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아 END [2화: 홍시영(상)]
setileta 2015-08-09 2
그리운 그의 기운이 비와 함께 점점 멀어진다. 레비아는 눈물을 흘리며 임무지역을 이탈 중 이였다. 처음으로 목걸이가, 트레이너가 원망스러운 순간이였다. 어떤 일이 있었어도, 친분이 있던 인간이 그로 인해 죽어나가도 원망스럽지 않았는데 말이다. 오히려 그럴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 했었다. 물론 그 순간들도 매우 슬펐지만... 이번 만큼은 너무나도 괴로웠다. 목걸이로
인해, 자유로움이 없었다는 것이 너무 힘들게 느껴졌다. 충동적으로 레비아의 손이 목걸이로 향한다.
"...."
목걸이를 잡아당겨 봤지만, 꿈쩍도 안한다. 밀려오는 감정에, 더욱 울음만 거칠어져 갔다. 왜 이렇게 그리운 것일까?
무엇때문에 이렇게 가슴이 아픈 것일까. 비행중이던 레비아는 넓은 풀밭으로 추락하다시피 내려왔다. 제대로 된 착륙이 아니기에 몇 미터 가량을 굴렀다.
온 몸에 힘이 나질 않았다. 누운 채로, 잿빛 하늘을 보며 모든게 싫어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흐윽...훌쩍."
얼마 후, 다 무너진 구로역 건물 잔해 사이로 자동차 소리가 났다. 벌쳐스 소속으로이는 자동차 였다. 점점 레비아 쪽으로
다가오더니 바로 앞에 멈춰 섰다.
-드르륵.
차 문이 열리며 홍시영 감시관이 우산을 들고 나왔다.
"뭐하시는...어머, 울고있는 건가요?"
"흐흡...아,아니에요. 홍시영 감시관님..."
홍시영은 가만히 누워서 울고있던 레비아를 내려다 보았다.
"후우...그렇게 부르지 말래두요? 당신한테 줄 감기약 같은건 없으니, 옷 갈아입고 빨리 타시죠."
"알겠습니다...홍시영 감시관님."
레비아는 지팡이로 간신히 몸을 지탱하듯 일어났다. 비틀거리며 탑승한 후, 차내에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출발 직후, 차의 내부는 침묵이 흘렀다. 홍시영은 레비아의 이상한 모습을 보고 의문을 갖게 된다.
평소와는 달리 더 풀이 죽은 모습은 아니였다. 그렇다고 분노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홍시영을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말을 꺼내었다.
"무슨 일 있었나요? 레비아."
"..."
레비아는 입을 열지 않았다. 폭주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격해진 본래 감정을 뒤로하고, 자신은 속죄해야 한다며, 그 말을 계속 마음 속에 되 새기고있었다.
"오호오~ 묵비권을 행사하는 건가요?"
홍시영 나름의 조크였지만, 소용이 없는 듯 했다.
"하하..긴장은 슬슬 풀때가 되지 않았나요? 전 이제 리모콘도 없구, 본사에서 지원도 안해 준다구요. 오히려 저한테도
걸려있구요."
레비아는 쓴 웃음을 지으며 괜찮다고 속삭이듯이 말하지만, 홍시영의 눈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은인인 레비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이런 성격이 아니에요, 더 이상 당신한테 빚지기가 싫어요."
"감시관...님..."
과거 4년 전, 홍시영은 한 작전에서 큰 미스를 낸 적이 있었다. 200명 이상의 인명을 임무보다 가볍게 여긴 탓에, 그들이 몰살
당하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가 원활해 지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현재 차원전쟁 이후로 top5 안에 들어가는
한국 최악의 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허나 이 사건이 알려지면 벌쳐스 본사에 큰 위협이 되기에, 마침 출현했었던
S급 차원종의 탓으로 원인을 돌려놓았다. 그리고는 실제 원인제공자인 홍시영은 조용히 직책을 박탈 당한다.
그 이후, 홍시영은 엄청난 빚으로 인해 살던 집과 재산을 잃고, 이곳 저곳을 다니며 구걸을했다. 나날을 절망스럽게 보내며 술을 마시던 그녀는 자살을 하기위해 한강지역에 맨몸으로 향하였었다. 4년 전의 한강지역은 A급 차원종이 득실거리는
위험구역이였기 때문에 민간인이 무단으로 들어갔을 시에는 목숨을 보장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곳에서 홍시영은 뜯밖의 존재를 만나게 된다. 레비아 였다.
"오랜만이네요, 레비아."
술과 담배로 찌든 몸, 여윌대로 여윈 홍시영이 간신히 난간을 붙잡고 일어서 있었다.
너무나도 약해진 그녀를 보고 레비아가 놀라며 달려와서 부축해 주었다.
"어머, 날 걱정하는 건가요?"
"어떻게 되신거에요, 홍시영 감시관님!"
"..."
그렇게나 압박을 주며 차별하고, 괴롭혔는데도 자신을 부축하려드는 레비아를 보고, 홍시영은 복잡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머릿 속은 어째서라는 질문만 맴돌고 있었다.
"어째서..."
"네..?"
"어째서 지금도 저에게 복종하려 하는 건가요?"
레비아는 그나마 기억하던 표정으로, 열심히 웃어보며 말하였다.
"전, 아직 속죄하지 않았어요."
"무슨..."
"제가 폭주했던 바람에, 소중한 늑대개 팀원 분들이 하지못한 이 일들이...아직 안 끝났거든요."
홍시영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고작 그런 이유로 아직까지 목숨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 웬지 이제와서
화가 났었다. 홍시영은 민간인이 된 마당에, 차라리 레비아에게 제대로 가르쳐 주고 싶어졌었다.
"그들은 범죄자에요. 그들이 임무를 하는 것은, 죄에 응당한 벌이라구요! 당신이 그 벌을 모두 짊어 지고 일을 할 필요는...!"
레비아가 홍시영을 등에 업으며 말하였다.
"제게 있어서 그들은, 증오의 대상이 아니에요. 모두 소중한 생명들이고 범죄자라해서 죽일 권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전 트레이너님과 홍시영님이 없었으면, 그 많은 사람들을 구해낼 수 없었을 거에요. 인간님들의 감사함을 받는 것도...
불가능 했을 거에요. 목걸이는 아프지만...제겐 모두 소중한 분들이고, 원한은 없어요. 제가 할 일이자, 돌아가신 팀원 분들에
대한 속죄니까요."
홍시영은 어이없다못해 눈물이 나왔다. 정작 본인도 '인간'이라는 존재를 따뜻하게 대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이렇게나
소중히 여겨진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레비아는 귀환 포인트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결심한듯, 홍시영에게
말을 하였다.
"트레이너님에게 부탁을 해 볼께요."
"...?"
"홍시영님이, 다시 늑대개 팀에 들어올 수 있도록요."
잠시 후 레비아는 뻐꾸기가 있는 곳에 도달하였고, 홍시영을 주변에 눕혀 놓았다.
-통신 시작.
뻐꾸기 너머로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고를...
트레이너는 통신화면 너머로 누워있는 한 여성이 눈에 띄었다.
-레비아, 저 민간인은 무엇인가.
"홍시영...감시관님 입니다."
-...생사는 어떠한가.
"몸이 많이 안좋으 십니다..."
-알았다. 그럼 이제 임무의 보고를 해라.
"네...한강다리 주변의 A급 차원종들은 모두 제거하였습니다. 민간인 부상자 1명...그 외의 사상자는 없었습니다.
그리고...부탁이 하나 있습니다..트레이너님."
-무엇인가.
"홍시영님을..."
-마음대로 해라. 죽여도 좋고, 목걸이가 채워져 있으니 살려서 부려도 좋다.리모콘은 지원해 주지.
그녀는 200명을 넘게 죽인, 대역죄인이다. 그러니 홍시영에 대해선 일일히 보고를 안해도 좋다.
"가...감사합니다만, 질문이 있습니다."
-또 뭔가?
"홍시영 감시관님을, 늑대개 팀에 합류시켜도...괜찮을까요?"
-무리다. 그녀는 너무 큰 죄를 저질렀어.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되는 처지야. 물론, 일부 한정이지만
말이지.
"꼭...정식으로 합류 시켜야만 하는 건가요? 그냥...같이 다닐 수는 없는 건가요?"
-그녀는 민간인이다. 너와 다녔다가는 죽기 쉽상이다. 그리고, 말했다 시피 돌아다니는 것도 일부 지역이야.
늘 감시받고 있지.
"그,그럼 같이 다니지 않을께요...늑대개 팀과...같이 있을 방법은 없나요?"
-음, 없는건 아니다. 일단 그 건과 함께 상층부에 보고를 한 후, 결과를 말해주겠다. 통신 종료.
뻐꾸기의 기동종료화 함께, 빗줄기가 거칠어지는 느낌이 든다.
레비아는 홍시영을 다시 업고 뻐꾸기와 함께 귀환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