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 클로저스x자작] 춤추는 칼날 : <Prolrogue - 2>
나예령 2015-05-18 1
춤추는 칼날
Dancing Blade
<Prologue - 2>
《=======0-2=======》
7월 18일, 유니온 공립 유해 안치소.
유니온에서 만든 유해 안치소에는 차원종과의 전투에서 쓰러져 간 클로저들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
그 중에는 지난 3년 전, G타워 사건 때 무수한 희생을 일으켰던 차원종, 아스타로트와 대결하여 끝까지 강남을 지켜내었던 클로저 소녀의 시신 또한 안치되어 있었다.
3년이라는 시간은 길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짧지도 않았다.
요원임을 알리는 유니온의 제복과 모자까지 갖추어 쓰고 이곳을 찾는 클로저들이 드문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들 중에서 단체로 정식요원의 복장을 갖추고 이곳을 찾는 이들이 드문 것은 분명 사실이었다.
정식요원이라는 직함은,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그 정식요원복을 입은 이들이 한둘이 아니라 소년소녀들을 포함한 일행이라면 더더욱, 그들을 무시할 수 있는 이들은 없다.
모자의 중앙에 박힌 검은양의 엠블럼은, 그들이 3년 전 강남을 아스타로트에게서 지켜낸 유니온 소속 클로저 팀――――《검은양》이라는 것을 알리는 징표였으니까.
위엄이 넘치는 모자에 검은양의 엠블럼을 잘 어울리지 않는 묘한 언밸런스함을 깊게 풍기지만, 그에 대해 태클을 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직접 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1년 만에, 다시 한 번 그녀의 묘소를 찾은 유리는 그 묘소 앞에 모여 있는 이들의 실루엣을 확인하고는 반가움에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행동에 정미가 뒤에서 툴툴대었지만, 유리는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 너머에서 작은 키의 소년이 다다다 달려와 유리를 반겼다.
“와아~! 유리 누나! 오랜만이에요!”
“안녕, 테인아~.”
유리는 소년, 미스틸테인을 번쩍 안아 올렸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이제는 고등학생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여전히 소년의 이목구비는 중성적이었다. 아직도 이런 모습이라는 게 신기하기는 하지만, 이 아이가 긴 머리칼 가발을 푹 눌러 쓰면 여자아이처럼 보이는 게 재밌었던 시절도 있었다는 걸 유리는 잠시 상기하다가는 웃음을 머금었다.
“여전하구만.”
다소 귀찮음이 섞인 미성이 들려와 미스틸에게 주던 시선을 돌리자, 여전히 검은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세하의 모습이 보인다.
푸른 섬광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해진 클로저 이세하.
알파 퀸 서지수의 아들이라는 이명으로 유명했던 소년이지만, 지금은 한 사람의 클로저로서 어엿하게 성장해 제 몫을 다하고 있는 이이기도 하다.
“아, 세하야.”
“아, 세하야는 무슨.”
퉁명스럽게 이야기하는 건, 아마도 이 자리에 모인 것이 반갑기 때문일까?
세하에게서 시선을 돌리면 그 곁에는 슬비가 아이를 안고 있는 것이 보인다. 눈처럼 흰 머리칼이 인상적인 아이를 보다가 그 부모가 되는 이들에게 시선을 돌린 유리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유리에게, 제이 역시 어색한 미소를 보낸다.
“오랜만이구나, 유리야.”
“아저씨는 유정 언니랑 결혼해서 잘 살고 계시나 봐요?”
“어, 어흠, 어흠!”
쿨럭거리는 제이의 반응을 보며 유리는 키득키득 웃었다.
제이의 곁에 선 검은양 팀의 관리요원, 김유정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결혼한 지는 3년이나 되었다지만 여전히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이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유정 덕분에, 그리고 데이비드가 신경 써 준 덕분에 강남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사이드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어 내리고 있는 금발의 미인.
신강고 이후부터 줄곧 의료지원을 담당했던 캐롤리엘이다.
“캐롤 언니!”
“Hi~.”
캐롤리엘은 웃으며 유리와 손을 마주쳤다.
그렇게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나자, 슬비가 입을 열었다.
“이걸로, 다 모였네.”
“그렇구나. 한 명만, 빼고는… 모두…….”
유정의 씁쓸한 목소리에, 모두는 입가에 슬픈 미소를 머금었다.
각자 가져온 꽃다발을, 눈앞에 보이는 작은 지묘 앞에 내려놓는다.
흰 안개꽃으로 만들어진 꽃다발들이 그 묘소 위에 곱게 놓였다. 수북이 쌓인 꽃다발 너머로, 지묘의 주인의 이름이 새겨진 석비와 조금은 빛이 바랜 영정 사진이 보인다.
엷게 웃고 있는 검푸른 머리칼의 소녀.
클로저 등록 번호 P0922, 클래스 타입 - 블레이더Blader.
클로저 명 - 주은빈.
G타워 최후의 싸움에서, 발악하던 아스타로트를 끝까지 붙잡아두기 위해 남아 싸웠던 클로저다.
유리와 정미의 단짝이었던 친구이자, 천재라고 불리었던 소녀.
“빈아……, 나 왔어.”
유리는 무릎을 꿇고 은빈의 묘소에 향을 올렸다.
타오르는 향불이, 미미한 연기를 피워 올렸다.
“잘 지내고 있니, 은빈아…….”
“여전히 웃고만 있구만, 빈 양.”
제이도, 유정도, 각자 한 개씩 향을 올린다.
향불이 하나씩 꽂히며 피어오르는 연기의 수가 늘었다.
“빈이 누나, 저도 왔어요.”
미스틸테인 역시 향을 올렸다.
“……바보 같이.”
조그맣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린 세하 역시 슬비와 함께 향을 올린다.
정미도 캐롤리엘도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하며 향을 올리고, 각자 일어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화제는, 아무래도 지금은 이 자리에 없는 은빈에 대한 이야기가 대다수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소리에 지나가던 이들이 흘깃 시선을 돌렸다가는, 이내 멀어져 간다.
팀 검은양.
3년 전 아스타로트를 막아낸 클로저 팀.
그들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끼어들 수 있을만큼 간이 큰 클로저는, 이곳을 찾는 이들 중에는 없다.
그들의 가장 소중한 동료 중 한 명을 잃고, 이곳을 매 년 찾는 그들을 시끄럽다고 매도할 수 있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은빈에 대한 추억을 나누다, 유리가 기습적으로 세하에게 묻는다.
“그나저나, 너흰 언제 결혼할 거야?”
“무, 무무무, 무슨 소릴!”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서유리!”
유리의 기습질문에 슬비와 세하는 동시에 말을 심하게 더듬으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유리는 입가를 가리며 키득키득 웃었다.
“빈이가 그랬었잖아. 언제 결혼할 거냐구.”
“그, 그건…….”
두 사람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딱히 부정은 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진짜로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아갈지도 모른다.
유리는 왠지 모르게 눈물이 차오르는 것 같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부신 태양이, 그녀의 머리 위로 비친다.
그 따스한 햇살은 마치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는 듯 했다.
‘빈아.’
유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지금은 곁에 없는 친구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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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하고 유정 씨 결혼. 앤드 자식 있습니다.
슬비가 안고 있는 게 제이 + 유정의 자식.
슬비 그리고 세하 결혼(?)
다음은유리 정미일까요 ㅋ(엥?!)
아님 유리 + 미스틸(16세)?
어쨌거나 이건 G타워 이후 3년 후 시점이라고 멋대로 설정하고 쓴 겁니다.
세번째 단짝, 주은빈
애칭은 빈입니다. 검은양 팀의 대부분은 풀네임보다 빈이라고 부르죠.
유정 씨나 슬비, 세하 빼고.