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종. - 스캐빈저 -

혜우비 2016-01-10 1

차원종. - 스캐빈저 -



혜우비



*차원종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글입니다.
*차원종은 '스캐빈저'.
*본 글에서는 스캐빈저가 인간의 말을 쓰지만 클로저, 일반인에게는 다르게 들립니다.








평화로운 강남.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스캐빈저들도 드러누워 광합성을 하듯 추욱 늘어져있다.

그저 쉬는 것 뿐인데도 일반인 눈에는 스캐빈저 때거리가 무슨 짓을 벌이는 줄 알겠지. 하지만 실제 현실은 이러하다.


"야, 오늘도 그냥 이러고 있으면 되는건가?"


"그럼 뭐 할일있냐?"


"아니, 그냥 좋다고."


"맞아. 그건 그래."


"맨날 쳐들어오는 클로저나, 우리한테 이래라 저래라 일시키는 주술사님이나..."


"그냥 확! 사표내고 때려칠까?"


"사표내고 먼저 세상 뜨고싶냐?"



마치 인간들이 대화 한다고 해도 믿을 것이다. 아마 평범한 인간들과 클로저들에게는 그저 '캬아악 캬악' 하는 차원종의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을테지. 하지만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대화 중이다. 왜, 동물들도 이리 대화하지 않는가. 각자의 울음소리로 말이다. 물론 차원종이 동물이라는건 절대 아니지만...



"야, 너 주술사님이 "빨리빨리 덤벼! 난 시간 없다구!" 빨리 덤비래. 응. ...응?"


"응?"


"..."


"...?"



아, 불쌍한 차원종. 오늘도 신나게 썰릴 준비를 하는건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년의 앳된 목소리가 차원종에게 들려왔다. 분명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검은 머리의 남자겠지. 그리고 크고 굵고 기다란 검으로 푸른 불꽃을 내뿜으며 우리를 지지겠지. 라는 생각을 하던 도중 어디선가 달려오는 다른 스캐빈저들.



"뭐야?!"


"뭐긴 뭐야, 그 검정머리지"


"...또..."


"...또..."


"...또..."



스캐빈저 염화 투척병, 홉고블린. 하나같이 다 큰 한숨을 내쉬며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본다. 벌써 시작 된건가.



"어딜 도망가!"


"키에에에엑!!!"



이젠 차원종들도 저 대사를 외울 정도일거다. 어째 꼬박꼬박 찾아와 우리를 이렇게 못살게 구는 걸까.



"아, 점점 가까워지는 이 소리들을 들을 때 마다 생각하는 건데"


"뭔데"


"격하게 우리들 땅으로 돌아가고 싶다."


"...응."


"...응."


"...응."



아, 이 얼마나 안쓰러운 장면인가. 그냥 위에서 하라는 대로 이곳에서 광합성을(길막기) 하고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왠 방해꾼이 들어와 설치고 다니니 참... 인간들 눈에는 차원종이 자신의 땅을 침범한 방해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차원종들은 편히 쉬고있는 자신의 쉬는시간을 방해한 인간이 방해꾼이라 생각하겠지. 참, 서로 생각하는 것 하고는...



"별빛에... 잠겨라!"


"끄에에에에!!!"



저 인간은 왜 여기서 저딴걸 쓰고 난리야, 물론 우리가 숫자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저딴걸 쓸 만큼 굉장히 실력있는 건 아니란 말이다.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는 스캐빈저들.



"야, 주술사님은?"


"저 건물 위쪽에."


"근데 이거 차피 못막잖아. 근데도 굳이 이걸 몸바쳐서 막아야겠냐"


"안그럼 주술사님이 우리를 태워먹을거야"


"지져버리겠지"


"구워버릴거야"


"인간들이 먹는 그 끔찍한 통닭처럼!"


"인간들이 먹는 그 끔찍한 바베큐처럼!"


"인간들이 먹는 그 끔찍한 삼겹살처럼!"



이러나 저러나, 선택의 갈림길은 많지만 결과는 단 하나. 불쌍한 스캐빈저...



"야"


"?"


"인간들이 그러는데,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하더라"


"뭐"


"난 먼저 간다. 뒷 일을 부탁하네 친구."


"...?"



아, 역시 차원종들도 뒤통수는 맞는구나. 먼저 뒤지겠다고 검은머리 남자에게 달려가는 꼴을 보아하니 그냥 불쌍하다는 생각 외에는 들지 않을 것 같다.



"야!!!"



아, 염화투척병 화났다. 그냥 막 던지네. 불쌍한 스캐빈저. 염화 하나도 없고 홉고블린처럼 검 하나도 없고 주술사처럼 지팡이 하나도 없는 가엾은 스캐빈저...



"캬아아악!!!"



잘가렴, 불쌍한 스캐빈저. ... 아, 저기 하나 도망간다. 역시 배신이 판을 치는구나.






*개인적으로 유저들이 차원종이 되어 클로저들을 피하는 이벤트가 있었으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복귀한거라 캐릭터들에 관한 그런 소설(?)을 못쓰겠네요..

2024-10-24 22:43:0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