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레이션 나인 -제398화- [귀신의 시간(鬼神の時間)]
호시미야라이린 2015-10-27 1
“다들, 시험을 잘 봤어?”
“......레이라. 의외로 태평하단 표정이네? 그럼 넌 잘 보기라도 한 거야?”
“모르겠는데? OMR 마킹인 덕분이고, 무엇보다 학교 측에서 성적표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은 모르지.”
“그렇군.”
“슬비 너의 말대로 기말고사는 다 끝났어. 보나마나 각자가 가장 자신이 있다는 과목들은 잘 봤겠지.”
“레이라 너는 정체가 뭐야.”
“나? 내가 슬비 너에게 왜 말해줘야만 하지? 나는 난데? 너희들을 포함하여 일반 학생들은 모두 우리를 ‘낙오자(落伍者)’ 취급하잖아? 우리 F반은 선택받은 너희들에 비해 그냥 무시당하는 존재다. 과거 북한의 일반주민들처럼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는 우리들이 너희들의 질문에 일일이 다 대답할 필요는 없는데.”
레이라는 본인의 정체가 무엇인지 대놓고 공개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데도 저번에는 왜 공개했을까? 벌처스 정보국의 지하비밀문서고의 기밀문서들의 등급이 일반으로 하향이 되었기에 정보국을 대신해 암살첩보원 서포터로서 기밀이 해제된 문서들의 내용을 모두 읽어준 것이었다. 이미 죽은 언니는 다신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체인형으로 움직이는 언니는 뭘까? 이젠 사체인형으로서의 움직임도 불가능하다. 이젠 플레인 게이트로 돌아갔고 이제 더는 여한이 없다고 말하기까지 했으니 그 언니란 자는 이제는 사체인형으로도 볼 수가 없다. 본인이 모든 한을 풀었기에 이젠 그걸로 재현할 수가 없을 뿐만이 아니라 플레인 게이트 내부의 ‘알라우네의 정원’ 이라는 곳의 양분으로 되어버린 것. 알라우네란 이름의 그 차원종은 그 사람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차원에서 일시적으로나마 사체인형으로 만들고서 그녀의 옆에서 항상 동행하고 다녔던 것이었다.
“기말고사도 끝났고, 조금만 더 있으면 3학년이 될까나?”
“......”
“왜 그래, 이슬비?”
“......만약 너희반이 시험을 못 보면 모두가 너희들을 비웃으며 놀릴 텐데?”
“만약 그러면 그것들이 더 멍청한 거다.”
“뭐?”
“남들의 놀림에도 우리는 어차피 개의치를 않는다. 그들이 건드리는 그 순간, 그들도 바로 ‘돌아올 수가 없는 다리’ 그걸 건너게 될 것이다.”
레이라가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저렇게 말하는 걸까? 남들이 괴롭히건 말건은 자유이긴 하나 괴롭히는 바로 그 순간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 말하는데 이슬비는 레이라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섣불리 판단하지 못한다. 레이라는 어차피 그냥 재미로 해본 말이니 너무 그렇게 진지하고 예민한 표정을 짓지는 말아달라고 말하는데 모두에게 낙오자라고 낙인이 찍혀있는 F반이 지금은 모두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어있다. 이슬비와 헤어져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이 와중에도 레이라는 그 테러조직의 꼬리를 잡기 위해서 서포터로서의 활동을 다시 시작한다. 뭐 관계가 없는 사실이지만 검은양 멤버들을 포함하여 그 학교의 교직원들, 그리고 학생들은 레이라의 비밀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레이라가 ‘현역여배우(現役女俳優)’ 란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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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봉이 한 여학생에게 도전을 신청하고서 본인이 가장 잘하는 게임으로 승부한다. 그러나 그 여학생은 한석봉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주 가볍게 격파하는데 석봉이가 몇 번이고 재도전을 하지만 그래봐야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데 석봉이가 그 여학생에게 도대체 비결이 뭔지를 묻자 순수한 미소를 보이더니 그거야 자신이 ‘유하진’ 이기 때문이란다. 석봉이가 그제야 놀라며 설마 ‘귀신’ 과 대련을 한 거냐며 엄청난 허탈감을 느끼며 주저앉는다. 그렇다. 유하진은 왕년에 프로게이머들을 뛰어넘는 실력을 과시하며 여러 게임대회들을 전전하고 다녔던 신강 고등학교 2학년이자 특수F반 학생으로도 악명이 높았다. 지금도 유하진 그 학생을 상대로는 ‘유귀(鬼)진’ 이라고 부르는데 유하진이란 이름을 대신해 유귀진이라 부른다. 그야말로 귀신과 같이 무시무시한 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유하진이 한번 지나간 게임들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힐 정도였었는데 오죽했으면 FPS 게임에서 난공불락 난이도로 악명이 높은 좀비전도 끝까지 살아남은 전적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그 장르의 게임에서는 그야말로 ‘저격의 여신(狙擊の女神)’ 이라 불리기도 했다. 다들 TRG-21 볼트액션식 저격용 소총으로만 할 때에 그녀는 과감하게 반자동으로 하고서 반자동 순줌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유하진은 게임에선 당연히 TRG-21 과 같이 볼트액션 저격총이 강하게 나오지만 실제 전쟁이자 시가전에선 반자동 저격총이 더 좋다고 말하는 유하진. 보통 순줌이라는 것이 게임에서는 쉽게 되기에 많은 이들이 아무렇게나 사용하는데 과연 실제 전쟁에서도 순줌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쉽게 할 수가 있을까? 라고 말하며 순줌의 문제를 거론하기도 하는 유하진.
실제 전쟁에서 FPS 게임과 같이 ‘순줌’ 이라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다짜고짜 방아쇠를 당겼다가 자칫 민간인이 피해를 입을 것이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는 사태로 번지게 될 것이라고 유하진은 말한다. 한석봉에 이어 이번엔 게임에 대해서라면 정말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는 이세하가 대결을 신청하고, 심지어는 애쉬까지도 끼어든다. 유하진이 미소를 지으며 셋 다 동맹을 맺고 덤비라고 말하자 국내에서 가장 현실과 가까운 FPS 장르의 게임으로 대결한다. 3명이니까 설마 1명을 상대로 지겠는가? 라고 생각이 들겠지만 현실은 역시나 다르다. 유하진은 맵 곳곳에 있는 장애물들과 건물들을 아주 교묘히 활용하며 실제 전쟁에 참여한 군인과 같이 진지하게 임한다. 저들이 그냥 간과하는 미세한 부분들도 결코 놓치지 않으며 세 사람을 실컷 괴롭힌다.
“으아아아아~~!!”
“도저히 유하진을 이기지 못하겠어!?”
“F반의 유하진. 역시 귀신이군. 사람들이 너를 귀신이라 부를 만도 하구나.”
“칭찬 고마워~ 애쉬? 그리고 비명만 지르는 석봉이와 패배를 인정하는 세하도.”
“유하진!”
“왜 그러지, 이세하?”
“넌 도대체 게임이란 게임을 다 통달한 비결이 뭐야?!”
“난 공부만을 강요하는 부모님이 싫었으니까. 그래서 자유로운 삶을 가지고 싶어서 오락실과 피시방을 전전했으니까.”
“......!!”
“너희들은 3개월. 그러니까 석 달을 오락실과 피시방에서 생활해본 적이 있어?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