야 너는 테인이를 부탁한다"
“예?..그런”
그런 서유리의 어깨를 잡은 채 제이는 자신의 등 뒤에서 기절해 있는 미스틸테인을 내려놓으려고 했다.
“너희들은 어서 여기서 탈출해라. 여기는 내가 맡으마. 걱정하지마라. 세하도 금방 너희를 뒤따라 갈테니까”
“아,아저씨!”
“그,그런 제이씨!”
말도 안된다며 제이를 잡으려는 두 소녀. 하지만 제이는
“후..이런 건 어른들의 역할이야. 아직 너희들이 감당하기에는 일러. 너무 걱정하지마라. 이 오빠를 믿으렴”
그저 담담한 목소리를 내며 두 소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행동 할 뿐이었다.
하지만 두 소녀는 잘 안다. 말도 안된다는 것을. 보내면 안된다는 것을.
하지만 알고 있지 않은가. 자신들 역시도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이대로 가면 전멸이라는 것을.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보낼 수도 없다는 것을....!!!
“아..아저씨!”
서유리가 제이의 옷자락을 잡아서 놔주질 않는다. 옷자락을 잡고 있는 서유리의 손이 덜덜 떨린다.
“아....”
제이는 그저 말없이 그 가려린 손을 뿌리진체 이세하와 아스타로트가 대치하고 있는 그 곳을 향해 나아간다.
아니 정확히는 나아가려고 걸음을 때려는 순간
콰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거대한 푸른 불꽃의 벽이 제이와 두 소녀의 앞에 장막처럼 펼쳐졌다.
마치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이...
“이,이게 무슨..이세하 너!!!”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표정을 띈체 제이는 이 불길을 만든 장본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여긴 나한테 맡겨!!!”
그리고 장막 넘어 들려오는 불길의 주인의 목소리
이세하의 말에 제이를 포함한 검은양팀 전원이 얼빠진 표정으로 불길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그 표정은 더할나이 없이 굳어져버렸고,
“지금 뭐하는 거야 동생!!! 빨리 이 불 안꺼!!!”
성난 목소리와 함께 어떻게든 이 불 길을 뛰어 넘으려고 몸부림 치고 있었다.
하지만 제이가 가까이 다가오자 아까보다 더 강하게 휘몰아치는 장막
“크읏?!”
그 열기와 위협 때문에 제이는 뒷걸음을 칠 수 밖에 없었다.
“빨리 가세요 아저씨!!!”
“바보 같은 소리마라 세하야!!!”
장막 넘어로 들려오는 이세하의 목소리에 제이는 그럴 수 없다는 듯 두 팔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체 다시 한번 불길 속으로 뛰어들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아저씨!!!!!!!!!!!!”
다시 한번 들여오는 이세하의 외침에 제이는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올곧은 이세하의 목소리.
정신차리라고, 지금 상황을 인지하라고, 아시지 않냐고!
그런 뜻을 품은 듯한 이세하의 외침 속에 제이는 차마 더 이상 불 길 속으로 뛰어들 수 가 없었다.
만약 그랬다가는...
“....크으!!!”
짧게 신음 소리를 낸 제이는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인체 뒤를 돌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가자”
결코 바라지 않는, 원하지 않는, 하고 싶지 않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무,무슨 제이ㅆ.."
“잠자코 따라와라!!!!!”
이슬비가 항변하려 했지만 제이가 막아서며 위압감 섞인 목소리로 이슬비의 말을 끈어버린다.
“...녀석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말아라”
이슬비는 뭐라 더 말을 하려던 찰나 제이의 낮게 읊조리는 말에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분한 듯, 이 상황에 분한 듯,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나약함에 분한 듯, 온 몸을 부들 부들 떨고 있었고 꽉 지어진 손에는 피가 한 두방울 씩 떨어지고 있었다.
“..가자 유리야”
고개를 푹 숙인체 어두운 표정을 띈 채 힘없는 목소리로 낮게 말하는 이슬비.
그리고는 발걸음을 돌려 먼저 움직인다.
“무,무슨..그런..자,잠깐..그,그럼 세하는? 어? 세하는 어떻게 되는건데?!”
서유리의 표정이 이동한다. 당황스럽다는 표정에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지금 세하를 버리고 가겠다는거야!? 슬비야 아니지?!”
농담하지 말라며 애써 장난끼 섞인 미소를 띄어보려고 하지만 표정은 당혹감에 이미 물들여져있고 눈물을 흘리며 광기를 띄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우리 다 같이 힘을 합치면 세하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아픔을 잊은 듯 아니면 고통 따윈 느끼지 못하는 듯 앞장 서서 가고 있는 이슬비를 재빠르게 쫒아가 뒤에서 잡아 못가게 막는다.
“빨리!!!!!!”
그리고는 자신의 말에 아무런 대꾸조차 않고 미동조차 않는 이슬비를 강하게 억지로 힘껏 흔들며 광기에 찬 목소리로 애원한다. 그 목소리는 절규에 가가까웠다.
하지만 이슬비는 마찬가지 였고..
“이게..세하가 원하는 거란...다”
제이는 그런 서유리에게 다가와 진정 시키려고 했다.
“그게 무슨!!! 그럼 저라도...”
서유리는 뒷말을 이어 나갈 수가 없었다.
퍼억!
용의 영지에 울려퍼지는 타격음과 함께 소녀의 인형이 쓰러진다.
제이는 기절한 서유리를 어깨에 조심스럽게 들쳐맨다.
그와 동시에 이슬비 역시 기절해 있는 미스틸테인 쪽으로 다가가 자신의 염동력으로 조심스럽게 공중에 뛰운다.
그리고 둘은 아무런 말 없이 탈출구를 향해 움직였다.
여전히 활활 타오르는 푸른 화염의 벽을 등진체, 그 안에서 울려퍼지는 쇠붙히는 소리와 고통과 분노에 찬 비명을 뒤로 한 체..
그 둘은 움직인다.
소녀는 말 없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또 한명은 그저
“미안....하다...”
남겨진 자에게 사과를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얼마 후 이들이 영지 밖으로 무사히 빠져나간 후 영지는 큰 굉음과 함께 폭발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