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아 END [2.5화: 홍시영(중)]

setileta 2015-08-10 0

늑대개 팀의 작은 초소. 4년 전의 한강지역을 등지고 건설된 이 초소는 그 당시 제일의 위험 지역인 곳을 경계하기위해, 레비아의 잔해 수집을 좀 더 신속하게 하기위하여 비밀리에 지어진 곳이다. 그러나 그녀의 처지가 안좋은 만큼 시설이 좋지 않았다. 비오는 날엔 습기가 가득하고 찝찝한곳... 빗물이 새는 소리가 전등과 침대하나 있는 방을 가득 매운다.

레비아는 한강지역 임무를 완수하려는 도중 병약해진 홍시영을 만났다. 그 후 트레이너와의 통신으로 홍시영을 자유롭게 대하여도 좋다는 말을 들었지만, 아직 팀에 넣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였다.

'...'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다. 사고발생 후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도대체 어떤 생활을 했으면 멀쩡하던 사람이
이렇게 되버렸는지 궁금할 정도로 말이다. 홍시영은 분명 악질이였지만, 레비아 자신에겐 속죄의 대상이기 때문에 괜히 마음에 걸렸다.

홍시영을 침대에 눕힌지 어느덧 2시간이 지날 때 였다. 뻐꾸기가 알림음을 울리며 가동하기 시작했다. 트레이너의 통신인 것이다.

-통신 시작, 레비아.

레비아는 조심스럽게 뻐꾸기의 모니터를 바라보며 대답하였다.

"네, 트레이너님."
-본부에 연락이 닿았다. 일단 거대한 임무의 한 틀을 끝낼 수 있을 듯 하다.

A급 차원종 들의 이야기였다. B급 차원종들이 멸종급으로 사라지자, A급 차원종들이 발악을 하듯이 한강지역에 집중적으로
등장하였다. 그 규모는 마치 차원전쟁을 재현해서 보는 듯 했으며, 전 B급 이상의 클로저가 투입되어 8개월 째인 지금, 겨우
막을 내리려 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트레이너님. A급 차원종이 줄어들어서 다행이에요..."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트레이너는 레비아가 홍시영의 일부터 꺼낼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가만히 있어서 의외라 생각하였다.

-홍시영의 처우를 말하겠다.

"네,네..."

-홍시영의 늑대개 팀 정식합류는 기각 되었다.

"...!"

레비아의 마음 한 구석이 욱씬거려왔다. 하지만 트레이너는 통신을 계속하고 있었다.

-허나, 그녀를 일반 노동자로써 영구고용하는건 허락한다더군.

"그게...무슨 뜻 인가요?"

-별 다른 뜻은 없다. 그녀는 우리 팀 밑에서 일하는 걸 허락받은 것이다. 영구적으로 말이야. 뭐, 상층부의 목적은
그 날의 진상 발각을 두려워해서 홍시영을 속박해두려는 것이겠지. 기억의 소각으로 자유의 몸을 얻었었지만, 역시 이런
판단을 내릴 줄 알고 있었다.

"기억의...소각이요?"

-그래, 홍시영은 분명히 기억을 소각 당한 후, 직책에서 박탈되었다고 들었다. 당연하지, 우리 상층부는 벌쳐스다

하지만 홍시영은 분명히 그 날과 레비아 본인에 대한 기억이 존재했다. 소거가 되있지 않은 것이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면 트레이너는 상층부에 보고를 할 것이고, 홍시영은 아마 처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렇...군요, 그래서 절...못 알아 보신거군요."

-그렇다. 이상으로 이번에 전달할 사항은 끝이났다. 문제가 있으면 보고하도록 해라,통신 종료.

트레이너와의 통신 후, 레비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풀썩 주저 앉았다. 상당히 긴장을 했던 모양이다.
고개를 돌려보니, 깊게 잠이든 홍시영이 눈에 띄었다. 레비아는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머릿 속에 '팟' 하는 느낌이 들었다.
홍시영은 병약한 상태이다. 얼른 무언가라도 해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레비아는 다시 몸을 일으켜서 낫을 챙겼다.

"잠시 편의점좀 다녀올께요, 감시관님."

반쯤 덮혀있던 이불을 홍시영의 어깨까지 올려준 후, 홍시영을 잠시 바라보다 초소를 떠났다.

밖은 때아닌 장마철로 인해서 비가오는 일이 잦았다. 레비아는 손을 들어 올리더니, 독사들을 불러내어 우산모양으로
바꾸었다.

아무 생각없이 걷는 조용한 빗길. 철퍽철퍽 발자국소리와, 우산에 부딧히는 빗소리... 어두운 잿빛 하늘에
무너진 건물 잔해들이 쌓여있다보니, 얼핏보면 지구는 이미 멸망한 것 같았다.그러나 조용하게 걷는것도 잠시, 30분을 걸어가도 멀쩡한 편의점이 나오질 않자, 레비아는 슬슬 초소의 홍시영이 걱정 되었다. 난방이 안되기 때문에 그 지하초소는 밤이되면
상당히 춥기 때문이다. 아직 초처녁쯤 이지만  왕복할 것을 생각하면 그리 많지 않은 시간이다.

빗살도 많이 약해진 김에, 레비아는 낫을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비행을 시작해보니 시야가 넓어져서, 어렵지않게 근처의 슈퍼를 발견할 수 있었다. 민간인이 놀라지않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착지한 후, 슈퍼에 들어가서 홍시영을 위해 먹을 수 있는 식품은 되는대로 구입한 후, 빠르게 초소로 향하였다.

잠시 후 레비아가 초소에 도착할 쯤, 내부에서 수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걱정되는 마음에 얼른 문을열고 내려가 보았더니,
그곳엔 검은 정장의 사내가 있었다.

S급 차원종으로 분류됬었던, 딕(DICK) 이였다.

"다,당신은...!"

갑자기 솟아오르는 그리움으로 인하여, 레비아의 목이 매여간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있는 저것은 분명히 차원종이고,
인간들의 적이다. 그리고 인간들의 적은 그녀의 배제 대상이자,그들의 제거는 속죄의 방법이였다. 분명히...적일 것이다.
잡념을 날려버리듯 머리를 흔들은 레비아는, 낫을 딕의 방향으로 들어서 그를 경계하였다. 그러나 딕의 손은 홍시영의 머리
위에 있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에요!"

말이 없는 딕과, 그의 위압감 넘치는 분위기로 인하여, 레비아는 점점 불안해지기만 하였다.

"그,그 손 치워요!"

딕의 손과얼굴로 시선이 자꾸만 바뀌는 사이, 홍시영의 몸변화가 눈에 띄었다.
긁혀있던 상처들이 사라지고, 야위었던 그녀에게 생기가 불어넣어지고 있었다. 이것을 알아챈 레비아는 경계심이 사그라
들면서 치켜세웠던 낫이 점점 아래로내려갔다.

"...치...료?"

홍시영이 옛날과 비슷한 상태로 돌아가자, 딕은 손을 치우고나서 잠시 레비아를 바라보았다.

"...?"

딕과의 세번째 만남이였다. 조용히 서로를 응시하는 두 차원종, 딕은 점점 레비아쪽으로 다가갔다.
레비아는 불안했다. 자신을 해치려 다가오는 것인가, 도대체 저 차원종은 무엇일까...누구인걸까?
복잡한 레비아의 머릿속은 그녀의 모든 행동을 방해했다. 그러나 딕은 그녀를 지나칠듯이 가다가 바로 옆에 멈춰서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레비아는 천천히 옆을 바라보았다.

시원하게 넘겨져있는 백발에 보라색 눈동자.
마스크로 가려진 그의 얼굴을 본 순간, 머리가 아파왔다. 그의 눈매가 낯설지 않았고, 옆모습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녀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지만, 누구시냐고 물어보려는 사이, 딕은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레비아는 홍시영에게 줄 음식도 잊은 채로 그 자리에서 몇 시간이고 멍하게 서있었다.

다음 날, 홍시영이 눈을 떳다.

"여기는..."

그녀가 눈을 뜨자, 바닥에서 쪼그리고 잠이 들어있는 레비아가 보였다. 그리고는 알아채지 못햇던 한기가 느껴진다.

'이렇게나 추운데...'

홍시영은 레비아를 안고 침대위에 올려주었다. 그리고는 이불을 덮어주었는데, 레비아 뺨에 눈물자국이 있었다.

"울면서 병간호 한건가요? 후후..."

손으로 자국을 지워주며, 헝클어진 앞머리를 정리하고있는 도중, 레비아의 눈이 뜨였다.

"어머, 미안해요. 제가 깨운건가요?"

레비아는 멀쩡하게 서있는 홍시영을보고 놀라며 대답했다.

"아,아니에요. 이제 몸은 괜찮으세요?"

홍시영이 보란듯이 기지개를 피며 말하였다.

"그런 것 같네요, 어제보다랄까, 아예 확 젊어진 것 같은데요?"

"다행이네요..."

한시름 놓으며 안도하던 레비아는, 전날 트레이너와의 통신이 떠올랐다. 이 사실을 홍시영에게 알려줘야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말해줘야만 했다.

"홍시영 감시관님.."

"이제 그렇게 부를 필요 없어요,전 민간인인걸요."

"네...아,아니요! 저,그...전달할 내용이 있어요."

"저한테요?"

레비아는 전날의 통신내용을 홍시영에게 그대로 전달하였다. 그녀는 레비아에게 설명과 제안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조금 거북해하는 티가 없지않게 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을 거절 할 의사는 없었다. 어차피 갈 곳도 없는 데다가 사채들에게
쫒기는 것 보단 나아보였기 때문이다.그러나 영구고용이라는 단어는 거슬렸었다.

"명령..인거군요?"

"네,네? 그런말은..."

"아니요, 할게요."

"정말...인가요?"

"해야죠, 안하면 죽는다잖아요? 돈은 못벌겠지만...집도 생기고, 당신과 사람들에게 속죄도 할 겸으로요."

레비아가 놀라며 말하였다.

"소,소,소,속죄라니요...? 그건 제가..."

"저도 당신처럼 순간의 실수로 살인을 해버렸어요. 그러니 똑같은 벌을 받아 마땅하죠. 절 도구처럼 부려도 좋아요."

"다,당치 않아요...홍시영 감시관님..."


"하...정말 차원종치고 너무 착하군요? 당신은..."

"..."

"좋아요, 그럼 소원을 하나 들어줄께요. 원하는게 있나요?"

"소원...이요?"

"네, 아무거나해도 좋아요. 될 수 있으면 다 들어드릴께요."

레비아는 고민에 빠졌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에 대하여, 여태까지 살아가며 제일 길게 생각해본 순간이였을 것이다.
점점 고민이 심화되는듯이 고개가 숙여지더니 무언가 결정 한듯이 작게 소리를 내었다.

"치..."

"...?"

"친구....요."

실례같은 대답을 한 줄 알았던 레비아는, 부끄러움과 죄송함때문에 고개를 못들고 있었다.
홍시영이 대답이 없자, 레비아는 그녀가 화가난줄 알고 고개를 들어서 사과를 하려하는데, 홍시영이 레비아를 끌어안았다.

"겨우 그거에요...? 멍청하긴..."

레비아의 등뒤로, 흐느끼는듯한 소리가 들렸다. 생전 처음느껴보는 감정과 분위기에,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몰랐던 레비아는 천장을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말하였다.

"죄송해요……."





TO BE CONTINUED



















2024-10-24 22:37:5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