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 클로저라니?! 프롤로그

최대777글자 2015-08-08 1

토요일 오후, 젊은 아이들은 밖에 나가서 신나게 놀 수 있는 황금보다 귀한 시간이지만, 나 같은 백수 아저씨에게는 그저 햇빛이 강해져서 낮잠도 잘 수 없게 되는 시간에 불과하다.

 

“...에라이, 나가서 운동이나 조금 할까...”

 

누워있던 자리에서 일어나며 바닥에 깔아놓은 이불을 거두며 중얼거렸다. 의자에 걸려 있던 아디x스의 츄리닝 바지와 브이넥 반팔티가 눈에 띄었다.

 

“...저거다.”

 

곧바로 의자에 걸려 있던 츄리닝 바지를 입었다(, 아까까지는 팬티바람이었다는 것이다.). 의자에 걸쳐져 있던 브이넥을 집으려던 순간 스팸이나 사기전화도 걸려오지 않을 쓸데없는 장식용으로 쓰던 전화기가 울렸다.

 

나한테 전화할 사람이라고는 없을 텐데.’

 

여보세요?”

 

수화기를 들며 최대한 공손한, 최대한 귀차니즘을 감춘 목소리를 내었다.

 

여보세요, 세준형?”

 

“...당신 누구야?”

 

어떻게 내 본명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익숙한 목소리다. 18년전에 꽤 자주 대화한 적이 있던 남자의 목소리 같은데...

 

내 목소리 모르겠어?”

 

“...설마.”

 

데이비드?’

.

.

.

데이비드, 그거 알아?”

 

?”

 

보통 오랜만에 연락해서 언제 술 한 번 마시자고 하는 건 보통 그냥 예의상 하는 거짓된 약속이거든?”

 

그래서?”

 

아니, ... 너 참 존경스럽다고.”

 

내 앞에 놓여있는 상추, 돼지고기, 소주 몇 병을 보며 말했다. 설마, 언젠가 술 한 번 마시자는 예의상 하는 말에 그저 긍정으로 대답했을 뿐인데 그 날 바로 나오라고 할 줄은 몰랐다. 지금 이곳은 강남의 꽤 유명한 고깃집이다.

 

그런데 대전에서 갑자기 신서울로 오라니... 이 녀석도 여전히 굉장한 걸 바란단 말이야.’

 

거기다가 이런 누추한 곳에 정장도 굉장히 고급스러운 것을 입고 왔다. 난 츄리닝을 포기하고 대충 청바지와 브이넥 반팔티만 입고 와서 그런지 상당히 비교된다.

 

그래서, 네 성격 봐서는 그냥 술 마시자고 날 이렇게 멀리까지 부를 것 같지는 않은데. 뭔가 부탁할 거라도 있는 거야?”

 

형답지 않게 눈치가 좋네.”

 

옛날의 철없던 내가 아니라고.”

 

입의 상추쌈은 다 삼키고 그런 말을 해야 신빙성이라는 미지의 존재가 생겨날 것 같은데.”

 

데이비드의 진심이 담긴 충고를 듣고 입안에서 우물거리던 상추쌈을 삼켰다. 자세히 보니 그는 파일 하나를 갖고 있었다.

 

이제와서 묻기는 뭐 하지만 그 파일은 뭐야?”

 

“...한 번 볼래?”

 

데이비드가 내민 파일을 받고 열자마자 보인 것은 웬 털은 하얗지만 속은 시커먼 귀여운 양처럼 생긴 마크가 있었다.

 

“....네 미술감각 보고냐?”

 

개그센스가 아저씨가 다 됐네.”

 

남이사.”

 

파일을 한 장 더 넘기자 검은양 계획 기안서라고 쓰인 문구가 보였다.

 

강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선별육성 및 실전투입계획.... 장난하냐?”

 

유니온이 언제 장난하는 거 봤어? 그리고, 중요한 건 그 다음 페이지야.”

 

인권위원회같은 곳에서 보면 또 얼씨구나 하며 달려들겠네.’

 

데이비드의 말을 듣고 속으로 어이없음을 삭혀두며 파일을 한 장 더 넘겼다. 그러자 보인 것은 웬 고등학생 남자아이였다. 인물 프로필, 보통 이런 걸 볼 때에는 사진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가겠지만 내 눈동자가 향한 곳은 위상잠재력이었다.(남자얼굴에는 관심없어!)

 

뭐야, 이 꼬맹이 위상잠재력이 A+? 특기가... ‘매서운 그렙탑갱킹’...? , 그 옆에 게임이라고 되어 있구만. 취미가 하이 스코어링은 또 뭐야? 게임이 특기인데 공부 점수를 높이는 게 취미인 건가? 위상구현력이 B-밖에 안 되는 걸 보면 게임하느라 훈련을 꽤나 땡땡이 친 것 같은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이름을 좀 보는 게 어때?”

 

그의 제안대로 이름이 적힌 란을 보자 이세하라는 이름이 보였다. 뭔가 내 이름과 굉장히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세상에는 동명이인도 꽤나 많지 않은가? 그렇게 특별하게 여길 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이름이 나랑 비슷하구만.”

 

걔 형 아들이야.”

 

. . . .

그리고 시간은 움직인다.

 

뭔 **** 같은 소리야? 난 결혼도 못 해본 녀석이라고.”

 

그렇다고 여자랑 자본적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형이 쓰레... 젊었을 시절의 과오라고 하면 이해하겠어?”

 

허얼....”

 

솔직하게 말해서 완전 충격이다. 설마 내가 모르는 아들이 있었다니, 그것도 이제 클로저가 될 예정이라니. 데이비드는 몰래카메라같은 걸 할 녀석이 절대 아니니 이건 사실이라는 거다. 아니, 또 하나의 경우가 있기는 하다.

 

꿈인가?’

 

꿈 아니야.”

 

내가 볼을 꼬집자 데이비드가 내 생각을 알았는지 곧바로 끊어버린다. 내가 어안이 벙벙한 모습을 보이자 데이비드가 깊은 한숨을 내뱉는다.

 

하아.... 누구 아들인지는 알겠어?”

 

아니, 솔직하게 말해서 짐작가는 사람은 없...”

 

아니, 대체 예전에 뭔 짓을 하고 다녔길래 과오가 그렇게 큰 거야....”

 

그로부터 한동안 분위기가 어두워졌다.(우리 주변만) 한참동안의 정적을 깬 건 다름아닌 나였다.

 

“...그래서 누구 아들인데?”

 

“...................잘 보면 누구를 닮았는지 알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워낙 닮았으니...”

 

그런가?’

 

아까는 자세히 눈길을 주지 않았던 사진을 눈으로 정밀하게 스캔했다. 과연, 인간의 눈은 최상급 렌즈나 마찬가지... 가 아니라 이 눈빛, 콧날, 턱선, 얼굴형... 얼굴형은 확실히 날 닮았기는 했는데 눈빛이 상당이 낯이 익었다. 한참동안 눈에 힘을 주고 그걸 기억해내려고 했을 때 누군가가 떠올랐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은 아니지?”

 

“...맞을 걸?”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지옥이다. 아니, 그 단어로도 표현이 불가능할 것이다.

 

지수?”

 

한참후에 내뱉은 이름을 들은 데이비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세상에...”

 

일단 그쪽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 위상력 상실증은 어떻게 됐어?”

 

갑자기 빠른 태세전환을 보인 데이비드가 손가락으로 약간 처진 안경을 다시 올리며 진지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다 나았지. 문제는... 이제 예전같은 힘은 못 낼 거야. 뭘 부탁하고 싶은진 알겠지만 도움은 전혀 안 될 거고.”

 

예전에 비교해서 얼마나 큰 위상력을 사용할 수 있는데?”

 

그때랑 비교하면 20%를 조금 넘나드는 정도.”

 

내 대답을 들은 데이비드가 잠시 가만히 있다가 한숨을 내뱉는다. 그러나 그 한숨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었다. 안도의 한숨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약간 인상을 썼던 표정이 풀어졌다.

 

, 그 정도면 A급 요원 이상이야.”

 

“...요즘 얼마나 풀어졌길래 그게 A급이라는 거냐?”

 

아니, 형이 그 정도로 강했던 거지...”

 

대충 뭘 부탁하는지 알겠네. 나보고 이 검은양이라는 꼬맹이들만 모인 팀의 보호자역이 되어달라?”

 

내 예측을 넘어 확신에 다다르려고 하는 생각을 의견으로써 내뱉었으나.

 

아니.”

 

대답은 NO였다.

 

형은 기록상 죽은 걸로 되어 있잖아. 잊었어?”

 

그랬다.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은 윗놈들도, 지금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유명한 벌쳐스도 모를 것이다.

 

그래, 기록상 나는...’

 

죽은 사람이라는 거다. 내가 버젓이 살아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유일하게 데이비드 뿐.

 

“...그럼 내게 뭘 부탁하려는 거야?”

 

여기까지 와서 새삼스럽지만 내가 예상했던 건 아까 NO라는 대답을 받았다. 그렇다면 더 이상 내가 할만한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시 클로저가 되어 줬으면 해.”

 

“...결국 똑같은 거 아니야?”

 

그러자 데이비드가 살짝 미소지으며 고개를 양 옆으로 젓는다.

 

검은양 팀도 모르는, 심지어 상부층의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비밀요원이 되어달라는 거야.”

 

, 마니또를 하라는 거야?”

 

마니또라기 보다는...”

 

갑자기 데이비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의 비장의 카드가 되어 달라는 거야.”

 

그러고는 품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어 상 위에 올려놓고 자리를 떠나려 걸음을 옮긴다.

 

, 잠깐!”

 

그러나 그는 내 말을 무시하고 고깃집을 나갔다.

 

나원... 여전히 센 녀석이구만....”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할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데이비드가 놓고 간 파일을 집어들어 조금만 더 보기로 하였다.

 

이슬비... 서유리...’

 

요즘 유니온은 외모를 기준으로 클로저를 뽑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 다음 페이지에 J라고 이름적힌 남성의 프로필을 봤을 때 그런 생각은 전부 날아갔다.

 

‘J...?’

 

“...잠깐, 이 남자..!”

.

.

.

.

.

.

.

저희집은 수표는 안 받는데요?”

 

“?!”

 

결국 외상으로 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2:37:4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